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신경세포 연결의 최적균형 상태” -관찰과 해석

독일 등 연구진, 마취 과정에 의식과 무의식의 뇌 활동 관찰

“복잡계의 상태전이” 해석…‘상태전이 임계점’은 규명 안 돼


00neuralnetwork.jpg » 신경 연결망. 출처/ Wikimedia Commons


‘의식’과 ‘무의식’을 신경세포의 연결망으로 설명하려는 신경과학 연구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의식과 무의식을 신경 연결망에서 신호전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설명하거나,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전이를 신호전달의 작은 차이만으로도 급격히 일어날 수 있는 창발 현상으로 설명하는 해석 등이 제시된 바 있다.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 변화는 신경세포 간 연결이 이루는 최적의 균형이 깨질 때 일어날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이 제시됐다. 독일 키엘대학교 의학생리학연구소 등 소속 연구진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에서 발행되는 과학저널 <왕립학회 저널 인터페이스(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낸 연구논문에서, 마취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상실과 회복 과정을 뇌기능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하고 또 수학적 모형을 만들어 이런 해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이 분야의 연구에서 그동안 ‘각성’에서 ‘무의식’으로 가는 상태 변화는 뇌 피질이 여러 뇌 영역에서 오는 신호를 통합하는 기능(‘피질 통합’)의 상실이나 전기생리학적인 뇌 신호 역동성의 변화라는 특징으로 설명돼왔다고 한다. 이번 연구진은 의식과 무의식을 ‘복잡계의 상태전이’ 이론에 기반을 두어 해석했다.


연구진은 12명 피실험자의 동의를 받아 프로폴린 마취의 과정에 뇌의 신경세포 간 신호전달 활동을 보여주는 뇌 혈류 변화를 자기공명영상으로 관찰하고 이를 수학적 모형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관찰과 분석을 통해서, 연구진은 뇌에서 ‘의식’ 현상이란 물리적인 의미로 말하면 뇌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최적의 수준으로 유지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피실험자의 뇌는, 각성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활동성이 나타났으며 신경 연결망들이 여럿 겹쳐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마취 과정에선 그런 연결과 변화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서 신경세포 간 연결이 혼란 속에서도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최적의 수준(optimal level)을 이룰 때에 ‘의식’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다음은 이번 연구를 전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 중 일부이다.


“이런 결과는 뇌에 신경세포 간에 최적 수준의 연결도(connectivity)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런 최적의 수준은 최대한(maximum)으로 가능한 경로들을 창출한다. … 그러나 뇌에서 가장 많은(the largest) 수의 가장 다양한 연결망이라고 해서 그것이 최대한의 신경 연결 경로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들과 모두 다 직접 연결된다면 뇌는 너무 균일해질 테고, 그래서 어떤 신호가 다음 신호와 구분되지 못하고 의미를 생산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균형 지점을 연구자들은 ’임계점(a critical point)’이라고 부른다. …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 사이에서 뇌가 임계점을 향해서, 임계점에서 벗어나 나아가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의식에 관한 이 분야의 연구는 주로 마취 과정의 뇌 활성 현상을 관찰하고 수학적 모형을 제시하며 이루어졌다. 그 연구의 한 예로서, 2013년 미국 연구진은 마취 과정에 피실험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으로 관찰하며 수학적 해석 모형으로 분석해보니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 변화가 뇌 영역 간 연결망에서 ‘소통(커뮤니케이션)’의 효율이 낮아져 정보 전달이 어려워짐을 의미한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또 다른 예로서, 2015년 다른 미국 연구진은 마취 과정에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바뀌는 ‘상태 전이’ 현상이 신경세포 간에 이뤄지는 복잡한 신호 전달의 작은 변화가 일으킬 수 있는 확률론적 창발 현상일 수 있다는 설명을 제시했다.


‘의식’을 신경과학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인 듯하다. 현재 수준에서 의식은 대체로 마취 과정에 일어나는 무의식 전이 현상과 비교해 설명되고 있다. 확률론적 창발을 일으키는 작은 차이, 또는 최적 수준의 신경세포 간 연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앞으로 더 많은 후속 연구에서 설명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의식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꽤 까다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연구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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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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