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이공학도, 우리들이 사는 세상"

숱한 과제에 시달리고 퀴즈에 쫓기고 실험실에서 죽치는 생활엔 힘겨움과 고민도 숨어 있지만 이공계의 젊음은 여전히 팔팔하고 꿈도 많다. 다양한 갈래의 이공학도들이 그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전한다.

[연재] "짓궂던 아이들과도 정이 흠뻑..." 과활현장 가보니

::: 이공학도, 우리들이 사는 세상 (22)


--- 과실연 '과활' 기획부터 활동까지, 동행 취재기

 

00SA05 » 며칠만에 아이들과 정이 너무 흠뻑 들었다는 김유정(이화여대, 왼쪽)씨와 이동화(연세대)씨. 사진/ 이승아


00SA02 » 과실연 사무국에서 열린 봉사단 대표 회의.

 



지난 연재 글인 “‘과활’ 가르치며 배우며 서로 키우는 과학나눔”을 취재하면서 다양한 과학 봉사활동(과활)을 알게 되고 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에서 올해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 과학 봉사단’에 기획 단계부터 활동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이공학도들의 다양한 모습을 다루는 이 연재에 과활에 참여한 경험담을 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글을 쓰게 되었다.

 

 

‘과실연 과학나눔실천단’ 기획부터 발대식까지


 

00SA03 » 서울대 농생대에서 열린 과학나눔실천단 1기의 발대식.

 

실연은 대부분 과학기술계 전문가로 이뤄진 엔지오(NGO)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방향을 잡아줄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그룹이다. 최근에는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 모임에 젊은 힘이 보태지면 좋겠다”는 내부 소리에 젊은층, 즉 대학생들과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이에 “과실연이 지원해서 대학생들의 ‘과학 봉사’를 도우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고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 과실연 대학생 과학봉사의 기획이 시작된 것이다.

 

“과실연에서 회원조직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젊은층의 힘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러던 차에 재능 기부 행사인 ‘10월의 하늘’에 대해서도 듣고, 서울대 자연대에서 해마다 해온 과활에 대해서도 들었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을 시작했죠. 다른 과활과 다르게 처음이고 홍보가 어려워서 각 대학 이공대 학생회에 일일이 연락하여 봉사자 지원을 받았어요. 또 여러 군데에서 지원을 받는 만큼 내용에 대한 자신이 있지요. 봉사활동 해당 학년은 아니지만 지역 고등학생들에게도 찾아가 진로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시간도 가지려 합니다.”(서울대 김영오 교수/과실연 회원조직위원장)

 

00SA06 » 과학나눔실천단이 실험하는 교실마다 붙은 현수막. 4박5일의 실험 수업을 모두 수료한 초등·중학생들은 ‘노벨과학교실’ 수료증을 받았다.

이전에 농촌에 봉사활동을 가는 ‘농활’, 빈민촌에 봉사활동을 가는 ‘빈활’처럼, 이공계 대학생들이 이른바 ‘과학 소외 지역’을 찾아가 과학 봉사활동을 하는 게 바로 ‘과활’이다.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활’(사실 과활이라는 말도 창의재단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며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과 학교별로 진행하는 과활 등이 있으며, 과실연에서는 올해 여름에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과실연 과학나눔실천단의 경우에 실험활동은 (주)창의와탐구에서, 경제적인 지원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행정적인 지원은 과실연에서 맡았다. 다양한 지원과 더불어, 학생들이 스스로 해마다 과활을 해온 서울대 자연대 학생들한테도 도움말을 얻어, 성공적인 봉사를 이루기 위해 여러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첫 회이지만 부족함과 실수 없이 진행하려는 각계의 지원에 학생들의 열정이 버무려졌다.

 

