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 ‘중력파 천문학’ 등장하나?

임박한 중력파 검출 선언, 그 의미


중력파 검출했다면 우주를 깊게 보는 '중력파 망원경'의 출현을 의미

그동안 직접 볼 수 없던 블랙홀, 원시우주 등에 대한 이해 넓혀줄 것

00LIGO1.jpg » 미국의 중력파 검출장치인 라이고(LIGO)의 전경. 4킬로미터 길이의 진공관이 뻗어 있다. 사진/ LIGO


‘비록 감지할 순 없지만 우리는 지금 미세한 시공간의 출렁임 속에서 지금 살고 있다.’

거대 질량 천체의 격동에서 나오는 시공간의 출렁임, 즉 중력파를 검출하는 연구를 벌여온 국제공동 프로젝트인 차세대 라이고(LIGO)와 버고(VIRGO) 연구진이 12일 새벽(한국시각) 그동안 관측에서 얻은 의미 있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과학자사회에선 이번 발표가 중력파의 직접 검출 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00GW3.gif »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같은 거대 천체가 빠르게 운동할 때 생성되는 시공간의 물결(중력파)을 표현한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NASA 중력파는 질량 지닌 물질이 가속운동 할 때에 생기는 중력장의 출렁임, 즉 시공간의 출렁임이 파동으로 전파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 몸이나 주변 물체에서도 중력파가 나오지만 그 세기가 ‘0’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나도 미약해 사실상 검출은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블랙홀 병합이나 초신성 폭발과 같은 거대한 천체 현상에서 생기는 중력파가 그동안 검출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존재는 100년 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거해 예측되었으며 1975년 쌍성 펄사 관측에서 중력파 효과가 제시되어 중력파의 간접 증거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거대 천체 현상에서 나오는 중력파 자체의 직접 검출은 이뤄지지 못했다.


12일 중력파 검출이 공식 선언된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엇보다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에 기반을 두어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직접 증거를 얻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중력파의 존재는, 거대 장치로도 겨우 관측할 정도로 미세한 파동이긴 하지만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시공간의 출렁임 속에서 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이론 검증의 의미 외에 중요한 점이 또 있다. 중력파 검출 성공은 앞으로 이뤄질 천체물리학, 천문학, 우주론 연구에서 중력파가 우주를 탐구하는 새로운 창으로서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광학 망원경이 우주를 내다보는 첫 번째 창이었다면, 더 멀고 더 오래된 신호를 포착하는 전자기파 망원경에 이어 중력파 망원경이 우주를 더욱 더 깊게 바라보는 창이 될 수 있다.


내일(12일) 발표를 앞두고서, 중력파 천문학이 새롭게 드러내어 줄 만한 우주의 모습 몇 가지를 정리해본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해설기사와 한국물리학회의 <물리학과 첨단기술>에 실린 글들, 그리고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이전 기사를 참조해 이 글을 작성했다.

□ 참조기사

사이언스온:
“중력파 검출연구에 한국도 기여...2, 3년 뒤 첫검출 기대” (2013. 01. 17)
 http://scienceon.hani.co.kr/77912

네이처 해설 기사:
 http://www.nature.com/news/gravitational-waves-6-cosmic-questions-they-can-tackle-1.19337
 
물리학과 첨단기술:
우주를 탐구하는 새로운창: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를 열다 (오정근, 2013)
 http://www.kps.or.kr/storage/webzine_uploadfiles/2088_article.pdf

중력파 천문학의 현 주소 (이형목, 2014)
 http://www.kps.or.kr/storage/webzine_uploadfiles/2204_article.pdf


‘중력파 검출기’ 무엇을 어떻게 검출하나?

