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호의 "과학뉴스 ‘사용설명서’"

복잡다난한 미디어 환경에서, 과학을 소재로 삼는 뉴스 정보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내고 유통하고 활용해야 세상에 도움이 될까? 기자, 과학자, 시민이 참여하는 과학 저널리즘의 사용설명서에 관해 이야기한다.

[새연재] 과학뉴스 제대로 읽고 쓰고 말하기, 어떻게?

김낙호 2011. 0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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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뉴스 '사용설명서' -연재를 시작하며





00sciencejournalism » 언론의 과학 보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셀링 사이언스>(도로시 넬킨 지음)의 국내 번역서 표지 일부. 출처/ 궁리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자기 전문 분야 이외의 것에 대해서라면 심지어 과학자들도, 과학 지식을 얻는 주요 경로란 학술 논문이 아니라 과학 뉴스다. 그런데 얄팍한 지식으로 대충 썼는데도 히트를 친 과학 뉴스들이 그려낸 세상은 실로 놀랍고 신기하다. 당장 내일이면 신묘한 줄기세포의 힘으로 척추부상자들이 벌떡 일어나 걸어 다니고, 대자연의 보복으로 불멸의 프리온이 인류를 전염병으로 멸망시킬 기세이고, 로봇 하인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 집에 배송되어 올 것 같고, 또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며 진리를 깨우쳐줄 궁극의 사회 패턴을 발견한 '유레카'의 순간은 이미 수십 번은 있었던 던 같다. 어떤 경우는 그냥 한 번 웃고 마는 촌극으로, 어떤 경우는 업계를 뒤흔드는 대형 파문으로 번진다.


반면 빈도는 훨씬 떨어지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잘못된 상식에서 오는 편견을 깨거나 숨겨진 사회적 부당함의 패턴을 발굴해내는 과학 지식이 뉴스로 퍼지면서 사회는 약간씩 더 현명해진다. 그리하여 계급의식의 정치경제적 기반이 숫자로 실체를 드러내게 되었고, 디디티(DDT)의 환경오염 영향과 말라리아 예방 효과의 득실도 재논의될 수 있었으며, 엉터리 하천 토목공사의 생태적 재앙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과학뉴스 사용설명서'라는 제목의 이 연재는 과학을 소재로 하는 뉴스 정보의 생산, 유통, 사용을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방안들에 어떤 게 있을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사실 생각 만큼 대단히 거창한 것은 아니다. 과학 뉴스들을 어떻게 읽어내야 막연한 두려움이나 허황된 기대가 아니라 거기에서 유용한 지식을 얻어낼 수 있을까? 과학 지식을 누가 어디에 어떻게 표현해야 세상에 제대로 알려져 도움이 될까? 어떻게 그런 뉴스들을 돌려보고 토론해야 우리 삶에 적합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들에 대한 관심이다.


이런 물음을 좀 더 따져보면,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이어진다.


학문으로서 과학과 사회적 담론으로서 과학 뉴스는 어떻게 다르게 만들어질까? 논문 발표자와 언론사 기자와 과학자 블로거와 좀 관심 많은 독자와 그저 막연히 궁금한 이들 사이에 어떤 식으로 뉴스가 흐르고 각각 어떤 식으로 그 과정을 왜곡 또는 정정할 수 있을까? 개별 필자의 소양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 지식을 제대로 읽어내고 응용할 수 있는 어떤 체계적 소통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명백하게 문제점을 지닌 과학 담론이 한 사회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놓인다면, 어떻게 합리적 검증과 대안담론 형성으로 그런 과학 담론에 균열을 일으킬 것인가? 정보 '생태계'라는 비유적 관점에서 얘기하면,  과학 뉴스가 단순한 대중의 과학 학습용이 아니라 과학적 합리성의 생활화를 이끌어내는 용도로 쓰이게 하며, 그것이 여러 지식 층위를 이어주며 풍부하고 다양한 사회담론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뒤의 물음들로 갈수록 어째 점점 거창해지는 감이 있지만, 대략 이런 식의 질문들에 대해 나 나름의 생각과 대안을 이번 연재에서 풀어내고자 한다. 잘 풀리면 과학뉴스로 사회의 소통 근간을 이뤄낼 기세이고, 잘못 풀리면 과학 저널리즘의 규범적 지향점에 대한 '공자님 말씀'의 향연이 되기 십상이다. 다만 어느 쪽이든, 최소한 과학 뉴스를 조금은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사용설명서' 정도는 되어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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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호 미국 위스콘신대학 언론학 박사과정
충분히 복잡한 세상에서 합리적 담론형성을 조금 더 가능하게 해주는 미디어 환경이 주된 관심사이다. 만화연구가 김낙호와 동일인.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트위터 :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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