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로 설계하듯 DNA회로 설계, ‘세포 프로그래밍 언어’

유전자 회로설계 프로그래밍 언어 “첼로(Cello)” 선봬


‘게이트 ON/OFF’ 원리, 전자회로 프로그램 언어 응용

약물·희귀물질 생산하는 미생물 합성 설계 과정 자동화

  +   전문가 도움말: 이상엽·박종화 교수 일문일답

00biocircuits.jpg » 출처/http://news.mit.edu/2016/programming-language-living-cells-bacteria-0331



“생명은 말 그대로 정보다.” 십수 년 전에 어느 생물정보학자한테서 취재과정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디엔에이 염기서열 정보가 생명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명 현상이 궁극적으로는 정보 처리로 이해될 수 있음을 강조한 말이었다. 새롭게 떠오르던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컴퓨터 안에서 설계되어 작동하는 ‘가상세포(virtual cell)’를 처음 본 것도 그 무렵이었다. 단백질과 디엔에이(DNA), 아르엔에이(RNA) 같은 분자물질 수준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현실 실험실의 방식과 달리, 세포의 대사 과정 전체를 컴퓨터 안에 구현해 거기에서 생명 현상을 연구하거나 그것을 미생물 공학에 응용하려는 방식은 ‘합성생물학’을 이루는 전통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세포의 대사 과정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는 ‘드라이 랩(dry lab)’의 중요한 연구 도구로 사용되었다. 세포는 사이버 공간에서 구현된다.


00biocircuits4.jpg 이젠 전자기기 논리회로를 짜듯이, 특정 대사 기능을 하는 ‘디엔에이 회로’를 짜는 ‘합성생물학 프로그래밍 언어’가 등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합성생물학자인 크리스토퍼 보이트(Christopher Voigt)와 보스톤대학,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 등 소속 연구진은 생명체의 DNA 회로 설계를 자동화하는 프로그램 언어인 ‘첼로(Cello)’를 개발해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첼로’ 사이트 ☞ http://cellocad.org/]. 전자회로 설계의 프로그램 언어인 ‘베릴로그(Verilog)’를 이용해 특정 대사를 수행하는 유전자 회로를 간편하게 짤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연구결과는 원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미생물 세포를 만드는 이른바 ’세포 공장’ 분야에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진이 선보인 생물체의 유전자 회로는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그 환경 조건에 따라 반응하는 입력(input)과 산출(output) 기능의 유전자들로 구성되었으며, 이런 입력과 산출 과정에서 마치 전자회로 게이트들의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여러 유전자들이 활성을 일으키거나 억제를 하면서 특정 반응의 회로를 구성하게 된다.


매사추세츠공대의 보도자료를 보면, 프로그램 사용자는 예컨대 특정 대사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입력 조건으로서 산소, 당, 빛, 온도, 산성이나 다른 환경 조건을 탐지하는 감지인자를 설계할 수 있으며 이런 입력 조건에서 활성화해 원하는 반응을 일으키는 활성인자를 조합함으로써, 특정 대사 기능의 유전자 회로를 설계할 수 있다. 이처럼 감지와 반응의 유전자 회로를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다면, “종양을 감지하면 약물을 분비하는 장내 미생물이나, 부산물의 독성이 많아지면 발효 과정을 스스로 멈추는 이스트 세포들을 설계”하는 것도 미래에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00biocircuits2.jpg » 컴퓨터와 전자기기의 주요 논리회로들. 출처/ 위키백과 국내에서 미생물체를 이용한 대사공학을 연구하는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는 그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인자와 그 발현의 산물(product, 단백질)을 또 다른 유전자 회로의 활성인자(activator)나 억제인자(repressor)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회로 구성의 기본 원리이고요, 예를 들어 두 개의 신호가 들어와 두 종류의 단백질을 발현하게 하고 그 발현된 두 종류의 단백질 모두가 합쳐져서 어느 다른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activation) 하면 “AND 게이트(gate)”가 되고 억제하면 “NAND 게이트”가 되고요, 둘 중 하나의 단백질만 가지고도 ON을 시킬 수 있으면 “OR 게이트”가 되는 원리입니다. 즉, 반도체 게이트 원리를 유전자 발현 조절 원리로 구현 가능하다는 겁니다.”


