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이공계 출신의 아줌마들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모여 과학기술에 관해 친절한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연재] 황금시대를 살아야 파랑새를 키울수 있을까?

아줌마들의 과학 수다 (8)
   
기원전 800년경 그리스의 헤시오도스는 서사시 “노동과 세월”에서 황금시대를 그렸다. ‘…신처럼 그들은 행복한 마음으로 살았다네/노동이나 슬픔과 상관없이…언제나 활기에 차 있었고 모든 질병에서 자유로와…/비옥한 땅은 아낌없이…자신의 과일을 양보했네/평화가운데 행복에 겨워, 인간들은 모든 욕구를 충족하며 살았다네…’ 누가 황금시대를 마달까? 어찌보면 우리는 황금시대를 꿈꾸며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얼만큼 행복한가?   수다꾼: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정리 박문영)
    0gold » 고대 이집트 왕 투탕카멘 묘에 매장된 황금가면. 희소금속인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오래됐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자원하면 떠오르는 생각들"

 

동수:    이번 우리 주제가 너무 추상적이네요(웃음). 그럼 저는 아주 구체적인 우리의 주변 이야기를 해보죠.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신문지를 모으는 할머니를 보았어요. 허리가 굽은 그 할머니는 선반에 키가 닿지 않아 젊은이에게 신문을 내려달라고 부탁을 하셨어요. 자원이 풍요로운 시대가 누구에게나 풍요를 허락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자원을 절약해야한다고 말 하지만 많은 서민들은 이미 절약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서 일단 저는 자원하면 자원절약이 생각나고, 자원절약을 끊임없이 외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얼마나 잘 하시냐고 되묻고 싶어져요.

 

인숙   자원?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자원이지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개발하면 자원이고 아직 그대로의 상태로 있다면 자연 아닌가요? 그리고 자연은 언제든 자원으로 변할 수 있지요.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선점하기 위해 각 나라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어요. 가진 것도 지키고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묶어두기 위해 치열한 외교를 펼치고 있지요. 칠레의 아타카마 염호와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의 개발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노력은 가히 전쟁이라 할 수 있어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의 욕심이 지구의 위기를 불러온 이 시대에 다시금 ‘나만 살아남기’라는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같이 살 길은 없는 건지? ‘함께’라는 아름다운 말을 곱씹게 되는군요.

 

지원:    신기술로 만든 고부가상품의 주력 품에 쓰이는 금속 중 희소금속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요. 이 금속들은 우리 몸속의 비타민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요. 전자 제품 속에 아주 조금씩 들어가지만 없을 경우 제품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테니까요.

 

문영   보편적인 물이나 공기 같은 것은 예전에 자원이 아니라고 배웠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시외로 나가야 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를 설치하니, 시대가 갈수록 자원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더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세계는 금속자원 전쟁 중"

 

동수:    우리가 자원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글을 써보자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자원전쟁'이라는 자극적인 문구 때문이었어요. 정말로 전쟁이란 말을 붙일 정도로 치열해진 수준인가 알아보자는 호기심도 있었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영:    전쟁이란 말이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큰 자원회사들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힘을 키워 자원을 사려는 입장에서는 더 힘들게 됐더라고요. 새로운 광산의 탐사는 어려운 일이고, 항상 실패 위험이 있으니, 큰 회사들이 채굴하고 있는 매장지를 인수해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독점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대요. 철광석 쪽은 CVRD, 리오 틴토, BHP빌리턴이란 세 회사만 존재해 가격 상승을 이끈다고 하네요. 이 기업들이 일주일만 공급을 중단해도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는다고 하니 자원 회사들의 독점 공급이 자원전쟁의 한 요인을 담당한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0metal » 한겨레 자료그림. 관련 기사 "21세기 ‘자원 지도’ 바뀌고 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03394.html  

지원:    근본 원인은 인도와 중국의 수요 증가에요. 중국의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인가에 대해 투자회사들은 회의적이라고 하지만, BHP빌리턴이라는 자원회사의 한 이사는 중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살기를 원하는 한, 자원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는군요. 이런 사태가 '은' 때문에 일어났던 아편전쟁을 떠올리게 하네요.

