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의 "뇌영상과 정신의학"

현직 정신과 의사인 필자가 최근 뇌영상과 정신의학 연구의 성과를 아우르며 뇌영상에 바탕을 둔 정신질환 해설에 나선다. 정신질환에 대해 여전히 큰 편견과 오해를 풀어주고자 한다.

‘창조성 원천’ 공감각을 후천적으로 얻은 사람들

[27] 후천적 공감각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00synesthesia0.jpg » '시간 공감각'을 지닌 사진작가로 알려진 마샤 스밀랙(Marcia Smilack)의 작품, ‘주말이 평일보다 크다’. 출처/Wikimedia Commons


는 외국 노래를 즐겨 듣지 않는다. 노래 가사를 중요하게 여기기에 의미 파악이 어려운 외국어로 된 노래와 친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어느 외국 노래에 신기하게 꽂힌 적이 있다. 계기는 영화 <슈퍼배드2 (원제: Despicable Me 2)>에서 전직 악당 ‘그루’의 행복한 일상을 그리는 장면 뒤로 흘러나오던 노래였다. 해피, 해피 하는 부분 말고는 의미를 당최 알 수 없었지만 그 노래는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대체 무슨 노래지? 누가 부른 거지?


궁금증은 바로 풀어야 하는 법! 영화가 끝난 뒤 여기저기 검색을 해봤다. 노래는 <해피(Happy)>란 곡이었고, 부른 사람은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ams)라는 가수였다. 퍼렐 윌리엄스? 누구지? 추가로 검색을 하면서 이런 엄청난 가수의 존재를 그동안 모르고 지냈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어졌다. 더욱이 그는 노래뿐 아니라 작곡, 연주, 제작 등 음악의 여러 분야에 능했고, 의복 및 장신구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입이 쩍 벌어졌다.


[ 행복한 그루의 일상을 그리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던 흥겨운 선율의 노래, https://youtu.be/Mdr8vI37MvY ]


나는 <사이언스온>에 글을 쓰는 활동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버거운데, 퍼렐 윌리엄스는 어쩌면 이렇게 다재다능한 것일까? 궁금해 하던 중 그가 공감각자이고, 공감각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1] 어쩐지 그의 세 번째 음반 제목이 <소리를 보기(Seeing Sounds)>이더라니. 문득 창조성의 원천이 되고 있는 그의 공감각이 부러워졌다. 아쉽게도 나는 그런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천적 공감각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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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은 흔히 선천적인 것으로 여겨지는데, 생물학적 요소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공감각자의 40퍼센트(%) 정도에서 부모나 형제가 공감각자이거나,[2] 2, 5, 6, 12번 염색체가 부분적으로 공감각과 연관되어 있다.[3] 또한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진 색-자소 공감각(문자나 숫자가 특정 색으로 인식되는 공감각)의 발현에 신경학적 기전이 관여한다.[4] 이렇게 공감각은 타고 태어나는 것이기에 고정된 특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00synesthesia1.jpg » 색-자소 공감각자 어린이(JC)와 일반 어린이(EF)의 처음(time 1)과 1년 뒤(time 2)의 컴퓨터 게임 결과. 공감각자 어린이의 색 선택 결과에서 일관성이 나타난다. 출처/각주[6]


지만 색-자소 공감각의 발달 양상을 추적 관찰한 영국의 줄리아 심너(Julia Simner)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감각은 불변의 존재가 아니다.[5] 연구진은 6-7세의 어린이 615명에게 알파벳과 숫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고르는 컴퓨터 게임을 하게 했다. 36개의 짝이 완성되면 연구진은 이를 곧바로 흩트린 뒤에 어린이에게 다시 색-자소 짝을 맞추도록 요구했다. 자신이 처음 맞췄던 색-자소 짝을 잘 재현해낸, 즉 높은 점수를 받은 어린이는 1년 뒤에 다시 한 번 비슷한 과정으로 게임에 참여했다. 게임은 사실 공감각의 특징 중 하나인 일관성(consistency)을 확인한 것이었는데, 8명의 어린이가 색-자소 공감각자로 드러났다.


