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고치 실크단백질, 과실 신선도 보존 효과

과실 표면에 얇은막 형성 세포호흡·수분증발 줄여

먹어도 되는 무색·무취 음식보존 천연물질로 주목


00silkfibrion1.jpg » 그림 위쪽은 누에고치에서 실크 피브로인 단백질을 추출, 정제해 섞은 용액에다, 딸기를 1~4차례 담가 피브로인 막을 입히고 이어 1~12시간 동안 수중기 후처리를 거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래 그림은 피브로인 막을 입히지 않은 딸기(왼쪽)와 4차례 담그기를 거친 딸기(가운데), 그리고 4차례 담그기와 12시간 수증기 후처리를 거친 딸기(오른쪽)가 상온에서 1주일 뒤에 변한 모습. 출처/ B. Marelli et al., Scientific Reports (2016). 그림 2개 조합.


에고치에 있는 실크 단백질 성분인 실크 피브로인(silk fibroin)이 썩기 쉬운 과실의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수확 이후에 유통과 소비 단계에서 썩거나 물러져 버려지는 열매 작물이 상당한 양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취무향에다 먹을 수 있는 실크 단백질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런 열매 작물의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생명공학과 연구진(교신저자 Fiorenzo G. Omenetto)이 네이처출판그룹이 내는 공개접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낸 최근 논문(‘쉽게 썩는 음식의 보존에 식용 막으로 쓸 수 있는 실크 피브리온’)에서 누에고치의 실크 단백질이 담긴 용액에다 딸기나 바나나 같은 열매 작물을 담갔다가 수증기 처리를 했더니 과실 표면을 감싼 얇은 실크 단백질 막이 열매 작물의 신선도를 보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 연구결과는 실크 피브로인 코팅이 과실의 호흡을 늦추고 물러지게 않게 하며 탈수를 막음으로써 썩기 쉬운 과실의 신선 기간을 길게 늘려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독특한 특성 덕분에 이미 여러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생체물질인 실크 피브리온은 맛이나 향이 없는 단백질로서 사람이 먹을 수도 있어, 다른 부작용이 없다면 식품 보존용 천연물질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수확 이후 유통과 소비 단계에서 쉽게 썩는 작물의 보존 상태 악화로 인해 발생하는 작물 손실이 50퍼센트에 달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고 연구진은 논문에서 전했다.


연구진이 논문에서 제시한 실험검증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먼저, 누에나방(Bombyx mori)의 고치에서 단백질 성분인 실크 피브로인(silk fibroin)을 추출해 정제한다.

- 그런 뒤에 이 단백질을 일정 농도(1 wt%)로 섞은 용액에 딸기와 바나나를 1~4차례 담갔다가 꺼낸다.

- 이후에 진공 상태에서 수증기를 이용한 후처리 과정(water annealing post-processing)에 1~12시간 동안 이 열매 작물을 놔둔다.


00silkfibrion2.jpg »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바나나(No coating)와 실크 단백질 코팅 처리를 한 바나나(Silk fibrion coating)의 9일 이후 상태 변화. 출처/ B. Marelli et al., Scientific Reports (2016). 이런 과정은 열매 표면에 실크 피브로인 막을 입힌 다음에 수증기로 처리해 생성된 단백질 구조(’베타-시트’, beta-sheets)의 함량을 늘림으로써 딸기와 바나나를 감싼 실크 막의 보존 효과를 더욱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험에서 측정된 실크 단백질 막은 27~35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 미터) 두께로 매우 얇았다.


이런 처리 과정을 거친 뒤 섭씨 22도, 상대습도 38%의 상태에서 7~9일 이후의 변화를 살폈더니, 실크 단백질 막을 입히지 않은 과실은 먹기 힘들 정도로 썩거나 물러졌으나 실크 피브로인 단백질 용액에 4차례 담갔다가 12시간의 수증기 처리를 거친 딸기나 바나나는 신선도를 상당한 정도로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딸기와 바나나를 (실크 피브로인 용액에) 담가 코팅하는 방법을 통해 과실 표면에 형성한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얇은 실크 피브로인 막이 수확 이후 과실의 상태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실크 피브로인 코팅은 세포 호흡과 수분 증발을 줄임으로써 상온 상태에서 과실의 유통기한을 늘려준다. 물을 이용한 처리 과정과 실크 피브리온의 식용성 덕분에 이런 방법은 자연 추출물을 이용한 식품 보존의 유망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논문 초록에서)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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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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