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이공계 출신의 아줌마들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모여 과학기술에 관해 친절한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연재] 하늘 아래 새로울 것 없는 '첨단'

아줌마들의 과학 수다

마흔세 번째 이야기- 자연모사공학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자연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스리고 기다리며 순응하는 것으로 삶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게 지혜라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또 살면서는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탄성이 나올 때 소리로, 선으로, 색으로, 그 자연을 표현하며 예술로서 삶의 가치를 높이려 욕심을 낸다. 개개인의 삶은 어쩌면 그 자체가 자연의 일부이며 다른 생명체와 하는 끊임없는 소통의 결과일 것이다. 알고 모르고 눈에 보이고 안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의 유전자는 더 잘살기 위해, 더 안전하기 위해 서로 닮아가려 한다. 그 진화의 본능을 기술과 접목해 현대의 편리한 생활을 이끌고 있는 것이 자연모사공학이다. 사람들이 학습한 자연의 모습은 어디까지인지? 왜 지금 이 시기에 어떠한 발상이 더 필요한지 수다로 풀어보자.

/ 수다꾼 :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정리: 이인숙)





00lotus » 연꽃잎은 표면의 독특한 미세 구조 덕분에 물이 방울을 이뤄 흘러 떨어지기 때문에 젖지 않는다. 또 먼지는 물방울에 쓸려 내려가 깨끗함을 유지한다. 이런 '연꽃 효과'를 모방하는 여러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김봉규 기자




이제야 보이는 자연 닮은 과학기술


 

문영: 우리가 쓰는 생활용품 가운데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하면 단연 찍찍이라 불리는 밸크로 테이프를 들 수 있어요. 들에 나가 한번쯤 옷에 달라붙은 도둑가시를 떼어 본 경험이 있으시죠? 그런데 스스로 구성하고, 최적화하고 심지어 스스로 치료하고 방어하는 컴퓨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 행동에서 얻었다는 것도 혹시 아세요?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부분에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모사공학이 쓰이고 있더라고요.

 

동수: 맞아요. 여행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도 엉덩이뼈의 형태를 모방한 디자인이라고 생각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요즘에는 자연을 닮은 건축물이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어요. 냉난방과 환기가 뛰어난 흰개미 집을 본 떠 만든 홍콩의 빌딩과 새 둥지를 본 뜬 베이징의 올림픽경기장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로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적인 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지요.

 

SO_LIS인숙: 예전에 “우와~우와~신비의 세계”라는 노래와 도마뱀이 뛰어가는 영상으로 시작하는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자주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그저 신기하게 생각했던 물 위를 뛰는 도마뱀이 현대의 과학기술과 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어요. 빙하기와 화산폭발 속에서 생존이 가능했던 이유와 상처를 스스로 복구하고 치료하는 능력과 천정을 기어가고 물 위를 걷는 능력은 좀 더 편리하고 좀 더 오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지요.

 

지원: 얼마 전 신문에서 나방의 눈을 모방한 유리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나방의 눈은 나노 크기의 작은 육각형 돌기를 무수히 많이 갖고 있는 겹눈 구조래요. 이 구조를 모방해서 만든 유리는 일반 유리보다 반사도가 더 낮고 투명도는 더 높아 거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무반사 효과를 나타낸다고 해요. 소금쟁이의 발바닥 털도, 모포 나비의 날개도, 연꽃의 잎도 모두가 나노라는 매우 작은 크기를 이용해 표면을 극대화해 물 위에 뜨고, 여러 가지 색깔을 내고, 물방울을 굴러 떨어뜨리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해요. 이러한 자연물을 모방해서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염색 없이 색을 발현하고, 벽을 올라가는 정찰로봇을 만드는 데 쓰인 나노기술은 이제 신기하지도 뉴스가 되지도 않지요. 실제로 그런 상품을 써보길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용품은 드문 것 같아요.

