똥에서 찾은 인간·침팬지 장내미생물의 공통조상 계보

미국 연구진, 사람·침팬지·보노보·고릴라의 분변시료 분석

똥 속 장내미생물의 특정 유전자 진화 계통을 추적해 보니

장내미생물 공통조상, 1500만년 전 이후에 갈려져 종분화


00gut-microbes.jpg » 여러 유형의 장내 미생물들이 수백만 년 동안 인간과 더불어 공진화해왔다. 연구진이 속한 텍사스대학이 제공한 장내 미생물들의 그림. 출처/ J. Luecke/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6-07/uota-sbh071516.php


람과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의 똥에서 장내 미생물(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해보니, 그 장내 미생물이 1500만 년 전 공통조상에서 분화해 각자 장내에서 진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진은 이런 분변 미생물 연구의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최근 논문으로 발표했다.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를 보면, 장내 미생물이 식생활 같은 환경 요인에서 유래했느냐, 공통조상에서 분화했느냐를 둘러싸고서 과학계 안에서 논쟁이 있었는데,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환경의 영향도 받지만 아주 오랜 동안 숙주 종과 더불어 공진화(coevolution)를 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됐다. 다음은 연구논문이 실린 <사이언스>의 에디터가 쓴 짧은 논문 소개문이다.


“인간-미생물군의 공진화

현존하는 유인원과 인간의 내장에 사는 박테리아들은 (숙주 종의) 공통조상 내장에 서식지를 마련한 원시 박테리아에서 유래했다. 진화 속도가 빠른 ‘자이라아제 B(gyrB)’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인간과 야생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의 똥 시료에서 찾아 비교했다. 주요 박테리아 계통(lineage)들의 유전자 계통발생(phylogeny)을 비교해보니, 원시 종들 간의 일부 희귀한 공생자 전이(symbiont transfers) 사례를 빼고는 그것들이 유인원-호미니드(apehominid)의 계통발생과 대부분 들어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므로 장내 박테리아는 단지 환경에서 획득된 것만이 아니라 호미니드(hominid, [원시인류])와 수백만 년 동안 공진화하여 현재 우리 면역체계와 발생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에디터의 논문 소개)


이 연구에는 사람 16명과 침팬지 47마리, 보노보 24마리, 고릴라 24마리의 똥 시료가 사용됐으며, 장내 박테리아들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진화하는 공통 유전자(‘자이라아제 B’)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서로 다른 염기서열의 계통발생 관계를 살펴봤다. 연구진이 밝힌 새로운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 장내 미생물의 대부분은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 인간과 더불어 진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 묄러(Moeller)는 유인원과 인간에 있는 이런 장내 박테리아의 세 가지 계통 가운데 둘이 일차적으로 환경에서 획득된 게 아니라 1500만 년 이상 전의 공통조상에서 유래했음을 알아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유인원 종들이 이 공통조상에서 분기하면서, 그 장내 박테리아도 또한 새로운 형질로 분기하고 나란히 공진화하여(공분화/cospeciation라 부름), 식생활(diet), 서식처(habitat), 그리고 숙주 종의 장내 질환의 차이들에 적응해왔다고, 연구진은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오늘날에 이런 미생물들은 세련되게 적응하여, 우리 면역체계를 단련하고 우리 내장의 발생과정을 안내하며 게다가 우리의 기분과 행동을 조절하는 데에도 관여한다.” (<사이언스> 뉴스 보도)


인간은 최소 400만 년 전에 침팬지·보노보와는 다른 갈래로 분기해 진화해왔으며 1500만 년 전엔 훨씬 더 먼 종인 오랑우탕과 서로 다른 진화의 길로 갈라졌다.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를 보면, 이번 장내 미생물의 계통 분석에선 미국 코넥티컷 사람과 아프리카 사람의 장내 미생물에도 차이가 나타났으며, 비교 대상이 된 두 미생물 간의 유전 형질은 170만 년 전에 서로 갈라져 진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언스> 뉴스는, 산업국가에 사는 사람에 있는 장내 미생물의 전반적 종다양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식생활 변화와 항생제 사용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의 유전자 계통 분화를 연구함으로써 아주 먼 과거에 있었던 인류의 집단이주나 더 먼 과거의 종 분화를 추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또한 장내 미생물의 유전형질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나타나는 외부 환경 요인의 작용에 의해서도 달라지겠지만, ‘종 분화’라는 매우 긴 과정에서 숙주 종의 분화와 더불어 함께 변화할 수 있음을 염기서열 계통 분석이라는 방법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더 흥미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논문 초록

사람의 내장에 집단을 이루어 사는 박테리아 계통들의 진화론적 기원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은 지배적인 박테리아 분류군(taxa)이 과거 1500만 년에 걸쳐 인간,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와 함께 공분화(cospeciation)를 통해 생성되어 왔음을 제시한다. 호미니드 장내 미생물군 전체(microbiomes)에 나타나는 형질 기준의 박테리아 다양성을 분석해보니, 박테리오데스과(Bacteroidaceae)와 비피도박테리움과(Bifidobacteriaceae)의 계통군(clades)이 숙주 종의 수만 세대를 거치면서 숙주 종 계통 내에서 배타적으로 유지되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숙주 종의 분화와 함께한) 종의 공분화를 이뤄온(cospeciating) 장내 박테리아들의 분기 시간(divergence times)은 호미니드의 분기 시간과 맞아떨어지는데(congruent), 이는 핵, 미토콘드리아, 장내 박테리아 유전체가 호미니드의 진화 동안에 서로 어울리면서 분화했음(diversified)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는 인간과 아프리카 유인원과 더불어 같은 시기에 종분화를 이루며 원시 공생자의 후손으로 남은 장내 박테리아들을 식별해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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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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