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에 반물질처럼, 기억에도 반기억 존재할까?

영국 연구진 “균형 이룬 흥분과 억제 앙상블로 기억, 망각, 회상”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억제돼..반기억의 억제 줄이니 되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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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에 대응하는 ‘반물질’ 개념이 있듯이 기억에 대응하는 ‘반기억’이 존재하는 걸까? 있다면 그건 어떻게 존재할까?

물리학에서 반물질(antimatter)은 보통 물질과 질량과 에너지는 같지만 전기 성질이 정반대인 물질을 말한다. 예컨대 전자의 반물질은 양전자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빛의 형태로 많은 에너지를 내며 둘은 쌍소멸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의 보도를 보면, 물리학의 ‘반물질’ 개념과 비슷하게 영국 옥스포드대학과 런던 유지버시티컬리지 소속 연구진은 지난달 신경과학 저널 <뉴런(Neuron)>에 낸 논문에서 신경세포의 연결이 강화되며 기억이 생성될 때 동시에 반기억도 생성돼 기억과 반기억의 전기적 균형을 이룬다는 해석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연구진이 말하는 ‘반기억(antimemory)’은 기억을 생성하는 신경세포들의 연결에 대해 정반대의 전기적 활성 패턴을 지니는 연결을 뜻한다. 그러므로 기억, 망각, 회상은 신경세포 연결애 나타나는 기억의 ‘흥분’과 반기억의 ‘억제’ 간 균형이라는 틀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망각은 ‘기억이 사라짐’이 아니라 반기억의 억제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며 회상은 반기억의 억제 기능이 줄어들어 기억이 되살아남을 뜻한다. 연구진은 동물실험과 모형 분석에서 나온 기존의 다른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이번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약한 전기 자극 실험을 사용해 이런 해석의 가능성을 검증하고자 했다.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이 제시한 아래 그림은 이런 해석의 틀을 단순화해 보여준다. 학습을 통해 작은 네모 모양들이 짝을 이루는 기억이 생성될 때(그림B 위, 오렌지 선 연결), 이와 동시에 반기억도 생성되어(그림C 위, 회색 선 연결) 기억과 반기억은 전기 활성의 앙상블을 이룬다. 그림 아래쪽은 신경세포의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데, 기억은 반기억이 활성화할 때 억제되며(그림C 아래) 반기억의 기능이 억제될 때 되살아난다(그림D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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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약한 뇌 자극을 통해 기억이 저장된 피질 영역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GABA)을 감소시키자, 학습된 뒤 잊혀졌던 기억이 되살아남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 연구결과는 기억이 균형을 이룬 흥분과 억제의 앙상블(excitatiory and inhibitory ensemble)로 피질에 저장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의하면 기억과 ‘거울상’을 이루는 반기억은 정신의 혼란과 정신질환을 막는 데에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반기억은 기억이 임의로 자기들끼리 서로 활성화해 기억과 사고의 혼란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아주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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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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