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함께 꿈꾸자” 과학기술인단체 ‘ESC’ 창립

18일 출범…‘합리적 사유문화 확산, 과학-사회 소통과 연대’ 강조

과학기술정책 연구, 청년과학기술인 문제, 크라우드펀딩 등 주목


00ESC2.jpg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의 창립 행사. 사진/ 오철우


“우리는 더 나은 과학과 더 나은 세상을 함께 추구합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유 방식과 자유로운 문화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이 권력집단이나 엘리트만의 소유가 아니라 시민의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적 과학기술 활동을 추진합니다.”
“우리는 과학기술을 통해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http://www.esckorea.org/ 에서]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민주적 참여와 과학과 사회의 소통, 시민사회와 연대를 강조하는 새로운 과학기술인 단체가 6월18일 창립했다. 과학기술인 10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충정로의 카페 ‘벙커1’에 모여 새로운 과학기술인 단체(사단법인)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의 첫 출발을 알리고 자축하는 모임을 열었다. 이 단체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이라는 의미의 영문(Engineers and Scientists for Change)을 줄여 “이에스시(ESC)”라는 약칭을 사용한다.


00ESC7.jpg » ESC 창립 대회의 이모저모 풍경들. 사진/ ESC 단체 대표를 맡은 윤태웅 고려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는 이날 ‘과학기술의 합리적인 사유 방식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연대해 한국 사회 문제 해결에 과학기술인도 동참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이 시민의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과학기술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단체 창립의 의미를 밝혔다. 이 단체 창립의 구상은 지난해 일부 인사들의 자유로운 논의에서 싹튼 이후에 페이스북과 오프라인 모임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이 참여해 논의를 거듭하면서 이날 사단법인 단체 출범으로 실현되었다. 최근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으며 곧 등기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구체적인 활동의 청사진은 앞으로 5개 분과 위원회에서 마련될 예정이라고 한다. ESC는 현재 분과 위원회로 △과학기술정책 위원회(위원장 황승식 인하대 교수) △청년과학기술인 위원회(박대인 카이스트 대학원생) △과학문화 위원회(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크라우드펀딩 위원회(한재권 한양대 교수) △해외한인과학기술인 위원회(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학 교수)를 두고 있으며, 분과별로 향후 활동 방향과 내용에 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표는 “오는 8월께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활동 계획들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SC의 준비 과정에서 창립 회원으로는 109명의 과학자, 공학자, 대학원생, 교사, 저술가, 문화예술인, 시민들이 참여했다. 단체 운영은 앞으로 회원들의 회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재 임시로 문을 연 ESC의 인터넷 홈페이지(www.esckorea.org)는 7월 이후에 정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과학자, 공학자들의 단체들은 이미 몇몇이 있다. ESC는 어떤 차별성을 지닐까? 윤 대표는 그런 차별성으로, 과학자/공학자의 주류 목소리만을 담지 않고 주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활동,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필요할 때엔 연대하는 활동, 과학기술을 시민의 공공재로 쓰는 활동 등을 꼽았다. 이날 창립식에 참석한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사단법인 더불어숲 이사장)는 축사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두 바퀴”로서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창립 모임에는 과학기술 연구와 교육 현장에 있는 다양한 직종의 연구자, 학생들이 다수 참석했으며 예술인, 인문사회학자, 출판인, 언론인을 비롯해 다양한 직종의 사람도 상당수로 참석했다.


사단법인으로서 단체의 형식을 갖춘 새로운 과학기술인 단체가 이제 그 ‘변화의 꿈’을 어떤 내용으로 차근차근 채워나갈지가 이 단체의 출범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한테 관심사로 떠오른다.