생물정보학자인 박종화 울산과기대 교수는 “유전자 회로도 결국에 활성화(activation)와 억제(repression) 등의 간단한 이진법적 스위치로 조절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설계된 논리회로의 프로그래밍 언어는,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가 0, 1의 기계어로 번역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디엔에이 염기서열로 번역되고, 그런 유전자 논리회로의 염기서열을 실제의 미생물 세포에 삽입해 애초 설계한 대로 그 형질이 발현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자동차를 실제 제작하기에 앞서 컴퓨터 가상 공간에서 세부 내용을 설계해 성능을 미리 확인해보듯이, 세포 생명의 부품이 되는 디엔에이 회로들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설계해 논리적 연산의 작동을 확인해봄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세포의 새로운 형질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진은 이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대장균 게놈(유전체)에서 88만 개 염기서열로 이뤄진 60가지의 유전자 회로를 설계했으며 첫 시험에서 이 가운데 45개 회로가 작동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런 세포 프로그래밍 언어는 유용한 물질을 분비/생산하는 미생물을 만들려는 생물공학 분야에서 상당한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컨대 유전자를 변형해 대사 과정을 바꿈으로써 유용한 약물이나 희귀물질, 에너지 연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개발하는 과정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뤄지게 마련인데, 특정 대사 기능의 유전자 회로를 미리 설계하고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함으로써 실제 미생물 실험의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과학저널 <네이처>의 뉴스에서 ‘2012년만 해도 과학자들이 3년 걸려 할 작업이 새로운 시스템에서 1주일 정도만에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00biocircuits3.jpg »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유전자 회로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 출처/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52/6281/aac7341

 

이상엽 교수는 “단순히 시간과 비용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냥 생물학적으로 생각만 해선 설계하기 어려운 복잡한 회로들도 만들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볼 수 있고 그런 다음에 최종 후보들(candidates)에 대해 실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유전자 회로 설계의 자동화’ 기법이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대표적인 연구결과가 될 만하다고 평했다. 더 정교한 회로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합성생물학 분야의 아주 대표적인 연구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연구는 앞으로 더 많은 회로(circuit)를 제작하고 그 많은 회로들이 서로 연결되어 더욱 복잡한 조절/대사 회로(regulatory/metabolic circuit)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또한 화학물질,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더욱 정교하게 세포를 조절하는 데 활용되는 쪽으로 발전될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번에 선뵌 세포 프로그래밍의 언어가 대장균의 유전자 회로에 최적화되어 개발됐지만 앞으로 다른 미생물에도 적용되는 방향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전자기기 논리회로 설계 방식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논리회로를 간편하게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간혹 세포의 유전자 형질을 바꾸는 작업을 “프로그래밍”으로 비유해서 말하곤 하지만, 이번 연구성과는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전자회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응용한 시스템으로 세포의 유전자 회로를 설계하고 이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유전자 회로를 세포 내에 구현해 그 기능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연구진이 강조했듯이 새로운 생물 프로그래밍 기법은 복잡한 생물학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비전문가도 프로그래밍 언어의 도움을 받아서 원하는 기능의 유전자 회로를 손쉽게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세포 공장’의 활용 영역이 더욱 넓어지리라는 기대와 더불어 ‘바이오 해저드’와 같은 안전과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와 대책도 더욱 필요해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 바쁜 와중에 이상엽 교수와 박종화 교수가 도움말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일문일답 답장을 기사의 주제에 맞게 간추리고 다듬어서 이곳에 싣습니다. 일부 영어전문용어를 우리말로 번역해 실었습니다. 일문일답을 다듬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 다듬은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사이언스온의 책임입니다.

1. 전문가 도움말 일문일답
   -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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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
복잡한 생명현상의 요소들과 절차들을 공학적인 기법으로 단순화해서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생명을 설계하는 데에 시간과 비용을 줄여 주었다는 데에 이번 연구성과가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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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단순히 시간과 비용만 줄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냥 생물학적으로 생각만 해서는 디자인 하기 어려운 복잡한 회로들도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 볼 수 있고, 그후 최종 후보들(candidates)에 대하여 실험을 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자기기 회로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베릴로그(Verilog)를 유전자 회로의 세포를 구성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유전자 회로의 설계가 일종의 반도체 회로 하드웨어의 설계로 사용되었는데, 이처럼 유전자 정보를 전자기기 정보로 환원하는 것이 적용 가능한 것일까요? 그 적용 가능성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둘 다 회로(모듈)의 조합과 정보 처리라는 기본이 동일하기 때문일까요?
저는 모든 것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즉, 생물학적 신호/정보/흐름은 아날로그적인 측면이 있고, 다양한 제한요건 (constraints)이 있기 때문에 100% 회로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중요 회로들과 그 조합들에 대하여 어느 정도까지 전자회로를 구성하듯이 설계하고 생물학적 실험으로도 유사하게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설을 시험하고 교육용으로 매우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판단됩니다.


