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이공계 출신의 아줌마들이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모여 과학기술에 관해 친절한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와 사이언스온 공동기획

[연재] '만능 해결사' 같던 나노는 지금 어디쯤 있나요?

아줌마들의 과학수다 (2) 
자연을 본보기로 하는 사람의 기술은 작게 더 작게 만들고싶은 호기심으로 마침내 눈사람 모양마저도 10억분의 1m 단위인 나노미터 수준의 크기로 만든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즐거움과 손에 잡히지 않는 과학에서 미래를 보고 생명 연장과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나노기술의 10년은 우리 생활에 어떤 선물과 숙제를 가져왔을까?  /수다꾼: 박문영, 신지원, 이인숙, 최동수 
       

나노기술은 우리생활 어디에 있을까?

 

인숙:   지원씨, 나노기술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지원:   '나노기술'이라는 말은 무심코 집어든 잡지에서 처음 봤어요. 만화 속 상상의 얘기 같았죠. 미래 도시의 생활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고, 흑백의 단순함과 깨끗함이 눈에 들어 왔어요.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아픈 사람이 알약 하나로 병을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는 시스템이에요. '야! 정말로 이렇게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의사는 병원에서  컴퓨터 모니터로 병을 진단하고, 환자는 직접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처방받고, 꼭 필요한 나노기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상으로 통화하고 회의하는 시대이니 빠른 시일에 가능해질 거라고 내심 기대도 했고요. 하지만 난 아직도 아프면 병원에 가요.

 

문영:   나노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미국의 데이비스를 얘기하는 느낌이에요. 우선은 관심이 없고 들어도 여기저기 흔한 광고의 한 문구려니 생각해요. 그래도 굳이 나랑 관련을 짓는다면 내가 은나노 세탁기를 쓴다는 것. 하지만 세탁기를 선택할 때 은의 살균과 항균 기능만을 생각했지 나노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어요.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고 감기도 자주 걸려 항균 기능은 제게 아주 매력적이었거든요.

 

인숙:   문영씨, 실제로 은나노 세탁기를 써 보니 나노가 다르게 생각되었나요?

 

문영:   얼마 전 신문에서 은 나노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그리고 달라졌죠. 나노라는 말에 바짝 귀를 기울이게 되었어요. 내가 원했던 살균과 항균 기능이 우리 몸에 해로운 세균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세포에도 치명적 일 수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지요. 배신감도 들었고요. 심지어 환경을 파괴 할 수 있다는 기사에는 화가 났어요. 비싼 만큼 제 몫을 할 거라는 내 믿음이, 내 돈이 아까웠어요. 그래서 요즘 세탁을 할 때면 고민에 빠져요. 세탁기의 나노 기능을 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다 일주일에 한 번 누르는 것으로 타협을 봤어요. 나만 손해볼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아직 분명히 밝혀진 것도 아니니까? 하고 나름의 위로도 하면서…. 하지만 불안하고 찜찜한 생각을 떨칠 수는 없어요.

 

은나노세탁기2 » 은 나노 세탁기의 광고 사진.

 

인숙:   내가 '나노'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터미네이터>란 영화를 볼 때였어요. 산산이 부서져 흩어진 조각들이 다시 알알이 뭉쳐서 본래 형태로 돌아오는 나노 로봇. 그 흐르는 금속 나노를 보고 '와! 대단하다' 정말 저런 물질을 만들 수 있을까? 원하는 대로 자신의 모양을 바꾸고, 총에 맞아도 몸에 구멍을 만들어 총알을 내보내고, 화염 방사기에 녹아 흐르다가 본래의 형태로 돌아오고 그야말로 변신 로봇의 귀재! 그래서 그런지 크기가 작아져서 쓰기에 편리하다는 나노 엠피3(mp3)도 시시하고, 입자가 작아 흡수가 잘 된다는 나노 화장품도 미덥지 못하고, 완벽한 세탁을 한다는 나노 세제는 어딘지 부족한 것 같고, 나노라는 이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자 하나로 세상의 모든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 나노여야 한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바람일까요?

