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이공계 출신의 아줌마들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모여 과학기술에 관해 친절한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연재] "합성 박테리아, 솔직히 너의 정체가 부담스러워"

 아줌마들의 과학 수다 (19)
 
00venter2얼마 전에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합성생명체의 탄생!’, 표현부터 거창하다. 생명을 합성하다니? 우리는 지금 이런 혁신적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그것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또 다른 변화가 몰려오는 질풍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거다. 생명조차 그 가치 기준이 변하는 시대를 살면서 생명체인 ‘나’를 생각해본다.

수다꾼: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정리: 이인숙)

      synbac »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에 의해 만들어진 생명. 위 영상에서 파란 색은 이식된 합성 게놈을 나타내며, 아래 영상은 자기복제를 하고 있는 합성 미생물. 출처/ Science      

 '생명을 합성하다' 놀라운 소식

 

문영 :   ‘합성생물’이란 단어를 요즘 심심찮게 듣게 되요.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15년에 걸쳐 만들어낸 ‘미코플라스마 미코이즈' 박테리아(JCVI-syn1)를 말하는 거지요. 사람이 살아있는 세포를 만들었다는데 왠지 거부감이 앞서네요.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는 생명을 몇 개의 물질로 구성해 놓은 느낌이랄까?

 

SO_JW지원 :   2002년 사람의 염기서열을 해독했던 벤터 박사가 2010년 박테리아의 디엔에이를 합성해  같은 개체를 지속적으로 복제할 수 있는 생물의 기능을 가진 최초의 인공 생명체를 만들었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과장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설마'라는 의구심도 컸고요. 그런데 생명체를 만들겠다는 시도도 놀라운데 성공한 생명체를 선보이니 모른 채 지나갈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인숙 :   맞아요. 생명체의 중요한 요건인 핵과 외피 둘 다를 합성한 것은 아니지만 유전자를 이용한 이런 급속한 성과는 생명을 다루는 과학기술에 대한  찬반 논란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어요.

 

동수 :   합성생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달라요. 인류에게 닥친 난제를 풀어줄 거라는 필요성과 생명을 함부로 다룬다는 윤리적 가치가 충돌하지요. 하지만 과학기술의 흐름이 합성생물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문영 :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기능이 알려진 유전자를 사용해 기존의 생명체에 필요한 유전자를 삽입해 새로운 기능을 가지는 생명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어요. 물론 아주 적은 부분만을 조작해서 원하는 성질을 얻기는 하지만 다음 세대로의 유전은 생각지도 않았지요. 인슐린을 제공하는 미생물에서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미생물까지 원래는 없는 기능을 유전자 삽입을 통해 사람에게 필요한 물질로 생산해 내고 있어요. 

 

지원 :   자세히 들여다보면 합성이라는 단어에 그리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듯해요. 지금까지 사람들이 해왔던 많은 만들기의 한 부분이 발전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종간 교배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는 육종 기술과 유전자의 일부를 변형하는 지엠오(GMO) 기술처럼 합성생물도 더 발달된 기술로 필요로 하는 것을 얻는 것이니까요. 

 

 

 

"그 미래는 무얼까?"

 

Microscope_HOOKE » 로버트 훅이 발명한 현미경. 출처/ wikipedia.org

인숙 :   현미경 덕분에 로버트 훅(1635~1703)이 관찰한 생명체의 어느 작은 부분에 세포라는 이름을 붙이고, 스위스의 화학자 요한 미셔(1844~1895)가 세포핵에서 디엔에이를 발견했지요. 디엔에이가 유전 물질임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이는 1944년 에이버리(1877~1955)와 동료 과학자들이고요. 왓슨(1928~ )과 크릭(1916~2004)이 디엔에이의 이중나선 모델을 가지고 유전 정보의 저장과 전달하는 방식을 설명한 이래 많은 사람들은 유전자에 관심을 집중해 왔어요. 생명의 시작도 끝도 모두 유전자가 주도하고 있다고 믿지요.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이 유전자 합성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합성생물학을 만들었다고 해요.  

 

동수 :   200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서 열린 합성생물학대회에서 죽으면 바나나 향을 나는 세균과 오염물질의 냄새를 맡아 경보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박테리아 등 합성한 유전자를 사용한 새롭고도 기발한 미생물들이 선보였어요. 그리고 2004년 같은 곳에서 국제학술대회 합성생물학 1.0(Synthetic Biology 1.0)이 개최되었고요. 이것을 계기로 합성생물학이 본격 시작했다고 하네요. 합성생물학을 ‘자연에 존재하지 않은 생물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 또는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시스템을 재설계해 제작하는 일’이라고 정의해 발표했고요. 설계하고 제작한다니, 지금까지의 생물학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요. 자연을 호기심으로 연구하고 모방하던 단계를 지나 경제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학의 의미로 변한 거지요.