반도체 회로가 켜지고 꺼지게 조절함으로써 정보를 처리하는 게이트 테크놀로로지는 생명 회로에서 어떻게 구현되는 것인지요? 억제기능 유전자를 켜고 끄는 것이 반도체의 게이트의 On/ Off로 구현된다는 것인지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인자와 그 발현의 산물(product, 단백질)을 또 다른 유전자 회로의 activator(활성인자)나 repressor(억제인자)로 사용하게 하는 것이 회로 구성의 가장 기본 원리이고요, 예를 들어 두 개의 신호가 들어와서 두 종류의 단백질을 발현하게 하고 그 발현된 두 종류의 단백질 모두가 합쳐져서 어느 다른 유전자 발현을 활성화(activation) 하면 “AND 게이트(gate)”이고요, 억제시키면 “NAND 게이트”가 되고요, 둘 중 하나의 단백질만 가지고도 ON을 시킬 수 있으면 “OR 게이트”가 되는 원리입니다. 즉, 반도체 게이트 원리를 유전자 발현 조절 원리로 구현 가능합니다


특정 대사 기능을 하는 것, 감지하는 것, 작동하는 것, 억제하는 것 등등의 갖가지 기능을 행하는 유전자 모듈(회로)을 조합하여 설계하면, 이것이 자동으로 생명 작동에 필요한 방식으로 프로그래밍이 작성되고, 이후에 이것이 실제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DNA 염기서열 정보로 변환(translate)되어, 실제 생물개체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런지요?
최종 목적은 그렇지만 실제 완벽하게 그렇게 구현되지는 않았고요, 앞으로도 먼 이야기입니다. 다만 전체 대사 네트워크가 아닌 로컬 네트워크에서 원하는 신호전달이라던가 대사 흐름을 일으키게 하는 구체적인 회로의 구성 및 실험은 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논문에서 보여준 바는 프로그래밍을 하고서 그것이 컴퓨타 안의 가상공간에서 세포로서 작동함을 보여준 것인가요? 아니면 더 나아가 그런 설계를 바탕으로 실제 세포를 설계대로 만들어서 살아 있음을 확인해준 것인가요? 가상세포(virtuarl cell) 수준의 연구인 듯하면서도, 가상세포가 이전에도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실제 세포를 만들어 보여주었다는 의미인 듯도 해서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보이고, 그렇게 디자인된 회로를 실제 유전자 조절 회로로 만들어서 세포에 도입하여 그 반응(response 혹은 output)을 시뮬레이션과 비교한 것입니다. 즉 실제 실험도 한 겁니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공학적 프로그래밍과 실제 생명개체 현상은 다를 터이므로, 그 공학적 기법에도 한계가 있을텐데요. 한계는 어떤 점이 지적될 수 있을런지요?
위에서도 말했듯이 유전자 조절이 세포 성장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 인자에 의하여 바뀌기 때문에 전자회로에서 그런 것처럼 딱 부러지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본 연구에서도 절연체(insulator)라는 개념도 도입하여 ‘누설되는 발현(leaky expression)’도 막고자 했던 것이고요. 따라서 공학적 설계는 실험, 가설시험, 원하는 균주 제작에서, 필수적으로 예측하고 실험을 도와주는 데 필수적이지만 반드시 결과가 예측한 대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수많은 (거의 불가능한) 가짓수의 실험을 해야 할 때, 이런 설계에 기반하면 최소 수(minimum)의 실험으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공학적 기법입니다.


