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소리가 나의 감정에 끼치는 영향은..

목소리 감정의 음조를 기쁨, 슬픔, 두려움으로 변조해 들려줄 때

“피실험자 감정상태는 자기 목소리에 담긴 변조 감정에 영향받아”


00voiceemotion.jpg » 말하는 동안에 실시간으로 변조된 자기 목소리의 감정을 느낄 때, 피실험자의 감정 표현도 이에 맞춰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실험결과가 발표됐다. 출처/ 스웨덴 룬드대학교


쁨이 담긴 내 목소리는 나를 더욱 기쁘게 만든다?


말하는 동안에 들리는 자기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말하는 이의 감정 상태에 알게모르게 영향을 준다는 이색적인 주제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쿄대학과 프랑스 파리6대학(UPMC) 등 소속 연구진은 최근 <미국 과학한림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변조하는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을 개발해 실험해보니 사람들의 감정 상태가 말하는 동안에 들리는 자기 목소리의 감정을 경험하며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아 바뀔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약간씩 기쁨, 슬픔, 두려움으로 바꾸는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을 개발하고, 피실험자들이 헤드셋을 쓰고서 말하는 동안에 실시간으로 변조된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편소설 등을 낭독하면서 헤드셋으로 느끼는 자기 목소리 감정의 경험이 피실험자들의 감정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폈다. 음성의 감정 변조는 음의 고저와 긴장감을 조절해 원래 목소리에 없던 기쁨, 슬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실험에선 몇 가지 눈에 띄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먼저, 100여 명이 참여한 실험에서 피실험자 대부분은 자기 목소리가 약간씩 변조된 것을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는 흔히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다른 결과였다. 피실험자들은 변조된 자기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경험하면서, 2-7분 뒤부터는 변조 음성의 감정에 자기 감정 상태을 맞춰가는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표현하는 감정이, 자기 목소리를 통해 느껴지는 감정의 경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풀이했다.[참조: 스웨덴 룬드대학교 보도자료]


이런 연구결과는 자기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경험이 말하는 이를 더 즐겁게, 더 우울하게, 더 긴장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걸까? 한번의 실험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표출하는 내 목소리의 감정이 말하는 나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실험결과와 해석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소개한 디지털 오디오 변조 프로그램을 인터넷 웹에 공개해 누구나 사용해볼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성 변조 기법이 심리치료 등 분야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논문 개요(Significance)

우리는 피실험자들이 말하는 동안에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의 음조를 기쁨, 슬픔, 두려움으로 드러나지 않게 변조할 수 있는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를 듣는 개별 청취자들은 그 변환을 감정 실린 발화의 자연스런 사례로 받아들였으나, 피실험자는 그런 변조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우리가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 신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 대신에, 달라진 자기 목소리를 들으면서 피실험자들의 감정 상태는 만들어진 감정과 일치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우리가 알기로, 이런 연구결과는 오디오 영역에서 감정 경험에 대한 주변 피드백(peripheral feedback)의 존재를 보여주는 첫 증거이다. 목소리 감정을 만들어내는 그 이면의 메커니즘은 사실 알려진 게 없기에, 이런 연구결과는 큰 의미를 지닌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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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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