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합성생물' 위해성 규제에 관한 그간의 논의흐름

[퍼온글]  
00syn최근 미국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이 인공으로 만든 합성 유전체(게놈)을 박테리아 세포에 이식해 합성 게놈과 박테리아가 정상으로 기능함을 확인함으로써 최초의 '합성 미생물'을 만들어냈다. 연구자들은 합성생물학이 난치병, 에너지 고갈, 환경오염 등 인류에 닥친 여러 난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합성생물체가 인간과 생태계에 새로운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그 위험성이 규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이뤄져온 합성생물 위해성 규제 논의의 흐름을 김훈기 박사(과학기술학)가 정리해 최근 국내 학술지에 발표했다. 이 글을 사이언스온에 게재하도록 허락해준 저자한테 감사드린다. 글을 옮기면서 각주는 생략했다. (사진은 인공의 합성 게놈이 이식된 박테리아 세포의 모습. 출처/ Science) -사이언스온
        

 합성생물학의 위해성에 대한 국내 규제법률 검토

- LMO법과 생물무기금지법을 중심으로-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1. 문제제기

  생명공학기술(BT),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는 인간과 생태계에 긍정적 역할과 함께 ‘보이지 않는 위험’을 내포한 부정적 영향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맞춰 학계의 논의는 첨단 과학기술의 경제적 이득이나 인류복지에 대한 기여에 대해서는 물론 그 결과물이 법적, 사회적, 윤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속도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진행되고 있고, 각 분야가 서로 융합하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어 그 부정적 영향에 대한 평가는 쉽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BT-IT-NT 융합학문으로 불리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 대표 사례이다.

 

합성생물학은 2004년 6월 ‘합성생물학 1.0(Synthetic Biology 1.0)’이라는 제목의 국제학술대회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개최되면서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국제학술대회 홈페이지(http://syntheticbiology.org)를 운영하는 ‘합성생물학 컨소시엄’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은 ‘자연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 그리고 자연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생물 시스템을 재설계해 제작하는 일’ 등 두 가지 분야를 포괄하는 분야이다.

 

합성생물학 연구자들은 주로 유전자를 변형한 미생물을 생산해 차세대 에너지, 환경오염저감기술, 의약품 등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듀퐁이나 카길을 비롯한 대기업과 다양한 벤처회사가 미국을 중심으로 이미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최근 FP6에서 합성생물학 분야에 장기간 수백만 유로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 뒤를 좇고 있다.

 

한편 합성생물학의 등장에 따라 그 부정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대한 논의는 크게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는 생물안전성(biosafety) 및 생물안보(biosecurity), 그리고 생명의 정체성을 둘러싼 생명윤리(bioehichs) 영역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의 등장이 최근에 이뤄졌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위험에 대한 논의는 물론 합성생물학의 개념조차 정확히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위험이 새로운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진행 중이다. 즉 합성생물학의 위험이 기존 BT, IT, NT 각각의 위험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현재의 규제책만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는 입장과, 전혀 새로운 종류의 위험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비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이공계 학문 분야간 융합을 통해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융합의 대표 사례인 합성생물학에 대한 세계적인 논의 분위기에 비해 한국은 그 개념이 대학교재와 학술대회, 그리고 정부 문건에 일부 소개되고 있을 뿐 아직 뚜렷하게 존재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김영창 외, 2008). 특히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대한 논의는 국내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이 기존의 BT, IT, NT가 융합된 분야이므로 한국에서 조만간 연구가 활발히 수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합성생물학의 위험은 외국의 얘기가 아닌 바로 한국에 닥쳐오고 있는 현실일 수 있다.

 

이 글은 합성생물학이 긍정적 측면은 물론 부정적 영향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에 서서 생물안전성과 생물안보에 초점을 맞춰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먼저 2절에서는 합성생물학의 개념을 대표적인 연구자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3절에서는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대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논의를 다룬다. 특히 합성생물학의 위험이 기존 생명공학의 위험과 다르게 새로운 차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4절은 한국에서 합성생물학의 영역에서 진행되고 연구개발 분야를 검토하고, 그 위험에 대한 국내 관련 법률을 검토한다. 현행 생물안전성과 관련된 ‘유전자변형 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과 생물안보를 다루는 ‘화학·생물무기의 금지 및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규제 등에 관한 법률’ 등 기존 규제법이 합성생물학의 환경위해성에 충분히 대비하기 어려운 이유를 제시한다. 

 

 

 

 

2. 합성생물학의 개념과 연구내용

 

합성생물학의 개념은 연구자마다 다소 다르지만, 21세기 들어 여러 과학기술이 융합한 결과 시스템생물학과 합성생물학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20세기 생명공학은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분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분자생물학, 그리고 그 연구결과를 응용하는 유전공학으로 대표된다. 그런데 21세기에는 분자생물학과 유전공학을 토대로 생명체를 분석적이 아닌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흐름이 생겼다.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과 합성생물학이 그것이다(김영창 외, 2008).