이 분야의 성과가 어떠한 방향으로 파생적 효과를 일으킬까요? 또한 이 분야의 후속 발전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합성생물학 분야의 아주 대표적인 연구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연구는 앞으로 더 많은 회로(circuit)를 제작하고 그 많은 회로들이 서로 연결되어 더욱 복잡한 조절/대사 회로(regulatory/metabolic circuit)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또한 화학물질,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더욱 정교하게 세포를 조절하는 데 활용되는 쪽으로 발전될 것입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가상세포 연구에는 어떤 흥미로운 성과들이 있는지요?
최근 우리 랩에서는 가상세포를 사용하여 대사공학적으로 세포를 체계적으로 시스템 수준에서 개량하여 대장균으로 하여금 biomedical polymer로서 매우 중요한 poly(lactate-co-glycoate), PLGA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였습니다 (Choi, S.Y. et al., “One-step fermentative production of poly(lactate-co-glycolate) from carbohydrates in Escherichia coli”, Nature Biotechnology, 3월에 온라인 공개, 인쇄판 4월호 게재 예정). 이외에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원료라던지 의약품의 생산에, 합성생물학/시스템생물학/진화공학이 융합해 우리 랩이 만든 시스템 대사공학 기법을 적용해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2. 전문가 도움말 일문일답
  - 박종화 울산과학기술대학교 게놈연구소장,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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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온 복잡한 생명현상의 요소들과 절차들을 공학적인 기법으로 단순화해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생명을 설계하는 데에 시간과 비용을 줄여 주었다는 데에 이번 연구성과가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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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
예, 맞습니다. 이번 성과는 수십년 간의 게놈 해독과 분석, 게놈 디자인, 게놈 합성, 게놈 조절의 많은 부분들을 패키지하기 위해 디자인 환경을 정보기술(IT)로 만들고 엄청난 자동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결과의 또다른 의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더 범용적이고 다양한 것을 설계하도록 하기 위해, 디자인 부분과 실제 만드는 부분을 분리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순전히 컴퓨터에서 매우 다양한 세포 내의 소기능들을 다 디자인할 수 있는 매우 보편화된 합성생물학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었고, 만드는 것은 기능과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할수 있도록 했다는 뜻입니다. 저자들은 이 시스템이 특정한 유전자들이나 분자들이 아니라, 모든 합성생물학에 범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일종의 ‘운영시스템’(OS) 를 생각하면서 만든 것 같습니다.


전자기기 회로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Verilog를 유전자 회로의 세포를 구성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유전자 회로의 설계가 일종의 반도체 회로 하드웨어의 설계로 사용되었는데, 이처럼 유전자 정보를 전자기기 정보로 환원하는 것이 적용 가능한 것일까요?
당연합니다. 이미 수학적으로 모든 유전자 회로는 단순한 이진법적 회로로 설명이 되고 미적분학적으로 모든 생물학적 조절이 증명이 된다고 알려졌습니다(논문은 제가 못찾겠습니다만). 따라서, 유전자를 완벽히 전자기 회로로 나중에 구현하는(마치 인공지능 알파고를 우리가 사람 두뇌 흉내내어 만들 듯이) 날이 올 겁니다. 다시 말하면, 게놈을 완전히 컴퓨터 내에서나 전자기기 회로로 모사할 수 있을 거라는 뜻입니다.


그 적용 가능성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둘 다 회로(모듈)의 조합과 정보 처리라는 기본이 동일하기 때문일까요?
예, 완전히 동일합니다. 생명의 본질은 결국 스위칭입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제가 울산과학관에서 발표한 동영상을 찾아보시면 될 겁니다. 생명의 본질은 스위치고 그것들의 모임이 회로이고 회로가 복잡해지면 기억도 지식도 판단도 가능하게 됩니다. 생명체와 전자기기 회로는 본질에서 차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라디오의 복잡성이 아마 예쁜 꼬마선충보다도 더 클 겁니다. 알파고는 이니 웬만한 생물체의 복잡성을 능가합니다.


반도체 회로가 켜지고 꺼지게 조절함으로써 정보를 처리하는 게이트 테크놀로로지는 생명 회로에서 어떻게 구현되는 것인지요? 억제기능 유전자를 켜고 끄는 것이 반도체의 게이트의 On/ Off로 구현된다는 것인지요?
예, 맞습니다. 유전 회로도 결국, 활성화(ACTIVATION)와 억제(REPRESSION) 등의 간단한 이진법적 스위치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결국, ON/OFF입니다. 세포가 복잡하지만, 최종적으로 on/off 하는 것입니다. 세포가 모인 조직도, 결국엔 거대한 on/off 스위치입니다. 다만 이런 디자인된 합성 회로들이, 스스로 번식하고 다시 진화하는 알고리듬을 아직 갖추지 못했을 뿐입니다.


