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이공계 출신의 아줌마들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모여 과학기술에 관해 친절한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연재] 뇌의 과학과 삶의 행복을 함께 이야기하다

 
아줌마들의 과학 수다 (5)
우연한 기회에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는 영상자료를 보았다. 들여다본 뇌는 신비스럽지 않았고, 실핏줄이 얼키설키 감싼듯한 내 손과 같았고, 내 발과 같았다. 의사의 손에 들린 메스의 자극에 따라 말을 하고, 단어를 기억하는 뇌는 사람을 특별한 존재로 보이게 하지 않았다. 호모사피엔스만이 지닌다는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수다꾼: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자극에 무뎌지는 ‘우리시대 뇌세포’ 안타까워요

 

인숙:   학력이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던 사회가 가고 남들과는 다른 창의성이 주목받는 요즘 사회에서 뇌과학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다르다는 차별화를 과학으로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죠.

 

문영:   뇌에 좋은 음식, 뇌를 개발하는 운동, 뇌를 쓰는 법까지 그야말로 다양하죠. 이런 것을 보고 있노라면 ‘바보 이반’이라는 동화에서 육체노동이 아닌 정신노동의 효율성을 가르치던 악마가 제풀에 지쳐 연단에서 떨어지면서 머리로 못을 박는 모습을 보고는 ‘손과 발이 아닌 머리로 일을 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야!’라고 감탄하던 바보 이반의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요?

 

01.jpg 지원:   점점 똑똑해지는 것 같은 우리 아이들과 앉아서 차분히 10분만 얘기해 보면 배신감이, 허탈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느 한 사람만의 경험은 아닐 거예요. 공감하시죠?

 

동수:   뭉뚱그려 얘기하고, 앞뒤가 없고, ‘왜?’가 없고, ‘어떻게 할 것인가?’가 없고, ‘짱’만 있고, ‘그런가?’만 있고, ‘그랬데!’만 있는…,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없는 허공에 뜬 소리….

 

인숙:   그래도 들어주고 받들어줘야 하는 신세대라니…, 생각보다는 말이 앞서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성현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요즘 신세대는 앉아서 우물쭈물 고민하고 생각만 하던, 그리고 참고 기다려 학교를 졸업하던 우리와는 확실히 다르지요. 비정규직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88만원 세대’를 넘어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십대의 삶을 ‘44만원 세대’라고 할 만큼, 아직 어리다고 생각되는 십대에게도 경제적 능력이 중요한 목적이 되어버린 지금 현실이 참으로 야박하다는 생각이에요.

 

동수:   그러니 뇌가 쪼그라들 밖에…. 머릿속이 온통 내 눈에 보이는 것, 남에게 보여지는 것에만 관심이 가 있으니 숨 쉴 틈 없이 쪼그라들 밖에…

 

문영:   물집 잡힌 손으로 삽을 들고, 놀고 싶은 맘도 억누르고, 자고 싶은 맘도 내치면서 가슴 가득히 느끼는 보람이나 희열은 순간의 편안함에 자리를 내주고, 따뜻한 햇살과 가벼이 부는 바람의 미세함에도 즐거움을 찾던 우리의 세포가 과격하게 흔들어대는 몸짓과 쿵쾅거리는 소음에 적응해 웬만한 자극에도 감동할 줄 모르는 무딘 세포로 변해가고 있는 거죠.

 

인숙:   소곤대는 바람 소리에 미소 짓고, 푸른 하늘에 눈물 나는, 시적인 뇌 세포는 아니더라도 남이 욕을 당하면 일으켜주고, 남이 울면 등을 두드려주고, 남이 아프다면 호~ 하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는 뇌 세포가 있으면 외로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젊은 인터넷 세대는 적지 않을까? 그 놈의 악플이 뭔지, 댓글이 뭔지, 마음 다치는 일이 덜 하지 않을까?

 

 

사랑과 행복이 호르몬의 작용으로 다 설명될까요

 

지원:   아무리 달래고 얼러도 말을 듣지 않는 자식을 보노라면 그 머릿속을 들여다봤으면 하는 충동이 강하게 느껴지죠. 저놈의 생각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도대체 무슨 심보인지 속 시원히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런데 사람의 뇌를 열어 수술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별거 아니더라고요. 실망이었지요. 생각을 볼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면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무서운 생각이에요. 남이 나를 조정한다면…, 그건 아니죠. 여하튼 맹장이나 심장 수술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오히려 충격이었어요.