 

시스템생물학은 생명현상의 기본원리를 규명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과학’의 영역에 가깝고, 합성생물학은 인위적인 변형을 통해 원하는 생물 시스템을 얻으려 한다는 점에서 ‘공학’ 분야에 속한다. 시스템생물학은 유전체학, 전사체학, 단백체학, 대사체학 등을 동원해 세포 내 구성성분 간 상호작용을 규명함으로써 생명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이에 비해 합성생물학은 시스템생물학의 지식을 활용해  세포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제조하는 분야이다(김영창 외, 2008; http://syntheticbiology.org).

 

합성생물학에 적용되는 기술로는 신속하고 저렴한 유전자(DNA) 염기서열 분석 및 합성 기술, 시스템을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시스템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측정도구 등이 있다. 현재 합성생물학의 연구대상은 주로 미생물에 맞춰져 있으며, 기존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Living Modified Organism)를 만드는 경우처럼 외부 유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일에서 아예 유전자와 세포구성요소를 직접 만들고 새로운 미생물을 생산하는 일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보통 컴퓨터와 나노(10억분의 1) 수준의 미세조작이 포함되기 때문에 합성생물학은 흔히 BT, IT, NT가 융합된 분야로 인식된다.

 

합성생물학이 응용이 예상되는 분야는 기존의 LMO가 응용되고 있는 분야와 유사하다. 식량부족, 의약품부족, 환경오염, 에너지고갈 등 인류가 직면한 현안의 대부분에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 특히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의약제조기술과 환경저감기술, 그리고 차세대 에너지생산기술 등에 맞춰져 있다.

 

합성생물학의 연구추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합성생물학이 기존의 LMO 제작방법과 다른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주도적인 과학기술자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째, 유전자의 수에서 현격히 차이가 난다. 기존의 LMO는 삽입하는 유전자의 수가 한두개 정도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에서 다루는 유전자 수는 이론적으로 한계가 없다. 현 단계에서 이미 14개의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성공적으로 삽입했다는 보고도 있다(Parens, E. et al., 2009).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구자는 미생물의 대사경로를 변형해 ‘살아있는 미세 화학공장’을 제작하고 있는 미국 UC버클리의 제이 키슬링(Jay Keasling)이다. 자연계에서 발견되지만 양이 너무 적은 유용 물질을 미생물의 유전자를 변형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ETC group, 2007).

 

키슬링은 식물에서 만들어지는 이소프레노이드 계열의 물질을, 여러 미생물의 대사경로를 합성한 새로운 미생물에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소프레노이드는 제약과 화학 산업에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의 물질로 이전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양이 너무 적어 상업성이 떨어졌다. 그는 또한 유사한 방법으로 식물에서 추출되는 아테미시닌이라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4250만 달러를 지원받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바 있다. 2003년 키슬링은 아미리스바이오테크놀러지라는 벤처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약품뿐 아니라 플라스틱, 염료, 향수, 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합성생물학의 두 번째 특징은 원하는 유전자를 어떤 것이든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원하는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생명체에서 직접 분리해야 했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의 등장으로 컴퓨터에서 원하는 염기서열을 찾아 주문하면 몇주 내에 합성된 유전자가 배달되는 시대가 열렸다.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일은 과거보다 훨씬 용이해졌으며, 이미 유전체 해독이 끝난 생명체의 수도 상당히 많아진 상황이다. 그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드루 엔디(Drew Endy)이다.

 

엔디의 연구는 한 마디로 ‘유전자 생산설비의 구축’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엔디는 생명체를 DNA라는 소프트웨어가 담긴 유전자 회로로 구성된 하나의 컴퓨터 또는 기계라고 파악한다(ETC group, 2007). 그는 이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서 조작해 가상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를 실제 생명체에 적용함으로써 다양한 응용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엔디는 유전체를 변형하는 전체 과정을 DNA, 부품(Parts), 설비(Device), 시스템(Systems) 등 4단계로 구분해 개념적 위계를 제시했다(Endy, 2005). 여기서 DNA는 유전물질, 부품은 DNA결합단백질 같이 기본적인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 설비는 인간이 요구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부품들이 다양하게 조합된 장치, 그리고 시스템은 다양한 설비의 조합물들을 의미한다. 엔디는 설비와 시스템 수준에서 스위치를 비롯한 작동환경을 구현해 자체적으로 하나의 독립 기능을 수행하는 표준부품을 만들어내고 이를 바이오브릭(Biobricks)이라고 칭했다.

