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인공지능, 하드웨어-알고리즘 함께한 발전

 관심집중 ‘이세돌 대 알파고’ 대국의 관전법 - 일문일답 도움말   

유신 카이스트 전산학부 조교수, <인공 지능은 뇌를 닮아 가는가>의 저자


00AIGO.jpg » 바둑. 출처/ Wikimedia Commons, 위키백과


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펼칠 반상의 대결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인간 대 컴퓨터 간 ‘세기의 대결’이란 의미가 붙고, 알파고는 바둑 판세와 수 읽기에 뛰어난 ‘컴퓨터계 끝판왕’으로도 불린다. 인간 고수와 벌인 대결로 주목받은 컴퓨터로는, 1997년 체스 게임을 이긴 아이비엠(IBM) 딥블루, 2011년 퀴즈쇼에서 우승한 아이비엠 왓슨에 이어 구글 알파고가 세 번째다. 9~15일 서울에서 치러지는 5번기 이후 나올 “인공지능, 아직 한 수 아래”, “인간, 인공지능에 패하다” 같은 성적을 두고서 벌써 엇갈린 전망이 쏟아진다.


알파고의 등장은 인공지능 역사에서 얼마나 큰 사건일까? 컴퓨터과학 분야 연구자들의 글과 얘기를 보면, 알파고는 인공지능 연구의 중요한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읽힐 만하다. 하지만 더 나아가 이번 대국이 인간 지능의 보루인 바둑을 두고서 인간 대 기계의 지능을 겨루는 결정적인 한판 승부라는 식으로 바라보면 곤란하다는 신중론도 꽤 있다.


다음은 이번 바둑 대국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전문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인공 지능은 뇌를 닮아가는가>의 저자이자 사이언스온의 연재 필자였던 유신 교수(카이스트 전산학부)가 알파고의 인공지능과 이번 대국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들려준다.


00AIGO2.jpg » 이세돌 9단(왼쪽),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로고. 출처/ 연합뉴스, https://deepmind.com/alpha-go.html



   일문일답/ 유신 카이스트 전산학부 조교수

00AI_YS.jpg » 유신 교수. 출처/ https://cs.kaist.ac.kr/people/faculty




000Q.jpg


유 교수님은 책에서 인공지능 연구의 역사를 개관하면서, 1960년대 이후 1970년대까지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추구했던 야심찬 시기와 그 이후 1980년대 초까지 암흑기, 그리고 1980년대 초부터 일기 시작한 전문가 시스템 기반의 인공지능 연구와 1980년대 후반 이후의 암흑기, 그리고 1997년 아이비엠(IBM)의 딥블루, 2011년 왓슨 이후 이어지는 세번째 부흥기로 나누어 살펴보셨습니다. 이렇게 보면 컴퓨터 발전의 역사와 인공지능 연구 역사는 상당히 겹쳐 있군요. 계산주의와 연결주의가 이런 역사 발전의 두 축이라고 보면 될런지요?

000A.jpg


▷ “인공지능 연구가 역사적인 컴퓨터 발전의 축이라고 보는 것은 과장된 견해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컴퓨터의 연산 속도와 정보 처리량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드디어 의미 있는 규모의 신경망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지금 딥러닝(Deap Learning, 심화학습)이 엄청난 성과를 보이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기반이 있는데, 하나는 오랫동안 기존 인공신경망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일군의 연구자들이 이룬 성과이고, 또 하나는 딥러닝에 필요한 연산량을 일반 퍼스널컴퓨터(PC) 수준의 하드웨어에서도 소화할 수 있게 발전한 컴퓨터의 성능입니다.”


☞ 참조: 인공지능의 계산주의, 연결주의

[계산주의] 컴퓨터로 하여금 숫자를 계산하는 대신 기호를 조작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논리적 추론을 하도록 하는 것

[연결주의] 지능을 하나의 강력한 논리적 체계가 아니라 매우 간단한 기능만을 가진 작은 단위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된 상태에서 얻어지는 발생적인[창발적인] 현상이라고 이해



지능은 인지, 계산, 추론, 결정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도 이런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것인지요?


▷ “말씀하신 모든 영역을 포함합니다만, 아직까지는 하나의 지능적인 개체 혹은 소프트웨어가 그 모든 영역에 걸치는 지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 활동을 별도로 모델링 하고 구현하는 식으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1960년대와 1980년대 전성기는 계산, 연산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딥블루, 왓슨, 알파고 등은 1990년대 후반 이후에 달라진 인공지능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것인지요? 현재 인공지능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인공인경망, 연결, 창발(emergence), 네트워크 등인 듯한데요. 특히 딥러닝(심화학습), 딥마인드 같은 새로운 개념도 등장합니다만.