00synesthesia2.jpg » 첫 시험 결과에 따라 나뉜 세 집단(공감각자 집단, 기억력이 좋은 집단, 기억력이 평범한 집단)이 보여주는 색을 선택하는 경향의 변화 양상. 색-자소 공감각자 어린이가 7-8세 일 때 48퍼센트(%)로 나타난 일관성은, 3년 뒤 71퍼센트(%)까지 상승한다. 출처/각주[5] 다시 3년 뒤 비슷한 과정을 밟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8명의 색-자소 공감각자 어린이 중 5명만이 일관성 시험을 통과했다. 또한 이전의 시험에서 공감각자는 아니지만 기억력이 좋은 집단으로 분류되었던 어린이 중 1명이 새롭게 공감각자로 분류되었다. 아울러 공감각자 어린이가 선택하는 색이 변하는 경우도 관찰되었다. 이런 경향은 어릴 때 더 두드러졌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차 고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에 걸친 심너 교수의 연구를 통해 공감각이 변할 수 있는 것임이 알려졌다. 없던 공감각이 뒤늦게 나타날 수도 있고, 원래 있던 공감각이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공감각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양상 역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나이가 듦에 따라 점차 감소하면서 고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동에 국한된 결과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후천적 공감각자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면, 공감각이 없는 나 같은 사람도 공감각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머리 다친 뒤 수학을 보는 공감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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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적 공감각자를 찾아 먼저 미국 워싱턴 주에 살고 있는 제이슨 패짓(Jason Padgett)이란 남성을 만나보자.[7] 중고교 시절 수학과는 담을 쌓았고, 지역 전문대학(커뮤니티 칼리지) 중퇴의 학력 소유자였던 패짓은 31세에 갑자기 주변의 사물에서 기하학 형태와 수학 공식이 보이는 공감각을 갖게 되었다. 맥가이버 머리, 가슴까지 풀어헤친 가죽 조끼, 쫙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빨간 스포츠카를 몰면서 파티 참석을 즐기던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작스런 변화의 계기는 2002년 9월 13일 늦은 밤에 일어난 사고였다. 그는 노래방에서 나오다가 99달러짜리 가죽 점퍼를 빼앗으려는 강도를 만나 거칠게 공격 당했다. 머리 뒤쪽을 강하게 가격 당한 뒤 밝은 섬광이 지나가는 것을 본 그는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다행히 그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응급실에서 그를 살펴본 의사는 뇌진탕과 신장 손상이 의심되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면서 그를 집에 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패짓이 화장실에서 수도꼭지를 틀자 물줄기에서 수많은 선들이 수직으로 뻗어 나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너무 아름다운 광경에 그는 한참 서서 물줄기를 응시했다. 화장실에서 일어난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주변에서 흔히 보던 것들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고, 모두 선과 각으로 이뤄진 일종의 화소(pixel) 형태로 보였다. 한 예로 동그라미는 더 이상 완벽한 원의 형태가 아니라 무수한 선이 중첩된 것으로 다가왔고, 그는 이를 통해 원주율의 개념을 깨닫게 되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눈에 새롭게 비친 광경을 연필, 자, 컴퍼스만 이용해 그리기 시작했다.


