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1억년 전’ 공룡 시대에 태어난 토성의 고리와 위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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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의 ‘우주★천문 뉴스 파일’

관측과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근원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우주와 천문학의 새로운 연구 소식들이 잇따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이정환 님이 우주·천문 분야의 흥미로운 최근 소식을 간추려 독자들께 전해줍니다.

00saturn2.jpg » 토성과 토성 고리의 이미지. 그림에서는 토성과 지구의 크기를 서로 비교해 보여준다. 출처/ NASA


성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많은 위성들과 더불어 둘레에 크고 아름다운 고리를 갖춘 행성으로 유명합니다. 망원경으로도 볼 수 있는 토성의 고리는 수많은 얼음 위성들과 먼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토성의 위성들과 고리는 언제 형성되었을까요? 1600년대 토성의 고리가 발견된 이후부터 이 물음을 둘러싸고서 계속 논란이 이어져 왔습니다. 주류의 의견은 토성이 형성되던 약 40억 년 전에 수많은 작은 얼음 위성들이 토성의 중력에 이끌려 그 둘레에 고리 구조를 형성했으리라는 것입니다. 즉 토성의 고리와 위성들의 나이가 토성 나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추측이었습니다.


이런 추측이 최근에 크게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외계지적생명체탐사 협회(SETI Institute)의 칼세이컨센터 소속 연구자인 마티아 쿡(Matija Cuk)이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은 이런 추측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는 토성 고리를 이루는 얼음 위성들이 어떻게 역학적으로 진화해왔는지 알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에서는 토성의 위성들인 레아(Rhea), 테티스(Tethys), 디오네(Dione) 등과 안쪽 고리를 이루는 얼음 위성들이 불과 약 1억 년 전에 형성되었으리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중생대의 지구에서 공룡이 번성하기 시작하던 때가 약 2억 년 전임을 고려하면, 토성의 고리는 예상보다 훨씬 최근인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00saturn1.jpg » 쿡의 연구에서는 토성의 위성 레아(Rhea) 안쪽에 있는 위성들과 고리가 대부분 1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레아 바깥 궤도에는 타이탄(Titan)이나 이아페투스(Iapetus) 등의 위성들이 존재하는데, 이 위성들은 토성과 비슷하게 약 40억 년의 나이를 지니고 있다. 출처/ NASA 제트추진연구소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얼음 위성들은 서로 중력의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중력 상호작용이 토성 고리의 나이를 밝히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토성의 경우처럼 많은 위성들이 행성 주위를 돌고 있을 때에, 그 위성들 간의 중력 상호작용이 서로 공전 주기와 궤도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를 ’궤도 공명 (orbital resonance)’ 현상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천체들의 공전 횟수의 비가 2 대 1이나 3 대 2와 같이 간단한 정수비로 표현되는 경우에 그 천체들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이 증폭되면서 서로 중력으로 묶여 운동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궤도 공명은 태양계의 천체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목성의 위성들인 이오(Io), 유로파(Europa), 가니메데(Ganymede)는 공전수 비율이 1 대 2 대 4로 궤도 공명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명왕성 같은 왜소행성들이 많이 분포하는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서도 궤도 공명 현상이 흔히 나타납니다.


그림6.gif » 목성의 위성들이 궤도 공명을 이루고 있는 모습. 궤도 공명을 이루고 있는 천체들은 서로에게 미치는 중력 상호작용이 더욱 커져서 함께 운동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출처/ 위키피디아 WolfmanSF

토성 위성의 경우에는 테티스-디오네가 3 대 2의 궤도 공명을 나타내고 디오네-레아가 5 대 3의 궤도 공명을 보입니다. 이렇게 궤도 공명을 보이는 천체들은 서로 중력장에 묶여서 함께 운동하는 경향이 강해지므로 궤도 기울기(inclination)나 궤도의 타원율(elongation) 등이 비슷하게 변화합니다. 이 변화율을 역학적으로 계산하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면 시간에 따라 궤도가 얼마나 변화해왔는지 알 수 있고, 그 변화의 정도를 통해서 토성의 고리와 위성들의 나이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쿡의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에서 토성의 고리와 레아 궤도 안쪽의 위성들은 그리 급격한 궤도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에, 토성의 위성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한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율을 이용해 나이를 추정해 본 결과, 고리와 위성들의 나이는 약 1억 년으로, 즉 지구에서는 공룡 전성시대가 이미 시작한 이후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한 가지 더 의문이 남습니다. 어떻게 1억 년 전에 갑자기 많은 위성들과 고리가 만들어졌을까?


