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나로호 시대착오와 낭비를 우려한다"-정선종 박사

 
나로호가 다시 발사대에 섰다. 국민의 이목도 집중하고 있다. 이 때에 나로호개발사업 자문위원이자 전 전자통신연구원장이었던 원로공학자 정선종 박사가 우리가 미처 살피지 못한 나로호 우주개발의 한 면모에 눈을 돌릴 것을 요청하는 글을 보내왔다. 그는 현실에 맞지 않게 "한국 최초 발사체"라는 말로 국민을 흥분시키는 언론을 우려하며, 나로호 시험발사장을 축제장으로 만드는 지금의 분위기를 우려한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런 열광의 분위기에 휩쓸려 우주기술의 자력개발을 위한 토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이해관계에서 떠난 은퇴 공학자로서 우리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 바를 생각하며 진지한 자세로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사이언스온
      

나로호의 초상화

정선종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 (전 ETRI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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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25일에 실패한 '나로호(KSLV-I)' 발사를 6월9일에 재시도한다고 한다. 실패 후 재발사 시도는, 첫 발사 실패 원인이 제거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해 11월5일 '나로호' 발사 사고조사위원회가 1차 중간발표를 하였다.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 사고 직후 추정한대로 페어링 분리 실패가 맞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러나, 한쪽의 페어링에 어떻게 분리 실패가 일어났는지 원인은 아직 밝히지 못하고 계속 조사하겠다고 하였다.

 

페어링의 분리는 비교적 단순한 기술이라 해서, 고장 가능성을 낮게 보았으나, 결과는 몽땅 잃은 사고가 되었다. 전체를 잃게 하는 작은 실패는 흔히 품질보증 체계상의 근원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시험 때는 거뜬히 통과하는데, 발사 과정에서 진동과 온도가 크게 변하면 탈이 생길 수도 있다. 서방국들이 채택하는 페어링과 러시아의 페어링은 방식에 차이가 있다.

 

우주사고의 조사는 중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주관적 조사는 국제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러시아의 조사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도 국제 전문가를 써서 중립적 조사를 했어야 했다. 우주개발촉진법에 따라 KSLV-I 사업에는 사고조사위원회가 발사 전부터 이미 구성되어 있음에도, 발사 실패 후 별도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신뢰에 아쉬움을 남겼다. 국제 신인도는 추후 위성 발사시 국제보험 계약에서 보험료 산정에 반영될 것이다.

 

'나로호' 발사 성공이냐, 절반의 성공이냐의 논란이 일었던 이유는, 1·2단계 로켓, 위성체, 페어링, 관제 시설등의 개발 책임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책임 공방인데, 페어링 분리 실패라면 사고 원인은 한국의 책임으로 귀착된 것이다.

 

 

또다시 흥분시키는 언론들…

그리고 2차 발사는 서둘러야 했나?

 

6월9일 2차 발사를 두고 또 매체들이 온 국민을 흥분시킬 모양이다. 이번에는 좀 더 차분하게 지켜보도록 하면 좋겠다. 지난해 9월, 필자는 2차 발사를 서둘러야 하는지 득실을 심사숙고 하기를 바랐던 적이 있다. 1단계 나로호 로켓(앙가라)은 수십년 사용해온 군용을 포장만 바꾼 것이라 실패할 리도 없고, 2단계와 페어링만 의문점이 있으니, 과학위성이라 불리는 탑제체도 시험모형을 쓸 거라면, 2차 시험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실용 과학위성을 준비하여 2차 시험을 하는 것이 기술과 경제성에서 타당한 것이다.

 

나로호는 우리 발사체로 보기 어렵고, 앞으로 국내 조립생산할 기술사용권도 아직 없다.

 

당초 계약에는 액체연료, 발사체, 관제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지만 일부 사소한 지상 설비를 제외하면 미결 상태다. 기술사용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적지만,  확보해도 러시아 기술을 우리 토양에 맞추려면 비싼 투자를 해야 한다. 2006년에 현물 상환으로 들여온 30대의 T-80U 탱크가 어떻게 운용됐는지 좋은 전례가 될 것이다. 나로호는 애초에 기업체의 우려가 있었지만, 서방국가들의 고자세와 러시아의 저자세 때문에 쉽게 기술이전 협상이 이루어 졌다. 그러나, 90년대부터 국제우주정거장 사업과 러시아 민간 우주산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서방 기업들의 제동으로 애초 공동개발 협정서는 거의 휴지가 돼버렸다.

   

‘공동개발’에서 ‘조립구매’로 바뀐

 러시아 앙가라

 

나로호는 러시아 흐르니체프사가 1970년대 군용 로켓을 수출용 상용 모델로 개조한 196톤 추력의 '앙가라' 모델 중 초기 복제품이라 보면 된다. '나로'라는 이름을 붙여 시험 모델 상태로 한국이 2개를 우선 구매한 것이다.

 

초기 ‘공동개발’이 ‘조립구매’로 바뀐 것인데, 기술적으로 나로호 1단계 로켓의  엔진, 연료, 제어 장치가 '앙가라' 의 1단계이고, 우리가 만든 고체 2 단계와 페어링은 기술적으로 부수 장치다. 월등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군용 로켓은 생산비가 비싸서 서방시장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앙가라” 개발 계획은 흐르니체프사가 서방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착수한 계획이다.

