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의 "남극의 과학자, 남극의 동물"

까치를 연구하던 젊은 동물행동학자가 우연한 기회에 찾아간 새로운 생태계 연구 현장인 남극. 극지연구소의 이원영 박사가 남극에서 겪은 연구자의 삶, 그리고 거기에서 경험한 다양한 동물과 자연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도구 쓰는 새, 사람얼굴 알아보는 새

[3] 새의 지능


00animal_intelligence0.jpg » 이솝우화 ‘까마귀와 물병’ 편의 장면을 그린 삽화. 목마른 까마귀가 물병에 작은 돌멩이들을 넣어 물이 차오르게 한 다음 물을 마시는 이야기가 나온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름이는 태어난 지 세 달도 되지 않아 가족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별하게 되었고, 우리집 막내로 입양되었습니다. 이제 다섯 살이 되었는데, 가족들 앞에서 재롱을 많이 피워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죠. 특히 귀가 밝아 멀리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귀가하시는 아버지를 알아채고는 가장 먼저 문 앞으로 달려갑니다. 기분이 좋을 땐 시끄럽게 소파 위를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가끔은 어렸을 적 헤어진 가족 생각을 하는지 슬픈 눈으로 한 동안 창밖의 하늘만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긴 한데 불행히도 말을 하지 못해서 직접 답을 듣진 못했습니다. 예, 맞습니다. 푸름이는 우리집 강아지입니다.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 함께 지낸 분들은 대부분 경험적으로 아시겠지만, 동물들도 나름의 사고체계를 지니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들은 훈련을 통해서 간단한 문장을 만들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죠. 침팬지는 사진을 찍는 것 같은 시각적 기억능력(Photographic memory)이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서, 한번 스치듯이 본 광경을 오래도록 잘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오래 전부터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여 ‘동물’과 구분짓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이 가진 특별함을 찾기 위해 인간 뇌에서 솔방울샘 혹은 송과선(Pineal gland)이라 불리는 작은 분비샘을 발견하고, “송과선은 인간의 뇌에만 있고 다른 동물에는 없기 때문에, 이곳에 영혼이 자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동물들에도(심지어 파충류에도) 송과선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생물학적으로 구분지어지는 동물과의 차이점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다가, 도리어 인간이 다른 동물과 생물학적으로 특별히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었죠.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 하빌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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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고생물학자인 리키 박사는 1959년 탄자니아 올두바이 계곡에서 주먹도끼 석기들과 같은 지층에서 고인류의 두개골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 호미니드 속에게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라는 학명을 붙이고 이 연구결과는 1964년 <네이처(Nature)>에 실리게 됩니다. 호모 하빌리스는 ‘손을 쓰는 사람(Handy man)‘이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인류의 조상을 의미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리키 박사는 이즈음 초기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기 위해 인류 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빅토리아 호수 인근 탄자니아 곰비로 아마추어 관찰자를 한 명을 파견합니다. 그 관찰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초반의 젊은 영국 여성이었습니다.


00animal_intelligence1.jpg » 젊은 시절의 제인 구달(왼쪽)과 루이스 리키(오른쪽). 출처/ 제인구달연구소(the Jane Goodall Institute)


여성 관찰자는 바로 훗날 침팬지 연구로 유명해진 ‘제인 구달’이었죠! 구달은 아프리카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바로 침팬지들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었죠. 침팬지 무리 곁에서 그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풀잎의 줄기를 가느다랗게 만들어 흰개미 구멍에 넣었다가 줄기에 매달려 나온 흰개미를 핥아먹는 침팬지들을 관찰합니다. 풀잎 줄기를 다듬어 도구로 이용하는 침팬지의 행동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도구는 ‘사람’만 사용할 거라 믿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리키 박사는 “‘도구’를 다시 정의하거나 ‘인간’을 다시 정의하지 않으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최근 출간된 제인 구달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의 부제가 ‘인간을 다시 정의한 여자’라고 달렸는데, 이는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제인 구달의 연구를 통해서 사람들은 동물과 단순하게 구분지어지지 않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새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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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animal_intelligence2.jpg » 떼까마귀는 철사를 갈고리처럼 구부린 뒤 튜브 속 바구니를 꺼내어 그 속에 든 먹이를 먹는데 성공합니다. 출처/ 저프 로빈슨(Geoff Robinson)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제인 구달의 연구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사람들은 동물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침팬지는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니까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겠군’ 하며 고개를 끄덕였죠. 하지만 뉴질랜드의 헌트 박사는 영장류도 아닌 조류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연구결과를 1996년 <네이처>에 발표합니다.


