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구자들의 "청춘 스케치"

연구의 맛과 멋을 배우는 젊은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연구실에서, 그리고 사회와 만남에서 얻는 에피소드와 경험, 그리고 생활의 단상을 전합니다. 연재를 끝낸 배현진, 오하나, 한아름 님에 이어 김상규, 김서경, 신동화, 박혜정 정민기, 최승원, 홍주은, 한정규 님이 연재를 이어갑니다.

[연재] 생명공부, 생물학 교재와 교양도서 두날개로 날다

한정규 2012. 0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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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규의 "자연과학 공부의 안과 밖" (4)


[밖] 교과서와 교양도서 모두에 욕심내다


00cellcycle » 모든 유기체의 기본 구조와 활동 단위인 세포들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세포주기의 단계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린 식물 세포 그림. 직장인, 주부, 변호사, 기업인,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생물학을 배우고자 모인 우리 생물학습모임은 생명의 풍부한 모습에 정확하고 폭넓게 접근하기 위해서 생명과학 교과서와 과학 교양도서를 함께 공부하기로 했다.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멋진 계획, 좋은 사람, 좋은 책, 이 세 가지가 모여 생물학습모임이 시작되었다("생물학습모임에 온 CEO, 변호사, 시인, 주부…왜?"). 내가 세운 계획을 멋지다고 말하니 겸연쩍지만,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 좋은 책이다. 생물학습모임에서 좋은 사람이라 함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양질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모두 열정의 소유자이니 모임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조건인 좋은 책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학습모임에서는 애당초 계획을 세우면서 교과서를 읽기로 했다. 생물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일반생물학 과목에서 사용하는 ‘생명과학’ 교재를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렇다. 첫째로 사실의 측면에서 많은 전문가가 공히 인정하는 지식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수준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다뤄지는 생명과학 교재들은 대학교 1학년생이 공부하는 책이고 또한 생명과학을 깊이 파고드는 뛰어난 고등학생들도 이런 대학 교재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런 교재들은 세계 여러 대학들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모임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교과서 읽기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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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대학 교재에 설명이 차근차근 이뤄져 있고 또한 이해하기 쉽게 그림들이 들어 있어서 생명과학을 본격 학습하겠다는 일반인도 교재에 접근하는 게 가능할 수는 있지만, 보통은 과학 교양도서 읽기에 더 익숙한 일반인이 질리지 않고 교재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래서 과학 교양도서도 교재에 곁들여 여럿이 함께 읽기로 목표를 세웠다. 교과서 목차와 주제에 따라 관련 있는 내용을 다루는 책이 선정되었다. 선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실질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생물학 분야 도서를 나열했다.

 

여기서 잠시 ‘교과서 읽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생물학습모임에서 교과서를 읽는 이유는 하나이다. 생물학자들에 의해 정리된 생물에 대한 지식을 가장 쉽고 빠르게, 그러면서 정확하게 얻고자 함이다. 더군다나 전공으로서 학문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하여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교과서 읽기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그런데 사실, 공부를 본업으로 하는 대학생, 대학원생은 오히려 이런 교과서와 많이 친하지 않은 듯하다. 나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강의 필기와 노트를 중심으로 공부를 했고, 교과서보다는 논문 읽기에 더 치중했다. 많은 공부의 양을 효율적으로 소화하기 위해서, 또 최신의 연구 성과를 따라가기 위해서라지만, 생각해보면 한 분야의 지식체계를 정리해 놓은 교과서의 지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지 않다면 가늘고 약한 기둥 위에 얹어진 지붕 위에서 불안에 떨며 앉아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를 일독하려면 스스로 독파할 수밖에 없는데, 전체 내용을 잘 음미할 수 없는 환경이 내게는 그동안 아쉬웠다. 하지만 생물학습모임에서 전 영역을 공부할 요량으로 생명과학 전 범위를 다달이 주제에 실어 놓았기에 교과서 읽기는 나의 의무이자 도전이 되었다.

 

00sketch33 » 우리 모임에서 공부했던 교재 <생명과학> 제8판. 지금은 제9판이 나와 있다.

