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독감에 더 취약한 이유는…

항바이러스 저항성 약화 외에, 백혈구 과잉활성-면역염증으로 폐 손상

미 연구진 “노인 환자엔 염증 반응 줄이는 치료전략 필요할 수도” 제안


00flu2.jpg » '어르신들을 위한 독감 예방 접종.' 출처/ 한겨레 자료사진


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인들이 특히 취약하고, 그래서 에이(A)형 독감 사망자 가운데 90%를 65세 이상 노인층이 차지하는 이유는 항바이러스 저항성 약화 외에 과잉활성화 하는 면역 염증 반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이런 결과는 노인층의 독감 치료에서 바이러스 억제보다 염증 반응에 대한 대처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미국 예일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의대 등 소속 연구진은 22일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낸 논문에서, 실험모델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 독감 환자들에 대한 치료 전략이 면역 염증 반응에 대한 대처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의 이런 결론은 쥐 실험에서 얻어졌다. 이들은 항바이러스 단백질인 ‘인터페론’의 체내 생산이 줄어드는 노인층의 몸 상태와 비슷하게, 인터페론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없애 이 물질을 만들지 못하는 실험쥐를 만들었다. 당연히 이런 쥐들은 인플루엔자 감염에 취약함을 보여주었다. 노인의 독감 취약성은 항바이러스 물질인 인터페론의 감소에서 비롯한 것일 뿐일까?


연구진은 인터페론을 만들지 못하는 쥐들에서, 이에 더해 면역 반응에서 백혈구를 불러들여 염증을 일으키는 효소인 ‘케스페이즈(caspase)-1’도 생산하지 못하도록 관련 유전자를 제거했다. 그랬더니 이런 쥐들에서는 ‘인플루엔자 저항성’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인터페론이 없어 독감 저항성이 떨어지더라도 면역 염증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독감 저항성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선 케피페이즈 효소가 불러들이는 면역세포인 호중구(neutrophil)라는 백혈구가 염증 반응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연구진은 인터페론을 만들지 못해 독감에 취약한 실험 쥐들에서 호중구 세포들을 제거함으로써 쥐들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은 이런 실험 결과를 종합해 면역세포인 호중구의 ‘과잉 활성’이 노인들한테 인플루엔자 취약성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독감에 감염되면 으레 폐 조직에도 세균 감염이 함께 일어나는데, 노인의 경우에는 인터페론의 부족으로 폐에 더 많은 세균의 감염이 일어나며 이와 동시에 면역세포인 호중구의 과잉 활성이 함께 일어나 면역 염증 반응으로 폐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예일대학교 보도자료의 일부이다.

“논문 연구자인 이와사키는 ‘이번 연구에서 바이러스 증식(replication) 자체가 실험 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데 충분한 요인이 아니며 거기에는 숙주(host)의 반응이 더 필요함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런 숙주의 반응에는 감염에 맞서 싸우면서 동시에 염증의 원인이 되는 호중성 백혈구(neutrophils, 호중구)도 포함된다. 이 백혈구 세포들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는 굳건한 염증 반응으로서 인플라마좀(inflammasomes)에 의해 활성화한다. 이런 백혈구 세포들은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폐 조직도 파괴한다.” (예일대 보도자료)

☞[참조] 인플라마좀, 캐스페이즈, 면역 질환 http://scienceon.hani.co.kr/250027


이런 연구는 위독한 노인 독감 환자를 치료할 때 바이러스 증식 자체에 대한 대처뿐 아니라 환자의 면역 염증 반응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논문의 말미에서 “이 연구결과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노인을 치료할 때에 호중성 백혈구가 매개하는 염증 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논문이 사람이 아니라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치료술에 필요한 결론을 얻는 데에는 더 많은 후속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참조 (출처: <사이언스>)

‘사이언스’ 편집위원 글
독감 면역도 나이 따라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면역 체계도 변한다. 여러 측면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는 건 아니다. 예컨대 노인층은 연간 독감 사망자의 90%를 차지한다. 필라이 등 연구진(Pillai et al.)은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인간 단핵 백혈구(monocytes, 면역세포 일종)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실험 쥐들에서 두 가지의 선천 면역 감지 경로들은 한데 어울려 인플루엔자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 면역을 촉진한다. 항바이러스 면역이 결핍된 실험쥐(노인의 조건과 비슷한)는 자기 폐에 박테리아 양(bacterial burden)을 증가함으로써 염증 반응(inflammatory responses)을 높였다. 이런 두 요인이 인플루엔자 취약성을 높이는 작용을 했다.

논문 초록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IAV)로 인해 세계에서 해마다 50만 명 가량이 숨지는데, 그 중 90%는 노인층이다. 우리 연구는 IAV에 감염된 노인층의 백혈구가 항바이러스 인터페론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지만 비활성(intact) 염증 반응을 유지함을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 있는 생체 조건에서(in vivo) 일어나는 연속과정을 이해하고자, 인체에서 IAV 대항 주요 인터페론 분비 인자를 만드는 기능성의 Mx 유전자를 발현하는 실험쥐를 사용했다. [인터페론 생산 관련 유전자들인] MavsTlr7이 결핍돼 저항성이 약화된 실험 쥐들에서 우리는 호흡기에 세균의 양(bacterial burden)이 증가함을 발견했다. 주목할 만한 점으로는, MavsTlr7이 유전자가 결핍된 경우의 치사율(mortality)이 바이러스 양(viral load), 또는 MyD88-관련 신호들(MyD88-dependent signaling)과 무관했으며, 세균 양(bacterial burden), 효소 캐스페이즈-1/11, 그리고 호중구(neutrophil)와 관련한 조직 손상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항바이러스 저항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IAV 질환 취약성은 캐스페이즈-관련 병리학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다(a function of caspase-dependent pathology).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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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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