 

엔디가 설립한 바이오브릭재단(BioBricks Foundation)의 홈페이지에는 1500개 이상의 바이오브릭이 등록돼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엔디는 연구자들이 구조와 기능이 명확한 각 바이오브릭을 조합해 컴퓨터에서 작동 여부를 시뮬레이션한 후 이를 실제로 대장균이나 효모 등 미생물에 직접 넣어 결과를 확인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 과정은 마치 다양한 플라스틱 부품을 조립해 건축물을 만드는 아동용 레고게임과 유사하다(ETC group, 2007). 2005년 엔디는 코돈 디바이스라는 생명공학 벤처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원하는 생명체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기본 부품을 제조하는 바이오팹(biofab)을 지향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의 세 번째 특징은 자연계에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기존 LMO의 경우 유전자 한두개가 삽입됐다 해도 종(種)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한 미생물의 유전체를 다른 미생물의 유전체와 교체하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J. Craig Venter)가 이 분야에서 단연 대표주자로 꼽힌다. 만일 엔디나 키슬링의 연구방법에 따라 동물, 식물, 미생물,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로부터 필요한 유전자만을 결합해 작동시킬 수 있다면 이 유전자를 보유한 생명체는 기존의 생명분류 체계에서 어디에 속할지 판단할 수 없다. 더욱이 기존에 지구에 없던 새로운 유전자나 다양한 세포 구성요소를 제조하려는 시도도 있다.

 

벤터는 미생물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최소유전체(minimal genome)를 합성하고, 이를 다른 미생물(또는 세포)에 이식해 생명의 가장 간단한 골격으로 이뤄진 최소생명체를 만들고 있다(김영창 외, 2008; ETC group, 2007). 그는 2006년 비뇨기관 감염균의 일종인 미코플라스마 제니틸리움이라는 미생물에 존재하는 525개 유전자 가운데 387개의 단백질 유전자와 43개의 RNA를 최소유전자로 골라내고, 2007년 ‘최소세균유전체(minimal bacterial genome)’라는 제목으로 미국 특허청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특허를 신청했다. 또한 2007년 8월 3일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미코플라스마 마이코이데스라는 미생물의 유전체를 분리하고 이를 미코플라스마 캐프리콜럼에 이식해 ‘종 변환’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2008년 1월 24일 『사이언스』에 미코플라스마 제니틸리움의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의 다음 단계는 인공적으로 합성한 이 유전체를 미코플라스마 캐피리콜럼 같은 다른 미생물에 이식하고, 유전체와 미생물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일이 성공한다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미생물이 탄생하는 셈이다.

 

벤터가 최소생명체를 만드는 이유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유전자만 갖췄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원하는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용물질이나, 이산화탄소를 대량 흡수해 부탄이나 프로판 같은 연료를 생산하는 미생물이다(김영창 외, 2008). 만일 벤터의 합성기술과 엔디가 만드는 바이오브릭을 결합한다면 최소생명체의 응용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Parens, E. et al., 2009).

 

 

    3. 합성생물학의 위해성에 대한 두 가지 이슈

 

 

(1) 생물안전성을 둘러싼 대립된 입장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대한 논의는 크게 생물안전성 및 생물안보, 그리고 생명윤리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인체 및 환경 위해성과 관련된 이슈는 생물안전성과 생물안보이다. 생물안전성은 위험물질이 비의도적으로 또는 환경방출용으로 외부에 노출됐을 때 인간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다. 이에 비해 생물안보는 의도적으로 병균이나 독성물질을 훔치거나 생태계에 방출하는 경우, 즉 바이오테러에 대한 이슈이다(Biller-Andorno, N. et al., 2008).

 

사실 생물안전성 이슈는 합성생물학이 등장하기 전부터 세계적으로 활발히 논의돼 왔다. 1990년대 중반 외래 유전자를 삽입해 상품으로 만든 LMO(이하 ‘기존 LMO’라 칭함)의 등장이 논의가 시작된 주요 계기였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이 등장하자 생물안전성 이슈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즉 합성생물학에서 생성되는 LMO(이하 ‘합성 LMO’라 칭함)가 ‘기존 LMO’와는 질적으로 다른 환경위해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LMO’와 관련된 생물안전성 이슈는 크게 인체위해성과 환경위해성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인체위해성의 검토 대상은 식용·의약품용·화장품용을 포괄하는 보건의료용 LMO, 그리고 실험이나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한 보건의료용 외 LMO이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비교적 활발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항목은 식용 LMO인데, 일반적인 평가 항목은 크게 독성, 알레르기성, 영양학적 변화 등이다(박용하, 2008). 이에 비해 환경위해성에 대한 평가 항목은 매우 광범위하다. 인간 외의 환경으로 동식물은 물론 토양, 해양, 대기 등 생태계 전반에 미칠 가능성을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요 검토 대상은 보건의료용 LMO와 보건의료용 외 LMO 등이 비의도적으로 또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환경에 방출됐을 때 발생하는 위해성, 그리고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환경에 방출하는  LMO가 야기할 수 있는 위해성으로 구분된다.

 

‘기존 LMO’와 달리 ‘합성 LMO’의 생물안전성에 대한 논의는 인체위해성보다는 환경위해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표 1> 참조). 또한 동물과 식물에 비해 미생물 수준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이는 합성생물학이 아직 초기 단계의 학문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으로 보인다.

