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이공학도, 우리들이 사는 세상"

숱한 과제에 시달리고 퀴즈에 쫓기고 실험실에서 죽치는 생활엔 힘겨움과 고민도 숨어 있지만 이공계의 젊음은 여전히 팔팔하고 꿈도 많다. 다양한 갈래의 이공학도들이 그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전한다.

[연재] "카이스트 숨막히는 공부경쟁제도에 숨통 트이길"

카이스트 사태 그 뒤 ② ......학생들이 말하는 '지금 학사제도는'

"등록금·영어강의 제도 자체보다 융통성 없이 꽉 막힌 채 경쟁 몰아넣는 분위기가..."


이공학도, 우리들이 사는 세상 (13)





‘등록금’과 ‘영어강의’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메인 뉴스를 한창 수놓던 때, 연일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며 나는 카이스트의 등록금제도가 너무나 잔인하며 100% 영어로 하는 수업은 정말이지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기사들을 보면서 그 이상의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등록금과 영어강의가 학생들을 가장 힘들게 했고, 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제도의 폐지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정작 카이스트 학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부분들이었다. 등록금과 영어강의에 대한 의견들도 생각보다는 더 다양했다.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이지만 기사들에서 다뤄지지 않은 얘기들도 있었다. 사실 ‘서남표식 제도’를 이미 겪었고 앞으로도 졸업 때까지 카이스트에 다닐 학생들의 의견은 외부 의견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카이스트 제도의 문제들,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개선 방향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00KAIST1 » 카이스트 정문. 사진/ 이은지

 



‘뜨거운 감자’ 등록금제도


이번 카이스트 사태에서는 무엇보다 카이스트만의 독특한 등록금제도(*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도'. 평점이 3.0 이하로 내려가면 평점에 따라 등록금을 내야 한다)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누리꾼들부터 학자, 정치인들까지 많은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그래도 온갖 특혜를 받고 공부하는 학생들인데 그 정도 제약은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카이스트 등록금제도는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바깥의 얘기들에 앞서서, 나는 우선 그들이 체감하는 등록금제도의 문제와 바라는 개선 방향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바꾸건 그대로 유지하건, 그 중요한 주체는 학교의 학생들이 되어야 하니까.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카이스트에는 애초에 공부를 ‘길고 굵게’ 할 생각을 갖고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를 강조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은 크게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등록금제도가 학생을 공부하게 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전면 부정하기 힘들다.


“이 학교 자체가 나라 세금으로 하는 거라, 사람들이 학구열이 있어야 하는데 예전에는 그게 없어서 좀 그랬죠. 지금은 등록금제가 있어서 강압적이라는 느낌도 있겠지만, 공부 분위기 자체는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장아무개, 물리학과 09학번)

“등록금 제도는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모순된 말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폐지를 찬성하는 것도 아니에요. 어느 정도 있긴 한데 액수의 차이가 너무 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박강현, 전자과 10학번)


다만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었다. 사건 이전에도 학생들은 등록금제도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고, 또 등록금제도에서 파생한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 일단 논 것, 혹은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은 데 대한 대가가 지나치게 혹독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 학생이라면 갖지 않아도 될 부담을 늘 마음에 품고 있어야 했다.


“성적과 관계없이 학생들이 받는 부담은 정말 크거든요. 한 학기 잘 못해서 미끄러지면 그걸로 장학금이 잘리고 엄청난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우리 학교에서 내는 게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잘 못했을 때 800[만원]이니까 그거에 부담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보통 1학년 때는 놀아도 될 것 같다 이런 식의 기대를 하는데, 여긴 아니더라고요. 노는 애들이 있긴 있어요. 근데 큰 후회를 해요. 다른 학교는 1학년 때 놀아도 즉각 타격은 안 오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돈이라는 타격이 바로 오기 때문에 많이 후회하죠.”(박강현, 전자과 10학번)


경쟁은 개개인이 스스로 노력하게 만들어 집단 전체의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덕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은 개개인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면서 구성원들 사이에 불신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혐의도 받는다. 경쟁을 기반으로 한 서남표식 등록금제도는 어떤 식으로 학생들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까? 등록금제도가 조장한 경쟁 분위기에 대해서 물었다.


00KAIST_board »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게시판.