 

문영 :   유전자 염기 합성속도의 빠른 증가와 비용 감소는 합성생물학을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어요. 유전자 합성의 생산성은 15년 전에 비해 7,000배 높아졌고, 비용은 32개월 만에 50배가 감소했다니 앞일을 기대하게 하는 수치에요. 염기서열이 알려진 종의 수가 1,154개에 달하고, 그 유전체 정보도 합성생물학을 무한한 자원으로 만들고 있다고 봐요. 아직 그 염기서열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지만 이대로라면 화석연료에서 나프타를 만드는 것보다 합성생물을 이용해 화학제품의 주원료인 나프타를 만드는 것이 경제적인 날도 오지 않을까요?

 

지원 :   생명체를 그런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결국 사람도 얼마의 가치를 가지는 제품이자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유쾌한 기분도 아니고요.  인류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선택해 산업혁명을 이끌었듯이 현재의 인류가 합성생물이라는 선택을 가지고 만들고자하는 미래는 무엇일까요?

 

SO_LIS인숙 :   미래를 예측한 선택이 아닌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가장 친환경적 방법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이끌고 있는 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현재 밝혀진 위험은 없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유전형질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선택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욱 꼼꼼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과학기술이에요. 

 

00synthetic » 유전자 합성과 조립, 이식의 방법으로 합성 미생물을 개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원리 개념도. /한겨레 자료 그림

 

 

 

합성생명, 신중하게...신중하게...

 

 

1_DNA모형_위키 » 생명 유전의 기본물질인 이중나선 디엔에이의 모형. 출처: Wikimedia Commons

동수 :   생명체를 원자의 조합이나 유전자의 배열로 보고 사람의 조작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단순함이 무섭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해요. 생명이 그리 단순한 걸까요?

 

문영 :   생명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세워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요? 벤터 박사가 만든 합성박테리아에는 표시를 남겼다지요. 증식을 통해 퍼져나가도 인공생명체임을 식별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 앞으로는 생명체에도 가격과 주인이 정해지는 진정한(?) 물질만능 사회가 되는 것 같아 무서운 생각도 들어요.

 

지원 :   아직 박테리아 같은 단순한 세포만을 만들 수 있지만 많은 생물체의 염기서열이 ‘골드’라는 유전체 정보 사이트에 공개되고 있으니 더 많은 시도와 연구가 이루어지겠지요. 생명을 단순히 유전자의 조합으로만 본다면 사람의 염기가 30억 쌍이니까 박테리아의 100만개에 비하면 아직 멀고 먼 얘기일 수 있지만 사람의 유전체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인숙 :   우리의 생각이 이렇게 복잡한데 생명체가 그렇게 단순한 유전자의 조합은 아닐 거예요. 생명체는 나서 자라고 병들고 죽는 변화를 거치는 동안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지요.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주변과 상호작용을 해요. 그러한 균형을 분자 구조의 변화로 설명하기에 부족한 것 아닌가요?

 

SO_DS동수 :   생명은 아직도 사람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영역인데 만들겠다고 하니 조절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생명체들이 모여 사는 생태계는 합성생물체로 인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문영 :   생명이 어디에서 시작 되었는가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생명공학이 디엔에이라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독하여 유전자를 모방한 합성세포를 만들기까지 사람들은 바로 앞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큰 이유였겠지요. 생명체를 이용해 식량 부족과 에너지 부족과 지나친 편리가 부른 환경오염까지 모두 해결하겠다는 것을 목표로요.

 

지원 :   필요한 유전자를 자르고 붙여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유전자 지도를 따라 생물체를 만드는 지금의 합성생물은 있는 것을 모방하거나 조금 고치는 정도지만 앞으로의 합성생물은 말 그대로 필요한 기능을 가진 생명체를 주문받아 생산하는 화학공장이 되지 않을까요?