▷ “말씀하신 사례들 중에서 딥블루는 오히려 이전 세대의 연구방법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정형화된 체스판의 현재 상황으로부터 정해진 수 만큼 가능한 모든 수를 정확하게 탐색하기 때문입니다. 왓슨은 전혀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언어 데이터로부터 학습을 한다는 점이 다르고, 알파고는 가능한 모든 수를 계산하는 대신에 확률적 샘플링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딥러닝이 획기적인 성과를 내면서 인공지능의 미래로 회자되고 있지만, 그 근본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공신경망의 논리적인 확장입니다. 물론 인공신경망 연구가 정체된 동안에 이를 포기하지 않고 개선을 거듭해서 현재의 딥러닝 기술을 만들어낸 얀 르 쿤(Yan Le Cunn), 제프리 힌튼(Geffrey Hinton) 같은 연구자들의 업적은 눈부신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라기보다는, 인공신경망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이상에 드디어 크게 한 걸음 다가갔다고 보는 것이 역사적인 맥락에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기술적이 아닌 측면에서는 확률적인 모델링과 추론이 가지는 강력한 힘을 보여줬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습니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설명하면서 말씀하신 “확률적 샘플링을 통한 의사결정”은 확률적 연산기법 또는 시뮬레이션 기법인 몬테카를로 방법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 “예, 알파고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딥러닝을 몬테카를로 트리 서치와 혼합해서 사용합니다. 물론 딥러닝 자체도 확률/통계적인 접근이긴 합니다. 아래 페이지에 있는 동영상을 참조하시면 도움이 좀 될 것 같아요. 시간이 되면 본문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http://googleresearch.blogspot.kr/2016/01/alphago-mastering-ancient-game-of-go.html ”



“딥마인드(Deep Mind)”라는 개념은 따로 없는 것인지요? 딥러닝의 다른 표현인지요?


▷ “딥마인드(DeepMind)는 그냥 회사 이름입니다. 기술이나 알고리즘과는 관계가 없어요 :)

 https://en.wikipedia.org/wiki/Google_DeepMind ”



“딥(deep)”이라는 말은 기호와 연산, 논리회로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은닉된 층이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 “은닉된 층을 지칭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각각의 은닉층은 물론 딥러닝 시스템 전체가 폰 노이만 설계를 따르는 결정적인(deterministic)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매 시점에 해당 층(layer)를 구성하는 노드(node) 각각의 행동은 당연히 기호화 연산, 논리회로로 설명됩니다. 다만 이런 노드를 엄청난 규모로 모아서 작동시킬 때 기존에 쉽게 다루지 못했던 비선형적(nonlinear)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은닉층”을 좀 더 쉬운 말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요?  미리 설계된 연산 회로가 아니라 연산 규칙만을 미리 정해두어 확률적 연산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설계자도 다 파악할 수 없는 연산 회로라는 의미로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설명해준 바를 제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말씀드리면, 노드는 기호화 연산, 논리 회로로 설명되는데, 이런 노드들이 네트워크에서 대규모로 작동할 때 비선형적 거동(확률적 연산)을 나타낸다는 의미인지요?


▷ “은닉층은 말 그대로 신경망에서 입력단과 출력단 사이에 존재하는 층을 말합니다. 입출력이 아니니까 사용자가 직접 볼 수 없어서 은닉층이라고 합니다. 각각의 노드가 내놓는 출력은 제가 책에서 언뜻 언급한 시드모이드 함수, 혹은 요즘에는 RELU(Rectified Linear Unit) 같은 함수 형태를 따릅니다. 이런 노드를 여럿 모으고 겹쳐 놓으면 복잡한 비선형 패턴도 제법 근사(approximation)할 수 있는 것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Rectifier_(neural_networks)

 비선형이 곧 확률적 연산인 것은 아니고, 비선형이라고 함은 그 추이를 쉽게 선형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없는 수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변하는 형태는 쉽게 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없겠죠. 하지만 간단한 함수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신경망은 주가나 날씨 같은 복잡한 신호를 어느 정도 학습할 수 있습니다.

 확률적이라는 것은 신경망이 학습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수식어입니다. 개별 케이스를 모두 이해한다기보다는 확률적으로 가장 많은 경우를 설명할 수 있는 규칙을 찾는 것이 기계학습의 핵심입니다.”