교과서 읽기는 교과서에 대한 비판과 예찬에서 출발했다. 생물학은 생명 현상에 대한 궁극적인 이유를 밝히고자 함인데, 교과서 서술의 시작은 화학적인, 다른 말로, 분석적인 접근에서 이뤄진 게 적절한가 하는 물음이 제기되었다. 생명과학 교과서의 첫 장은 매우 광범위한 소개로 시작한다. 생명의 요소로는 복제성, 복합성, 복잡성 등등 생명이라 규정할 수 있는 조건들이 제시된다. 다음으로는 화학의 기본 개념이 나온다. 일반화학을 공부했다면 넘어가도 무방한 부분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부분들이 모임에서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른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구성단위인 당, 지질, 아미노산로 구성되어있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교과서의 내용이 환원주의적 철학을 너무 잘 반영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 우리 모임에서 나온 핵심 주장이었다. 즉, 생물을 보는 관점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교과서를 접한 사람에게 마치 “생명은 이러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 특성에 대해 공부하려면 아주 작은 단위부터 알고 있어야 해” 하고 길을 교과서가 제시하는 있는 듯했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육탄당, 오탄당, 아미노산 20개 등의 구조를 열심히 외우고 시험을 봤다. 구조가 기능을 설명한다는 대전제를 믿으면서….

 

 

다시 묻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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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생물학 공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어떤 선입견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생물학은 암기 과목’이라는 것이다. 물론 암기하는 것은 맞다. 그러면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에는 암기해야 할 내용들이 없는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이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유달리 생물학을 공부할 때에 더욱 강해서, 생물학을 공부할 때에는 ‘생각을 해보는’ 습관을 기르지 못한 듯하다. 아니, 생각을 시도할 생각조차 안 해봤다.

 

그리고 앞에서 제시된 물음은 과학 바깥에 있는 일반인이 막연히 품는 생각이 아니고, 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어떤 분이 제기한 물음이었다는 게 내게는 더욱 더 인상적이었다.  20대에 공부할 때는 교과목의 내용을 따라가기만 했지 이런 물음을 생각하지도, 제기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니 매우 발전했다는 현대생물학도 아직 생물, 생명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 점에 대해 깊이 공감했다. 길거리에 잘 날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비둘기를 봐라. 비둘기라는 생명체를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분자생물학자는 비둘기의 유전체(게놈) 염기서열을 들이밀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단순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해당 세부 분야를 공부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고, 개론 수준의 교과서는 두루뭉수리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명과학 교재를 우리는 잘 정리된 외워야할 텍스트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앞에서 문제로 제기된 ‘생물을 보는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생명과학 교재는 찬양할 만하다. 우리 모임에서 6개월 정도 교재를 꾸준히 읽은 사람들은 과학 교양도서만 읽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불명확함이 비로소 안개 개이듯이 명확해졌다고 증언한다. 나도 예전에 1000쪽이 넘는 이 묵직한 놈 덕분에 팔에 힘을 길렀지만, 이번에 다시 보았을 때는 비교적 가볍게 넘겨볼 수 있었다. 특히 문장 하나하나 넘어갈 때 상위 과목에서 배웠던 내용을 되새김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핵심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내었던 것이다.

 