 

00landscapearch » 미국 유타주 아치스 국립공원의 '랜드스케이프 아치' 구조물. 사진/ Wikimedia Commons

 

 

 

융합과 소통, 자연에서 보다


 

인숙: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것의 이면은 자연을 모사하는 사람의 잔재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사람이 문명을 일으키는 데 사용한 도구도, 언어도, 사회 구조도 모두 자연을 모방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정말 그냥 한 말이 아니더라고요. 생활의 경험과 유심한 자연관찰이라는 과학이 만들어낸 과학자의 말이 아닐까요? 아니면 철학자? 다빈치라는 예술가의 말인가?

 

SO_JW지원: 자연에서 얻은 힌트나 기능을 모사하거나 모방해서 사람들의 삶에 활용하는 것이 과학이고 예술이고 문화라면 굳이 학문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고, 그래서 학습하는 과목도 달라서 대학을 진학할 때에도 학생들을 따로 구분해 선발하지요. 교육의 목적은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함께 사는 사회에 적응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사람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야가 융합되어 있고 연관되어 있는데 우리의 교육과 학문은 굳이 나누고 경계를 만들어 서로 넘나들지 못하게 해 놓았으니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문영: 미국 유타주 아치스 국립공원은 아치 형태를 이루는 많은 바위들로 유명한 곳이에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아치들 중에는 감히 사람들이 흉내낼 생각도 할 수 없는 구조물도 있다고 해요. 중간에 어떠한 지지대도 없이 무려 길이가 91m나 되는 랜스케이프 아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로 알려져 있대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그 동안 모아온 정보에서 얻은 지식의 양만큼 자연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여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말이에요.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자연의 가르침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수만큼 존재할 텐데 지구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인양 오만함을 부리는 사람들의 태도가 가끔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동수: 아치스 국립공원의 예를 보더라도 자연을 닮는다는 것은 조화와 협동에서 더 큰 새로운 힘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자연모사공학은 사람들 간의 소통과 융합이라는 현재 우리사회의 가장 큰 딜레마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봐요.

 

지원: 요즘은 더 나은 생활과 미래를 위한 융합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어디에 목적을 두는가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개인의 행복이냐, 인류의 생명연장이냐, 지구 생태계의 보호냐에 따라 서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개인과 전체, 인류와 지구 생태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선택에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어렵고요. 잘못된 선택이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치명적인 경우도 많을 테니까요.

 

인숙: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며 우연히 키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키가 작은 저희 집 아이들은 친구들이 자신들에게 조금씩 나누어준 키만 보태도 170 cm는 넘을 거라며 왜 키는 나누어 가질 수 없냐고 울분을 토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아이가 키가 크다면 어떨까? 라고 아이에게 질문을 하면서 저도 생각을 해 봤어요. 키 큰 사람으로 모두 통일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 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것이 고르게 분포해 있어야 숨 쉴 공간도 위 아래로 나누어 쓰고, 부족함과 남음으로 협력하면서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생물의 다양성을 왜 강조했는지 조금은 이해하겠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저도 고개를 끄덕였지요. ‘작아도 좋으니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다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SO_MY문영: 다양성과 전체적인 조화라는 면에서 보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자연생태계의 순환을 따라 하는 시스템인 블루 이코노미는 시대적으로 당연한 선택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생태계로부터 수많은 정보와 영감을 얻어 인간 생활에 활용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경제 성장이 동반된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니 이런 방향을 적극적으로 개발, 추진해야 하는 건 자식 키우는 부모의 의무가 아닐까 할 정도로 공감이 되더라고요.

 

동수: 자연을 모방하고 응용하는 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첨단 과학기술들이 점점 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워지니까 전문가의 의견을 그대로 믿어 버리게 된다는 거예요. 얼마나 미래를 주도할 기술인지 설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기술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에 관한 위험성을 대중에게 밝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과학자들의 윤리의식은 물론이고 그 기술을 이용하려는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의 윤리의식도 중요하지요.