 

00table1 

 

‘합성 LMO’의 환경위해성이 ‘기존 LMO’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린다. 이 같은 상황은 유럽연합의 지원 아래 유럽에서 ‘합성 LMO’의 위해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프로젝트인 ‘신바이오세이프(SYNBIOSAFE)’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Schmidt, M. et al., 2008). 이 프로젝트의 주도 그룹은 200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최된 ‘합성생물학 3.0’에서 별도 세션을 만들어 관련 논의를 시작했는데, 이후 이슈를 발전시켜 2008년 5월 5일부터 6월 9일까지 전 세계 합성생물학 연구자와 비정부기구, 재단, 산업계 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23개국에서 124명이 참여했으며, 지역별 참여비율은 유럽 54%, 미국 29%, 아시아 8% 순이었다. 주된 질문은 ‘합성생물학의 위험이 기존의 유전공학과 어떤 차이를 갖는가’였다. 조사결과 ‘합성 LMO’의 안전성 이슈는 ‘기존 LMO’ 이슈가 양적으로 확대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과, 기존 기술은 단지 한 종류의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이고 합성생물학은 다양한 종류의 외래 유전자를 합성하는 것이므로 이로부터 파생되는 안전성 문제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이 비슷한 비율로 도출됐다.

 

여기서 분명한 사실은 합성생물학을 연구하는 그룹은 ‘합성 LMO’의 안전성이 ‘기존 LMO’에 비해 다르지 않으며, 현재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10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벤터연구소(J. Craig Venter Institute) 등이 발간한 조사보고서(Garfinkel, 2007)가 대표 사례이다.

 

이 조사보고서는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할 세 가지 종류의 대상인물을 제시했다. 그리고 각 대상인물들이 선택할 만한 내용을 여러 항목으로 정리하고, 환경보호와 생물안보 강화, 그리고 실험실 생물안전성 증대 등 3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들 항목간 다양한 조합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정부와 산업계가 지불해야 할 비용, 연구진행에 미칠 영향 등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포함된다. 즉 이 조사보고서는 합성생물학에 관여하는 인물들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통해 그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삼고 있다.

 

조사보고서가 선정한 대상인물과 선택 항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합성 유전자를 판매하는 기업의 경우, 잠재적인 위해성을 검사할 수 있는 특수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 등 위험한 연구를 아예 하지 못하도록 실험재료를 검열해야 한다. 둘째, 유전자 합성장치를 소유한 인물의 경우, 기계를 등록하게 하거나 자격증을 부여하는 방식 등으로 통제해야 한다. 셋째, 합성생물학을 연구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좀더 상세히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00table2

 

이에 비해 ‘합성 LMO’의 환경위해성이 ‘기존 LMO’에 비해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내용을 갖는다는 체계적인 주장은 미국 버지니아대 마이클 로드메이어(Michael Rodemeyer)가 처음 제기하기 시작했다. 로드메이어는 ‘기존 LMO’에 대한 미국의 규제 법률을 검토한 결과, 지금 태동하고 있는 합성생물학은 현재 법률로 적절한 통제가 가능하지만 합성생물학이 급속히 발전할 경우 그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Rodemeyer, 2009). 따라서  미국 환경보호국이나 식품의약국(FDA)은 합성미생물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환경에 방출될 경우 잠재적 위험도와 통제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기존 LMO’ 규제는 1986년 공표된 ‘생명공학기술 규제의 조화로운 프레임워크’에 의거해 농무부(USDA), 환경보호국, 식품의약국 등 3개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박용하, 2008). 그 기본 입장은 생명공학기술의 이용 자체가 특별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기존 제품에 적용되는 법률을 원용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예를 들어 농무부는 작물에 대한 해충, 잡초, 병해의 확대방지 관점에서 작물 자체에 대해, 환경보호국은 농약잔류한도나 새로운 미생물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농약성분 및 미생물에 대해, 그리고 식품의약국은 식품이나 가축용 사료, 의약품 등의 안전성을 관할한다는 입장에서 식품에 대해 규제한다.

 

