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달에 ‘유전자 가위’ 첫 임상시험 개시

암 환자 면역세포를 유전자 편집해 면역 반응력 높여

‘과도한 자가면역 반응’ 부작용 여부가 주요한 관심사


Human_T_Cell2.jpg » 유전자를 손쉽게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등장으로, 생물학과 의학 연구실에서 유전자를 다루는 다양한 연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림은 유전자 가위의 임상시험으로서, 암 환자 면역치료에 쓸 면역세포(T세포)의 주사 전자현미경 영상. 출처/ Wikimedia Commons, 변형


국 연구자들이 다음달에 폐암 환자에 대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알려진 유전자 편집 기법을 이용한 면역치료 임상시험에 나서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미국에서 국립보건원(NIH) 자문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고서 연방식품의약국(FDA) 본심을 앞두고 있는 유전자 편집 기법의 암 환자 치료 임상시험이 올해 안에 시행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참조]

‘유전자 가위’ 등장 3년반, 생물·의학은 격동중

 http://scienceon.hani.co.kr/416242


과학저널 <네이처>는 21일 중국 과학자들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의 유전자 편집 기법으로 변형한 면역세포를 폐암 환자들에게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다음달에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 임상시험은 중국 쓰촨대학교 부속병원의 종양학자 유루(Lu You)가 이끄는데, 지난 반 년 동안 임상시험 심사를 받았으며 지난달 초 병원의 기관윤리심사를 마쳤다고 <네이처> 뉴스는 보도했다.


‘유전자 가위’ 임상시험의 방식은 면역세포를 이용한다는 미국 필라델피아대학교 연구진이 추진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보도를 보면, 임상시험은 먼저 암 환자들에서 추출한 면역세포(T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 암세포 공격 능력을 높인 다음에 우량한 면역세포를 골라내어 배양한 뒤 환자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편집 기법은 면역세포에서 공격력을 늦추는 데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단백질, PD-1)을 잘라 그 기능을 없애는 데 쓰인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은 표적 유전자를 절단하는 데에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표적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를 자르는 문제(‘오프 타겟[off-target]의 문제’)도 있기에, 연구진은 유전자 편집 된 면역세포들에서 정확히 표적 유전자 기능만이 제거한 것들을 골라 그 수를 늘린 다음에 이를 암 환자 몸에 주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임상시험의 관건은 부작용 가능성이다. 공격 능력이 향상된 면역세포가 환자 몸에서 지나친 자가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엔 유전자 편집 면역세포가 환자의 장기나 다른 조직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네이처> 뉴스에서, 과도한 자가면역 반응의 부작용이 가장 큰 우려라고 밝히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유전자 편집을 적용할 면역세포들을 암 환자의 종양에서 추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암세포 공격에 특화된 종양 내 면역세포를 사용한다면 다른 정상 세포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국 연구진은 약물치료, 방사선치료 등 다른 치료법에 모두 실패한 폐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1단계 임상시험은 주로 치료술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한편,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저명한 생명윤리학자인 일본 홋카이도대학교의 이시이 테츠야 교수는 <네이처> 뉴스에서, 중국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매우 빠르게 나아가고 있으며,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실험이나 유전자 편집으로 만든 원숭이 발표에 이어 다시 암 환자 치료 임상시험에서도 세계 최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참조: 용어해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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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바이러스 공격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따와 만든 유전공학 기법입니다.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일은 박테리아의 생존에 중대한 문제이고, 그래서 박테리아는 잘 짜인 면역체계를 진화 과정에서 발전시켜왔습니다. 전에 침입한 적 있는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 일부를 자신의 디엔에이 염기서열에다 기록해두는 거죠. 마침 그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이미 갖고 있는 염기서열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러스를 곧바로 식별합니다. 뒤이어 박테리아 안에선 이렇게 식별된 외부 침입자의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공격이 이뤄집니다. 이처럼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그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것이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기본 구성이지요. 박테리아의 이런 독특한 면역 시스템을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라 부릅니다.

2013 년 과학자들은 이런 기본 모형을 이용해 박테리아 안이 아니라 다른 생물 세포에서도 작동하는 크리스퍼/카스9을 개발했습니다. 당시 한국 연구진도 이런 발견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표적으로 삼은 유전자의 염기서열 정보를 기록해둔 ‘안내자 아르엔에이(RNA)’라는 분자와 △찾아낸 표적 염기서열을 절단하는 분해효소 ‘카스9’ 분자, 이렇게 둘을 결합한 ‘유전자 가위’ 복합체를 만든 거죠. 이제 안내자 아르엔에이를 잘 설계해 카스9에다 붙이면 이 복합체는 세포핵 안에서 절단하려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 결합하고 이어 그곳을 절단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거나 증강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잘라낸 유전자 염기서열 부분을 미리 준비해둔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해 유전자 기능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유전자 편집 기법을 써서 지식과 응용 분야를 넓히려는 여러 연구가 세계 각지의 연구실에서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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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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