 

인숙: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의 기술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아프리카도 실리를 추구할 줄 아는 문명국으로 변화시키고 있지요. 목적을 위해 베푸는 선진국들의 친절이 그들을 일깨운 거죠. 가진 것을 나눌 줄 알았던 그들의 미소는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무뚝뚝한 악수로 바뀌었어요. 이처럼 사람들의 생각 변화가 전쟁이 아닐까요? 그들의 따뜻한 포옹이 그립네요. '프리 허그'의 필요성이 이해되는데요.

 

동수:    저는 남미, 러시아 등 자원 보유국들이 수출을 중단해, 가격을 올리려고 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자원 문제로 합리적인 생각보다 자원을 무기화하는 거죠. 우리 민족은 살아남아야 한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민족주의가 다시 팽배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문영   채굴량이 증가하면서 예전에는 버렸던 오일샌드를 사용하려고 하는 것처럼 기존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광석까지 채굴하는 추세도 불안감을 더 부채질하네요. 서로 선점하려는 분위기가 거품을 만들고, 초초하게 만드는 면이 있어요.

   

"금속자원 어디에 쓰일까?"

 

인숙:    한정된 금속자원에 대한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은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에요. 고대 연금술은 필요한 금속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만들어 낸 환상이지요. 거기에서 오늘날의 과학기술이 시작되었고요.  

 

문영   인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금이지요.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다른 원소와 거의 반응하지 않죠. 그래서 반도체 회로나 전기제품끼리의 접촉부위에 금도금을 하면 표면 산화를 막아줘요. 접촉 안정성도 유지해주고요. 접촉저항이 낮아지니 신호나 전류의 손실도 막아주죠. 그래서 반도체가 들어가 있는 제품에 조금씩 쓰이고 특히 핸드폰, 컴퓨터에 들어가 있어요.

 

동수   에너지 자원인 우라늄은 대표적인 희금속이에요. 지각 속에 존재하는 량도 적지만 화합물을 환원시켜 금속으로 만들기가 어렵죠. 천연 우라늄은 원자량이 238인데, 공업적으로 유용한 우라늄은 원자량 235짜리죠. 자연계에는 0.7%밖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238짜리를 235로 만드는 것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하고요. 사실이 확인된 바는 없지만 최대 보유국이 북한이에요.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빨리 통일이 돼서 자원을 공유하면 좋겠어요.

 

지원   스칸듐, 이트륨과 원자번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원소를 합쳐 지칭하는 희토류 금속을 보면서 자원이 진짜 무기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희토류 금속은 차세대 수소저장합금을 이용한 2차 전지, 고온 초전도계, 고체 전해질 연료전지, LED, 태양광전지, 휴대폰 등등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에요. 특히 지구 온난화의 대안으로 필요한 기술에는 거의 다 사용된다고 볼 수 있죠. 우리나라는 필요량의 91%를 수입에 의존한다고 하니 왜 정부가 준전략 광물로 정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게다가 그 희토류 금속의 최대 보유국이 중국이라네요.

  0elecbus » 리튬이온 배터리와 고성능 전동모터를 달아, 전기로만 움직이는 '친환경 버스'가 지난해 9월15일 서울 남산도로를 시험운행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명진 기자  

인숙:    저는 왠지 리튬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핸드폰, 노트북 배터리로 많이 쓰여서 친숙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기후 변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문제로 전기자동차의 완성이 시급해지면서 리튬전지가 주목을 받고 있어요. 기존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3배나 높고, 가벼워 작동원리에 신비한 점이 있나 알아봤죠. 그런데 양극에 있던 리튬이 음극인 탄소 쪽으로 이동하면 충전이 되고, 반대면 방전이 되는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화학전지더라고요.