000Q.jpg


딥블루와 왓슨, 그리고 알파고가 기반을 두고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은 각각 어떻게 다른지요? 딥블루와 왓슨은 특정한 기능을 강화하고 연산속도를 높인 컴퓨터로 설명했는데, 알파고도 역시 기본 성격에서는 마찬가지일런지요?

000A.jpg


▷ “딥블루의 경우, 하드웨어 단계에서 체스에 관련된 연산만을 하도록 설계한 반도체를 사용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수를 계산하기 위해, 즉 연산량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생각해 낸 방법이었습니다. 반면에 왓슨과 알파고는 범용 컴퓨터를 병렬로 작동시켜서 대규모 연산을 수행합니다. 왓슨은 자연언어처리, 즉 사람이 작성한 비정형 자료로부터 추상적인 개념과 개념 사이의 연결관계를 확률적으로 학습하는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고, 반대로 알파고는 딥러닝을 통해 판세를 판단하고, 몬테 카를로 트리 서치(Monte Carlo Tree Search)를 이용해 각각의 수가 가지는 상대적인 가치를 분석하는 기술을 이용합니다.

 왓슨과 알파고가 다루는 분야를 생각해보면, 왓슨 쪽이 훨씬 더 기술적 장벽도 많고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알파고가 다루는 바둑은 바둑판의 상황이 정형적으로 정리된 데이터이므로 상대적으로 판세의 분석에만 집중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반대로 왓슨이 보여준 상식 퀴즈는 문제와 답 모두 비정형의 자연언어 데이터이고, 정답이 무엇인지도 확실치 않을 수 있어서 아무래도 더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바둑이 워낙 오랫동안 “컴퓨터는 절대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되어 온 바가 있어서, 이번 대국에 큰 흥행요소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00AIBrain.jpg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기술적 특이점”은 흥미로운 예측입니다. 여기에서 “특이점”은 어떠한 이론이나 해석도 가능하지 않은 무엇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인지요? 특이점이란 개념 자체가 상당히 난해해서요. 그리고 기술적 특이점 예측에서 인공지능 요소가 특히나 중요한 것은 왜인지요?


▷ “일반적으로는 말씀하신 대로 기계가 인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지능을 획득한 시점, 따라서 해석이나 예측이 불가능한 시점이라는 의미로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론했기 때문에 인공지능과 연관이 많이 됩니다만, 만약 인간 이외에 지적인 능력을 가진 어떤 존재가 갑자기 등장한다면 그 이후의 인류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죠.”


☞ 기술적 특이점을 다룬 책 부분 발췌

“하지만 미래학자로서 커즈와일이 남긴 예측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코 특이점, 이른바 기술적 특이점(Technical Singularity)에 대한 것이다. 기술적 특이점이란 기계, 특히 인공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역사적 시점을 가리킨다. 존 폰 노이만이 이 개념을 묘사하면서 특이점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그는 1958년에 “점점 빨라지는 기술적 진보와 생활양식의 변화 속도를 보면 인류의 역사가 어떤 특이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시점 이후 인간의 역사가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형태로 계속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수학자이자 SF 작가인 버너 빈지가 노이만이 지적한 변화의 시점을 인공 지능의 발전과 결합시켜 유명해졌다. 빈지와 커즈와일은, 특이점은 인간을 초월하는 인공 지능이 태어나는 시점에 벌어지며, 인간은 자신을 초월하는 인공 지능이 어떤 의도를 가질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특이점 이후의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책, 221-221쪽)



“기술적 특이점”의 핵심은 인간 지능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더 높은 초인공지능의 등장, 그리고 인간의 제어가 아니라 기술이 스스로 기술 진보를 이끄는 요인이 된다는 점인듯합니다. “기술적 특이점”은 현재 과학기술의 발전단계에서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것일런지요? 약간은 기술주의 중심의 미래예측 또는 과학소설의 전망 같은 분위기도 느껴져서요.


▷ “기술적 특이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말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과 힘, 자의식을 갖게 되어서 인간과 힘으로 대립할 수도 있다는 ‘터미네이터’ 류의 특이점 전망에는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주의적 흐름에 대한 경계는 과학소설(SF)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 사회를 보는 틀로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염려해야 할 것은 미래에 우리를 지배할지도 모르는 로봇 독재자가 아니라, 바로 지금 자동화가 산업 구조와 노동 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기술과 자본이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하는 점입니다. 기술이 스스로 기술 진보를 이끈다는 관점에서 염려해야 할 것은 스스로 무한히 복제하는 로봇 군대가 아니라, 기술이 개발되고 투자를 받고 혹은 사장되는 과정에서 단순히 기술 그 자체를 쫓는 유행(hype)의 순환 구조를 넘어선 진정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느냐 하는 점입니다.“



말씀하신 “진정한 가치평가”는 어떤 뜻인지요? 기술 유행보다는 기술 자체에 대한 진정한 가치평가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또는 다른 뜻인지요?