  일문일답: 윤태웅 ESC 대표 (전화통화 메모)00ESC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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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과학기술 단체들이 있었고 있습니다. 새로운 단체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참여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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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단체들 제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기존 단체들은 너무 ‘중심’에 있는 목소리만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과학기술 사회의 주류적인 목소리만을 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ESC 단체에 반영되길 바랍니다. 과학기술자가 주도하는 모임이지만 과학기술자 단체가 아니라 과학기술인 단체라고 일부러 부르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과학자, 공학자뿐 아니라 과학기술학자, 저술가, 문화예술인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중심에 계신 분들이 활동하는 단체와는 다를 것이고 과학기술인의 다양한 목소리, 변방의 목소리도 담는 단체가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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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활동의 지향점이 추상적인 듯합니다. 변화가 무엇을 향한 변화인지도 아직 모호하고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로 성장하길 바라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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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과학기술자를 국회에 보내자는 어느 과학기술자 단체의 활동을 본 적이 있는데, 선의에서 비롯한 활동일지는 몰라도 이익단체처럼 비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이런 목소리가 폭넓은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담은 것일까 하는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미리 그려놓고서 시작하는 게 아니기에, ESC에서는 [다양하고 폭넓은 목소리를 담는] 그런 고민부터 함께하는 모임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분과 위원회별로 어떤 활동을 할지, 그런 활동에 예산이 얼마나 들지를 논의하고, 다시 우리의 현실적인 적정 예산 규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 계획을 수정하고, 그러면서 앞으로 활동할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8월에 (1박2일로) 집행위원회 워크숍를 여는데, 거기에서 구체적인 활동 계획들이 발표되고 논의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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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생각하시는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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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례만을 참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걸맞은 [문과/이과의 벽을 넘어서는] 과학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모색하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이 엘리트 집단의 소유물이 아니기에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활동도 펼쳐나갈 생각입니다. 그런 활동 중 하나가 크라우드 펀딩입니다. 사회적인 의미는 있지만 기업이나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 연구 과제를 시민의 지원을 받아서 할 수 있다는 거죠. 국가와 기업이 지원하는 과제라 해도 시민이 직접 지원하는 연구 활동이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올해에 한두 건 정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과학기술자만의 폐쇄적인 모임이어서는 안 되기에 시민사회와 연대하는 것도 고민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참여자들을 우리 단체 안에서 더 넓혀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얘기들은 구체적인 게 아니어서 앞으로 논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특히 청년과학기술인 문제에도 관심을 돌려 이공계 대학원생의 산재 보험 가입 문제를 비롯해 여러 문제들을 다뤄볼 생각입니다.”


  자료/ ESC 홈페이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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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와 함께하시지요.

더 나은 세상과 더 나은 과학을 함께 추구하는 과학기술인들이 여기 모였습니다. 법인의 이름은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인데, 영문 이름인 ‘Engineers & Scientists for Change’의 첫 글자를 따서 ESC라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상식이 잘 통하지 않고 과학기술은 단지 경제성장의 도구로만 여겨지는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리라는 의지도 담았습니다.
 
과학기술과 수학은 이공계 전문가들에게만 필요한 소양이 아닙니다. 권위에 맹종하지 않는 자유로운 시민의 핵심 교양(Liberal Arts)이기도 합니다. 반증 가능성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 태도와 정량적 사고, 합리적 소통을 통해 발휘되는 집단지성 등, 과학은 문화로서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데 꼭 필요한 토대라 할 수 있습니다. ESC는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유방식과 문화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SC는 과학기술이 권력집단이나 엘리트만의 소유가 아니라 시민의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적 과학기술 활동을 추진할 것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민이 원하는 연구 과제를 시민이 직접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현해볼 생각입니다. 과학 활동을 손수 체험(Doing science)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참여형 과학기술 프로그램도 기획해볼 예정입니다.
 
지구 한편에선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고민하며 미래를 모색하려 하는데, 한국사회엔 대비책이 별로 없는 게 현실입니다. ESC는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과학기술정책을 제안하고, 청년과학기술인의 연구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이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미래세대의 주역으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ESC가 내딛는 발걸음이 잘 닦인 길을 걷는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더불어 함께 가다 보면 길은 생길 것입니다. 과학기술자, 과학기술에 관해 고민하는 과학기술학자와 저술가, 과학기술 관련 교사와 문화·예술·언론인,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는 시민의 집단지성을 저는 믿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고맙습니다. [윤태웅·ESC 대표]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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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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