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지런한 도전, 언젠가 열매 거둘 날이 온다"

::: 여성 과학자들이 후배들에게 말하는 과학자의 길


(5·끝) 김지원 가톨릭대학교 교수/서울성모병원 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단


로레알코리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국내 여성 과학자의 지원과 육성을 위해 제정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이 올해로 10돌을 맞았습니다. 최근 세 기관은 이를 기념해 이라는 책을 펴내어 온라인 전자책으로도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온>은 이 기관들의 지원을 받아 기념 도서에 실린 서른다섯 명 여성 과학자들의 서른다섯 가지 이야기 중 다섯 가지를 골라 이곳에 싣습니다. 이 글은 '기념도서 출판위원회'의 집필자가 작성했으며, <사이언스온>에는 필요할 경우에 일부 편집을 바꾸는 것을 빼고는 그 내용을 그대로 싣습니다. -사이언스온




나를 당당히 알리고


_____네트워크를 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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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당당히 알리고 네트워크를 쌓아라"


김지원 박사는 과학자로서 성공하는 데 인적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형성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과학자가 연구 성과가 좋은 것은 기본, 자신을 알리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아직도 먼저 손 내밀고 다가서기가 어렵다는 김지원 박사에게서 효과적으로 네트워크를 쌓는 방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무모한 도전을 즐기는 아이, 과학자가 되다


 

김지원 박사는 무모한 도전을 즐기는 아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내성적이고 조용해 보이는 모범생이었지만, 실은 모험 정신과 도전 정신이 강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일들도 무작정 부딪혀 성취해 내는 경우도 많았다. 성공의 기억은 김지원 박사를 계속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했고, 한번 해보기로 결심한 이상에는 정말 열심히 해서 꼭 이루어 내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워낙 호기심이 많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과학자의 길은 김지원 박사의 적성에 꼭 맞아떨어졌다. 대학 생활 때까지는 꼭 연구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석사과정을 하며 하나의 연구를 집중적으로 다루다 보니 실험하고 도전하길 좋아하는 적성에 잘 맞았고, 결과를 내어 논문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면서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김지원 박사는 당뇨병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제2형 당뇨병의 진행과 발생에 중요한 기전으로 알려진 포도당-지질 독성에 의한 베타세포 내 여러 신호전달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뛰어난 결과를 얻어 냈다.

 

00KJW원래 그는뇌신경과학을 공부했지만 뇌신경과학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연구에 뛰어든 터라 뭔가 좀 더 다른 연구를 하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있었다. 박사후연구원을 하고 있을 때 당뇨병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가 너무나 인상 깊었다. 특히 뇌와 췌장은 질병으로 봤을 때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지만, 공통적인 유전자 조절 인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뇌졸중을 치료하는 스템셀을 인슐린이 부족한 당뇨병 환자에게 넣어 주어도 치료가 가능하다. 김지원 박사는 기존의 연구 분야인 뇌와 비슷한 기전을 보이는 췌장을 접목해 연구한다는 데 깊은 흥미를 느꼈고 고민 끝에 연구 주제를 바꾸게 되었다. 당시에는 기존에 하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현재 너무나 재미있게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의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논문 읽다가 궁금하면 곧바로 저자에 편지


 

김지원 박사의 연구 주제는 공동연구가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과학자로서 필요한 부분의 도움을 받으며 협력해 나가는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새내기 과학자에게 선뜻 손 내밀어 줄 선배 과학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김지원 박사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연구를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좋은 논문을 내기 위해서는, 다른 과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김지원 박사는 무작정 ‘맨땅에 헤딩’하기로 마음먹었다.

 

외국 저널을 보다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냥 메일을 보냈다. 자기 소개를 하고 어디에서 당신 논문을 보았으며, 당신이 도움을 준다면 좀 더 흥미로운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으로 최대한 정중하게 작성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거절을 당했다. 10통을 보내면 답장은 한 통만 왔다. 나머지 9통은 묵묵부답이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메일을 받은 과학자들이 참 많이 황당하겠다 싶기도 하지만, 나의 연구를 위해서는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이런 김지원 박사의 적극적인 모습을 좋게 본 과학자들이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한 사례도 적지 않다.

 

무모할 정도로 두려움 없이 그냥 부딪혀 보는 것, 더욱 발전하는 과학자가 되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김지원 박사는 조언한다. 시간이 흐르고 김지원 박사가 계속해서 좋은 논문을 내자 이메일에 대한 회신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때문에 김지원 박사는 효과적인 공동연구를 위해서는 자신의 실력을 우선적으로 갖출 것을 조언한다. 자신의 것 없이 다른 이의 도움만 받으려 해서는 쉽게 인연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충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쌓으면서 동시에 두려움 없이 나를 오픈하고 도전한다면 결과는 흡족할 것이라고 말한다.

 

 

 

변화하는 과학의 흐름에 발맞추기


 

예전에 연구는 혼자 실험실에서 조용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요즘은 과학도 비즈니스와 연계되어 정치적인 측면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고 김지원 박사는 생각한다. 변화하는 과학의 흐름에 발맞추려면 효과적으로 자기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책과제 같은 경우도 김지원 박사는 가능 여부에 상관없이 일단 자격만 되면 무조건 도전했다. 처음 2년 간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으나 3년째 되면서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 2년 동안 김지원 박사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면 3년째 되던 해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2년의 시간 동안 자신을 어필한 것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얻은 결실이다. 김지원 박사는 훗날 김빛내리 박사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고 싶다는 바람은 물론이거니와, 그와 같은 인격을 갖추고 싶다는 것이다.

 

김지원 박사는 외국 학회에서 김빛내리 박사를 처음 보고 감명을 받아 무작정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작성한 논문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당시에는 이 또한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빛내리 박사가 그 바쁜 와중에도 선뜻 찾아오라는 답신을 남겼다. 그리고 꼼꼼하게 리뷰를 해 주는 것은 물론 선배 과학자로서 해 줄 수 있는 살아 있는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다. 김지원 박사는 다시 한 번 감명을 받았다. 훗날 자신도 김빛내리 박사처럼 후배 과학자들을 위해 흔쾌히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네트워크의 힘을 알고 있는 김지원 박사이기에, 그에게 다가설 후배 과학자의 도전은 절대 무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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