▷ “네. 응용기술은 어쩔 수 없이 기업들에 의해 선도되고, 따라서 계속해서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목적을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사회 전체가 기술 발전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지금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부분에 더 많이 사용되는지, 아니면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는 부분에 사용되는지, 그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겠죠. 단지 유행이고 새롭기 때문에 쫓기보다는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언제 필요한 것인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000Q.jpg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이전의 딥블루/왓슨의 대결과 비교해, 컴퓨터 과학 측면에서 어떤 차별적인 의미가 있을런지요?


000A.jpg

▷ “문제 자체의 스케일이 또 한 번 차원을 달리해 커진다는 점, 따라서 확률적 추론이 가능한 문제의 경계가 또 한 번 엄청나게 넓어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컴퓨터가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뭔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식의 해석은 금물입니다.”



만일 알파고가 바둑 대국에서 무승부 또는 승리한다면, 이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런지요? 또는 만일 알파고가 5번기 대국에서 패배한다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런지요? 인간지능이 컴퓨터에 졌다고 포괄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향상된 특정기능 컴퓨터일 뿐이라고 낮춘 평가를 하기도 어려울 듯합니다만. 어떠한 평가가 적정할런지요 


▷ “대국 결과를 보면 조금 더 정확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컴퓨터의 바둑 실력은 성장할 일만 남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못 이기더라도, 언젠가는 이길 거에요. 한정된 바둑판 안에서 벌어지는 게임인 이상, 점점 더 학습양을 늘리고 기계를 많이 사용해 자료 처리량을 늘려가면 언젠가 적어도 사람과 거의 동등한 실력에 도달하지 못할 이유는 없거든요. 다만 알파고는 단지 바둑을 두기 위한 기능을 구현한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명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딥블루가 체스에서 사람을 이긴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그 승리가 곧바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죠.”



알파고 이후의 인공지능 연구 방향이 어떠할지 큰 그림으로 내다볼 수 있을런지요?


▷ “딥러닝의 파죽지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초기의 성공 단계를 지나면서 다양한 질문이 제기될 것입니다. 시각이나 청각과 같이 인식 문제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는데 과연 추론이나 연산과 같은 분야로 신경망 기반의 접근을 확장할 수 있는가 하는 범위의 문제도 있구요. 복잡한 구조의 신경망의 경우에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람이 모두 관찰하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딥러닝 신경망들이 결과는 매우 뛰어난 수준으로 내놓는데,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서 뭘 배우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거든요. 알파고가 딥러닝과 트리 서치를 복합적으로 사용했듯이,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여러 가지 기법을 동시에 접목해서 사용하는 방향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연결주의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연결망인 인터넷은 어떤 의미에서 거대한 지능의 작동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인지요? 집단지성이라는 것도 이런 연결망이 만들어낸 새로운 차원의 지능이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요. 이런 연결된 지능들이 현재 인공지능에서도 중요한 자원이 되는지요?


▷ “(책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듯이) 인터넷은 기계가 학습하기 용이한 형태로 많은 자료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에 중요한 자원입니다. 왓슨에게 활자로 인쇄된 책을 읽혀야 했다면 그만한 성능에 도달하는 데에 시간이 훨씬 더 걸렸을 겁니다. 연결망 자체가 지능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은, 지능과 연결망의 범위를 뭐라고 보느냐에 따라 답이 크게 달라질 수 있겠네요. 물리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일관된 특정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지능적인 의사 결정이라고 한다면, 인터넷은 분명 밈(meme)과 같은 형태로 개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므로 지능을 가졌다고 우겨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질문은 인터넷 자체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 무엇을 “지능”이라고 볼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크리스토퍼 코흐(Christof Koch)같은 인지과학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복잡도를 가진 네트워크는 모두 의식(consciousness)을 가진다고 주장하는데, 매우 매력적이지만 검증이 쉽지 않은 이론이죠.”



어렵기는 했지만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 감사 드립니다.