“모든 학교 학생이 시험 기간에 외로운 건 사실이죠, 다….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등록금제도가 학생들 사이에 큰 역할을 안 한 건 아니에요. 3.0이라는 학점을 못 넘으면 학생들 사이에서 ‘쟤는 공부 안하고 뭐 했냐’, ‘패배자다’ 이런 의식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고요. 특히 일반고 출신들은 학교에서 상위권만 하던 애들이 여기 오면 하위권을 차지하니까 자존심 문제도 많고요.”(박강현, 전자과 10학번)

“경쟁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거죠. 예전까지만 해도, 서남표 총장 전까지는, 학풍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고 창의적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데 지금은 학점 경쟁에만 매몰되어서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하는 게 아니라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을 찾고 그런 교수님을 찾고….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허현호, 산업디자인과 09학번, 학생회 간부)


등록금제도는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끔 만들었지만,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닌 ‘잘 하는’ 공부만 할 수 있도록 했다는 큰 부작용을 낳았다. 그 누구보다도 공부를 열심히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이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카이스트 학생들에게는 진정 ‘공부할 자유’가 필요했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학생들의 공부를 독려한다는 등록금제도의 취지가 완전히 엇나간 셈이다.


“지금 이 시스템에서 창의적인 사람, 리더, 이런 사람은 절대로 안 나오죠. 여기 보면 정말 성적을 떠나서 이공계 쪽으로 뭔가 있는 학생들도 많고, 열정 있는 애들도 되게 많아요. 저도 그래요, 저는 물리학과인데 프로그래밍 더 들어보고 싶어요. 게임이론 같은 것도 들어보고 싶어요. 근데 절대 엄두를 못내요. 수학과 해석학 이런 것 들어보고 싶은데 절대로 못 듣죠. 들었다가 와장창 깨질 게 분명한데, 그거 빵구 어떻게 감당하려고.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거나, 또는 그냥 ‘학점은 몰라, 소신 있게 할 거야’ 이런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다른 과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게 문제죠.”(최종수, 물리학과 10학번, 학생회 간부)

“등록금제도 폐지를 요구했어요. 물론 [그 제도의] 취지는 찬성해요. 왜냐면 그렇게 안 하면 저도 공부 열심히 안 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저희가 대학에 들어온 이유는 단순히 공부를 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정말 뭔가를 알아가기 위한 거잖아요. 자기가 재미있는 과목은 학점을 못 받게 되더라도 배울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되어야…. 일단 학점에 구애를 안 받게 해주셨으면…. 그런 것 때문에 너무 쉬운 거랑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찾는 학생들 정말 많거든요. 학교 들어 와서 전공이 정해지는 것도, 새로운 분야로 나가기보다는… 화학 자신 있으면 화학 계열만 쫙 듣고, 나머지는 관심이 있더라도…, 들으면 학점이 안 나오는데.”(이상혁, 생명화학공학과 09학번, 학생복지위원회 부위원장)




강박적으로 운영되는 영어강의


학생들은 영어강의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 영어강의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단점도 또한 명확하다. 이러한 가운데 지금의 카이스트의 영어강의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인 것 같다. 그래서 융통성이 있는 영어강의제도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많다.


00KAIST_memo2“[카이스트] 대학의 취지 자체가 연구 위주 대학이잖아요. 그래서 외국 대학과 교류도 많고 발표도 다 영어로 해야 하고. 처음부터 영어로 하다 보면 연구할 때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하는 교수님도 계시고요,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근데 그걸 반대하는 학생들은 교수님이 전달하는 능률과 학생이 받아들이는 능률이 떨어지니까, 한글로 수업하면 이만큼 성취도를 얻을 것을 영어로 하면 요만큼밖에 얻지 못 한다 [그런 이유로 반대해요]…. 그래서 저는 교수님 재량에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교수님이 영어로 수업하시다가, 이런 부분 한글로 해야 한다 그럼 한글로 설명하시고. 아니면 일주일에 세 시간 영어로 수업하다가 하루 날 잡아서 한글로 다시 복습을 해준다거나. 그런 식으로 했으면 좋겠어요.”(장아무개, 전자과 10학번)