스트레일리아의 동쪽, 뉴질랜드의 북쪽에 위치한 뉴칼레도니아 섬에 사는 까마귀(뉴칼레도니아까마귀, New Caledonican crow)가 도구를 다듬어 나무 구멍 안에 있는 먹이를 잡는 데 이용한다는 관찰 결과였습니다. 헌트 박사의 관찰에서,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작은 나뭇가지나 가시가 박힌 이파리를 이용해 후크 모양의 도구를 만들어 부리가 쉽게 닿지 않는 나무 구멍 속 애벌레를 꺼내 먹었습니다.


영장류도 아닌 조류가 도구를 사용한다니! 사람들은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믿기지 않는 놀라운 발견일수록 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마련이죠. 연구자들은 곧 까마귀를 데려다 연구실에서 키우면서 까마귀가 어느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고 있는지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버드(Bird)와 에머리(Emery) 박사는 떼까마귀(Rook)를 데려다 투명한 관 속에 벌레를 바구니 속에 넣어두고 가느다랗고 긴 철사와 함께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떼까마귀는 이내 철사의 한 쪽 끝을 구부려 갈고리의 형태를 만들고 벌레가 담긴 바구니를 꺼내어 먹는데 성공했죠.


00animal_intelligence3.jpg » 이솝우화 ‘까마귀와 물병’ 편에는 목마른 까마귀가 물병에 작은 돌멩이들을 넣어 물이 차오르게 한 다음 물을 마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문제가 들이닥쳐도 열심히 생각하고 노력한다면 해답을 구할 수 있다는 우화이지만, 단순한 우화로 넘길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까마귀의 똑똑한 인지능력에 관한 일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꽤 많이 전해지고 있죠. 이 정도면 이솝 ‘우화’가 아니라 이솝 ‘실화’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 출처/ Wikimedia Commons 연구진은 떼까마귀가 이솝우화의 ‘까마귀와 물병‘에서 그랬듯이 인과관계를 통한 문제해결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우선 투명한 물병을 가져다 놓고 거기에 약간의 물(부리가 닿지 않을 정도)을 붓고서 애벌레를 수면에 띄워 두었습니다. 그리고 물병 주위엔 여러 개의 돌멩이들을 놓았죠.


과는 놀라웠습니다. 4마리가 모두 다 돌멩이들을 물어다 물병에 넣고 수면을 높여 애벌레를 꺼내 먹었습니다. 그 중 2마리는 단 한 번의 시도 만에 성공했고, 나머지 2마리도 두 번째 시도에 성공했습니다. 떼까마귀 외에도 다른 까마귀과 새들(뉴칼레도니아까마귀와 어치)에 대해서도 실험을 해보았는데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새가 ‘수면을 높인다’는 것과 ‘물에 딱딱하고 가라앉는 물체를 넣는다’는 것 사이의 인과관계를 학습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보여준 연구였죠.


이러한 까마귀의 도구 사용과 문제해결 능력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모든 새들이 다 그런 능력이 가지고 있을까요? 그런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에머리 박사는 연구를 통해, 까마귀과 새들의 뛰어난 지능은 영장류와는 다른 진화의 과정을 거쳐 왔지만 비슷한 인지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을 때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결과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실제 까마귀의 뇌를 해부해보았더니, 몸에 비해 뇌의 크기가 침팬지와 비슷한 정도로 꽤 컸습니다. 뇌에서도 기억력과 사고력과 같은 고등 행동을 관장하는 ‘전뇌(Forebrain)’의 비율은 다른 새들보다도 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앵무새는 예외입니다.)


