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우주’ 뇌 연구의 길잡이, 더욱 세밀한 뇌 구획지도 작성

인간 대뇌피질 180개 영역 세분화 구획지도 제작…97곳 새로 구분

기계학습기법과 반자동 신경해부학의 방법 이용해, 뇌 영역 식별해


00brainmap1.jpg » 지금까지 나온 뇌 영역 지도 중에서 가장 상세하게 제작된 인간 뇌 대뇌피질의 영역별 구획 지도. 출처/워싱턴대학교 의대, Matthew Glasser and Eric Young


람의 행동과 정신을 이해하려면, 1.5킬로그램 안팎 무게의 회백색 물질인 뇌를 이해해야 한다. 인간 뇌를 이해하려는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뇌의 형상과 기능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뇌 지도를 제작하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지난 2013년엔 건강하게 살다 숨진 예순다섯 살 여자의 뇌를 정밀하게 해부해 작성한 “최고 해상도의 3차원 뇌 지도”가 제작돼 발표됐다. 독일·캐나다 연구진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 3차원 뇌 지도는 뇌의 구석구석 지형을 자세하게 보여주어 뇌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번엔 국제 공동연구진이 젊은 성인 210명의 뇌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삼고 뇌 영역별로 차이를 보이는 여러 특성들을 기준으로 삼아, 인간 대뇌피질을 구획된 영역으로 매우 자세하게 나눈 뇌 지도를 작성해 발표했다. 이전에도 이런 뇌 영역 지도는 있었지만 이번 뇌 지도가 현재까지 나온 것 중에서 가장 정밀하게 자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의 공동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 뇌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구획한 뇌 지도를 작성했으며 여기에는 이전에 분명하게 구획되지 않던 97개의 새로운 영역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뉴스에서 지도의 구획을 나라의 국경 구획에 비유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도에서 각 영역은 저마다 비슷한 구조, 기능, 연결성을 지닌 신경세포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영역들은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른 나라들이 잘 확정된 경계를 지니며 저마다 독특한 문화를 지니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 연구의 책임을 맡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반 에센은 말한다. (네이처 뉴스에서)

[ https://youtu.be/UHDfvfYCY0U ]


영역을 구획하는 경계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연구진은 구획 지도 작성에서 피질 두께, 뇌 기능, 영역 간 연결성, 뇌세포들이 조직화한 형상(topography), 신경섬유를 감싼 일종의 피복물질인 미엘린(myelin)의 함량 등 정보를 사용했으며 영역들마다 이런 특성들 중 2개 이상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는 곳을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했다. 구획의 경계는 곧 이런 특성의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나는 지점들을 이은 것이다. 다음은 뇌 기능, 세포 무리 형상, 연결성이 서로 다른 두 영역 간의 ‘경계’를 설명하는 연구진의 비유이다. 


연구자는 (피질 두께, 뇌 기능, 연결성, 형상 같은 특성들 중에) 2개 이상의 특성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나는 영역을 대되피질에서 찾았으며 이를 이용해 지도에서 경계를 그렸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만일 여러분이 대뇌피질을 따라서 기어간다면, 어떤 지점에서 특성들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곳, 독립적인 특성 여러 가지가 함께 변화하는 곳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네이처 뉴스에서)


이번 뇌 구획 지도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일종인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영역들을 식별했으며 반자동 신경해부학의 기법을 사용해 지도 작성을 자동화하고자 시도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연구성과이다. 이런 새로운 기법은 뇌 영역의 구획 지도가 앞으로 더욱 향상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또한 보여준다.


  논문 초록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인간의 대뇌피질을 이해하는 데에는 피질 영역(cortical areas)이라고 알려진, 주요 세분 영역의 지도(또는 분획[parcellation])가 필요하다. 정확한 뇌 영역 지도를 만드는 일은 한 세기 동안 이어진 신경과학의 목표였다.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CP)에서 나온 다중모드 자기공명영상(multi-modal magnetic resonance images)과 객관적인 반자동 신경해부학의 방법을 사용했다. 우리는 210명의 건강한 젊은 성인이라는 정확히 정렬된 그룹 평균에 나타나는 피질 구조, 기능, 연결성(connectivity), 그리고/또는 지형(topography)의 급격한 변동에 의해서 구획되는 뇌반구의 180개 영역의 구획선을 그렸다. 우리는 사망후 현미경 검사법 또는 다른 전문화한 특정 연구 기법들을 사용하여 97개의 새로운 영역과 이미 보고된 83개의 영역에 대한 특징 분석을 마쳤다. HCP의 새로운 연구 주제들에서, 그리고 미래 연구에서, 이 영역들에 대해 윤곽 그리기(delineation)와 식별(identification)을 자동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계학습 분류기(classifier)를 학습시켜 각 피질 영역마다 다른 다중모드 ‘지문’(multi-modal ‘fingerprint’)을 인식하도록 했다. 이 분류기는 새로운 연구주제들에서 피질 96.6%의 존재를 찾아내고 그룹 분획을 재현했으며, 비정형적인 분획을 지닌 개인들에서도 그 영역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공개된 분획 지도와 분류기는 인간 대뇌피질이 지닌 구조적, 기능적 조직화에 대한 연구, 그리고 개인마다 다른 차이(variation)와 발달과 노화, 질병에 나타나는 차이에 대한 연구에서 신경해부학적인 정밀성을 실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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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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