그런데 영어 강의는 생각보다 간단히 풀 문제가 아니었다. 영어강의를 한다는 이유로 카이스트를 선택한 학생들이 꽤 되기 때문이다. 만약 영어강의제도를 전면 폐지한다면, 이번에는 외국인 학생들과 외고 학생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이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영어강의제도는 현재 그 어떤 문제보다도 구성원들 사이의 ‘합의’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이게… 한국인 학생들은 그냥 없어졌으면 좋겠고, 후기 학생들은 좀 있었으면 좋겠고, 외국인 학생들은 있어야 하는 거고…. 세 단체가 이렇게 겹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혁신위에서 여러 자료를 토대로 한다고 하는데, 어떤 방향으로 하든지 이 세 단체 중 하나는 불만을 가질 거니까. 특히 외국인이나 후기 학생들 중에 저희 학교에 입학한 이유 중 하나가 영어 강의를 한다는 것인 학생들이 꽤 많거든요. 특히 외국인들은요. 그래서 한 때 왜 이걸 건드리냐며 불만을 표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꽤 많았다고 들었고요.”(이상혁, 생명화학공학과 09학번, 학생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솔직히 저는 영어강의를 반대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제가 외고 출신이라 영어 잘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 애들은 생각하는 게, 과학고 애들이랑 경쟁하려면 우리 장점은 영어니까 영어 강의를 하는 게 더 좋겠다…, 이런 느낌으로 영어강의 찬성하는 거예요.”(이동운, 1학년 11학번)


좀 더 유연하게 운영된다면, 전공을 영어로 하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괜찮다고 본다. 어차피 과학 용어는 다 영어이고, 대부분 영어로 된 원서를 교재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 학계에 진출할 학생들에게 좋은 영어 실력은 큰 강점이 된다. 진짜 모든 학생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인문·사회학 교양 강좌를 영어로 진행한다는 사실이었다.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건 전 반대고요. 완전 영어 수업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전공 수업에서는 사용되는 단어가 한정되어 있어서 괜찮지만, 인문사회과학 교양 수업은 제가 공대생이다 보니까 그쪽 학문이 부족한 상태에서 영어로 배우니 힘든 측면이 있어요. 확실히 교양과목은 한글 수업에서 더 얻는 게 더 많다고 해야 하나…. 영어 공부도 중요하지만 일단 알맹이를 얻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장아무개, 물리학과 09학번)

“이과생들 데려다 놓고 인문학을 영어로 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이번 학기 때 ‘미국정치사’ 과목를 했어요. 근데 딱 한 시간 들어가고 바로 수강 취소를 눌렀거든요. 토론식 수업인데, 갔더니 전부 다 외국인이고. 저는 그렇게 할 정도로 영어 실력이 출중하지 않았죠.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외국인들보다 제가 정치사에 관해서 더 관심이 없거나 배경지식이 적다고는 생각을 안 해요. 어차피 다 이과생이고. 그래서 알고 있는 것을 좀 더 깊게 공부해보자, 알아보자고 갔는데, 아니 그게 따라갈 수 없게 돼있는 거죠.”(최종수, 물리학과 10학번, 학생회 간부)


100% 영어 강의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인문학 교양 쌓기를 저해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차피 수업을 못 알아들으니 그냥 학점을 잘 주는 강의에 학생들이 쏠리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하라는 건지 영어 공부를 하라는 건지 알 수 없다. 100% 영어 강의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제2외국어를 제2외국어로 강의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게 이곳이다. 한 마디로 융통적이지 못하고 꽉 막혀 있다.


“스페인어 과목은 우리말로 강의했는데, 다음 학기부터는 제2외국어 아니면 영어로 수업을 하라는 지침이 학교에서 내려왔대요. 근데 그 교수님이 영어를 못하시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교육을 하시겠다는 거예요. 과연 그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을지…. 알파벳부터 배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스페인어로 공부를 시킨다니.”(이상혁, 생명화학공학과 09학번, 학생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막혀 있는 계절학기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는, 인터뷰 했던 학생들 중에서는 꼭 바뀌어야 할 제도로 ‘계절학기 제한’을 꼽은 이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곳의 계절학기 제도가 어떻기에?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계절학기가 왜 중요한 것일까?


“서남표 총장님이 계절학기를 [과목수를 줄이고 수강비를 늘려 사실상] 막아버리셨거든요, 오시자마자. 08년도부터 계절학기 수가 급감하고 수강비가 2배에서 3배 정도 올라갑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정규 학기에 못 채웠던 학점들을 여름학기나 겨울학기에 채우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생겼어요. 계절학기를 막는 이유는 인턴십이라든지 바깥 활동을 하라는 거죠. 근데 3, 4학년들은 그게 가능하지만 1, 2학년들은 인턴십이 마련이 안 돼 있거든요. 1, 2학년들은 그래서 방학을 버리는 케이스도 꽤 많고. 물론 잘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갑작스레 세 달이나 되는 방학을 가지고 뭘 해야 되는지 모르죠.”(이상혁, 생명화학공학과 09학번 학생복지위원회 부위원장)


