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투명망토’ 구현엔 “물리적 근본 한계 있다”

피하려는 빛 파장 작을수록 큰 물체 숨기기 어려워

“사람, 탱크 같은 큰 물체의 가시광선 은닉엔 한계”

“투명화 구현해도 ‘해리포터’ 아닌 ‘프레데터’ 정도”


00invisibilitycloak.jpg » <해리포터>의 투명망토. 출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는 영화의 상상.’

사람 몸처럼 큰 물체를 마치 없는 것처럼 투명하게 만드는 은닉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물리적 한계점이 있다는 이론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투명망토(invisibility cloak)’ 기술이란 은닉하고자 하는 물체를 어떤 물질로 덮거라 가리면 그 물체가 마이크로파, 적외선, 자외선, 가시광선 같은 전자기파 탐지에 포착되지 않도록 하는 은닉 기법을 말하는데, 망토에 해당하는 이른바 ‘메타물질(metamaterial)’을 개발하려는 연구개발이 그동안 계속되어 왔다.


투명망토는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빛의 굴절률을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는 이른바 ‘메타물질’을 이용해 구현하는데, 메타물질은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지 않고 휘돌아 가도록 하는 독특한 굴절률(음의 굴절률)을 지니기 때문에 메타물질에 가려진 물체는 빛(전자기파)에 의해 감지되지 않는다. 물체가 빛에 의해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이 물체 뒤편이 그대로 보인다. 메타물질은 지난 2000년 과학자들이 음의 굴절률을 갖는 인공물질을 만드는 데 처음 성공한 이래, 광학 분야에서는 회절 한계를 극복하는 ‘수퍼렌즈’나 숨기려는 물체를 투명하게 감추는 ‘투명 망토’를 구현하려는 노력과 시도들이 계속돼 왔다.[사이언스온, 2012. 11. 27]


예컨대 마이크로파를 쏘았을 때에 그 파의 산란을 억제함으로써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도록 할 수 있는데, 이를 ‘마이크로파 투명망토’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런 기술의 연구개발 흐름은 영화 <해리포터>를 통해 널리 알려진 투명망토라는 대중문화의 상상력과 결합해 널리 알려졌다.


런데 최근 미국 텍사스대학의 투명망토 연구진(연구책임 Andrea Alu)은 물체를 특정 파장의 탐지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있어도 여러 파장의 빛이 있을 때에 물체를 감추는 일에는 근본적인 물리학적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이론연구의 결과를 광학저널 <옵티카(Optica)>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그런 한계점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투명망토 기술은 주로 외부 동력을 쓰지 않는 메타물질의 은닉 효과를 연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연구진은 이처럼 외부 동력을 쓰지 않는 기술을 ‘수동형 망토(passive cloak)’ 기술로 명명했다. 이번 분석은 수동형 망토 기술에 관한 것이다.


연구진은 투명망토 기술을 이용해서 특정 파장에 대해 어떤 물체를 완전하게 감출 수는 있겠지만 서로 다른 파장을 지닌 빛에 대해 물체를 감주는 일은 물체가 커질수록 더욱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은닉의 대역과 크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통신안테나, 의료장치, 군사레이더처럼 실제 세계에 응용할 수 있는 투명망토 장치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평가분석 틀은 수동형 망토(passive cloak)의 성능이 (망토에 부딛히는) 입사파(incoming wave)의 파장과 비교해 은닉 대상 물체가 얼마나 큰지에 의해 주로 결정됨을 보여준다. 이런 분석 틀은 파장이 짧을수록 은닉 효과는 엄청나게 더 큰 난관에 처한다는 것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더 선명한 통신을 위해 상대적으로 넓은 대역의 전파(radio wave)에 탐지되지 않도록 중간 크기 안테나를 은닉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사람 몸이나 군 탱크와 같은 큰 물체가 전파보다 훨씬 더 짧은 가시광선 파에 탐지되지 않게 은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텍사스대학 보도자료]


연구진은 현재 연구개발되는 기법을 써서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도록, 즉 우리 눈에 보이지 않도록, 탱크나 비행기의 빛 산란을 억제해 그 물체를 투명화하는 게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에 투명망토에 관한 상상이 실제 과학의 진전을 너무 앞서나간 것이 걱정스러웠을까? 대학 보도자료는 사람이나 탱크를 숨길 수 있는 투명망토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연구진의 목소리를 인용해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투명망토 장치 연구를 위한 실용적인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지만, 이에 더해 이들이 제안한 분석 틀이 투명망토에 관해 커져온 일부의 오해(myths), 투명망토가 큰 물체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오해를 푸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물음은 이렇습니다. 사람 크기의 물체를 투명하게 만드는 수동형 망토를 만들 수 있을까? 수동형 물질로 어떤 물체를 은닉하고 그래서 그 물체가 어떠한 입사파(incoming wave)에 대해서, 또 어떠한 관측 지점에서도 마치 거기에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에는 엄중한 제약이 있다는 게 밝혀진 겁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말했다. [텍사스대학 보도자료]

[ https://youtu.be/KtgdoZFIFZs ]


<해리포터>에 나오는 ‘이상적인 투명망토’를 구현하는 데에는 물리학으로 볼 때에 근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몇몇 학술논문들로 발표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투명망토는 빛이 은닉하려는 물체를 우회해 물체 뒤편으로 계속 진행하게 함으로써 마치 물체가 없는 듯이 인식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가시광선에 투명한 망토가 만들어진다 해도 망토를 우회하는 빛과 직진하는 빛의 도착시간 차이 때문에 투명한 상이 일그러져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으며, 지난 3월 <피지컬 리뷰 A (Physical Review A)>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특정 관측자한테 투명하게 보인다 해도 움직이는 다른 관측자한테는 그 투명한 상이 일그러져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시됐다.


연구진은 “원리적으로 볼 때 모든 관측자들한테 보이지 않는 투명망토는 불가능함을 우리 논문이 밝힌 것”이라며 “진짜 투명망토는 허구의 세계에나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명망토가 설사 실용적 수준에서 [광대역의 빛을 피하는] 광대역일 수 있다 해도 그건 [해리포터의 완벽한 투명함보다는] <프레데터(Predator)>의 경우에 훨씬 더 가까울 것이고, 그래서 당신이 이동을 할 때에 은닉된 대상은 일그러진 상으로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해외매체 phys.org의 보도 참조]

[ https://youtu.be/luZklMqLgDs]


<해리포터>의 완벽한 투명망토를 만들기는 어렵다 해도, 이런 근본적 한계점을 찾아나가는 연구는 의미가 있다. 이번 논문의 연구진은 은닉하려는 물체 크기와 파장 대역의 한계를 수치로 보여주는 평가분석 틀을 개발함으로써 앞으로 연구자들이 투명망토 기법의 실용적인 응용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은 또한 수동형 투명망토 기법 외에 능동형(active)이나 비선형(nonlinear)의 메타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도 시도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최근 연구들를 보면, <해리포터>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하게 자신을 감추는 ‘이상적인’ 투명망토를 구현하는 데엔, 물리법칙으로 볼 때 적어도 현재의 연구개발 수준에서, 근본적인 한계점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영화적 상상력을 즐기는 이들한테 이게 무슨 대수일까? 영화를 즐기는 이들한테는 또 다르게 즐길 수 있는 더 큰 영화적 상상의 즐거움이 있을 테니까.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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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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