쿡은 1억 년 전에 토성과 그 위성들의 역학계를 흔드는 어떤 작용이 있었을 것이고, 그때의 궤도 변화로 인해서 많은 위성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지금의 얼음 위성들과 고리가 만들어졌으리라는 설명을 제시합니다. 그 작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이 연구 결과가 맞다면 우리는 1억 년 전 우연히 일어난 어떤 사건 덕분에 지금과 같은 토성의 크고 아름다운 고리를 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참고자료]


[1] Moons of Saturn may be younger than the dinosaurs. Astronomy Magazine 25 Mar 2016

 http://astronomy.com/news/2016/03/moons-of-saturn-may-be-younger-than-the-dinosaurs

[2] Matija Cuk et al., Dynamical Evidence for a Late Formation of Saturn’s Moons, arXiv:1603.07071v1, 2016



■ 연재를 시작하며



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우주와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입니다. 인류의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의 비밀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많아진 것이 그에 일조했습니다. 또한 우주는 언제나 인간의 근원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입니다. 그래서 인류는 끊임없이 우주를 탐사하려 우주 탐사선을 발사하고 미지의 천체들을 공부하기 위해 거대 망원경을 설치하며 쏟아지는 관측 데이터들을 처리하면서 복잡한 과학 이론들을 적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우주·천문 소식들이 날아옵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천문학 잡지들에는 매일 새로운 뉴스 거리가 장식하고 있고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연구 논문들이 매일 아카이브에 업데이트 됩니다. 평생 동안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조차도 그 모든 소식을 다 접하지 못할 정도로 천문학계는 정보의 홍수를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측 장비들이나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이 발전하면 정보가 쏟아지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천문학 전공이라는 울타리만 벗어나면 이러한 우주·천문 소식들은 사람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전공과 비전공 사이의 정보 격차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저는 천문학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고 느껴왔습니다. 밖에 나가서 천문학 전공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천문학이 단순히 별자리를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천문학은 일반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신비감마저 들게 만드는 학문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자연과학 분야들이 대부분 비슷한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천문학의 경우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 더 높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천문학을 공부하는 처지에서 천문학이란 무엇을 연구하며 어떻게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지, 또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사이언스온 독자들과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면 수많은 선배 천문학자들이 왜 평생 열을 올리면서 우주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지,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알릴 수 있고 서로 조금 더 소통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공부의 끈이 짧은 제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천문학 연구 소식을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될수록 풀어 써서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번 연재를 시작하면서 저는 격주로 한 번씩 2~3개 정도의 우주·천문 소식을 모아 자세하게 풀어쓰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천문학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요 포털 사이트나 과학 웹진에서 다루어지기는 하지만, 이 코너에서는 주요 뉴스를 좀 더 ‘소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코너의 제목을 붙여본다면 ‘애스트로(Astro) 뉴스 다이제스트’라고 붙여보고 싶습니다. 짤막한 기사만 보고는 이해하지 못한 내용들이나 와 닿지 않는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더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제대로 독립적인 연구도 할 능력이 없는 대학원생 신분이지만, 저는 항상 천문학에 흥미를 느껴왔고 조그만 지구에 사는 우리가 우주에 대해 이만큼이나 밝혀낼 수 있다는 사실이 매번 놀랍기만 합니다. 연구 소식을 접할 때마다 신기하고 대단하고,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이 느낌을 글을 읽게 될 여러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먼 우주에서 전해진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풀어놓는 느낌으로 연재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웹진에 연재 글을 써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정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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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천문학) 대학원생
이제 막 천문학의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 대학원생입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연구도 잘하고 싶고 글도 잘 써보고 싶은 욕심 많은 과학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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