00dot.jpg

중력파는 질량 지닌 물체 주변의 중력장이 변할 때 일어나는 시공간의 일렁임이기에, 이론적으로는 우리 몸이나 자동차 같은 모든 물체에서도 존재한다. 하지만 거대 장치를 동원해서도 거대 천체가 급격히 격동할 때 일어나는 중력장의 파동, 즉 중력파조차 겨우 검출할 정도이기에, 사실 우리 주변의 물체에서 그 미약한 중력파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00LIGO2.jpg 그래서 중력파의 파형은 (1)거대한 질량을 지녀 큰 중력장을 지니면서, (2)그런 중력장이 빠른 속도로 변화할 때에야 검출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다. 이 때문에 중력파 검출 장치인 차세대 라이고나 버고가 그동안 우선 검출 대상으로 삼는 것도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같은 거대 천체가 병합할 때처럼 생성되는 중력파였다.


2015년 검출 감도를 높여 재가동한 차세대 라이고(Advanced LIGO)는 4km나 되는 두 팔(arm) 구조가 ㄴ자 모양으로 결합한 거대 검출 장치다(오른쪽 그림 참조). 만일 중력파가 라이고 장치를 지나간다면 시공간의 일렁임이 일어날 테고, 만일 그렇다면 ㄴ구조물에서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지점의 거리는 중력장의 일렁임이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미세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즉 시공간이 출렁이는 동안에 거리도 미세한 변화를 일으켜, 두 지점을 빛(레이저)이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도 차이가 생길 것이다.


“두 팔은 레이저 빛이 지나가는 진공의 터널이며 팔의 양쪽 끝에는 레이저를 반사하는 거울이 장착되어 있다. 중력파가 이 장치를 휩쓸고 지나간다면 (시공간 변화로 인해)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저가 합쳐질 때 양쪽팔의 경로차 때문에 생기는 간섭 무늬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간섭 무늬를 관찰함으로써 중력파 신호를 검출할 수 있다.” (이형목 교수의 설명, http://scienceon.hani.co.kr/77912)


“중력파는 시공간의 미세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간과 공간의 간격이 진동하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검출기의 크기는 중력파의 파장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중력파의 실제 효과는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중력파 검출기는 중력파가 지나갈 때 나타나는 두 점 사이의 미세한 길이 변화를 측정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이형목 교수의 설명, <물리학과 첨단과학> 6월호, 2014)


“두 팔의 길이는 4km의 동일한 팔로서 반사되어 오는 빛은 두 팔에서 오는 빛의 간섭을 통해 변화가 없으나, 만일 검출기에 도달한 중력파에 의해 두 팔의 길이의 변화가 있게 되면 광 검출기에 들어온 빛에는 위상차가 생기게 된다. 미세하게 두 팔의 길이 변화에 따른 경로 차 때문에 레이저 빛의 위상차가 생기게 되고 중력파 검출 채널에서는 중력파로 인한 신호를 감지하게 된다.”

(오정근 박사, <물리학과 첨단기술> 11월호, 2013)


이런 원리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장치로는, 현재 서로 3000km 떨어져 미국 워싱턴주와 루지애나주에 각각 설치된 두 대의 라이고(LIGO)와 유럽 공동시설로 운영되는 이탈리아의 버고(VIRGO, 팔 길이 3km)가 있으며, 일본에서도 독자적으로 검출 장치 카그라(KAGRA, 팔 길이 3km)가 건설되고 있다. 중력파 검출 연구자들은 향후에 더 감도를 높여 더 먼 우주에서 오는 중력파 신호까지 검출할 수 있는 차차세대 검출 장치의 건립을 논의하고 있으며, 잡음이 훨씬 적은 우주 공간에 검출 장치(LISA)를 띄워 중력파를 관측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중력파 망원경’ 우주에서 무엇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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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검출 성공에 이어 중력파가 우주를 관측하는 창으로 적극 사용된다면, ‘중력파 망원경’은 무엇보다 먼저 강한 중력파 신호를 만들어내는 거대 천체 현상들에 관한 천체물리학, 천문학, 우주론의 이해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00GraWave1.jpg » 거대 천체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따라 중력파의 파형은 달라진다. 출처/ 오정근, 2013 중력파 검출 장치에서 관측되는 중력파 신호에는 파동의 세기, 방향, 그리고 파형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분석한다면 중력파 생성원이 무엇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중력파 신호를 충분히 검출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우주에 있는 거대 천체와 거기서 일어나는 사건을 추론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두 블랙홀이 충돌하거나 두 중성자별이 충돌해 합병하는 과정을 회전-병합-안정화 단계로 구분한다면, 각 단계별로 관측되는 중력파의 세기와 파형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파형 분석을 통해서 그 천체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오른쪽 그림, 출처: 오정근 박사, 2013).