특정 대사 기능을 하는 것, 감지하는 것, 작동하는 것, 억제하는 것 등등의 갖가지 기능을 행하는 유전자 모듈(회로)을 조합하여 설계하면, 이것이 자동으로 생명 작동에 필요한 방식으로 프로그래밍이 작성되고, 이후에 이것이 실제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DNA 염기서열 정보로 변환(translate)되어, 실제 생물개체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런지요?
예, 맞습니다. 궁극적으로, 합성생물학의 목표는, 우리가 원하는 분자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첼로(Cello)도 결국에는 우리가 원하는 금보다도 비싼 특정 효소나, 성장호르몬, 비싼 화합물, 항생제 등을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회로를 설계하는 데 쓰일 겁니다. 그런 생물체를 과거에는 실험실 내에서 진화를 시키면서 되는 놈을 고르는 것인데, 그게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원리를 알고 컴퓨터로 이미 답을 알고 설계·제작을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번 논문에서 보여준 바는 프로그래밍을 하고서 그것이 컴퓨타 안의 가상공간에서 세포로서 작동함을 보여준 것인가요? 아니면 더 나아가 그런 설계를 바탕으로 실제 세포를 설계대로 만들어서 살아 있음을 확인해준 것인가요? 가상세포(virtuarl cell) 수준의 연구인 듯하면서도, 가상세포가 이전에도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실제 세포를 만들어 보여주었다는 의미인 듯도 해서요.
회로를 만들고 그 회로를 이루는 DNA를 플라즈미드로 해서 대장균 세포에 넣어서 그 세포가 자라는 것을 봐서 그 회로가 잘 작동되었는지 아닌지를 각 회로 별로 본 것입니다. 논문에서 보여준 45개의 성공적인 회로를 확대하면, 결국 세포 전체를 모사할수 있는 컴퓨터 디자인이 가능할 텐데, 그것보다도 이런 회로를 잘 활용해서 신물질 개발 등을 기존의 대장균 등에 활용하는 것으로 먼저 응용이 될 겁니다. 세포 전체를 완벽하게 완전히 우리 마음대로 설계하고, 그 세포도 우리가 자동으로 3D 바이오 프린터를 써서 만드는 미래도 올 겁니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공학적 프로그래밍과 실제 생명개체 현상은 다를 터이므로, 그 공학적 기법에도 한계가 있을텐데요. 한계는 어떤 점이 지적될 수 있을런지요?
당연히 한계가 있지만 결국엔 시간 문제입니다. 마치, 로봇이 결국엔 전투도 하고, 짐도 알아서 나르고 하는 시대가 오는 것처럼, 공학적 설계된 세포가 자연상태의 세포들을 대체하는 날이 올 겁니다.


이 분야의 성과가 어떠한 방향으로 파생적 효과를 일으킬까요? 또한 이 분야의 후속 발전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가장 큰 초기 파생은, 다양한 이런 세포 회로 조작을 통해서, 위에 말한 신소재를 빠르고 싸게 생산하고 매우 귀한 물질을 생산하고, 의료에 쓰이는 물질을 생산하고, 암을 죽이는 항체나 의료치료제를 생산하고, 신약을 매우 싸게 생산하고, 아니노산 같은 고부가가치 물질을 식물이나, 박테리아에서 싸게 생산하고 등등… 기존 화학산업의 일부를 생명공학이 대체하게 될 겁니다.


그밖에 제가 여쭙지 못했으나 중요한 대목이 있을런지요?
한 가지, 이게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 같은 게놈 편집 기술과 합쳐지면 매우 강력해질 겁니다. 게놈 편집도 결국 컴퓨터로 디자인을 자동화하는 게 미래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저는 예측합니다.


  논문 발췌 번역

※ 아래는 이번 연구를 요약한 논문의 일부를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이번 연구의 내용과 의미를 이해하는 데,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참조가 될 만하다고 여겨져 조금 무리해서(!) 번역해보았습니다. 일부 용어나 개념의 번역이 정확하지 않거나 서투르니, 정확한 의미를 확인하려면 원문을 참조해주세요. ☞ 원문 보기

서문 (INTRODUCTION)
세포는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판단을 내리고, 구조를 구축하며, 임무(task)를 조율한다. 이런 과정의 저변에는 조절기능 단백질들의 네트워크가 행하는 연산적인 작업이 놓여 있다. 이들은 신호를 통합하고 유전자 발현의 시간을 제어한다. 이런 능력의 구현은 판단하기, 조절하기, 감각하기, 또는 공간 조직화가 필요한 생명공학 프로젝트에서 매우 중요하다. 세포들은 원하는 작동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조직화되어야 하는 조절인자들로 구성되는 합성적 유전회로를 사용하여 프로그래밍 될 수 있음이 알려져 왔다. 그렇지만 아주 단순한 회로조차도 그것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며 그 결과물은 불안정하다.