이렇게 서울대, 포스텍, 서강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에서 모두 38명의 학생들이 봉사를 하기 위해 모였고 학교 대표들이 지난 7월18일에 첫 대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과실연 소속 이보경 연세대 교수, 이주영 서울대 교수와 실험 활동을 제공하기로 한 (주)창의와탐구의 교사, 진행에 대한 조언을 해줄 최광종 서울대 자연대 학생회장도 함께 참석했다. 첫 활동인만큼 앞으로 이어질 봉사단의 이름을 정하는 게 난제였는데,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던 끝에 ‘과실연 과학나눔실천단’으로 이름을 정했다. 후원은 후원일 뿐, 모든 것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정신 아래 이름 정하기부터 다양한 과활 프로그램 일정까지 학생들이 짜나갔다. (올해에 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은 과학나눔실천단 1기이며, 과실연에서는 앞으로 방학 때마다 새로운 기수를 선발해 봉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7월 30일, 과학나눔실천단은 봉사활동을 약 열흘 앞두고 서울대 농생대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이 날은 봉사단을 독려하기 위해 민경찬 과실연 상임대표(연세대 교수)를 비롯해 과실연 인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민 상임대표는 축사에서 “과학나눔실천단이 과학 소외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봉사단 도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봉사단을 응원했다. 이에 봉사단연합대 대표를 맡은 김승수(고려대)씨는 “첫 기수라 도움받을 선배가 없지만 우리가 (그 전통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이라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또 만들어 오자”는 인사말을 했다.

 

발대식이 끝나자 팀별로 봉사활동에서 진행할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하고 예비 실험을 계획하는 등, 열흘 앞으로 다가온 과활 준비 시간을 가졌다. 이런 봉사에 처음 나선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또한 대부분 서로 초면이었기에, 처음에는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것조차도 어색해 했다. 과연 어떤 봉사활동이 펼쳐질까? 학생들의 창의력과 열정에서 나오는 기대가 반, 첫 번째 활동이기에 생기는 걱정이 반인, 그런 회의였다.

 

00SA01 » 부력을 실험 중인 초등학생들. 사실 대학생들이 준비한 실험이 따로 있었는데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급히 일정을 변경하여 진행한 실험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반응이 너무 좋아서 다행이었다고.

 

 

귀엽기도, 얄밉기도 한 어린 학생들과 함께...“뿌듯해요!”


 

00SA04 » '달고나' 실험 중인 아이들. 가운데는 대학생 선생님인 고려대 학생 변우영씨.

디어 8월 8일. 내가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에서 열린 ‘과학커뮤니케이션 여름학교’에 참석하러 포항으로 떠난 날, 과학나눔실천단은 한 달 동안 준비한 봉사 활동을 하러 강원도 양구군으로 떠났다. 첫 대표 회의가 열린 지 꼬박 한 달만이었다. 과활 프로그램을 지원받아 떠나는 봉사인지라, 다른 과활에 비해 준비과정이 짧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간 것이다. 어떤 봉사활동이건 완벽하게 준비해 떠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8월 8일부터 12일까지, 4박 5일의 일정이었다. 과학커뮤니케이션 여름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뒤늦게 11일에 봉사활동이 진행되는 양구군 비봉초등학교를 찾았다. 38명의 봉사단은 8개 조로 나누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학생들을 ‘선생님 1인당 학생 3명’ 기준으로 맡아 가르쳤다. 비봉초등학교는 장소를 제공해준 것이고, 대학생들에게 실험을 배우게 된 학생들은 양구군 전체에서 모집해 선발한 것으로, 예닐곱 학교에서 모였다 한다.

 

교실에 들어가자 “언니도 우리 가르치러 온 선생님이죠? 언니는 어느 대학교에요?” 하며 달려드는 귀여운 초등학생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봉사활동은 학년별로 반을 나누어 서로 다른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고, 마냥 신난 학생들 그리고 실험 준비와 정리로 바쁜 대학생들이 묘하게 대비되었다. 나는 아이들과 대학생들이 가장 신나게 실험에 참여하는 5학년 반에 오랜 동안 머물렀다. 선생님들이랑 수업하는 게 좋으냐고, 어떻냐고 물으니 다들 “선생님들 너무 좋고 재미있다”고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선생님들의 이름표와 휴대전화도 아이들 손에 넘어갔고, 선생님의 말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옆에 붙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뒤늦게 새로 온 나를 보고서 잔뜩 시끄러워진 아이들을 겨우 진정시키고 과활을 진행하는 대학생 선생님들과 마주앉아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계획으로는 도착한 첫 날부터 예비 실험도 완벽히 끝내고 또 하려던 일들이 많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다 해본 것, 아는 것’이라며 툴툴거려서 속도 상했어요. 그런데 막상 진행하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교과서에서만 본 거지 진짜 해보진 않은 것들이었어요. 아이들이 모두 다 너무나 하고 싶어 하니까 그 모습이 예뻐서 더 열심히 가르쳐 주게 되어요. 제 고등학교 시절을 되새겨 봐도 억지로 공부하고, 늘 시큰둥하게 공부만 했던 것 같은데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인 줄 몰랐거든요. 선생님한테 관심을 받으려고 일부러 짓궂게 굴기도 하고, 예쁜 짓도 많이 하고.... 벌써 정이 흠뻑 들었어요.”(김유정, 이화여대 학생)