로드메이어가 문제를 제기한 첫째 이유는 합성미생물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기존 LMO’에 대한 규제 법률로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LMO’에 대한 안전성 평가는 기본적으로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ce)’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즉 유전자가 변형되지 않은 원래 생물, 그리고 삽입되는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모두 잘 알려져 있는 한해서 LMO가 원래 생물만큼 안전하다는 점이 보장돼야 한다. 문제는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미생물에 대해서는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 안전성을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옥수수에 살충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Bt 유전자가 넣어졌다 해도 이 옥수수는 대부분의 유전자가 원래 자신이 가진 것이므로 옥수수일 뿐이다. 따라서 비교 대상은 같은 종의 옥수수이다. 또 Bt 유전자의 성질을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러 종으로부터 다양한 유전자가 합성되거나 아예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다면 이 합성미생물의 행동과 특성을 평가할 만한 비교 대상을 구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합성된 유전자로부터 발휘되는 기능이 여러 유전자 기능의 ‘단순 합’이 아니라 이들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롭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이처럼 미생물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탓에 ‘기존 LMO’에 비해 이들이 환경에 방출됐을 때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 예측할 수 없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유전자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증거가 제시됨에 따라 유전자이동이 종의 경계 없이 모든 생명체를 대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 로드메이어는 특히 제초나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목적의 환경방출용의 경우 연구자들은 ‘합성 LMO’가 생태계에서 생식과 확산 활동이 활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만일 이들 합성미생물이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기존의 동식물과 미생물을 감염시킬 경우, 그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짐작할 수 없다. 로드메이어는 지난 25년간 미국 정부가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위해성을 평가해 왔지만, 유전자이동이 일부 발생한 사례를 막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합성미생물의 경우 유전자이동의 가능성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 생물안보 위협하는 바이오테러의 가능성

 

유전자를 변형한 새로운 종류의 생물무기 출현에 관한 생물안보 이슈는 ‘기존  LMO’의 위해성 논의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이 이슈는 ‘합성 LMO’가 등장하면서 본격화됐다. 그 계기는 바이러스 유전체를 합성하는 몇몇 연구에서 비롯됐다. 

 

1918~1919년 전 세계 2000만~5000만 명을 사망시킨 스페인독감 바이러스(H1N1)가 합성된 소식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997년 미국 워싱턴 DC의 군사력병리학연구소 소속 제프리 타우벤버거(Jeffrey Taubenberger)는 1918년 사망자의 조직에서 바이러스 RNA 염기서열을 복원했고, 2005년 H1N1을 부활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상세한 염기서열은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그리고 바이러스를 다시 살려내는 과정은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또다른 사례로 2002년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 에커드 윔머(Eckard Wimmer)의 연구성과를 들 수 있다. 윔머는 소아마비바이러스를 시험관에서 합성해 생쥐에 주입함으로써 보통의 소아마비바이러스와 거의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이들 연구팀의 바이러스 합성 목적은 물론 바이러스의 발병메커니즘을 밝히고 효과적인 치료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문제는 연구팀들이 실험과정에서 합성용 DNA를 우편으로 간단히 주문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학계는 테러리스트가 생물무기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을 연출했다며 연구팀들을 비판했다(ETC group, 2007).

 

과학기술계의 바이러스 합성 소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곳은 캐나다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ETC 그룹’이다. 이 그룹은 합성생물학의 등장으로 성능이 향상된 생물무기의 출현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생물무기금지협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국제적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TC 그룹’은 합성생물학이 결국 값싸고 광범위하게 치명적인 생물무기를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이며, 이는 단순히 ‘바이오테러’가 아닌 ‘바이오에러’라고 주장했다(ETC group, 2007).

 

합성생물학 연구자 그룹도 ‘합성 LMO’이 야기하는 생물안보 측면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해결책 역시 생물안전성 이슈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제도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합성생물학 콘서시엄’은 생물안보의 위험성에 대한 대비책으로 가장 낮은 위험등급(BSL 1, Biosafety Level 1)의 유기체를 사용하고, 책임감을 갖도록 전문가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 등을 제시하고 있다(http://syntheticbiology.org). 2007년 10월 발간된 합성연구자 그룹의 조사보고서(Garfinkel, 2007) 역시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근미래, 즉 5년 후에는 소수의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합성될 것이고, 10년 후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와 병원성 박테리아가 합성될 것이라는 예견이 합성생물학 연구자 그룹에 의해 제시됐다(Garfinkel, 2007). 이 조사보고서가 밝힌 전 세계 바이러스 합성 현황은 <표 3>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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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바이러스를 포함해 일반적인 ‘합성 LMO’를 만들 수 있는 연구자들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Garfinkel, 2007). 예를 들어 최근까지 DNA를 합성해 판매하는 회사는 미국 24개를 포함해 세계에서 최소 45개가 있다. 가장 긴 유전자를 만드는 워싱턴 주의 한 회사는 5만2000개의 염기로 이뤄진 DNA를 통째로 합성할 수 있다. 회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필요한 염기서열을 입력하면 6~8주에 합성된 유전자가 배달된다고 한다. 이보다 작은 규모인 15~100개 염기로 이뤄진 DNA를 합성하는 회사는 숫자를 정확히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대학 연구실에서 직접 만드는 경우도 흔해지고 있다. 따라서 관련 연구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합성 LMO’를 만들 수 있는 현실에서 이들 연구자 모두에게 생물안보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충분히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합성 LMO’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점차 전문가에서 비전문가로까지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생물안보를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합성생물학이 추구하는 한 가지 목적은 ‘탈기술 아젠다(de-skilling agenda)’, 즉 생물을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일을 더욱 쉽게 만드는 일이다(Schmidt, 2008). 그렇다면 생물무기를 만드는 방법은 점차 쉬워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생물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연구자 그룹 외의 인물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전정보를 온라인상에서 훔치는 바이오해킹 해킹의 위험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EC, 2005; Schmidt, 2008). 실제로 바이오해커들은 이미 2008년 5월 미국 보스턴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합성 LMO’라는 주제가 해커 커뮤니티 내에서 하나의 주제로 인식되고 토의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마치 컴퓨터바이러스를 제작해 배포하는 경우처럼 위험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험실에서 합성한 바이러스 유전자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도 이와 같은 생물안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2005년 호주의 이안 램쇼(Ian Ramshaw)는 천연두바이러스와 유사한 마우스팍스바이러스의 유전자에 면역억제물질(IL-4)을 첨가했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원래 바이러스보다 독성이 훨씬 강력해져 백신이 주입된 생쥐의 60%를 죽게 만들었다. 원래 이 연구는 쥐나 토끼에게 불임을 유도하기 위한 피임용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김영창 외, 2008).  