 

그런 기술을 우리에게 이전해줄까? 더구나 흐르니체프사는 서방기업들도 투자하고 있을 것이다. 흐르니체프사는 우리 돈으로 자기들의 군용 로겟을 개조하였고, 그 발사시험을 우리 비용으로 나로도에 와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2020년까지 '진본 나로호'  KSLV-II를 개발하겠다고 지난해 나로호 발사 실패 직후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 “앙가라” 발사체를 국산모델로 확보하겠다는 연구원들의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우리 소유의 나로호가 이번 발사에 성공하면, 또 개발할 필요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면, 2020년까지는 러시아의 “앙가라“ 발사체를 계속 구입하여 제3, 4, 5…의 나로호 발사가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1조원 가까이 들어간 나로 발사 기지를 10년간 녹슬도록 놔둘 수는 없기 때문이고, 나로 기지에서 다른 로켓은 발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로호 3호부터는 가격표가 비싸게 붙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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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기술 자력개발을 위한

진짜 토대는?

  AK-47 실탄을 M-16 소총으로 쏠수 없듯이, 나로우주센터 발사시설의 주요 하드웨어와 발사관제 소프트웨어는 ”앙가라“에 맞추어져 있다. 지난해에 첫 발사 때, 러시아인들이 200여명 왔던 이유도 자기들 시설 소프트웨어와 로켓기술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만일, 후에 미국, 유럽, 중국형 로켓을 사용하려면, 수천억을 들여 발사장 시설을 고쳐야 한다. 러시아 방식은 독특하기 때문이다.

 

나로호로 우리 군 통신위성이나 첩보 위성을 발사하려고 할 때, 여전히 수십명의 러시아 기술자와 보안요원이 계속 감시하게 둘 수는 없으므로, 기술사용 계약을 맺고 국내 조립을 해야 한다. 현 상황으로 볼 때 기술사용 계약은 서방국들의 제동으로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설령 가능하다 해도 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현재 세계 발사체 시장은 시설 과잉으로 출혈경쟁 상태다. 사업성이 없는 발사체 조립업에 투자할 국내 기업은 없을 것이며,  결국 정부 예산의 정책적 투자가 필요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주 발사체의 '자력개발'은 우주개발사업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우리나라 최초 로켓 발사?’

국민 현혹 그만둬야

 

naro4현장 기술은 체험으로 습득하는 것이지, 러시아 기술자 어깨 너머로 다 배운 것처럼 착각하면 안 된다. 러시아 사람들이 자기들 로켓을 발사시험 하는데, “우라나라 최초의 로켓 발사”라 국민을 현혹하는 일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언론 매체가, “우리나라 최초의 발사체, 나로호"라 표현하며, 마치 우리가 자체 개발한 것처럼 들리게 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고에 대한 안전요원은 필요할런지 모르지만 기술 보안 요원은 발사장에는 필요 없다. 한국 공무원과 보안요원에 러시아 보안요원들까지 군림하니, 정작 주역인 한국기술자들은 뒷전에 밀려 있는 것이다.

 

현장 소식에 의하면, 지금 나로도에서는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 시설과 장비의 출입과 조작을 통제한다고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지난해 200명에 이어 올해도 120명의 러시아 기술자가 나로도를 거의 점령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절반이 '앙가라' 발사체와 관제 소프트웨어 기술 유출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온 보안 요원이라고 한다. 70년대 로켓 기술은 이미 교과서에 다 나와 있고, 나로호 로켓에 비밀이 될 만한 기술은 없다. 발사 과정에 기술지원을 위해서라면, 러시아 인원은 7~8명의 책임급 기술자면 충분할 것이다. 기술이전이 되었다면 보안요원까지 동원할 리가 없을 것이다.

 

공동개발 파트너가 아니라, 자기들 기술을 대단한 상품인 것처럼 부각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광경이다. 1991년 우리가 제공한 30억 달라의 차관을 갚지 못해, 공동개발 협정단계에서는 저자세였던 러시아와 어떤 경로로 이토록 상황이 역전되었는지 궁금하다.

 

 

지금 개발 방식으로는

나로호의 시대착오와 낭비를 피할 수 없다

 

요새 신문과 텔레비전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하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우리 로켓을 발사한다면서, 러시아 말로 카운트다운  하는 것도 안방 텔레비전에 중계되었다. 그리고, 그 후 수천 어린이들이 발사장 전시관 현장 학습을 하고 나로호에 열광한다고 한다. 근처 시골 도읍에 러시아 투숙객으로 호텔방이 동나고, 지자체장들이 신이 나 있다고 한다. 오늘 보도에 의하면 국내 취재진이 700명이라 한다.

 

저궤도 위성의 상용발사에 동원되는 전문 인력은 추적소를 포함하여 80~90명 정도이며, 시험 발사는 100~120명이면 족할 것이다. 시험은 실험실에서 하듯이 시험 발사는 내부 행사에 그쳐야 한다. 러시아 사람, 한국 사람 400~500명이 발사장을 매운다면 축제장이지 시험발사장은 아닐 것이다. 상식에도 어긋나는 모습이다. 이것이 우주개발 사업의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는 국민 자긍심 고취인가?

 

저궤도 발사체를 만드는 것이나 위성체를 조립하는 일은, 이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므로 석박사 연구원들이 아니라, 경영전문가와 숙련된 산업체 기능공들이 맡아야 할 것이다.  논문거리도 안 되는데,  반복되는 일에 연구원들이 밤새워 일할 리가 없다.

 

텔레비전을 만드는 기술에 비밀은 없으며, 기술 사용권 거래가 있을 뿐이다. 우주 발사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KSLV-II( 진본 나로호) 개발에는 기업체를 대거 참여시켜야 한다. 선진국 우주개발 현장에 가 보면 수많은 하도급 전문 업체 직원과 기능공들이 70~80% 가 넘게 참여한다.

 

외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 상황도 감안해야 나로호 같은 시행착오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현재의 개발 방식으로는 2020년까지도 KSLV-II 기술을 우리기술로 소화시켜 흡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우주개발 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장기적 안목으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정선종 박사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 원장 00j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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