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영상 통해 행동 동기 엿볼 수 있다? -연구논문

스위스 연구진, <사이언스>에 이타적 행동의 다른 동기 추적 논문

“공감 이타성과 보답 이타성의 동기 뇌 영역 간 ‘연결성’ 차이 보여”


00altruism2.jpg » 한겨레 자료사진/ 류우종 기자(2008)


동은 같아도 동기는 다를 수 있다. 예컨대, 남을 돕는 이타적 행동은 같더라도 그 동기는 남의 아픔에 대한 공감일 수 있고 또는 자신이 받은 도움에 보답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숨은 동기가 있을 수도 있다. 행동은 같더라도 그 동기는 서로 다를 수 있다. 이처럼 행동을 보고선 알 수 없는 ‘숨은 동기’를 찾는 일이 뇌 영상 연구자의 관심사가 됐다.


행동 관찰이나 심지어 단순한 뇌 영상 관찰만으로는 알 수 없는 행동의 동기를 뇌 영상 데이터의 새로운 분석 방법을 통해 추적할 수 있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과연 뇌 영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숨은 동기가 파악될 수 있을까? 이런 분석 방법의 타당성은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되거나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한 스위스 취리히대학교(UZH) 등 소속 연구진은 일정한 행동 실험 조건에서 실험참여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동시에 피실험자의 뇌를 대상으로 뇌기능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다. 34명 실험참여자들은, 전기통증 자극을 받는 동료를 보고나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 이타적 행동을 한 그룹과 자신을 위해 돈을 내주고 적은 통증 자극을 받게 해준 동료의 도움에 보답하고자 이타적 행동을 한 그룹을 나누어 자기공명영상 실험을 진행했다. 물론 통증자극이 없는 조건에서 그냥 동료와 함께하며 이타적 행동을 한 그룹도 비교용 대조그룹으로 구성됐다. 이타적 행동의 여부는 실험참여자가 주어진 금액을 함께한 동료와 어떻게 나누냐 하는 행동에서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런 실험 과정에서 공감에서 비롯한 이타적 행동과 보답에서 비롯한 이타적 행동이라는 두 가지 동기가 뇌 영상에 나타난 뇌 영역들(전측 대상피질, 전측 섬엽, 배측 선조체) 간 ‘연결성’ 또는 상호작용에서 차이가 나타남을 관찰했다. 활성화한 뇌 영역은 비슷하더라도 각 영역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고 한다. ‘기능적 연결망’에 나타난 차이가 바로 논문 저자들이 말하려는 ‘동기’의 차이와 유의미하게 연관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이타적 행동의 서로 다른 동기도 뇌 영상의 연결성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한 인터뷰에서 연구진은 “동기는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정신적 개념으로 온전히 인식되는데, 우리 연구는 행동 동기도 시각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타적 행동의 동기와 관련한 이번 실험에선, 공감에서 비롯한 이타심이 상호주의에서 비롯한 이타심보다 더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또한 이기적인 성향의 개인은 상호주의를 불러일으키는 조건보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큰 조건에서 이타심을 더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실험 해석도 제시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뇌 영상 자료를 분석해 뇌 영역 간의 ‘연결성’을 파악함으로써 여러 다른 해석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해설 글의 저자는 “우리는 그동안 뇌 영상에서 ‘활성화 부위’를 찾거나 뇌 영역 간의 정보 흐름을 탐구해 왔는데, 이번 연구진의 연구는 뇌기능 자기공명영상(fMRI) 데이터가 지닌 풍부함과 [해석 자료로서] 능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이다”라고 평했다.


즉, 뇌기능 자기공명영상이 뇌 부위에 나타나는 혈류 변동을 측정함으로써 어떤 부위가 활성화하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로 주로 쓰였는데, 이번 연구는 뇌 영상 데이터를 새로운 해석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타적 행동의 동기가 이번 연구논문이 보여준 특정 조건에서만 관찰되는지, 실험조건에서 다루지 못한 또 다른 동기는 어떻게 고려될 수 있는지, 다른 행동의 동기는 관찰 가능한지, 새로운 방법론은 타당한 것으로 검증될 수 있는지와 같은 여러 후속 물음이 이 분야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논문 초록

목적지향적인 인간 행동은 동기에 의해 추동된다. 그렇지만 동기는 순수한 정신적 구성물이어서 직접 관찰할 수 없다. 이 연구에서 동일한 이타적 행동 이면에 있는 서로 다른 동기들을 예측하게 해주는 정보를 우리는 뇌의 기능적 연결망 구조(functional network architecture)가 담고 있음을 높은 정확도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이런 [뇌] 영역들에 나타나는 단순한 활성(activity)에는 동기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다. 공감-기반 이타심(empathy-based altruism)은 전측 대상피질(ACC: anterio cingulate cortex)에서 전측 섬엽(AI: anterio insula)으로 나아가는 양의 연결성(positive connectivity)을 보여준다는 일차적 특징을 지닌다. 반면에 상호주의-기반 이타심(reciprocity-based altruism)은 이에 더해 전측 섬염(AI)에서 전측 대상피질(ACC)로 나아가는 양의 연결성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며, 전측 섬엽(AI)에서 배측 선조체(ventral striatum)으로 나아가는 양의 연결성을 훨씬 더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전반적으로 이기적인 개인들은 이타적인 개인들과 비교해 다른 뇌 기능 구조를 보여주는데, 이들은 공감 유도에 대한 반응에서만 이타적 행동을 많이 나타내며 상호주의 유도에 대한 반응에서는 그러하지 않는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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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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