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편지] 천안함 논란을 보며 과학의 오남용을 우려한다

[endo의 편지]
 
미국에서 현업 의사로 일하시는 의학자 endo 님이 국외에서 천안함 논란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을 정리해 보내왔습니다. 천안암 논란의 쟁점을 다루지 않아 긴장감은 덜하지만, 과학적 탐구 방법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그 기본원칙들을 다시 되새기게 하는 글입니다. 그는 정부 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조사단 바깥에 있는 과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과학 활동이며, 조사결과의 과학성을 입증하려면 정부 쪽 과학자들은 증거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증거의 질적 수준(증거 능력)에 대한 평가 논쟁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정치 이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탐구활동이 이뤄져야 정치의 과학 오남용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의료의 오남용과 비교하며 강조합니다. -사이언스온

 

과학적 논의는, 첫째로 과학이 답해야 하는 의문을 분명히해야 하며, 둘째로 그 의문에 대한 대답으로서 결론을 제시하고, 셋째는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데이터가 실제로 그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는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즉 과학적 논의는 이런 세 가지 과정 모두에 대한 자유로운 탐문이며, 그러한 과학적 논의에서 나온 결론은 증거의 존재 유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증거들의 질적 수준, 즉 증거 능력의 수준에 대한 평가로 귀결됩니다... 천안함 관련 과학적 논의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건, 과학적 방법에 대한 잘못된 교육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endo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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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chonan » 윤덕용 천안함 민군합동조사 민측 단장이 지난 9월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천안함 관련 과학적 논의를 보며 우려되는 현실

     

과학의 오남용과 그 폐해

 

어떠한 치료방법이나 약효가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지만 실제  언론 보도의 근거가 되는 과학적 자료를 확인해보면 그 치료 방법이나 약효를 전혀 입증하지 못하고 있거나 과장되어 있는 것이 종종 발견되기도 합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언론 보도는 과학의 오남용이며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것은 그로 인한 폐해입니다. 또한 거의 100% 가깝게 동일한 복제가 가능한 성분의 감기약이 유명 메이커와 무명 제네릭으로 나와 있을 때  제네릭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가 있는데도 유명 메이커의 과학적 자료를 근거로 유명 메이커의 제품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도 역시 과학의 오남용이며 경제적 손실은 그 폐해가 됩니다.

 

line » ■ endo는? 미국에서 현업 의사이자 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는 의학자 ‘endo’(필명) 님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온라인 게시판에 유익한 글을 올려 주목받아왔습니다. 사이언스온의 독자이기도 한 endo 님은 편지 형식으로 생의학의 쟁점들에 관한 글들을 부정기적으로 사이언스온에 보내오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온

과학의 오남용이 실질적인 폐해를 초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만성적 고통을 유발하는 신경장애까지 다양한 폐해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약들이 제약회사의 묵인으로 부작용인 줄도 모르고  그 부작용으로 희생당하는 사건들이 과거부터 무수히 있어 왔습니다. 효과를 강조하면서 과학적으로 제기된 부작용 가능성을 무시하는 과학의 오남용으로 사회적인 폐해가 발생하는 예가 됩니다. 

 

2007년 미국 텍사스대학(University of Texas at El Paso)에서 나온 하나의 자료는 과학의 오남용이 정치, 언론, 관련 산업의 세 곳에서 나온다고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예를 들은 것은 언론과 관련 산업에서 나온 과학의 오남용이 될 것입니다.

     

정치에서 나오는 과학의 오남용

 

정치에서 나오는 과학의 오남용 사례가 광우병 논란을 거쳐 또다시 천안함 관련 논란으로 재현되고 있는 듯합니다. 전문가들의 과학적 의문 제기에 과학적인 논의는 회피되면서 일반 비전문가들이 아무렇게나 내어놓는 의문에는  근거없는 의혹이라는 '성실한(?)' 답변이 계속되고 있고,  쇠고기를 먹어 보임으로써 안전함을 보이겠다고 했던 비과학적인 일이 부서진 천암함을 직접 견학하면 자신들의 과학적 결론이 옳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다시 나타나고, 이런 주장이 기초과학이 국운을 좌우한다고까지 했던 존경받던 과학자의 입에서 나오며 재현되고 있기도 합니다. 의사생활  몇십 년을 넘게 한 경력 있는 의사도 환자 얼굴만 보고서는 무슨 문제가 있어 병원에 왔는지 잘 모릅니다. 관상으로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는 말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지난해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에 실린  간단한 논평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과학은 단지  (어떤 현상에 대한)  묘사와 설명(descriptive and explanatory) 입니다. 따라서 과학적 결론의 정확성은 사용된 과학적 방법의 엄격함과 재현성에 의존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적 결론 자체가  의심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과학적 방법의 엄격함과 재현성에 대한 비판적 검증이 가해짐으로써 그 결론의 정확성을 높여가게 됩니다. 재현성에 근거 있는 의문을 제기 받는 것은 과학자로서 치명적인 일이며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적 논의는, 첫째로 과학이 답해야 하는 의문을 분명히 해야 하며, 둘째로 그 의문에 대한 대답으로서 결론을 제시하고, 셋째는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데이터가 실제로 그 증거를 뒷받침하고 있는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즉 과학적 논의는 이런 세 가지 과정 모두에 대한 자유로운 탐문이며, 그러한 과학적 논의에서 나온 결론은 증거의 존재 유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 증거들의 질적 수준, 즉 증거 능력의 수준에 대한 평가로 귀결됩니다. 현대 증거 기반 의학이 증거 수준에 의존하고 그 증거 수준에 기반하여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권고 수준을 적시하는 것은 증거 능력의 질에 대한 최종평가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증거 기반 의학에서 가장  신뢰 수준이 높은 증거는 잘 통제된 무작위 실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에서 나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얻은 결론이라는 데서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어떤 과학적 결론에 의혹(doubt)을 제기하는 것이 곧 그 결론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과학적 사고로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는 믿음에 반하는 끝없는 의혹과 탐문(inquiry)의 결과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증거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결론에 반하는 모든 의혹을 단순히 부정을 위한 근거 없는 의혹처럼 규정하는 것은 과학의 오남용을 예방하지 못하도록 미리 방해하는 방편일 따름입니다.    

