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효모 종 다른 식습관,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생물종의 새로운 특징은 어떻게 나타나나’

미국 연구진, 효모종의 먹이전략 차이 연구


00S0.jpg » 효모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 cerevisiae). 출처/ Wikimedia Commons


로 다른 생물종은 서로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가까운 종이라도 개구리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고, 나비들은 그 종류만큼 다양하고 다채로운 날개 무늬를 지니고 있으며, 같은 벌이라도 어떤 벌은 혼자서 지내는 반면 다른 벌은 둥지를 짓고 무리를 이뤄 지냅니다. 인간도 다르지 않아서, 정말 많은 것을 공유하는 침팬지와 비교해보면 서로 상당히 다른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복잡하고 정교한 언어, 똑바로 서서 걷는 이족보행, 몸의 일부에만 빼곡하게 나고 대부분 드문드문 자라는 털 등은 인간과 침팬지를 가르는 유용한 잣대가 될 수 있을 만큼, 의사소통 방식이나 걷는 방법, 털의 분포 등은 두 종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종이라도 서로 확연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종과 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달라지게 된 걸까요? 새롭고 독특한 특징이 나타나면서 두 종이 서로 다른 종이 되었다면, 이 특징이 나타나게 된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겁니다.


예컨대 개구리들은 어떤 유전자가 바뀌었기에 종마다 독특한 노랫소리를 지니게 된 걸까요? 상당수의 유전학자는 자기 종과 다른 방식으로 노래를 부르는 돌연변이 개구리를 찾아보자고 제안했을 겁니다. 어떤 유전자가 망가졌을 때 노랫소리가 달라지는지를 찾은 다음, 여러 개구리에서 이 유전자가 실제로 달라져 있는지,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를 분석해 이 유전자가 바로 노래 부르는 방식의 차이를 만드는 유전자라는 것을 밝히는 것입니다. 유전자를 망가뜨려 보면서 관련된 중요한 유전자 한두 개를 찾는 것에서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레이첼 브렘(Rachel B. Brem) 연구진이 지난 2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은 ‘새로운 특징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위에 언급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답을 찾아갔습니다.


‘수많은 유전자가 조금씩 바뀌며 특징들이 바뀌고, 이 특징들이 지닌 차이가 차츰 쌓여 두 종의 차이를 만들어냈다면, 그 특징에 관계된 유전자를 전부 뒤바꾸는 것만으로도 종의 차이를 없애거나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을 겁니다. 이들은 몇몇 종의 효모가 서로 다른 ‘먹이 활용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먼저 보여, 종과 종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효모들이 모두 지니고 있는 유전자를 7개 골라 분석하고 바꿔보기도 하면서, 이 유전자들이 조금씩 바뀌면서 이런 진화가 일어났을 것이며 관련된 여러 유전자는 음식의 구성에 따라 다르게 진화했을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먹이 전략’ 차이로 인한 ‘성장 곡선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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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서로 다른 효모 종은 당분의 일종인 포도당과 갈락토스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입니다. 예컨대 연구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효모는 학명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 cerevisiae)인데, 이 세레비시아 효모는 ‘적은 양의 포도당과 갈락토스’를 섞어서 먹이면 포도당만 먼저 분해해 에너지로 쓰고 갈락토스에는 관심도 두지 않습니다. 포도당이 다 떨어질 때쯤이 되어야 갈락토스 관련 유전자로부터 갈락토스를 분해하는 데 필요한 각종 도구 단백질을 만들기 시작하며, 이때 필요한 시간 지연 때문에 성장 곡선이 한번 꺾이게 됩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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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렘 연구진은 이전에 진행한 연구를 통해 갈락토스와 관련된 각종 유전자의 작동 정도가 여러 효모 종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갈락토스 관련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는 종과 적게 만들어지는 종은 갈락토스에 대한 반응이 다를 것이고, 따라서 성장 곡선도 서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것이 사실임을 확인했습니다. 즉, 세레비시아 효모의 성장 곡선은 포도당 소모 후에 확실하게 꺾이지만, 이와 가까운 다른 효모 종들의 성장 곡선은 꺾이는 정도가 덜하거나 아예 꺾이지 않음을 발견한 것입니다(그림 2).