00animal_intelligence4.jpg »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튜브에 돌멩이를 넣어 수면을 상승시킨 뒤 수면에 떠 있는 먹이를 먹었습니다. 출처/사라 젤버트(Sarah Jelbert)

 

로시안코(Trocianko)박사는 뉴칼레도니아까마귀가 이용하는 나무 구멍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새의 몸에 직접 카메라를 달아놓는 방법을 이용해서, 새들이 어떻게 그런 정교한 도구 제작이 가능한지를 연구하였습니다. 녹화된 카메라 영상에 나타난 까마귀들은 두 눈이 정면을 향하고 있어 입체적인 사물의 윤곽을 파악하기에 용이했습니다. 또한 앞으로 쭉 뻗은 부리는 눈으로 보면서 도구를 다듬기에 좋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연구를 통해, 뉴칼레도니아까마귀들이 도구를 잘 쓸 수 있게끔 안구의 해부학적인 구조가 진화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 개인을 알아보는 새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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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 푸름이가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를 알아듣고 꼬리를 흔든 건, 수많은 인간들 가운데 아버지의 특징적인 발자국 패턴을 기억하고 있다가 거기에 반응한 것입니다. 꿀벌에서 비둘기까지 대부분 사육 동물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인간을 ‘개체’ 수준에서 구분할 줄 알죠. 하지만 야생 상태의 동물들이 인간 개인을 알아본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인간들끼리도 인간을 구별하는 건 쉽지 않죠.


명 어려운 일이겠지만, 인가 주변에서 오래 살아온 야생 동물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들을 해치려 하는 ‘고약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놨다가 그 사람이 접근할 때 공격해 내쫓을 수 있다면 자기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 되겠죠. 반대로 자기들에게 도움을 주는 ‘마음씨 좋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 사람에게 접근해 정기적으로 먹이를 받아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특별한 인지능력이 될 것입니다.


00animal_intelligence5.jpg » 교내에서 걸어가던 중 까치에게 쫓긴 필자. 사진/ 이원영 2009년 플로리다대학교의 레비(Levey) 박사는 교내에 있는 흉내지빠귀(Northern mockingbird) 부모들이 자기 둥지에 접근했던 사람을 구분해내고 그 사람이 다시 다가왔을 때 공격 행동을 한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의 마즐러프(Marzluff) 박사는 교내에 있는 까마귀(American crow)가 사람을 얼굴 특징으로 구분해낸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합니다. 까마귀를 포획할 때 특정 마스크를 쓰고 있었더니, 나중에 그 마스크를 쓴 사람들만 보면 쫓아다니면서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인 것이죠.


미국의 레비 박사와 마즐러프 박사와의 연구와는 별도로, 이 시기에 저도 까마귀과인 까치(Black-billed magpie)를 가지고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제가 2008년부터 석사학위 과정을 하는 동안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 번식하는 까치의 둥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부모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을 연구할 때였죠. 제가 까치 둥지에 올라가서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15-20분 정도는 주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는 동안 부모들은 자기 새끼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봐 ‘깍깍’ 거리면서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울부짖습니다.


00animal_intelligence6.jpg » 비슷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양 갈래로 나뉘어 걸어가면서 까치의 반응을 살펴보았더니, 까치들은 둥지에 올라갔던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공격행동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출처/ Lee et al. (2011)에서 변형 러고서 며칠 뒤 밥을 먹으러 학생식당으로 걸어가는데, 그 둥지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까치 부모들이 저를 알아보고는 날아와서 제 뒷통수를 치면서 공격을 했습니다. 까치에게 맞아본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엄청 아프기도 하면서 황당했죠. 캠퍼스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등록된 학생수와 교직원만 28,669명(2008년 기준)이 되는 곳에서 자기 둥지에 올라와서 새끼들을 괴롭혔던 ‘이원영’을 알아보고 공격을 한 게 정말일까요?


우선 ‘관찰 노트’에 기록한 까치들의 행동 반응을 정리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제가 둥지에 계속 올라갈수록 까치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확률은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대략 3-4번 정도만 방문해도 까치들이 저를 기억하는 것처럼 보였죠. 이를 실험으로 확인해보기 위해, 까치 둥지에 올라가지 않았던 사람과 제가 함께 비슷한 옷을 입고 둥지에 다가갔습니다. 두 갈래로 나뉘어 걸어갔죠.


그랬더니 까치들은 저만 쫓아왔습니다. 총 6개의 까치 둥지에서 실험을 했는데 항상 까치는 둥지에 올라갔던 사람에게만 반응을 하였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지도교수님과 저는 크게 흥분하면서 세계 최초의 연구라며 좋아했는데, 논문을 쓰는 동안 앞서 소개해드린 레비 박사와 마즐러프 박사의 연구논문이 줄지어 나오는 걸 보며 조금은 낙담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에 야생동물의 사람인지와 관련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서, 까마귀과의 다른 종인 갈까마귀(Jackdaw)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사람 개인을 알아보는 새 -도둑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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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저는 남극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이제까지 연구들은 주로 인가 주변에서 진화해온 동물들을 대상으로 해온 결과들이었는데, 과연 사람이 전혀 살지 않았던 곳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인간을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서 시작한 것이었죠.