 

 

'더 작고, 더 빠르게' 나노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동수:   그런 바람이 과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나노기술은 에너지 효율 면에서 보면 많은 도움이 돼요. 예를 들면 나노기술을 이용한 엘이디(LED, 발광다이오드) 조명은 백열등이나 형광등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매우 낮아요. 그래서 적은 전력 생산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어져서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어요. 또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그야말로 나노기술의 상징이죠. 하루가 다르게 더 작은 크기로 더 큰 용량의 메모리칩이 쏟아져 나오니, 더 작고 더 빠른  전자 제품들이 우리의 주머니를 유혹하죠.

  

나노하이닉스20나노 » 하이닉스반도체는 20나노급 64기가비트(Gb)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숙:   그럼 나노기술은 새롭고 특별한 능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노라는 작은 크기의 장점을  많이 사용하는 거네요. 왠지 섭섭한데요. 컴퓨터의 등장은 사람들의 일거리를 물건을 만드는 것에서 정보를 얻고 나누는 일로 변화시키는 획기적인 역할을 했는데, 나노기술은 단지 이런 정보기술(IT)을 발전시키는 도구라니! 조금 맥 빠지네요. 아니, 심히 섭섭한데요. 컴퓨터에서 시작 된 정보기술은 사람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는 바이오기술(BT)로 이어졌는데, 나노기술은 정보와 바이오를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기술자의 역할만을 담당할 뿐이라니! 2% 부족해요.

 

지원:   지금은 그 정도의 역할이라 할 수 있어요. 아직 나노기술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거든요. 하지만 컴퓨터의 꿈 '양자 컴퓨터'나, 인체의 비밀 '디엔에이(DNA)와 효소 연구'는 다 나노 크기에서 연구해야 하는 것이니까…,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어요.

 

인숙:   작은 나노에 그런 큰 미래가 있는 줄 몰랐는데요!! 적은 전력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양자 컴퓨터는 에너지 절약의 일등공신이 될 터이고, 또 디엔에이와 효소 연구는 사람들을 병에서 벗어나게 할 터이고. 얼쑤!  에너지 절약과 생명 연장은 결국 나노의 손 안에 있구나~. 그런데 아직 이렇다 할 나노 제품이 없는데 "독이네!" "아니네!"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작아질수록 커지는 나노 '활성' 반응..거기엔 '두 얼굴'이 있군요 

 

나노원리문영:   나노 제품은 작은 크기때문에 세포를 파괴할 수 있어 생명체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데요. 하지만 많은 세월 많은 나노 제품을 사용한 게 아니어서 나노 제품으로 인해 이렇다 할 해를 입은 사례는 없어요. 그럴 거라고 추측하고 예상하면서 동물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죠. 일이 발생하면 그 때는 늦은 거잖아요. 미리 예방해야죠. 그래서 미국에서는 은 나노를 살충제로 분류하고 있어요. 물론 약간의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하지만.

 

지원:   그럼 나노기술은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생명 파괴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네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따져야 하는 나노네요. 내가 안 쓰면 그만 인 것이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과정에서 모두 나와 내 가족 심지어 지구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일이네요! 

 

인숙:    나노가 일반인의 관심에 등장한 것은 2000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21세기 미국의 국가 전략 산업으로 발표한 무렵인 것 같아요. 그 전에도 과학자들은 꾸준히 나노기술을 연구해 왔지만 투자와 주목을 받지 못했죠. 그런데 왜 미국은 새 천년의 국가 전략 산업으로 나노를 선택했을까요? 정보기술은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못했고, 바이오기술은 유전자 정보를 분석했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고, 모두에게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나노가 선택되었다면 사람들의 공통 욕구를 해결할 역할이 주어진 것인데…, 불노장생인가? 너무 거창한가!