효모마다 포도당과 갈락토스라는 먹이를 사용하는 전략이 다른 셈이죠. 두 효모 모두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갈락토스 관련 유전자가 여럿 있었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단백질 또는 그 단백질의 양이 바뀌어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분석하고자 성장 곡선이 꺾이는 세레비시아 효모와 부드러운 성장 곡선을 보이는 ‘사카로미세스 바야누스’(S. bayanus) 효모를 골랐습니다.


연구진은 부드러운 성장 곡선을 보이는 효모 종에다 성장 곡선이 꺾이는 효모 종의 갈락토스 관련 유전자 7개를 집어넣어 바꾸는 실험을 통해 이런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유전자는 크게 단백질을 만드는 부분과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시간과 양을 조절하는 부분으로 대략 나눌 수 있는데, 비유하자면 도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와 도구를 언제 얼마나 만들어서 사용할지 알려주는 설명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먼저 7개 유전자 중 1개씩만 골라 설계도 부분만 바꾼 효모, 설명서 부분만 바꾼 효모, 설계도와 설명서를 모두 바꾼 효모를 만들어 이들의 성장곡선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 설계도든 설명서든 관련 유전자를 바꾸기만 하면 부드러운 성장 곡선이 꺾였으며, 심지어 유전자 7개를 몽땅 바꿔 넣은 경우에는 성장 곡선이 꺾인 채 매우 느리게 성장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림 3 (a)). 실제로 이 유전자들이 성장 곡선을 꺾이게 하는 것은 분명해졌으며, 모두 바꿔 넣었을 때는 훨씬 느리게 성장하는 것으로 보아 연구하지 못한 다른 유전자들도 이에 관여할 것이라 추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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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먹이 환경에 맞춘 유전자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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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레비시아 효모에서는 왜 꺾이는 성장 곡선이 나타난 걸까요? 만약 이 ‘적은 양의 포도당과 갈락토스’ 환경이 지속된다면 세레비시아 효모는 바야누스 효모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려 생존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연구진은 어쩌면 세레비시아 효모가 풍부한 포도당에 집중하고자 갈락토스 관련 유전자를 꺼두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포도당 농도를 2.5배 높여 효모들에게 먹였습니다.


그 결과 포도당이 적을 땐 분명 성장 곡선이 꺾이며 느리게 자라던 세레비시아 효모가 더 빠르게 성장하였고, 부드럽게 성장하던 바야누스 효모는 오히려 뒤처지며 느리게 자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림 3 (b)). 바야누스 효모의 유전자 대신에 세레비시아 효모의 유전자를 바꿔 넣은 효모들도 바야누스보다 빠른 속도로 자랐습니다. 어쩌면 세레비시아 효모는 포도당이 풍부한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이에 적응하느라 갈락토스를 놓친 것일지도 모릅니다.


효모는 상당히 많은 것이 알려진 생물이고 꺾이는 성장 곡선은 1940년대에 이미 알려진 현상이었지만, 요즘에 들어와서야 효모의 이 성장 곡선이 어떤 유전자 변화로 인해 진화한 것인지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 브렘 연구진은 꺾이는 성장 곡선을 지니는 효모와 안 꺾이는 성장 곡선을 지니는 효모를 이용하여, 새로운 특징이 나타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의 진화를 분석할 수 있는 연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컨대 날개 무늬가 서로 다른 두 나비 종을 골라 이 특징에 관여하는 여러 유전자를 찾고 서로 바꿔준다면 한쪽 나비의 날개 무늬가 다른 쪽 나비의 그것을 따라가게 되진 않을까요? 새의 노랫소리나 다른 의사소통은 또 어떨까요?


물론 어떤 특징은 너무도 많은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어 애초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가는 연구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고, 어떤 것은 단순히 유전자 몇 개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서로 다른 특징이 비슷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수많은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계속해서 쌓이고, 유전자를 다루는 염기서열 분석 방법이나 유전체 편집 기술 등 다양한 방법론이 꾸준히 발전하면서 이런 일들이 어렵지만 연구할 수 있는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언젠가 흥미로운 특징을 골라 그 진화를 연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


[참고자료]


브렘 연구진의 이번 연구 논문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30/n7590/full/nature16938.html

▒ 브렘 연구진은 이전 연구 논문
  http://journals.plos.org/ploscompbiol/article?id=10.1371/journal.pcbi.1003255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생(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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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생(석사과정)
“먹고 살 걱정 하는 세상을 넘어, 놀고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포스텍에서 학부를 졸업하고서 2015년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생명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열정과 기쁨을 다른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합니다.
이메일 : ecologicalj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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