00animal_intelligence7.jpg » 도둑갈매기 둥지에 자주 방문했던 사람(왼쪽, 한영덕)과 둥지에 가지 않았던 사람(오른쪽, 필자)이 짝을 이뤄 실험한 결과, 도둑갈매기는 둥지에 자주 왔던 사람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냈습니다. 사진 : Lee et al. (2016) 2015년 겨울 남극세종기지 주변에 살고 있는 갈색도둑갈매기(Brown skua)를 대상으로 해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방법은 까치 실험 때와 비슷한 방법이었습니다. 둥지에 자주 방문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짝을 지어 둥지로 다가갔다가, 양 갈래로 나뉘어져서 걸어갔을 때 누구를 향해 반응할지를 기록했습니다.(도둑갈매기 번식 연구를 맡았던 인하대학교 한영덕 박사과정 학생이 새를 괴롭힌 사람 역할이었고, 저는 까치 때와는 반대로 새둥지에 가지 않았던 사람 역할을 했습니다.)


7개 둥지에서 실험한 결과, 예상대로 도둑갈매기의 공격은 항상 한영덕 학생을 향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총 4번 정도 방문했을 때 실험을 했는데, 도둑갈매기가 사람을 기억하는데 한 달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비슷한 옷을 입고 실험했는데도, 사람을 구분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사람 얼굴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분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남극에 사는 야생 조류도 사람을 개체 단위에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혔습니다. 특히 사람이 없는 곳에서 오랜 기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빠르게 인간을 구분한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갈색도둑갈매기는 뛰어난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갈색도둑갈매기는 다른 새들의 먹이도 잘 빼앗아 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이것을 동물행동학에서는 ‘Kleptoparasitism’이라고 합니다), 이는 인지능력이 뛰어난 동물들에서 많이 관찰되는 행동입니다.


의 지능과 관련하여 제가 소개해드리지 않은 연구결과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미처 연구하지 않은 새들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물의 세계는 거대하고 복잡하죠. 그동안 무시해왔던 그들만의 인지와 사고 체계에 대해, 이제야 겨우 사람들이 조금 엿보고 알아가는 단계입니다. 앞으로 어떤 연구결과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기대되는군요.


* 덧붙임 말- 이번에 제가 소개해드리지 않은 앵무새과 새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앵무새들도 지능에 관해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거든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꼭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참고문헌]


▒ Bird CD, Emery NJ (2009) Rooks use stones to raise the water level to reach a floating worm. Current Biology 19:1410-1414.

▒ Bird CD, Emery NJ (2009) Insightful problem solving and creative tool modification by captive nontool-using rooks. Proc Natl Acad Sci USA. 106:10370-103755

▒ Emery NJ, Clayton NS. (2004) The mentality of crows: convergent evolution of intelligence in corvids and apes. Science 306:1903-1907

▒ Hunt GR (1996) Manufacture and use of hook-tools by New Caledonian crows. Nature 379:249?251

▒ Lee WY, Lee S-I, Choe JC, Jablonski PG (2011) Wild birds recognize individual humans: experiments on magpies, Pica pica. Animal Cognition 14:817?827

▒ Lee WY, Han YD, Lee S-I, Jablonski PG, Jung JW, Kim JH (2016) Antarctic skuas recognize individual humans. Animal Cognition DOI:10.1007/ s10071-016-0970-9

▒ Logan CJ, Jelbert SA, Breen AJ, Gray RD, Taylor AH (2014) Modifications to the Aesop‘s Fable Paradigm Change New Caledonian Crow Performances. PLoS ONE 9:e103049.

▒ Matsuzawa T (2013) Symbolic representation of number in chimpanzees. Current opinion in neurobiology 23:443-449

▒ Troscianko J, von Bayern AM, Chappell J, Rutz C, Martin GR (2012) Extreme binocular vision and a straight bill facilitate tool use in New Caledonian crows. Nature communications 3: 1110


이원영 극지연구소 생태과학연구실 선임연구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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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선임연구원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왜’ 그리고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연구자입니다. 지금은 남극에서 펭귄을 비롯한 극지의 해양조류들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원영의 새, 동물, 생태 이야기’라는 과학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 wonyounglee@kop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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