 

 

 

 

4. 합성생물학 관련 국내 연구 및 규제 동향

 

(1) 국내 합성생물학 관련 연구동향

 

한국에서는 아직 합성생물학 분야의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의 기초분야 격인 시스템생물학의 연구개발은 활발하다. 또한 유전자를 합성하는 세계 수준의 벤처회사가 존재한다. 그리고 외국의 합성생물학 연구개발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한국 정부도 이 분야에 대해 지원을 적극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즉 한국은 합성생물학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세계적인 연구개발 진행속도를 살펴보자. 미국 우드로우 윌슨 센터는 2009년 5월 세계 합성생물학 관련 연구소, 회사, 정부기관, 정책센터 등을 조사해 구글맵에 표시했다(www.synbioproject.org/map). 이 지도에 따르면 합성생물학 관련 기관은 미국에만 184개에 달했고 유럽에는 51개가 확인됐다. 우드로우 윌슨 센터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의 성장 패턴은 나노기술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나노기술이 미국을 중심으로 천명된 이후 불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로 성장해나간 것처럼 합성생물학 역시 빠른 속도로 확산되리라는 예견이었다.

 

실제로 합성생물학의 기술개발과 비용절감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합성생물학 콘서시엄’은 현재 기술수준에서 염기 한 쌍을 만드는데 1달러가 소요되고, 1500 염기쌍을 만드는데 4주일이 걸리지만 2년 안에 가격이 현재의 3분의 1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상업화를 위해 제작기간이 현재의 10분의 1로 줄어야 하는데, 언제 이 일이 실현될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내다봤다(http://syntheticbiology.org). 또한 유전자 합성기술의 생산성은 15년 전에 비해 7000배 높아졌고, 14개월에 2배씩 증가하며, 염기쌍 합성 가격은 32개월에 50배가 감소했다는 보고도 나왔다(Garfinkel, 2007). 심지어 유전자 합성속도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통용되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 즉 마이크로칩에 저장되는 데이터 양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내용에 비유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Schmidt, 2008).

 

한국의 경우 정부가 합성생물학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1983년 제정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생명공학육성법’이 그것이다. 이 법 제2조에 명시된 ‘생명공학’이란 “산업적으로 유용한 생산물을 만들거나 생산공정을 개선할 목적으로 생물학적 시스템, 생체, 유전체 또는 그들로부터 유래되는 물질을 연구·활용하는 학문과 기술”을 의미한다. 이 포괄적 정의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의 연구내용은 장차 정부의 지원을 받을 근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합성생물학에 대한 연구개발은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정부주도 연구개발 현황을 정리해놓은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http://www.ntis.go.kr)에서 ‘합성생물학’이란 용어로 검색한 결과 2개 과제만이 도출됐다. 또한 정부의 제2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2007~2016)에서 합성생물학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간단한 언급이 제시됐고, 2005년 한국합성생물학회가 창립돼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 바 있을 뿐 아직 정부와 학계에서 합성생물학이란 분야가 널리 인식되지 않고 있다(김영창 외, 2008).

 

이에 비해 시스템생물학의 국내 연구는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김도한·송홍기, 2008). 2002년 10월 한국시스템생물학연구회가 발족했으며, 2003년 시스템생물학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또한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한국생물과학협회,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유전체학회 등 국내 주요 학회에서 시스템생물학 심포지엄을 정기학술대회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2007년 한국과학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은 시스템생물학을 주제로 학연산성과교류회를 개최한 바 있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서 ‘시스템생물학’이란 용어로 검색한 결과 총 3건의 연구과제와 3건의 연구보고서가 확인됐다. 또한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 특정연구개발사업으로 진핵세포를 대상으로 한 ‘칼슘대사 시스템생물학연구(광주과학기술원)’와 원핵세포를 대상으로 한 ‘미생물 가상세포 연구(KAIST)’가 선정돼 2007년 4월부터 3년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김도한·송홍기, 2008).