 

 

 

"1%가 아니라 무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지원: 얼마 전, 미국 대통령과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한 몸에 받던 실리콘밸리의 태양광 패널업체 솔린드라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뉴스가 '녹색 거품'이라는 제목과 함께 크게 신문에 실렸어요. 이 사실을 단순히 ‘이제 녹색의 시대는 끝인가’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제품의 공급 과잉 여부, 저가 제품과의 경쟁 같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오랜 세월 주변 환경에 적응해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된 형태를 이루는 자연처럼 정리될 건 정리되고 살아남는 것은 살아남으면서 안정되겠죠. 녹색 산업의 대중화와 보편화를 위해 거쳐야 하는 성장의 과장인 거지요.

 

SO_DS동수: 요즘 그리스에서 시작한 세계경제의 어려움은 달러체제라는 세계경제의 기본조차도 흔들고 있어요. 글로벌이라는 거대한 경제체제를 이룬 세계는 한 덩어리가 되어 서로에게 다방면으로  그 어려움을 확산하고 있어 어느 한 나라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이끌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시스템을 이루고 있지요. 그러다보니 이러한 복잡한 문제의 실마리를 개미나 꿀벌 또는 물고기와 새의 집단행동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있더라고요.

 

인숙: 맞아요. 스마트 웜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나요.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의 해결방법을 집단생활을 원만히 잘 이끌어 가는 곤충들과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들의 행동양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리더 없이도 개별적인 존재들이 맡은 바 직무에 열심이고 충실하다보면 전체로 볼 때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과는 좀 차이가 나는 새로운 발상이었어요.

 

00leafcutterant » 개미들의 '소셜 네트워크'. 출처/ '지구 생명의 영상'  http://www.arkive.org/leaf-cutter-ant/atta-cephalotes/#

문영: 위키피디아와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지식과 여론을 만들고 걸러내는 과정에서 보이는 집단의 위력도 이러한 동물들의 행동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좋은 방향으로 간다면 말이지요.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엉뚱한 피해자를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집단의 힘을 올바르게 이끌 리더나 관리자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기존의 수직적인 조직체제에서 수평적인 관계에 의해 형성되어지는 질서는 엉뚱하고 미덥지 못한 구석도 있지만 분명 현대사회를 이루는 한 축임을 받아들이고 가능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주어야 할 것 같아요.

 

인숙: 요즘 아이들의 교육프로그램을 보면 리더십 개발이라는 말이 많아요. 그걸 볼 때면 모두가 리더면 누가 일을 하는 거지? 라는 불편한 생각이 먼저 스치더라고요. 하지만 리더는 주인이라는 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고쳐보면 우리의 아이들이 참으로 힘든 세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꿈이 없는 걸까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는 걸까요?

 

문영: 지적인 학습에 치중하다보니 어려움이나 고생에 대한 생각과 그런 고난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기회가 너무도 부족한 것 같아요. 그나마 아이들이 시간을 투자해서 보는 인터넷과 텔레비전과 게임은 단순하고 유쾌하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있는 현실의 삶을 그대로 조명하기보다는 만들어진 상황 속에서 진짜처럼 보여 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이런 프로그램에 중독되어 가짜 세상을 진짜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고요. 이런 소모적인 시간은 아이들이 삶과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요.

 

동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할 의지도 생각도 없이 맞이하는 성년은 작은 실수도 용서하지 못하고, 작은 시련도 견디지 못하고, 작은 고통도 참지 못하는 성급하고 분노에 찬 어른을 만들기 쉽지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교육은 아이들이 닮고 싶은 올바른 어른의 모습으로 사는 것, 즉 그들의 롤모델이 되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힘들고 어렵다고 툴툴대지 말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자고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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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다팀
머릿속 과학을 쉽게, 편안하게, 재밌게 생활에서 끌어안다.” 못생긴 평 발의 등번호 21번 수다꾼(박문영), 뾰족코에 둥근 안경 수다꾼(신지원), 살포 시 웃음 짓는 빼빼 수다꾼(최동수), 볶음밥 위의 노른자 수다꾼(이인숙)이 수 다 팀을 꾸렸다.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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