[ 제이슨 패짓이 '파이, 3.14(Pi, 3.14)'를 그리는 동영상, https://youtu.be/uHqRTtnU8Wg ]


하지만 패짓은 정식으로 수학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자신이 그린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그는 지역 전문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 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사물에서 보이는 수학적 내용을 더 복잡하고 정교한 형태로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프랙탈(fractal;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로 표현된 기하학 형태들은 어엿하게 예술 작품 대접을 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00synesthesia3.jpg » 제이슨 패짓이 hf=MC2을 기하학 형태로 표현한 그림은 전자 간섭(electron interference) 형태와 유사하다. 그의 다른 그림들은http://fineartamerica.com/profiles/jason-padgett.html에서 살펴볼 수 있다. 출처/각주[8], 변형. 여러 연구자들이 수학을 보는 공감각에 관심을 보였다. 영화 <레인 맨(Rain Man)>의 실제 주인공을 연구했던 미국의 대럴드 트레퍼드(Darold Treffert) 교수는 패짓을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한편 미국의 베릿 브로가드(Berit Brogaard) 교수는 핀란드 연구진과 함께 패짓의 뇌영상에 관한 연구를 시행했다. 과연 후천적으로 생겨난 공감각에 관한 비밀이 풀렸을까?


로가드 교수의 “수학을 보기(Seeing mathematics)”라는 제목의 논문[8]을 한 번 살펴보자. 연구진은 패짓에게 기하학 형태를 유발하는 수식과 그렇지 않은 수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패짓이 두 종류의 수식을 보는 동안 연구진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를 이용해 그의 뇌 반응을 살폈다. 실험 결과 패짓이 숫자와 문자로 이뤄진 수식을 기하학 형태로 시각화할 때 좌측 반구(left hemisphere)의 전두, 측두, 두정 피질에서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정 피질의 일부 기능이 수학과 감각 정보의 통합인 것을 고려하면 이 영역이 활성화하면서 패짓이 수학을 보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두 피질, 측두 피질 역시 활성화했기에 두정 피질만을 후천적 공감각의 원천이라 부를 수는 없다. 대신 브로가드 교수는 뇌를 다치면서 세포가 죽을 때 분출된 세로토닌(serotonin)이나 글루타메이트(glutamate)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뇌에 이차적인 변화를 일으켜 공감각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9]


00synesthesia4.jpg » 패짓이 수식에서 공감각을 경험할 때 뇌의 좌측 반구에서 활성화가 일어난다. 출처/각주[8],변형

 

후천적 공감각의 비밀이 조금 풀린 듯한데, 어쩐지 이 방법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패짓이 공감각자가 된 계기가 강도들에게 머리를 맞은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머리를 다치면 여러 의학적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패짓의 경우 다행히 뇌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심리적으로는 우울증, 강박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며 사고 후 약 3년 동안 두문불출 하는 생활을 했다. 후천적 공감각자가 되기 위해 매운 드문 예인 제이슨 패짓만 보고 뇌에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것은 너무 무모해 보인다.



‘위험한 유혹’, 환각물질로 소리를 보는 공감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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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 오스카 재니거(Oscar Janiger)는 유럽에서 개발된 한 합성물질의 임상적 효과를 살피는 연구를 시작했다.[10] 그는 평소 실험실이나 병원에서 이뤄지는 연구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여겼기에 가정집을 빌려 참가자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려 노력했다. 연구 초창기에 한 예술가는 이 합성물질을 복용한 뒤 자신의 그림 형태가 크게 바뀌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재니거에게 더 많은 예술가들을 연구에 초청하도록 권유했다. 재니거는 많은 예술가, 작가, 음악가들을 모아 이 합성물질과 창조성 사이의 관련성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다.


합성물질은 1938년 스위스의 화학자 알버트 호프만(Albert Hofmann)이 처음으로 합성한 엘에스디(LSD; Lysergic acid diethyamide)였다. 그는 자신의 합성물질로 심폐 기능의 회복을 돕는 약을 개발하려 했으나 이후 큰 진척이 없었다. 5년 뒤인 1943년 4월 16일 그는 실험 도중 ‘우연히’ 엘에스디를 흡입한 뒤 꿈을 꾸는 듯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훗날 그는 동료에게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치 꿈 같은 상태에서 눈을 감고(낮의 햇빛이 불쾌할 정도로 너무 밝아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환상적인 그림과 강렬하고 변화무쌍한 색채로 뒤덮인 특이한 형상을 경험했다.”[11]


호프만은 3일 뒤 ‘의도적으로’ 엘에스디 0.25밀리그램(mg)을 복용하는 자가 임상 실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역사상 처음으로 애시드 트립(acid trip; 엘에스디에 의한 환각 체험)을 경험한 사람이 되었다(일부 환각제 옹호론자들은 이런 이유로 4월 19일을 ‘자전거의 날(Bicycle Day)’로 기념한다).