 

유전자 합성에 관련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생명공학 벤처회사인 바이오니아가 독보적이다. 회사 홈페이지(http://synbiocluster.re.kr)에 따르면 바이오니아는 원료부터 원하는 유전자까지 전 과정을 합성할 수 있는 자체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에 전달된 보도자료에서 합성생물학이란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009년 10월 14일 ‘세포공장과 진화모델 2종의 대장균 유전체 지도 확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대장균 두 종에 대한 유전체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했으며, 이 가운데 한 종(BL21)은 다양한 산업 및 의약용 유용단백질과 효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한 세포공장 등 합성생물학 관련 기술에 널리 쓰이는 균주라고 밝혔다(http://www.kribb.re.kr).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분자생물학저널(Journal of Molecular Biology)』 온라인판에 9월 28일 게재됐으며, 11월 표지논문으로 채택됐다.

 

  

(2) 합성생물학의 생물안전성과 LMO법의 규제

 

국내에서 합성생물학의 생물안전성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일부 마련돼 있다. 2001년 제정된 지식경제부의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하 LMO법이라 칭함)’이 그것이다. 

 

LMO법에서 제시된 LMO는 매우 포괄적으로 정의돼 있어 합성생물학의 연구내용이 포함되고 있다. 즉 제2조 1항에 따르면 “유전자변형생물체란 다음 각 항목의 현대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얻어진 생물체로서 새롭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생물체”를 의미한다. 여기서 가리키는 현대생명공학기술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을 세포 또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 둘째, 분류학에 의한 과(科)의 범위를 넘는 세포융합으로서 자연 상태의 생리적 증식이나 재조합이 아니고 전통적인 교배나 선발(선발)에서 사용되지 아니하는 기술” 등이다. 

 

LMO법은 ‘합성 LMO’의 환경위해성에 대비한 내용 역시 담고 있다. 법률 제13조에 따르면 LMO의 위해성 심사를 하는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장관, 환경으로 방출되거나 방출될 우려가 있을 때 작물재배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환경부장관, 그리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국토해양부장관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위해성 심사의 기준과 방법 등은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정해 고시한다.

 

한편 제14조에는 국민의 건강과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지속적인 이용에 위해를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LMO, 그리고 국내 생물다양성의 가치와 관련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LMO의 생산을 금지하도록 명시돼 있다. 만일 이 사안을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LMO법의 실질적인 규제 대상은 ‘합성 LMO’가 아니라 ‘기존 LMO’이다. 이 사실은 제1조 목적에서, LMO법이 만들어진 배경이 ‘카르타헤나 의정서’라는 국제협약을 국내에서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즉 합성생물학이 태동하던 시기가 2000년대 초반이므로 ‘카르타헤나 의정서’가 채택될 당시 규제의 대상인 LMO는 유전자 한두개를 삽입하거나 기능을 없애는 ‘기존 LMO’에 해당한다.

 

따라서 합성미생물의 환경위해성은 LMO법으로 평가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예를 들어 동물, 식물, 미생물 각각에서 추출된 유전자들로 구성된  미생물이 만들어진다면 ‘실질적 동등성’에 기초해 그 환경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이 합성미생물이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환경에 방출됐을 때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 역시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사실은 그동안 LMO법에 기반해 ‘기존 LMO’에 대한 평가를 수행해온 정부의 『바이오안전성백서(이하 백서라 칭함)』(지식경제부 외, 2009)를 살펴보면 쉽게 추론할 수 있다. 『백서』에 따르면 한국에는 ‘기존 LMO’의 환경위해성을 직접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합성 LMO’의 환경위해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백서』의 제10장 “LMO 안전성평가 및 심사”에는 ‘기존 LMO’에 대해 국내에서 심사를 마쳤거나 진행중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심사 대상은 주로 유전자변형 농작물인데, 국내에서 개발된 제품이 없기 때문에 모두 외국에서 수입된 제품들이다.

 

먼저 작물재배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2003년 9월부터 국내에 수입되는 유전자변형 농작물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인데, 2009년 4월 기준 65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환경위해성 심사가 완료된 품목은 48건이다. 일례로 제초제저항성 콩(40-3-2 계통)은 제초제의 일종인 글라이포세이트에 저항성을 갖도록 일반 재배용 콩인 A5403 계통에 CP4 EPSPS 유전자를 삽입해 만들어졌다. 이미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등 15개국에서 식용과 사료용으로 승인됐으며, 국내에서도 200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인체위해성에 대한 안전성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2003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은 이 콩의 환경위해성을 심사한 결과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유통되는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방출될 가능성이 희박하고 유전자이동이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어 뚜렷한 환경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심사는 의뢰자가 제출한 외국의 환경위해성 평가자료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었다. 만일 국내에서 유전자변형 작물이 개발된다면 환경위해성에 대해 직접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백서』는 “이 콩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재배할 경우에는 환경에 방출될 경우 유전자이동성, 국내 자연생태계의 야생종 및 재래종과의 교잡 가능성 등에 대한 과학적 검토와 사후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에서는 외국의 평가자료 자체가 부족함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백서』에 따르면 2009년 4월 기준으로 콩 5건, 옥수수 7건, 카네이션 4건, 잔디 1건, 면화 1건 등 총 18건의 심사요청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콩 3건과 옥수수 1건이 안전성 승인을 받았고 1건은 취소됐으며 나머지는 심사 중인 상황이다, 그런데 『백서』에는 “현재까지는 국내외적으로 LMO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표준화된 기법이나 가이드라인이 갖추어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며, “자연생태계의 범위가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모든 위해 대상을 평가하여 심사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일 뿐더러, 아직까지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기에는 평가자료가 부족한 것도 현실적인 한계라고 보여진다”고 언급돼 있다.

