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물질 ‘DNA 분자’의 구조 3D로 엿보다
동일한 염기쌍도 다양한 형상, “유연성” 두드러져
» 금 나노입자(노란색)이 양끝에 붙어 있는 DNA 분자 조각들의 여러 3차원 형상들. 다양한 구조로 휘어져 연결되어 있다. 출처/ Berkeley Lab
아데닌(A)-티민(T), 구아닌(G)-시토신(C)이라는, A-T-G-C 네 가지 염기가 이룬 이중나선 구조의 고분자인 데디옥시리보핵산, 즉 DNA는 생명 현상을 빚어내는 청사진의 정보이지만, 나노테크놀로지 분야에서는 오래 전부터 조립하기 손쉬운 나노 물질로도 주목받아 왔다. 조립하기 쉽고, 그래서 합성하기도 복제하기도 쉬운 물질로 꼽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의 DNA는 유전자 기능을 하는 생명 정보가 아니라 쉽게 조립, 합성, 복제되는 분자 물질로서 주목을 받는다.
그동안 DNA 분자를 이용해 여러 가지 나노 구조물을 만들려는 실험적인 시도들도 있었고 DNA 분자를 약물전달 시스템이나 더 나아가 아직은 상상적인 분자 컴퓨터의 메모리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져 왔다. 하지만 나노기술 소재물로 주목받는 DNA 분자 물질 구조의 시각적 형상을 직접 관찰하기는 어려웠다.
최근 금 나노 입자와 결합한 DNA 이중나선 구조의 3차원 형상을 처음으로 관측해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DNA 분자 구조를 연구하는 나노 기술 분야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버클리 랩,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등에 속한 국제 연구진은 최근 이런 연구셩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그동안 DNA 분자 조각을 살피려면 분자를 결정화 한 다음에 여기에 엑스선을 쪼이고서 결정 물질에서 나오는 회절 신호를 분석해 3차원 구조를 엿보거나(이럴 경우 자연 구조가 훼손될 수 있다고 한다), 거의 동일한 수많은 분자 구조물을 대상으로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다음에 이것들을 종합해 하나의 3차원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 사용되었으나, 이번 관측 기법은 하나의 DNA 분자를 여러 각도에서 관측한 다음에 3차원 영상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전 방식과는 대비된다고 한다.
이런 관측에는 개별입자 전자단층촬영(IPET)을 응용해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영상화 기법과 분석 소프트웨어가 사용되었다. 연구진은 논문에 보고한 관측 작업에서 금 나노입자 2개가 양끝에 연결된 84개 염기쌍 규모의 DNA 조각 구조를 관찰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롭게 확인된 점은 같은 염기쌍을 지닌 구조물이지만 개별 DNA 조각들이 서로 다른 구조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즉, DNA 구조물이 동일한 염기쌍 구조라 해도 유연하게 서로 다르게 휘는 상당한 ‘유연성’(flexibility)을 보여주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개별 DNA 조각의 형상을 관찰하는 기법이 제시됨으로써, 이런 새로운 관측 기법이 여러 용도로 연구되는 DNA의 구조를 살피고 제어하는 나노테크놀로지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DNA는 프로그래밍 하고 합성하고 복제하기에 쉽다. 그래서 나노 구조물로 빠르게 자가-조립하여 분자 수준 장치의 작동을 이끄는 데에 특별한 물질로 사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분자 장치 구조의 시각화에 대해 개념 증명(a proof of concept; 전에 없던 신기술의 가능성을 검증해 보임)을 해보이는 그런 것입니다.” (버클리랩 보도자료)
DNA 분자 물질을 나노테크놀로지 분야에 활용하려는 연구는 그동안 상당한 동안에 걸쳐 이뤄져 왔다. 연구의 대상인 DNA 분자 물질을 좀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화 기술이 새롭게 제시됨으로써, 그동안 이 분야 연구성과들은 어떤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얻을 수 있을까? 연구진은 개별 분자 시각화 기법의 해상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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