00synesthesia5.jpg » 엘에스디를 포함한 여러 화학 물질들이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공감각들. 세로축이 본래의 감각(inducer)을, 가로축이 이로 인해 유발된(concurrent) 감각을 의미하는데, 소리를 보는 공감각이 가장 흔하다(좌측 하단의 하얗고 큰 원). 출처/각주[13] 여러 차례의 임상 실험을 거쳐 엘에스디는 정신분석 시 사고의 연상을 돕는 약물로 시판되었다. 하지만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엘에스디는 사이키델릭(psychedelic; 환각을 일으키는) 목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또한 소리에서 색을 보는 것과 같은 공감각도 불러 일으켰기에 창조성을 갈구하는 예술가들 역시 열광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 그룹 <비틀즈(Beatles)>의 폴 매카트니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엘에스디는 나의 눈을 뜨게 했다. 우리는 단지 뇌의 십 분의 일만 사용하고 있다. 뇌의 잠자고 있는 곳을 살짝 건드렸을 때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 아마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의미할 것이다.”[12]


엘에스디는 어떻게 공감각을 일으키는 것일까? 영국의 데이비드 넛(David Nutt) 교수와 여러 나라 연구진이 참여해 2016년도에 발표한 뇌영상 연구[14]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소지 및 생산 모두 불법인 엘에스디가 사용된 이 연구는 승인을 받는 데에만 9개월이 걸렸다. 연구진은 2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엘에스디 75마이크로그램(μg)과 위약을 투여한 뒤 이들이 눈을 감고 누워 있을 때의 뇌 반응을 비교했다. 구체적으로 동맥스핀표지(arterial spin labeling; ASL),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뇌자도(MEG) 기술을 통해 뇌 혈류의 변화, 회로 사이의 기능적 연결성, 뇌파가 측정되었다.


리의 눈으로 들어온 정보는 뇌의 뒤쪽에 위치하는 시각 피질(visual cortex)에서 1차적으로 처리되는데, 엘에스디가 들어온 상태에서는 그 외 다른 영역들도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엘에스디로 인해 시각 피질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늘어나고, 뇌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시각 피질과 뇌의 여러 영역 사이에서 기능적 연결성(functional connectivity)이 증가하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이런 변화가 두드러질수록 실험 참가자는 환각을 더 경험하고, 다양한 형태의 영상(imagery)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00synesthesia6.jpg » 위약(위 그림)에 비해 엘에스디를 주입했을 때(아래 그림) 일차 시각 피질(V1)과 뇌의 여러 영역 사이의 휴지 상태 연결성(resting state functional connectivity; RSFC)이 증가한다. 출처/각주[14], 변형