기왕에 예찬하는 분위기에서 한 마디 더 곁들이자면 생명과학 교재에 나오는 실사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모식도는 마치 플라톤이 기하학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 느낌은 받았으나 사진만 보고도 매료된 어느 분은 새를 보고 느낀 점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아래). 그분이 정말로 실제 어떤 아름다움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받은 느낌을 행동으로 옮긴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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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쉽게 설명할 수 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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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고백하건대 교과서 읽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첫째, 한 달에 한번 진행한 모임의 일정상 읽어야 할 분량이 많았다. 대학교에서 1주일에 3시간을 진행하여 4개월 동안 공부하는 코스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런 문제는 읽기 분량을 과감히 줄이고 주제별로 논의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했다. 둘째로는 내용이 흥미를 돋우면서 잘 전달되는지 여부였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나에게 달려 있었다. 나를 빼고 다른 참여자들은 거의 모두 다 일반인이다. 간혹 전공자도 있지만 비전공자, 심지어 생물학 공부와는 거리를 둔 지 30년이나 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학습 모임에서는 핵심어가 당연히 “쉽게”였다. 최대한 단순화해서 공부하자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하나씩 설명하고, 때로는 졸음방지용으로 썰렁한 농담을 곁들이는 방법이다. 누구나 다 아는 너무 뻔한 수법이었다. 그런데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에는 ‘내가 알고 있는 만큼’만 제대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몇 년 전, 미국, 영국 등지의 유명 대학들에서 대학 기초강좌를 녹화해서 유투브 혹은 학교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유독 물리학, 생물학, 화학, 수학 등 강의자를 보면 나이가 있는 교수들이었다. 알고 보니 한 분 한 분이 모두 다 한 분야의 대가였다. 암생물학의 대가인 로버트 와인버그 교수가 일반생물학을, 천체물리학의 대가인 월터 르윈 교수가 일반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책도 나왔다.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혹자는 이런 영상 강의를 학교 쪽에서 홍보하려고 내세운 보여주기용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런 성격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현지에 가서 수업을 들었을 때도 역시 한 분야의 대가인 분이 일반생물학을 강의했다. 그에 반해 한국대학에서는 일반생물학 내용은 쉽고 시시하니 굳이 힘을 쏟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교수보다는 강사가 강의를 주로 맡는다. 약 6개월 간 교과서 읽기를 진행한 나는 연구와 강의 경험이 많은 교수가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담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앞으로 쓸 6회 연재 글에서 다루겠다)

 

 

과학 교양도서는 눈을 넓혀주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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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할 분량은 많고 다양한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양한 가운데 아무튼 이렇게 교과서 읽기는 어설프게 시작되었다. 여기에 감초로 처방된 것이 과학 교양도서 함께 읽기이다. 교과서 읽기를 모두가 원하여 시작했으나 정작 지루함을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각 주제에 맞춘 과학 교양도서를 정해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아래는 우리 학습모임에서 정하여 읽은 생명과학 교양도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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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막 :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4개의 알파벳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생물학 총론, 일반화학)
- <생명이란 무엇인가>(에르빈 슈뢰딩거 지음),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후 50년>(마이클 머피 외 지음)
□ 두 번째 막 :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이 전부일까 (생화학)
- <미토콘드리아>(닉 레인 지음)
□ 세 번째 막 : 나는 세포덩어리! 그게 다야? (세포학)
- <인간은 왜 늙는가>(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세포들의 반란>(로버트 와인버그 지음)
□ 네 번째 막 : 복잡한 암호 풀기 (분자생물학)
- <생명전쟁>(윌리엄 루미스 지음)
□ 다섯 번째 막 : 부모와 자식은 원수 관계? (유전학)  
- <마이크로코즘>(칼 짐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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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선정은 교과서의 장(Chapter) 분류를 따라서 생화학, 세포학, 분자생물학, 유전학 등으로 세부화했다. 하지만 도서를 선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 세부 분야별로 적어도 4권은 선정할 계획이었는데, 특히, 생화학, 분자세포학 부분을 다룰 때에는 읽을 만한 책이 없었다. 번역되지 않은 해외 도서가 포함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런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번역서와 국내 저작만을 놓고 볼 때, 모두의 마음을 끌게 할 만한 책은 없었다. 반대로 진화학과 관련된 책은 정말 많이 출간되었다. 과학 교양도서가 주로 번역서임을 감안할 때, 출판사 입장에서는 일반 대중의 독서 요구를 반영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실험적인 테크닉과 복잡한 분자세포 메커니즘을 밝히는 분야보다 논쟁이 풍부하게 전개되는 분야가 아무래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미있을 것이다. 다만, 생화학, 분자생물학, 세포학 분야 주제의 과학교양도서가 특성상 쓰이기 어렵다 해도, 현재 도서 목록은 한 쪽으로 치우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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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번 갖는 모임이기에 선정 도서는 양질의 도서여야 했다. 다행히 나중에 생각해보니 모두 다 아쉬움 없이 책을 읽었다. 몇 년 전에 사두기만 했던 책이었는데 이번 모임 참여를 기회로 삼아 완독했다고 모임에서 말씀하신 분도 있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의 경우, 600쪽이 넘어가고 방대한 내용을 담아 혼자서 읽는다면 몇 달은 족히 걸릴지 모른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지난 연재에서도 말했듯이 생물, 생명을 공부하려는 사람이 그 당시 슈뢰딩거처럼 물리학 분야에서 생물학 분야로 도전하는 사람과 같은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이고,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 후 50년>은 후대에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생화학을 기초로 진화까지 생명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미토콘드리아라는 한 소기관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여준다.