 

동수:   뇌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해 ‘유일한 사람’으로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죠. 얼굴 같은 겉모습이 달라서뿐만 아니라 그 사람만의 특징적인 사고와 행동에 의해서 그 사람이 형성되니까요. 사람마다 뇌 구조가 다르고 색깔이 다르고 구성 물질이 달라야 할 것 같은데, 신체의 일부분으로만 여겨 수술하고 치료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아요.

 

지원:   요즘은 스트레스와 우울이라는 마음의 병을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요. 약을 먹고 특정 부위의 뇌신경을 자극해서 병을 치료하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생각도 일정 세포에 특정한 전기 자극을 주는 과학 현상이라 할 수 있어요.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전기적 자극인 거죠. 행동은 그에 따른 전기적 반응이고요. 참으로 인간이 단순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구 60억 인구가 시시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그것들이 세포와 자극의 확률이라니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니 그 단순함이 억울하기도 하네요.

 

문영:   영적 체험이나 예술적 영감은 그러면 어긋난 자극에 대한 잘못된 반응의 결과인가요?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미래학자들의 논리적 추론은 자극의 이합집산일 뿐인가요?

 

brain2 » 뇌의 부분 영상. 출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인숙:   글쎄요. 아무튼 전기적 자극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른 경험과 지금까지 해온 생각의 경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직접 경험을 통한 느낌과 생각과 갈등에서 나온 선택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아이들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조금은 보이는 듯 하군요.

 

문영:   뇌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아이들의 교육적인 부분만은 아니에요. 노령인구가 느는 요즘에 행복한 노년을 보내려는 다수의 수요가 뇌 연구를 부추기고 있지요.

 

동수: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와 ‘뇌’라는 실체를 연구하는 것은 연관되지 않는데요? 뇌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면 나온다는 호르몬을 말하는 건가요? 도파민과 세라토닌?

 

지원:   사람의 사랑과 행복이 호르몬의 작용만은 아닐 게고 사랑해서 호르몬이 생성되는지 호르몬의 생성이 사랑을 이끄는지 그건 모르는 것 아닌가요?

 

문영:   아직은 사람의 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에요. 구성 물질이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이 모두 알려진 것도 아니고, 그들의 조합이 어떠한 현상을 일으키는지도 모르고, 지금은 외부 자극에 대해 활성화하는 뇌 영역에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두뇌는 개발하기 나름이라는데…

 

동수:   시간이 흐르면 많은 것이 새롭게 밝혀지겠지만 우리 생각을 좌지우지하거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필요한 정보를 사서 머리에 일시적으로 끼워 넣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생각하는 존재로서 자존감이 상실되면 사람으로 살아가는 당당함도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03.jpg » 어린이들의 창의성 교육이 강조되면서 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사진은 2009년 서울과학축전 참여 행사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지원:   사람의 두뇌는 무게가 1400g정도인데, 그 중 물이 78%, 지방이 10%, 단백질이 8%를 차지하고 있대요. 사람 몸의 구성비율과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그런데 체중의 2% 정도 차지하면서 신체가 소모하는 에너지의 20%를 소모해 에너지 활용이 높은 부분이죠. 두뇌를 활발히 사용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다이어트는 없을 것 같아요.   

 

인숙:   그 많은 에너지는 많은 신경세포의 작용에 필요하죠. 펼치면 신문지 한 장 정도 되는 뇌의 주름은 신경세포가 서울과 대전의 고속도로 길이보다 긴 신경섬유로 이루어져 있대요. 이 부분은 피질이라 하는데, 생각과 계획과 기억 같은 우리가 생각하는 두뇌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지요. 사람 뇌가 사용될 때엔 어느 한 곳만 움직이지 않는대요. 조금씩 서로서로 교류하며 반응을 나타낸다는군요. 복잡한 시스템이죠.

 

문영:   복잡하다는 것은 엉키기 쉽고 다시 되돌아가기 어려운 것 아닌가요?