00KAIST_memo1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 좋은 경험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되나, 그 사랑의 표현 방식이란 정말 매몰차다. 학기 중엔 죽어라 공부를 시키고, 방학 중엔 학교 문을 아예 걸어 잠그고 ‘공부 이외의 경험’을 하라. 이는 마치 기계로 ‘좋은’ 학생을 찍어내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3, 4학년은 그렇다 치고, 1, 2학년에게는 인턴십 기회가 거의 없는데도 일률적으로 계절학기를 막은 것을 보면 전혀 유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계절학기 제한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에도 부담을 준다. 클래식 기타 동아리 등 공연을 하는 동아리들은 대개 방학 때 공연 준비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학 동안 기숙사에서 지내야 한다. 학교 위치상 통학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에 남아 있을 만한 마땅한 구실로 인정되는, 예컨대 어학 강의나 계절학기 같은 것이 없으면, 기숙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고자 하는 학생에 대한 학교 차원의 배려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동아리는 ‘공부 이외의 경험’에 속하지 않는 걸까?


“계절학기 3학점짜리 하나 들으려면 45만원을 내야 해요. 그걸 피하려면 보통 충남대 계절학기 과목을 많이 들어요. 동아리 활동을 하기위해서 부수적으로 이런 걸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좀 안 좋죠. 동아리 활동 자체를 이유로 해서 학교에 남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장아무개, 전자과 10학번)

00KAIST_festival2 » 축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주점이 밤새도록 열린다고 한다. 부럽다.


동아리 활동을 위해 45만원이나 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학교에 남고 싶은 학생들은 대개 충남대로 향한다. 그러나 충남대 계절학기를 들으면 기숙사가 나오고 3학점을 채울 수 있지만, 여전히 불만은 남는다.


“총학에서 공약을 내세운 게, ‘다른 대학 교양과목을 들으면 우리학교 교양 학점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학교에서는 검증은 해보겠다는 식으로 나왔죠. 아이러니컬하게도 저희 계절학기가 [줄어들어 사실상] 없어지면서 계절학기 타대학 수강인원이 배로 뛰었습니다. 특히 충남대에는 거의 카이스트 학생 300, 400명이 가서 듣는…. 이게 좀 뭔가 학교의 모순이 되는 거죠. 학교에서는 타대학 교양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학생들은 여름학기 때 타대학 교양을 들으러 가는 거고. 교양 학점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라 자유선택 학점으로 인정받는데도 그렇게 되고 있고. 또 [자유선택 학점은] 패스/페일(pass/fail)이라 학점 F만 안 받으면 그냥 이수했다고 치기 때문에 학생들은 거기 가서 그냥 놀거든요. 돈도 저희 학교 계절학기가 학점 당 15만원인데요, 충남대는 2만3천원이거든요. 6배 가까이 싼 가격으로 3학점 채울 수 있으니 학생들 그냥 가서 듣는 거죠. 그런 거 들으면 또 기숙사가 나오니까. 대부분 학교에 남는 이유가 동아리 활동이 여름 학기에 있어서, 나머지 집에 가기 좀 그런 케이스라서. 그건 그냥 걸쳐 놓고 다른 일 하는 거죠.”(이상혁, 생명화학공학과 09학번, 학생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변화해가는 카이스트, 학교에 바라는 점


그저께인 5월9일에 카이스트 혁신비상위원회의 1차 결의안이 발표되었다. 학교의 변화를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카이스트는 학생과 교수가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카이스트가 어떻게 변하면 좋을까.


“좀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학생들이 목이 졸렸던 것들, 그런 것들만 풀릴 수만 있다면. 한숨을 돌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이상혁, 생명화학공학과 09학번, 학생복지위원회 부위원장)

“학생의 본분은 공부잖아요. 그런데 최우선 순위에 공부가 있긴 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차우선 순위에 아무 것도 없어져 버리면 그건 아니라고 봐요. 당연히 공부에 소홀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지금 공부 이외엔 못 보는 학생들이 좀 있거든요.”(장아무개, 전자과 10학번)


굳이 목을 조르는 정책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이·공학을 사랑하고 공부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이 카이스트 학생들이다. 모든 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기를 대한민국 대학생으로서, 이공학도로서, 진심으로 기원한다.


00KAIST_orimot2 » 카이스트의 명물, 오리 연못.



‘카이스트’ 마지막 글에는 사건 그 이후의 움직임, 그 변화의 방향에 대한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다양한 제보 및 피드백 환영합니다. dbdps90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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