이론적 설명 (RATIONALE)

‘전자 설계 자동화(EDA)’는 반도체 기반 전자기기를 설계할 때에 엔지니어들을 돕기 위해서 발전해왔다. 유전회로 설계를 촉진하려는 시도로서, 우리는 더 많은 회로 복잡성을 다루며 합성 유전자 조절 통합을 유전공학 프로젝트로 단순화하고자 이런 전자설계자동화(EDA)의 원리들을 응용했다. 우리는 하드웨어 기술언어인 베릴로그(Verilog)를 사용하여 사용자가 회로 기능을 서술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또한 감각인자(sensors), 작동인자(actuators), 그리고 ‘사용자 규제 파일(user constraints file: UCF)을 사용해 생물개체(organism), 게이트 테크놀로지(gate technology), 그리고 유효 작동 조건들(valid operating conditions)을 정의할 수 있다. 첼로(Cello, www.cellocad.org)는 이런 정보를 사용하여 원하는 회로를 암호화한(encoding) DNA 염기서열을 자동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은 베릴로그 텍스트를 분석하며 회로 다이어그램을 만들어내고 게이트들을 할당하며 규제들의 균형을 맞추어 디엔에이를 만들어내고 그 기능을 시뮬레이션 하는 일련의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연구결과 (RESULTS)

첼로는 불리언 논리 게이트(Boolean logic gates)의 목록들(library)에 의지해 회로를 설계한다. 여기에서 게이트 기술은 억제인자(repressor)에 기반을 두는 NOT/NOR 논리(logic)로 이루어진다. 입력과 산출 신호를 아르엔에이 폴리머라제 유동(RNA polymerase/RNAP fluxes)으로 정의함으로써, 게이트 연결을 단순화할 수 있다. 우리는 게이트들이 서로 다른 회로의 맥락(context)에서 안정적인 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게이트들의 유전적 맥락과는 절연되어야(insulated) 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RNAP 누설을 막기 위해 각 게이트는 강한 종결암호(terminator)를 사용해 분리했으며, 리보자임과 프로모터 스페이서(promotor spacer)를 사용해 입력의 교체가능성(input interchangeability)을 향상시켰다. 각 게이트가 재조합(recombination)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을 피하고자 이런 부품들에 변화를 주었다. 각 게이트의 하중을 측정하고 이를 최적화 알고리즘에 통합함으로써, 진화의 압력을 좀더 줄여주었다.
첼로는 대장균(Escherichia coli)의 60가지 회로를 설계하는 데 사용됐는데, 거기에서 회로 기능은 베릴로그 코드를 사용하여 특정되었으며 DNA 염기서열로 변환되었다. DNA 염기서열은 추가 조절과정 없이 특정된 것으로서 만들어졌으며 88만 염기쌍의 DNA 조합이 사용되었다. 이들 가운데에서 45개 회로가 모든 산출 단계에서 올바르게 수행되었다. 모든 회로들을 통틀어 412차례의 산출 단계 중 92%가 예측한 대로 기능했다.

결론 (CONCLUSION)

우리 연구결과는 살아 있는 세포를 프로그래밍 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기술(記述) 언어를 구성한다. 여기에는 설계 알고리즘 그리고 자동알고리즘에 의해 연결될 정도로 충분히 단순하고 견고한 게이트들, 둘 간의 동시발전(co-development)이 요구된다. 우리는 엔지니어 원리가 더 큰 시스템의 구성을 복잡하게 만드는 오류들을 식별해내고 억제하는 데에 응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자연의 조절자 네트워크를 암호화하는 작업과 두드러지게 대비될 정도로, 고도의 반복과 모듈 성격을 지닌 유전체학에 이른다. 하드웨어-독립적 언어를 사용하고, 새로운 ‘사용자 규제 파일(user constraints file: UCF)을 만들어냄으로써, 그 덕분에 단일 설계는 서로 다른 유기체들, 유전적 종점들(genetic endpoints), 작용 조건들(operating conditions), 게이트 기술에 대응하는 DNA로 변환될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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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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