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공개접근 확산…유럽 “2020년까지 시행”

영국·미국에 이어 유럽연합 위원회서 합의안 채택

구체 일정 제시 없지만 ‘뚜렷한 흐름’ 자리 잡은듯


00OA_UNESCO.jpg » 2012년 유네스코가 펴낸 <공개접근의 발전과 촉진을 위한 정책 안내서>에 실린 표지 그림. 출처/ UNESCO http://www.unesco.org/new/en/communication-and-information/resources/publications-and-communication-materials/publications/full-list/policy-guidelines-for-the-development-and-promotion-of-open-access/


적 기금이 들어간 과학/기술 연구의 결과물은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자는 ‘지식의 공개접근’ 운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확산하고 있다. 영국·미국의 공식 정책 시행에 이어,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최근 2020년까지 유럽에서 나오는 모든 과학 출판물(논문, 데이터)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하자는 정책 합의안을 결의해 발표했다.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나 일정은 발표문에 담기지 않았지만, 이런 결정안은 지식의 공개접근(open access) 또는 열린 과학(open science)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뚜렷한 흐름임을 다시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유럽연합은 지난 5월 2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경쟁력 회의(Competitiveness Council)’의 결과를 담은 언론 발표문을 내어, “유럽의 모든 과학 논문은 2020년까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며 “유럽은 2020년까지 공개접근 실현을 위해 분명한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과학논문의 공개접근 정책 시행 계획은 유럽을 연구개발 중심지로 만들고자 하는 ‘연구·혁신 지평선 2020(Horizon 2020)’ 구상에 주요한 일부로 포함됐다. 다음은 발표문의 주요 내용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지식의 자유로운 공유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산더 데커(Sander Dekker) 장관이 주재한 회의에서, 연구와 혁신을 담당하는 유럽연합 회원국 장관들은 이런 중요한 계획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데커 장관은 이런 야심적인 계획이 연구성과의 파급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처로 분명한 동의를 얻은 데 대해 만족했다. 그는 ‘연구와 혁신은 경제 성장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사회가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곧 더 강한 유럽을 뜻한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유럽은 연구자들과 벤처기업인들한테 정착할 만한, 기업들한테 투자할 만한, 될수록 그런 매력적인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식은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 공개접근에 관해 얘기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우리는 이번 합의안을 가지고서 그것을 실제로 성취하고자 나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개접근

 공개접근은 공적 기금이나 공·사적 기금의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에 관한 과학 출판물이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공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는 그러하지 못하다. 공적 기금 지원 연구의 결과물은 현재 대학교와 연구기관들 바깥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공개되어 있지 못하다. 이로 인해, 교사, 의사, 기업인들은 자신의 직무와 크게 관련 있는 최신 과학적 통찰들에 접근할 수가 없다. 대학교들이 출판물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비싼 구독료를 출판사들에 지불해야 한다.


연구 데이터의 재활용

 2020년부터 공공 기금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에 관한 모든 과학 출판물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과학 데이터를 최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적재산권이나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문제와 같은 충분한 다른 이유들이 있지 않는 한, 연구 데이터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정책 시행 결정이 매우 혁신적인 데 비해, 불과 4년 만이 남은 2020년까지 회원국에서 일제히 공개접근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보도를 보면, 4년 내에 과학/기술 출판물의 공개접근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구체 방안이나 과정, 절차는 이날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 회원국 전반에서 공재접근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라 해도, 그것을 4년 뒤인 2020년까지 구현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목표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개접근 공공학술운동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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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연구의 결과물인 출판물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하자는 ‘공개접근(OA)’의 공공학술운동은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온라인에 기반을 둔 공개접근 학술저널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더불어 주창되었다. 공개접근 운동에는, 과학/기술의 지체나 불필요한 연구를 막고 자유로운 진보를 위해 연구 결과물의 제한 없는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공적 연구비의 제공자인 납세자가 연구결과물을 보기 위해 또다시 비싼 구독료를 내야 하는 모순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이 그 주된 배경을 이루었다.


00OA_symbol2.jpg » 지식과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강조하는 공개접근 운동의 상징 문안. 출처/ Wikimedia Commons 초기에 과학기술 출판물의 공개접근은 온라인 학술저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졌다. 연구자는 논문의 동료심사와 출판 비용을 내고서 온라인 학술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 구독자는 그 논문을 곧바로 무료로 읽을 수 있었다. 이후에 종이 학술저널 출판사도 포괄하는 새로운 시스템들이 모색되었다. 예컨대, 기존 출판사의 주요 수익원인 논문 구독료를 논문 저자들이나 연구기관이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종이 출판사들에 실리는 과학/기술 논문도 ‘출판과 동시에’ 또는 ‘출판 뒤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무료로 공개하는 정책들이 최근 들어 점차 자리를 잡아 왔다.


지난 2013년 2월엔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연방의 공적 자금 지원을 받은 연구의 결과인 출판물에 대해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개접근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미국 의회는 2010년 무렵부터 공개접근 정책을 두고서 저자, 독자, 도서관, 정부, 연구기관 등의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청문회까지 열었다고 한다. 백악관 내 과학기설정책청(OSTP)은 현재 연방 기금 지원을 받은 과학 출판물의 공공접근(public access)을 확대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시행하고 있는데, 최근인 4월 29일의 논의 결과도 과학기술정책청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앞서 2012년 7월 영국 정부도 납세자의 세금으로 이뤄진 연구개발 성과의 학술 논문을 누구나 읽을 수 있게 공개하기로 하고 2014년부터 논문 출판 처리 비용(APC, article proccessing charge)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 결정은 정부가 민간 전문가들한테 의뢰해 작성된 이른바 ‘핀치 보고서(Finch Report)’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이뤄졌다. 영국 정부는 이 정책을 시행하면서 정책 개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과학기술 출판물의 공개접근 정책은 논문 저자와 논문 독자뿐 아니라 동료심사와 출판편집 작업을 수행하는 출판사(출판인), 그리고 학술지를 대량 구독하는 연구기관이나 도서관도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참여하기에, 저자와 독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견해도 반영하는 협의의 과정을 거쳐 시행된다. 온라인 매체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인쇄매체가 도전과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듯이, 온라인 학술저널과 공개접근 저널의 확산으로 종이 학술저널 출판사들도 전에 없던 도전과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학술저널 출판계에서 논문의 발표, 유통, 공유의 방식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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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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