  

동수: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지난번 노벨 생리의학상이 텔레미어에 관한 연구인데 혹시 아시나요? 텔레미어는 세포분열(DNA 복제)에서 세포의 유전 정보를 그대로 복제하도록 도와주는 반복 염기들이에요. 텔레미어는 세포분열을 도와주면서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데 텔레미어가 짧아지면 세포의 복제가 어려워지고 노화가 진행되어 점차 세포가 죽는데요. 그런데 암세포에는 텔레미어를 활성화하는 효소 텔레머라제가 있어 짧아지지 않는데요. 텔레머라제는 암세포가 생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거죠. 암세포의 텔레머라제를 없애면 암은 치료되는 거지요. 이런 세포의 비밀은 노화와 죽음을 전지전능한 신의 손에서 사람들 눈앞에 가져다 놓은 거죠. 텔레미어와 텔레머라제 모두 나노 크기니 나노기술을 무시 할 수는 없겠는데요.

 

나노NNI » 원자를 하나씩 움직여 쓴 글자들(맨 왼쪽과 중간)과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물. '나노기술' 등장 초기에 큰 주목을 받았다. 출처: Nanotechnology: Shaping the World Atom by Atom(1999)

 

지원:   무시가 아니라 두려워해야 할 것 같아요.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빠르게 변해가는 나노기술을 따라 갈 수 있겠어요. 작은 나노입자가 해롭다고 했는데 암도 치료한다니? 혼란스럽고 왠지 믿기지 않는 측면도 있네요? 연구에서 실용화 단계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리고 사람의 세포에 텔레머라제가 효력을 발휘할까요? 궁금한 것이 많아져요.

 

문영:   걱정이네요. 예전에 봤던 공상과학 영화의 이런저런 내용이 섞여 혼돈돼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변하면 좋으련만 따라가기가 버겁네요. 여전히 내게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라는 문제가 남았는데 알아야 하는 정보가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니!! 과학은 나 같은 일반 백성과 같이 가면 안 되나요?

 

 

생각을 묻고 나누고..과학과 소통하는 '수다'가 소중해  

  

인숙:   그래서 과학을 대중과 소통시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어요. 신문과 방송에서 전문가가 보여주고 알려주는 것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과학을 얘기해 보려는 거지요. 펀드 매니저는 과학을 주가로 풀어서, 정치인은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진작가는 예술적 영감과 의미를, 시민 단체는 왜? 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인숙:   우리의 수다도 좁은 의미에서 그 일부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과학기술은 대중과 함께 여러 모로 따지고 재면서 발전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컴퓨터가 관심도 없고 과학적 지식도 없는 사람들의 사는 방법을 바꾸어 놓았듯이,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은 과학과 밀접한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문영:   맞아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나도 모르게 새로운 기술을 누리며 살고 있어요. 신문도 온·오프라인으로 읽고, 물건도 온·오프라인으로 사고 , 언제 어디서든 보고픈 사람을 '쇼폰'으로 보고, 모르는 길도 지름길로 가도록 '미스 네비'가 안내하고…. 우리 생활에 어느덧 익숙해져서 몇 년 전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다니까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의 사는 방법이 참으로 많이 변했다 싶어요.     

 

지원:   과학에 투자를 결정하는 결정자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이고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삶이 변한다면 과학을 알아야겠네요. 묻고 따져서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정확히 알아야겠어요. 그래야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지니까요.

 

인숙:   우리는 과학에 관한 많은 정보를 빠르고 쉽게 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정보가 정확하고 올바른지는 항상 의문이죠. 그래서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모두가 함께 알아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서로 물어보고 토론하고 서로 다른 시각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더불어 가야지요. 그래야 현재도 미래도 아울러 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나올 것 같아요. 함께하는 우리의 얘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네요.

 

나노크기 »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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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다팀
머릿속 과학을 쉽게, 편안하게, 재밌게 생활에서 끌어안다.” 못생긴 평 발의 등번호 21번 수다꾼(박문영), 뾰족코에 둥근 안경 수다꾼(신지원), 살포 시 웃음 짓는 빼빼 수다꾼(최동수), 볶음밥 위의 노른자 수다꾼(이인숙)이 수 다 팀을 꾸렸다.
이메일 : scienc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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