   

"끊임없는 개발이 행복을 향한 지름길일까? "

 

지원   결국 새로운 기술과 중국, 인도 등의 큰 수요 때문에 '자원전쟁'이란 말이 생겼다는 거네요. 새로운 기술로 편리한 사회가 되었지만 편리한 만큼 자원이 고갈되면 어쩌나 불안해  하면서 살고 있는 느낌이에요. 지구 자원이 다 떨어지면 영화 <아바타>에서 그런 것처럼 다른 행성의 자원으로도 눈을 돌려야 하나를 생각하니 왠지 한숨이 나오네요.

 

동수:    애들 학교에서 폐 휴대폰을 수거한다고 가지고 오라고 한 적이 있어요. 환경오염 때문에 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폐휴대폰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광물자원을 뽑아낸다는 것을 듣고 재활용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했지요. 아파트 복도에도 '폐휴대폰을 모아 고릴라를 살리자'는 홍보용지가 붙어 있더라고요. 콜탄의 매장량이 많은 콩고 지역에 무분별한 개발로 고릴라가 살 영역이 없어진다는 문구였어요. 매스컴에서도 도시 광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금의 경우 암석 1톤당 평균적으로 25밀리그램이 들어 있고, 1톤당 100그램 이상이 들어 있으면 꽤 괜찮은 광산이래요. 1톤의 폐휴대폰을 재활용하면 금 400g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충분히 수익성 있는 광산이에요.

 

문영:    광산에서 필요한 금속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대요. 우리나라 제철소를 생각해보면 쉽게 추측이 돼요. 철광석을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까지 옮겨야 하고, 뜨거운 용광로를 거쳐야 하고요. <에너지 디자인>(바츨라프 스밀)이란 책을 읽었는데, 적절한 에너지 사용량 이상을 사용하는 것은 서로 자제하면 좋겠다는 결론이었죠. 스밀은 에너지 사용량과 유아 사망률, 여성 평균수명을 살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해도 더 이상 유아 사망률이 낮아지지 않고, 여성의 평균수명이 늘지 않는 시점을 적절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에너지 사용량으로 봤어요. 저는 그분의 의견에 100% 공감이 가더라고요.

 

인숙:    삶의 질에 대한 생각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네요. 기술 발전에 의존하는 편리함이  행복한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죠. 땀 흘려 일하는 기쁨, 자연과 나누는 교감은 기술에 의존할수록 멀어지죠.

 

동수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사람에게 소외감을 주는 면도 있어요. 끊임없이 새로운 전자제품이 나와 유혹을 하고 그 제품을 사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도 들고, 심지어 어떤 물건이 있다는 것이 사회적 계층을 표시하기도 해요.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에 살고 있는 거지요. 희귀자원으로 무장한 첨단 과학기술을 영위할 수 있는 재력이 있느냐를 기준으로 나누어진 계급 말이에요…. 아~ 씁쓸해.

  0phone » 버려진 휴대전화 단말기들.  

지원:    저는 전원생활을 하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자주 놀러갈 거예요. 자연과 함께 하는 기쁨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도시의 편리함으로 한 번씩 돌아가는 것도 필요하거든요. 무조건 에너지를 덜 쓰는 시골 생활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적정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다는 거죠. 물론 그 '적정'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거지만요.

 

문영   욕망의 추구는 끝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떤 상황이건 중도를 지키는 것이 좋겠죠. 우리 아이들 교육도 경험을 통해 삶의 지혜와 인생의 의미를 스스로 체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숙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함께 어우러지고 서로 인정한다면 활기찬 하나의 지구를 만들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원하고 바랐던 이상적인 ‘황금시대’는 우리의 마음을 모으는 데서부터 시작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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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과학을 쉽게, 편안하게, 재밌게 생활에서 끌어안다.” 못생긴 평 발의 등번호 21번 수다꾼(박문영), 뾰족코에 둥근 안경 수다꾼(신지원), 살포 시 웃음 짓는 빼빼 수다꾼(최동수), 볶음밥 위의 노른자 수다꾼(이인숙)이 수 다 팀을 꾸렸다.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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