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의 돌’ 연금술 제조법 담은 뉴턴의 원고
17세기 연금술 원고의 필사본에 자신만의 메모 남겨
“물질 분해·조립의 연금술, 뉴턴의 광학 발견과 연관”
미 화학유산재단, 최근 개인소장품 매입
» 미국 화학유산재단(CHF)이 최근 개인 소장가한테서 매입해 공개한 뉴턴의 연금술 필사본. 납을 금으로 만들어준다는 ‘현자의 돌’을 제조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필사본의 뒷장에는 뉴턴이 연금술 실험에 관한 자신의 메모를 남겼다. 출처/ National Geographic, Chemical Heritage Foundation
‘근대 과학의 거장’인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이 중력이론, 고전역학, 광학 외에도 당대에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연금술에도 상당히 심취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원고 유물이 공개돼 ‘뉴턴과 연금술’의 관계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비영리 화학유산재단(Chemical Heritage Foundation)은 납 같은 일반 금속을 ‘완벽한’ 금속인 금으로 변환해주는 신비의 물질인 이른바 ‘현자의 돌(Philosoper’s Stone, 철학자의 돌)’의 제조법과 관련해 뉴턴이 남긴 원고 유물을 개인 소장자한테서 매입했다며 밝혔다.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영국의 <화학 세계(Chemistry World)> 등의 보도를 보면, 이 재단이 공개한 뉴턴의 유물은 ‘현자의 돌’을 만드는 데에 중요한 준비물인 ‘철학적 수은(philosophic mercury)’의 제조법을 비교적 자세하게 담은 원고인데, 이는 당대에 이름난 연금술사인 필명 필랄레테스(Eireanus Philalethes, 본명 George Starkey)의 라틴어 원고(제목 ‘현자의 돌을 만들기 위한 수은의 제조’)를 옮겨쓴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으로, 필사본의 뒷장에다 뉴턴이 납을 증류하는 연금술의 실험 과정에 관한 메모를 직접 기록했다는 것이다. 연금술에서 ‘철학적 수은’은 일반 금속 물질을 기본 성분들로 분해하며, ‘현자의 돌’은 그 기본 성분들을 재조합해 아주 다른 물질인 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고 여겨진다.
이런 유물의 존재는 뉴턴이 연금술에 심취했음을 확인해주는 근거가 될 만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보도를 보면, 과학사학자들은 필랄레테스의 원고가 뉴턴의 필사 이후 몇 년 뒤에야 정식으로 출판된 점을 들어 뉴턴이 연금술 연구자들과 교류를 해왔을 것이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또한 뉴턴의 원고는 그가 이런 실험적인 제조 과정을 시도했거나 또는 그 과정의 수행을 염두에 두고서 이런 메모를 남겼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가 연금술 제조법에 얼마나 큰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연금술에 관해 쓴 뉴턴의 글들에 등장하는 연금술 관련 여러 기호들. 출처/ '아이작 뉴턴의 화학' 프로젝트의 홈페이지 화면
연금술은 뉴턴의 다른 과학 활동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나 프리즘 실험을 통해 백색광이 여러 색깔 빛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한 뉴턴 광학이 이런 연금술과 연관되어 있다는 해석도 제시되고 있다. 물질을 쪼개어 기본 성분들의 구성물로 이해하고, 그 기본 성분을 다시 조합하면 새로운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적인 사유나 실험적인 사유는 뉴턴의 광학 연구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의 화학’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의 과학사학자 윌리엄 뉴먼 교수는 뉴턴 광학과 연금술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연금술사들은 화합물이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로 쪼개어질 수 있으며 다시 조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던 최초의 사람들이었다. 당대에 뉴턴은 그것을 백색광 연구에 적용했다. 백색광을 분해해 그것을 구성하는 색깔들로 나누었으며 다시 그것을 재조합했다. 뉴턴이 연금술에서 배운 게 있다면 그것이다.”(<내셔널 지오그래픽스>)
뉴턴은 생애 동안에 연금술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분량의 글을 남겼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과학 거장이라는 뉴턴의 명성에 밀려, 사이비과학으로 인식된 연금술과 관련한 그의 연구와 글들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채 개인 소장자들에게 팔려 흩어져 있는 상태라고 한다. 최근에야 뉴턴의 과학 과 연금술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고, 또한 연금술을 현재 과학의 잣대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현대 화학이 등장하기까지 밑거름이 되었던 역사적 유산으로서 이해라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뉴턴의 연금술 연구 자료가 재조명을 받고 있는 듯하다. [한편 지난해에는 젊은 시절의 뉴턴이 식물학과 관련해 쓴 메모 유물이 발견돼 관심을 끈 바 있다. http://scienceon.hani.co.kr/237174 ]◑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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