평소 뇌에서는 하는 일에 따라 회로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눈으로 본 것을 처리하는 회로와 다른 감각을 처리하거나 집중력, 움직임 등을 다루는 회로가 다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뇌에 엘에스디가 들어오면 이런 회로들의 연결성이 증가하면서, 여러 자극이 합쳐지거나 여과되지 않은 채 꿈을 꾸는 듯한 비현실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감각의 연합이 특징인 공감각 역시 이런 기전으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나도 엘에스디를 복용하면 폴 메카트니처럼 공감각을 통해 창조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식상하지 않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씩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지 않아도 될까? 그러나 엘에스디가 유발한 공감각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일관성과 특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점이다.[15] 예를 들면 어제 노란색으로 보였던 ‘솔’ 음이 오늘은 파란색으로 보이거나 아예 시큼한 냄새가 나는 식으로 아예 다른 감각으로 바뀔 수 있다. 내가 일필휘지해서 글을 쓰지 않는 이상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공감각은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큰 문제는 엘에스디의 부작용에 있다. 엘에스디에 의한 환각 체험은 꼭 기분 좋은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이를 배드 트립(bad trip)이라 하는데, 무섭고 불쾌한 환각과 함께 절망감, 무력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미쳐간다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또한 엘에스디를 복용하고 한참 지난 뒤에 갑자기 환각을 다시 경험하는 플래시백(flashback)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환각 상태에서는 자해나 타해 혹은 사고의 위험성이 증가하므로 후천적 공감각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엘에스디를 복용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엘에스디는 법적 규제 대상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경고] 재차 강조하지만 후천적 공감각을 찾는 과정에서 언급한 것일 뿐, 엘에스디는 의학적으로 위험하고, 불법인 만큼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후천적 공감각의 비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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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공감각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녕 머리를 다치는 위험이나, 마약을 먹는 위험과 불법을 피할 다른 방법은 없다는 말인가? …… 

[곧 게재될 2부 글에서 이어집니다]



[주]


[1] http://www.oprahmag.co.za/health/body/pharrell-williams%E2%80%99s-extraordinary-gift

[2] Brang, D. and V.S. Ramachandran, Survival of the synesthesia gene: why do people hear colors and taste words? PLoS Biol, 2011. 9(11): p. e1001205.

[3] Asher, J.E., et al., A whole-genome scan and fine-mapping linkage study of auditory-visual synesthesia reveals evidence of linkage to chromosomes 2q24, 5q33, 6p12, and 12p12. Am J Hum Genet, 2009. 84(2): p. 279-85.

[4] http://scienceon.hani.co.kr/?mid=media&category=90222&page=2&document_srl=133809

[5] Simner, J. and A.E. Bain, A longitudinal study of grapheme-color synesthesia in childhood: 6/7 years to 10/11 years. Front Hum Neurosci, 2013. 7: p. 603.

[6] Simner, J., et al., Early detection of markers for synaesthesia in childhood populations. Brain, 2009. 132(Pt 1): p. 57-64.

[7] Padgett, J. and M.A. Seaberg, Struck by Genius: How a Brain Injury Made Me a Mathematical Marvel. 2014: Houghton Mifflin Harcourt.

[8] Brogaard, B., S. Vanni, and J. Silvanto, Seeing mathematics: perceptual experience and brain activity in acquired synesthesia. Neurocase, 2013. 19(6): p. 566-75.

[9] Brogaard, B., Serotonergic hyperactivity as a potential factor in developmental, acquired and drug-induced synesthesia. Front Hum Neurosci, 2013. 7: p. 657.

[10] de Rios, M.D. and O. Janiger, LSD, Spirituality, and the Creative Process: Based on the Groundbreaking Research of Oscar Janiger, M.D. 2003: Inner Traditions/Bear.

[11] Hofmann, A., LSD, My Problem Child: Reflections on Sacred Drugs, Mysticism, and Science. 2005: Multidisciplinary Assoc. for Psychedelic Studies.

[12] Badman, K., The Beatles: Off the Record. 2009: Omnibus Press.

[13] Luke, D.P. and D.B. Terhune, The induction of synaesthesia with chemical agents: a systematic review. Front Psychol, 2013. 4: p. 753.

[14] Carhart-Harris, R.L., et al., Neural correlates of the LSD experience revealed by multimodal neuroimaging. Proc Natl Acad Sci USA, 2016. 113(17): p. 4853-8.

[15] Terhune, D.B., et al., A placebo-controlled investigation of synaesthesia-like experiences under LSD. Neuropsychologia, 2016.


최강 의사, 르네스병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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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의사, 서울명병원 정신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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