“첫 기수라 도움말을 별로 얻지 못했어요. 예비 실험을 할 시간이나 소모품 수량 등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 점도 아쉽고요. 그런데도 너무 뿌듯하고, 대학 시절에 이런 봉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함께 실험을 성공했을 때 정말 신나 하는 아이들 모습은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어요. 사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워낙 시끄럽고 중구난방이라 힘들었거든요. 그런데도 그게 악의에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즐겁고 신나서, 순수한 아이들이어서 그런 걸 알고나서는 밉지가 않아요. 더 신나게 해주고 싶죠. 그러려면 남은 실험을 다 성공해야겠죠(웃음).” (김승수, 고려대 학생)

“전 이번 봉사단에서 유일한 인문계생이에요. 교육학 전공이거든요. 우리 학교 생명대학 교수님께서 이 봉사활동을 추천해주셨거든요. 교육학을 하니까 참여해봤으면 좋겠다고요.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과학 실험을 어떻게 가르칠지 걱정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예비 실험도 하고 매뉴얼도 공부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니 오히려 제가 더 신이 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한테도 무언가를 배우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봉사를 하다 보니 교생 실습과는 다른 ‘무언가’를 얻고 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제가 얻는 것보다 더 주고 가야겠죠. 제 이름표 걸고 다니는 아이 보이세요? 선생님들 좋다고 아이들이 이름표를 빼앗아가서 달고 다니는데, 그것도 너무 예뻐요. 그리고 이런 과학 봉사는 대학생들이 이미 어릴 때 해본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니까 어렵지 않거든요. 앞으로는 인문계열 사범대 학생들도 이공계 학생들과 함께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이동화, 연세대 학생)

00SA08 » 운동장에 나와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어 보는 아이들.

 

 

꿈을 심어 주는 봉사활동, 앞으로도 계속된다


 

00SA07 » 수수깡으로 다리를 만드는 아이들.

실연 과학나눔실천단은 앞으로도 기수를 이어가며 많은 과학 소외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러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과활 뒤에 열리는 평가회의에서는 미흡했던 점이나 다음 기수에 보완해야 할 점 등이 논의된다. 앞으로 더 의미 있는 과활, 더 진정한 과활을 위해서 느낀 점들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전에 연재 글을 쓰기 위해 다른 과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을 인터뷰하고 여러 과활 프로그램들의 차이점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과실연 과학나눔실천단의 기획부터 봉사까지,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고 그 현장의 분위기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이 내게는 또다른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지난 번 인터뷰에서 과활 참여 경험자들이 전해준 이야기 중 몇 마디는 지금도 참 아프게 남아 있다. “‘우리 계속 연락하고 만나자고 약속한 뒤에, 과활 대학생들은 나중에 살기 바빠 잊으면 그만이지만, 아이들은 기대하고 상처 받는다”, “봉사 가서 ‘내가 더 많이 얻고 돌아왔다’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가, 있는 것 다 주고 와도 모자랄 것을….” 그런 이야기를 먼저 듣고서 이번 봉사 현장에 직접 와보니 나름의 ‘봉사관’이 생겼다 할까? 그 와중에도 잠자리가 불편하다거나 늘 같은 반찬이라고 투정한 대학생이 있다는 말에는 속이 상했다.

 

앞으로도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가 아닌, 어린이들에게 꿈과 힘이 되어줄 대학생 과학 봉사활동이 다양하고 재미있게 진행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의 후원이 필요한 부분도 있는데, 좋은 취지의 일을 도와주는 곳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약간의 뒷받침만으로도 대학생들의 이러한 활동이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다. 정말 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학생이라면 조금의 도움에도 큰 힘을 얻으며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으니까. 또 한 가지, 과활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봉사’의 의미를 다지고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자칫 봉사의 참된 의미가 퇴색하게 되면, 나중에 봉사활동이 이력서 한 줄을 채워줄 수는 있겠지만 어린이와 자신 모두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더불어, 앞서 좋은 취지로 아이들을 가르치러 춘천을 방문했다가 수해로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인하대 학생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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