 

<인간은 왜 늙는가>는 노화에 관한 일반적이고도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설명하기에 불명확한 현상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세포들의 반란>은 암세포에 대한 이야기로서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저명한 과학자 로버트 와인버그가 풀어내는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생명전쟁>은 모임 동안에 신간으로 선택한 도서로 여러 주제를 다루어 그 동안의 모임 주제에 대해 정리할 기회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코즘>은 유명한 과학 저술가로 알려진 칼 짐머의 책답게 대장균 하나를 통해 생물학 전체를 조망했다. 이런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생물‘학습’모임이었기 때문에 아마 가능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책을 함께 읽는다고 하는 말에는 생각을 공유하고 잘못 심어진 개념을 바로잡는 데 목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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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와 교양도서 함께 읽기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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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서와 과학 교양도서를 함께 읽으면서 힘에 부친 면도 없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대학에서는 교과서에 초점을 맞추고, 일반 독서모임에서는 자연과학 파트로서 과학 교양도서를 읽고 넘어간다. 그런데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니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런데도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꾸준히 참석했고, 토론도 열심히 했다. 노화 주제를 다룰 때에 한 분은 인구 나이 통계를 통계청 공시자료에서 찾아 직접 그래프를 만들고 자신만의 생각을 전달했다. 생명에 관해 자신이 갖고 있던 관심사 하나를 골라 깊이 파보면서 공부할 기회를 잘 살린 경우라 생각된다.

 

이뿐만 아니라 교과서와 과학 교양도서를 함께 읽음으로써 얻는 장점은 교과서에서 잘 들어나지 않는 논쟁과 향후 학문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는 기존의 생화학 지식을 이용해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는데, 작가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특권을 사용, 우리에게 급진적인 가설을 제시했다. 종합하면, 교과서와 과학교양도서의 모든 것을 얻어가기에는 우리의 학습 모델이 실현 불가능했으나, 교집합으로서 하나만 공부해서는 알 수 없는 것을 얻어갈 수 있었다.

 

애당초 목표했던 교과서와 교양도서를 모두 다 욕심내서 읽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진행 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교과서 범위 공부와 그에 상응하는 선정도서 한 권 읽기는 일반인이 해당 분야 전공자의 도움을 받아 학습하기에 무리 없는 모델이라고 생각되었다. 물론 극대화한 효율 속에서 효과가 크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임을 준비하는 나, 발표를 준비했던 열정 어린 참여자, 4시간이 넘는 모임에 끝까지 참석해 준 나머지 분들은 싫은 내색 전혀 하지 않고, 이 시간을 즐겼다. 한 번 참석하기 시작한 분들이 꾸준히, 10명 이상 모여 지금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모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나는 이 실험적인 모델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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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규 서울대학교 대학원 뇌인지과학과, 신경과학 전공
인간의 의식이 궁금하던 차에 우연히 사람 뇌를 만져보다가 뇌와 신경에 매료되어 공부하게 된 Ab혈액형의 소유자. 생물학을 공부했으나 큰 틀로 마음, 의식을 공부하기 위해 MEG를 이용한 이미징을 하다가 다시 현미경에 빠져 작디작은 시냅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의식의 생물학적 기반을 찾는 것을 평생과업으로 삼고 있다.
이메일 : jkhan97@naver.com       트위터 : @jayhan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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