   참조글

다음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을 다룬 <한겨레> 지면 칼럼입니다. 이 글을 쓰는 데에 유신 교수의 책과 일문일답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약한 인공지능’의 강한 도전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펼칠 반상의 대결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인간 대 컴퓨터 간 ‘세기의 대결’이란 의미가 붙고, 알파고는 바둑 판세와 수 읽기에 뛰어난 ‘컴퓨터계 끝판왕’으로도 불린다. 인간 고수와 벌인 대결로 주목받은 컴퓨터로는, 1997년 체스 게임을 이긴 아이비엠(IBM) 딥블루, 2011년 퀴즈쇼에서 우승한 아이비엠 왓슨에 이어 구글 알파고가 세 번째다. 9~15일 서울에서 치러지는 5번기 이후 나올 “인공지능, 아직 한 수 아래”, “인간, 인공지능에 패하다” 같은 성적을 두고서 벌써 엇갈린 전망이 쏟아진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을 다루는 많은 뉴스와 이야기에선 놀라움과 두려움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간의 정신·육체 노동을 대신할 만한 소프트웨어와 로봇의 개발 소식이 전해지는 요즘, 인공지능의 약진이 이에 더해져 미래 사회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를 생각하면 놀라움과 두려움은 뒤섞인다. “로봇이 일을 다 하면 나는 커서 뭐해?”라며 벌써 일자리 걱정을 하는 초등생 딸아이의 고민이 사뭇 진지하게 들린다.


알파고의 등장은 인공지능 역사에서 얼마나 큰 사건일까? 컴퓨터과학 분야 연구자들의 글과 얘기를 보면, 알파고는 인공지능 연구의 중요한 변화 흐름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읽힐 만하다. 하지만 더 나아가 이번 대국이 인간 지능의 보루인 바둑을 두고서 인간 대 기계의 지능을 겨루는 결정적인 한판 승부라는 식으로 바라보면 곤란하다는 신중론도 꽤 있다.


많은 연구자가 닦아온 인공지능 연구엔 몇 갈래가 있다. 미리 정해진 범위 안에서 특정 문제를 푸는 실용적인 ‘약한 인공지능’ 연구가 있다면, 지각, 추상, 추론, 판단을 종합해 지능 전반을 다루는 ‘강한 인공지능’ 연구도 있다. 이런 갈래에서 보면 알파고는 약한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상징임이 분명하다. 1960년대의 야심찬 예측인 강한 인공지능은 여전히 요원한 꿈으로 남아 있다.


알파고는 약한 인공지능조차 세련되게 구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사실, 인공지능 연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몇 차례 부침을 겪었다(유신 지음, <인공지능은 뇌를 닮아 가는가>). 컴퓨터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뇌 닮은 인공지능이 곧 만들어지리라는 자신감이 컸던 1960~70년대 전성기도 있었고, 어떤 기능에 집중한 ‘전문가 시스템’ 인공지능이 융성했던 1980년대 부흥기도 있었다. 물론 암흑기도 거쳤다. 지금 인공지능은 컴퓨터과학과 신경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세 번째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알파고는 긴 역사의 성과를 최고의 사양으로 갖추고서 등장했다. 매우 빠른 연산의 하드웨어와 병렬처리 컴퓨팅,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확률적 연산 알고리즘, 인공신경망의 새 기법, 인공지능 훈련에 쓰인 방대한 기보 데이터베이스 등이 강한 알파고를 만든 구성물이다. 더 강한 하드웨어,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는 계속 등장할 테니 알파고와 그 후세대의 약한 인공지능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의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예컨대,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많은 캐릭터와 상황이 등장하는 비디오 게임에서 10대 소년을 능가할 인공지능의 개발은 더 어려운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전한다.


바둑 대결 이벤트의 이면에선 구글 기업이 눈에 띈다. 인간유전체, 양자컴퓨터, 로봇 등 분야에서 굵직한 뉴스의 주인공이 된 세계기업 구글이 만들어내는 ‘미래 신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약한 인공지능의 강한 도전과 겹쳐 구글의 신세계가 더욱 궁금해진다.[오철우 기자]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cienceon

트위터   https://twitter.com/SciON_hani

한겨레 스페셜   http://special.hani.co.kr


[알림] 2016 사이언스온 필자를 모십니다…3월13일까지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

    뉴스사이언스온 | 2017. 12. 11

    미래/과학/기술/환경 뉴스와 비평, 연재물 서비스사이언스온 옛 글들은 지금처럼 접근 가능합니다 독자님들께안녕하세요. 그동안 작은 도전이었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필자들을 격려해주시고 또 웹진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