 

인숙 :   생명체는 지구의 자전주기를 인식하는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식물이 계절에 따라 또는 밤과 낮에 따라 꽃이 피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피토크롬이라는 광수용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래요. 이렇듯 기후 환경에 맞추어 생물체의 외부와 내부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정보를 이용하여 적절히 균형을 조절하는 시간의 개념은 유전자도 매 순간 평형을 이루기 위한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동수 :   만약 그렇다면 그 기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많은 유전자들의 시간의 따른 변화를 미리 예측하지 못하는 합성생물이 인류에게 가져올 파괴도 생각해야 되요.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220" caption="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합성생물학 경연대회인 아이젬(iGEM)의 로고. 출처/ http://ung.igem.org"]IGEM official logo.png[/caption]

 

 

 

'만약에...' 우리를 불편하게, 두렵게 하는 것들

 

SO_MY문영 :   사람이 사는 데 위해한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서, 오염 물질을 먹이로 먹는 합성생물을 이용해 환경을 바꾸고, 에너지를 얻고, 인류의 식량을 얻는 이런 끊임없는 조작이 오히려 사람의 생체 신호를 교란시켜 유전자의 변형을 유도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지원  :   얼마 전 방목해 풀을 먹고 자란 소에서 얻어진 유제품과 고기가 곡물 사료를 먹고 자란 소에서 얻어진 것과는 다르다는 자료를 본 적 있어요. 풀을 먹은 소에서 얻은 식품은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이 달라 고혈압과 비만 같은 성인병환자의 주식으로 고기와 버터를 사용해도 오히려 병이 치료된다는 거예요. 

 

인숙 :   맞아요. 소의 먹이였던 풀, 사람의 먹이였던 초식 동물 이러한 제대로 된 먹이사슬을 거쳐 자연에 맞게 순환하면 사람도, 소도, 풀도 서로가 균형을 이루며 건강하게 상생한다는 거지요. 사람들의 요구에 맞춘 더 빨리, 더 많이, 더 편리함이 바로 사람의 병을 만들고 이러한 질병은 사람의 유전자에 흔적을 남겨 다시 나타나는 거지요. 언제든 돌연변이의 가능성을 추가하는 거예요. 이제 사람도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천천히 사는 법을 배울 때가 된 것 같아요. 

 

동수 :   사람 스스로가 외부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켜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균형을 깨트리고 내부의 유전형질에 큰 변이를 야기한다는 생각에 저도 동의해요. 외부의 변화에 사람이 적응하지 않고 외부 상태를 무조건 바뀌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미처 경험하지 못했거나 예상치 못한 일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문영 :   문득 합성생물학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을 위해 외부 환경을 바꾸는 게 아니라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는 유전자를 선택해 조작하려는 사람의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이들이 슈퍼맨과 스파이더맨 같은 초능력을 꿈꾸듯 사람들마다 각자의 욕심에 따라 특정 능력의 유전자를 조작해 자신의 능력을 더할지 모르잖아요?

 

지원 :   사람의 생명이 15만 년 전부터 시작 되었다면 미생물은 38억 년 전 부터라고 해요. 앞으로 지구가 극한 상황으로 변한다고 해도 살아 남을 생명체도 미생물이라고 하고요.  이러한 미생물의 발견과 연구를 진행 중인 지금의 합성생물학은 어쩌면 그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사람의 염원인지도 모르겠어요.

 

인숙 :   지속적으로 변화해 발 빠르게 적응해 살아남는 것. 이것은 생명뿐 아니라 사람의 경제활동에서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미생물의 끈질긴 생명력의 비밀은 적응을 위한 효율적 선택이겠지요. 그렇다면 미래의 사람도 최소한의 필요 기능만을 지닌 단순한 모습으로 변해 갈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미래의 사람을 묘사할 때 머리만 큰 형태 또는 손가락만 큰 형태의 사람 모습을 그리듯 말이에요.

 

동수 :   그렇게 변하고 싶지는 않아요. 주변을 감상하고 감동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복합 생명체로서 고유의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는 않은데요. 비록 살아남기는 어려운 악 조건이라도 말이에요. 그것이 사람만이 가지는 생명력이 아닐까요? 다른 생명체에 비해 불리하지만 언제나 해결책을 찾는 능력? 그 얘기를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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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다팀
머릿속 과학을 쉽게, 편안하게, 재밌게 생활에서 끌어안다.” 못생긴 평 발의 등번호 21번 수다꾼(박문영), 뾰족코에 둥근 안경 수다꾼(신지원), 살포 시 웃음 짓는 빼빼 수다꾼(최동수), 볶음밥 위의 노른자 수다꾼(이인숙)이 수 다 팀을 꾸렸다.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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