이번 중력파 검출 선언은 블랙홀 병합 때 생성된 중력파의 신호를 검출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과학저널 <네이처>는 보도했다. 거대 질량체이지만 빛을 내지 않아 관측하기 어려운 블랙홀은 그동안 블랙홀의 간접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그 존재가 제시되어 왔는데, 만일 이번에 발표되는 중력파 신호가 블랙홀의 중력파라면 블랙홀 자체에서 나온 신호를 관측한 것이에 블랙홀의 존재를 직접 입증하는 첫 증거로 해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를 보는 창으로 중력파 신호를 사용하는 ‘중력파 망원경’은 또한 나이든 거대 항성이 붕괴하면서 양성자와 전자의 구분조차 사라져 중성자만이 남게 되는 중성자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거대 중력장의 파동을 만들어내는 중성자별 간의 병합 사건을 관측하는 데, 그리고 거대 질량 천체의 폭발인 초신성 현상을 관측하는 데에도 중력파 망원경은 이전 관측 장비들이 할 수 없던 새로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주론 표준모형이 예측하는 우주대폭발(빅뱅) 직후에 일어난 원시 우주에 대해서도 이전의 다른 관측 수단으론 접근할 수 없었던 초기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력파 망원경이 독자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빛(전자기파)과 더불어 중력파도 우주 관측 수단이 되어 강한 중력장과 관련한 많은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예커대 블랙홀의 생성이나 충돌, 중성자별의 충돌을 중력파로 관측할 수 있다. 또 우주론 차원에서 말하면, 우주에는 (우주 초기 시대를 엿볼 수 있는 흔적으로서) 우주배경복사라는 게 있는데, 이것 말고 우주배경중력파라는 것도 있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탄생 38만년 이후를 보여주지만, 배경중력파는 그 이전의 시기도 보여준다. 물론 현재 라이고가 배경중력파를 관측할 정도의 감도를 지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더 높은 감도의 중력파 검출기가 만들어진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중력파 검출기는 우주 탄생 직후의 순간을 관측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이형목 교수의 설명, http://scienceon.hani.co.kr/77912)


“천체물리학적으로는 중력파원들인 천체물리학적 대상들에 대한 물리학적 연구와 새로운 발견이 가능해진다. 그 하나는 밀집쌍성원인 중성자별과 블랙홀에 대한 물리적 성질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진다. 밀집성(compact stars)이란 별의 진화단계 중 마지막 단계에서 중력 수축을 통해 생성되는 별들로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을 통칭한다. 이러한 밀집쌍성은 어드밴스드 라이고 가동시에 대략 수 회에서 많게는 수백 회 정도의 확률로 연중  검출되리라 기대된다. 밀집성 외에도 천체물리학적 중력파원으로 감마선 폭발체, 초신성 등이 연구의 대상이  된다. 이  중력파 관측을  통해서 무거운 별의 마지막 진화 과정, 밀집성의 생성과 진화, 초신성 폭발 과정, 천체에서 발생하는 X-선이나 감마선과 같은 고에너지 광자 및 뉴트리노의 발생 기작, 은하와 성단 역학, 우리 은하 중심부, 태양계 부근의 중력장 등에 대한 이해를 크게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정근 박사의 설명, <물리학과 첨단기술> 2013)


중력파 검출 성공은 일반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중력파의 확인이라는 의미 외에, 향후 더 많은 연구의 진전를 통해 우주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등장을 알린다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도 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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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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