 

또 한편으로 과학적 결론에는 증거불충분에 의해서 어떤 현상에 대해  불확정적인(inconclusive) 결론에 머무는 것까지도 포함됩니다. 서로 상반된 증거가 같은 수준으로 존재하거나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증거의 질적 수준 자체가 낮아서 불확정적인 결론으로 얼마든지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굳이 불충분한 증거로 인한 혜택(benefit of the doubt)을 명시적, 묵시적 정치의 이념으로 강요하거나 오도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도 자신들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치적 이념문제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한 과학의 정치적 오남용입니다. 

    00chonan2 » 4월24일 천안함 함수인양. 크레인이 들어올린 함수를 싣기위해 바지선이 이동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우려되는 과학 현실

 

과학적 증거능력이 없거나 과학적 증거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진단과 처방을 선전하는, 도처에 존재하는 의학적 사기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지 않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적 시각이 없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영리적 목적이 개입된 연구결과들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으로 상반된 연구결과들과 비교 분석하지 않은 채 편향된 결과를 믿은 약물 처방이나 치료로 인해 비가역적인 신체 손상을 입는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혈액으로 마치 모든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식의 표현이 얼마나 과장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때 절박한 상황에 있는 얼마나 많은 암환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볼 수 있을까요? 정치적인 입장이 개입되어 있다고 해서 천안함과 관련해 과학자들이 쏟아내는 과학적 논리와 과학적 견해가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과 과연 다르게 취급되어야 할까요?

 

과학적 방법론에서 하자 없이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는 것이 우선이고, 그러한 결과에서 나온 진단과 치료, 예방법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고 중요한 것인지는 차후의 문제라는 것이 의료 분야에만 적용이 되는 아닐 것입니다. 과학은 과학이 관여되는 모든 부분에 보편타당하게 적용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과학적 사건을 통해  과학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전문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과학자들이 될 것입니다. 

 

1990년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조지 H.W. 부시는 미국 과학학술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을 두고 “다른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은 탐문(inquiry)의 자유에 의존하며, 그 자유의 인증(hallmark)들 중 하나는 객관성(objectivity)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과학이 관여된 모든 부분의 문제는 자유로운 탐문과 편견없는 균형잡힌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는 당연한 것을 새삼스럽게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유로운 탐문은 끊임없는 과학적 회의와 비판적 사고에서 나오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천안함 관련 과학적 논의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건, 과학적 방법에 대한 잘못된 교육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과학적 조사과정은 다수의 의견으로 결론이 정해지는 민주주의적 절차와 과정이 아닙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엄격하게 지키고, 재현가능한 과학적 결론으로부터 나왔을 때에만 가치를 지니는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견해에 대중이 부서진 천안함을 견학 한 뒤에 동의한다고 해서, 또 강연이나 언론을 통해 동의를 구한다고 해서 과학적 결함이 스스로 수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치명적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결함을 안고 있는 치료법이라도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교육시켜 대중이 사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면  좋은 치료법이 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과학자가 아니라면 같은 논리를 모든 과학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과학자의 양심이라고 하겠습니다. 과학자로서 양심 문제는 대중의 과학자에 대한 현실적 신뢰성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로서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것입니다.

     

과학의 오남용이 과학자들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텍사스 대학에서 나온 자료는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과학의 오남용은 정치, 언론, 관련산업의 세 군데에서 나오며 과학은 임의로 설정된 믿음이 아니라 기초가 있는 관련 지식체계로서, 개인에 의해 좌우되거나 특정 국가나 단체, 상업적 기관 등의 편리와 혜택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하면서도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해야 할 전제 중 하나는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개관적인 결론을 바꾸도록 하는 외부적 영향으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정치세력이나 상업적 이해관계로부터 과학은 왜곡되고  과학의 오남용으로 이어질 것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반 대중도 현재와 미래에 과학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자료의 결론적인 코멘트입니다. 이것은 올바른 과학교육과 공공정책이나 공공관심사에 대해 일반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부정하면서 어떠한 과학적 논의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면 과학의 오남용에 불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터무니없는 언론들에 의한 과학의 오남용, 정치적 의도에 의한 과학의 오남용, 상업적 이해관계나 과학 외적인 요인에서 나오는 과학의 오남용 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시급히 건전한 비판적 사고가 사회 전체에 작동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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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John D. Kraemer, JD, MPH; Lawrence O. Gostin, JD. “Science, Politics, and Values; The Politicization of Professional Practice Guidelines”, JAMA. 2009;301(6):665-667. http://jama.ama-assn.org/cgi/content/extract/301/6/665              Damaris Rosado, Nathan Castro, Luis Diaz, and Tania Guardado. “The Use and Abuse of Science”, Bio-Ethics Issue 1, Fall 2007. http://cstep.cs.utep.edu/research/ezine/Ezine-TheUseandAbuseofScienc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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