 

지원:   하지만 우리 두뇌는 다급한 상황에선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고 생존을 담당하는 부분만이 작용한다고 해요. 위협이나 공포에 대한 반응을 보면 그렇대요.

 

동수:   예전에 오랜 세월 미국에서 산 재미교포가 잊어버렸던 한글을 치매에 걸린 뒤에 기억해냈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오히려 영어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어릴 적 배워 잊혀진 한글만을 기억한다는 거죠.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인숙:   치매도 두뇌가 하는 일이죠. 학습에 의해 달라지고 재구성된 두뇌 세포들이 서로 연계를 풀어버린 상태라고나 할까? 처음 상태의 뇌? 각각의 원시적인 기능을 가진 존재뿐인 뇌?

 

문영:   그럼 우리가 얘기하는 뇌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 달라진 뇌를 자신이라고 알고 있는 건가요? 신생아들은 자신을 인지하지 못할까요?

 

지원:   학습되기 전의 두뇌에는 초능력이라 할만한 것들이 있다고 해요. 우리 아이들이 자랄 때 50개월 이전의 영유아에게 보이지 않는 카드의 뒷면을 알아맞히는 학습이 유행한 적 있어요. 실로 놀라운 일이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어서 더 놀라웠지요. 두뇌는 어떠한 자극으로 어떤 부분을 활성화시키는가가 중요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실험인 것 같아요.

 

동수:   창의성도 그렇데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개발했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거죠.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바보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살아 있는 나를 특징짓는 건 두뇌활동이지만 죽은 나를 결정하는 건 뇌와는 무관하다는군요. 지금 법이 그런 거죠. 신체가 있어 행동 하는 나만을 인정하는 사회이니 두뇌 활동이 멈췄어도 살아있는 나로 존재하는 거죠.

 

 

뇌는 아직도 미지 영역…성급하게 판단하면 안 되는거죠

 


02-460x1024.jpg » 건강한 노년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뇌질환인 치매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다. 한겨레 자료사진.인숙: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봐야하지 않을까요? 사람을 생각하는 존재로 보느냐 아니면 존재 자체로 사람을 인정하느냐가 아닐까요? 지금 세상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증도 알고 보면 지금 현실에서는 인정치 않은 또 다른 능력을 소유한 사람일 수 있잖아요?

 

지원:   사람의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두뇌는 아직 밝혀지지 않는 미개척분야예요. 성급히 판단하거나 결정하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존엄사도 신중히 고려할 일이에요. 기적이라는 게 항상 일어나니까요. 몰라서 기적이지 그 방법만 안다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거예요. 

 

인숙:   뇌 지도를 그리는 연구자들도 있지만, 두뇌 능력이 아닌 물리적 자극에 대한 화학물질의 분비와 반응으로 뇌를 설명한다는 것은 어딘가 부족함이 있는 듯싶어요. 도킨슨의 말처럼 이기적인 유전자가 사람을 선택했듯이 두뇌 활성도 뇌에 의해 선택되어 진 것은 아닌지? 과학의 힘을 빌려 신의 존재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지원:   모르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라도 살아가기 불편한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면 좋겠어요. 죽는 날까지 아름다운 나이고 싶거든요.

 

인숙:   과학기술의 발달이 놀랍고 사람을 대신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서해 초계함 침몰사건을 보면서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침몰하고 있는 줄 알면서 구할 수 없고, 어딘지 알면서도 찾을 수 없는 답답함이라니! 왜 위성방송이 필요한지, 모으는 정보가 타당한지 한심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게 팔짝 뛰겠더라고요. 내 아들이고 열심이고 성실한 귀한 목숨인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화가 나서, 억울해서….

 

동수:   그러게요. 우리 모두 안타까웠어요. 그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그들의 희생에 애도할 뿐이에요. 다시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며 우리 아들들의 수고를 가슴 아프게 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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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다팀
머릿속 과학을 쉽게, 편안하게, 재밌게 생활에서 끌어안다.” 못생긴 평 발의 등번호 21번 수다꾼(박문영), 뾰족코에 둥근 안경 수다꾼(신지원), 살포 시 웃음 짓는 빼빼 수다꾼(최동수), 볶음밥 위의 노른자 수다꾼(이인숙)이 수 다 팀을 꾸렸다.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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