 

환경위해성 평가에서 가장 난항을 보이는 분야는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이다. 이 경우는 외국의 평가자료 자체가 자격미달이라 해도 부적합 판정을 내릴 만한 과학적 근거 역시 미약해서 어쩔 수 없이 합격 판정을 내리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해양생태계의 환경위해성은 원형상태로 수입이 요청되는 유전자변형 농작물이 해양환경에 비의도적으로 방출될 경우에 해당하며, 2009년 3월 기준으로 콩 3건, 대두 1건, 옥수수 4건, 면화 1건 등 총 9건에 대한 심사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그러나 2009년 4월 기준으로 ‘해양용 또는 수산용 LMO 평가기관’으로 지정받은 기관은 부경대학교 해양수산형질전환생물연구소가 유일하다. 또한 『백서』는 이 가운데 심사가 완료된 콩 3건과 옥수수 1건에 대한 평가자료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적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현행 LMO법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평가자료의 제출 혹은 보완을 요구하여야 하나, 수서생태계 혹은 해양생태계라는 특수 환경을 고려할 수 있는 평가자료가 거의 전무한 실정에서 심사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즉 의뢰인에게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제시한 범위의 자료에 대해 추가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최종적으로 제출된 자료가 해양생태계 내 생물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성 평가자료가 아닐 경우라도 새롭게 위해성 평가자료를 요구할 수 없다. 또한 기존에 제출된 자료를 재가공해서 제출한다 해도 그 자료를 토대로 환경위해성 평가 및 심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LMO법 제12조에 따르면 유전자변형 생물체를 생산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을 신청하는 자는 위해성평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백서』에서 지적됐듯이 외국의 평가자료마저 부실한 상황에서 국내에서 개발되는 ‘기존 LMO’에 대한 환경위해성 평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합성 LMO’의 환경위해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3) 합성생물학의 생물안보와 생물무기금지법의 규제

  

국내에서 ‘합성 LMO’의 생물안보 문제에 대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2006년 4월 공포된 지식경제부의 ‘화학·생물무기의 금지 및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규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생물무기금지법이라 칭함)’에 담겨 있다. 이 법은 한국이 1987년 가입한 생물무기금지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해 1996년 제정된 ‘화학무기의 금지를 위한 특정화학물질의 제조·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만들어졌다.

 

생물무기금지법에서 말하는 생물무기란 생물작용제와 독소를 의미한다. 법률 제2조에 따르면 “생물작용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거나 유전자를 변형하여 만들어진 것으로서 인간 또는 동·식물에게 사망, 고사, 질병, 일시적 무능화 또는 영구적 상해를 유발하는 미생물 또는 바이러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질”을 말한다. 여기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질은 인체·인수병원균 27종(에볼라나 마버그 등 16종의 바이러스와 탄저균이나 페스트균 등 11종의 미생물), 동물병원균 14종(13종의 바이러스와 1종의 미생물), 그리고 13종의 식물병원균(2종의 바이러스와 11종의 미생물) 등 모두 54종이다. 한편 독소는 생물체가 만드는 물질 중 인간 또는 동·식물에게 사망, 고사, 질병, 일시적 무능화 또는 영구적 상해를 유발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13종의 물질을 가리킨다.

 

생물무기금지법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누구든 생물무기를 개발·제조·획득·보유·비축·이전·운송 또는 사용하거나 이를 지원 또는 권유해서는 안된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생물무기를 개발 또는 제조할 목적으로 화학물질·생물작용제 또는 독소를 제조·획득·보유·비축·이전·운송 또는 사용해서도 안된다. 이 사항을 어기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생물무기금지법의 규제 대상은 ‘기존 LMO’에 해당할 뿐 ‘합성 LMO’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질인 생물작용제 54종과 독소 13종은 이미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성생물학으로 만든 새로운 물질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각 바이러스의 독성 유전자만을 추출하고 여기에 안전한 박테리아의 외피를 씌운 합성미생물을 만드는 경우이다.

 

또한 생물무기금지법은 위험한 유전체 자체를 합성하는 일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다. 대통령령이 정하는 생물작용제는 모두 미생물과 바이러스이고, 독소는 화학물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물무기의 가능성이 있는 유전체나 새로운 종류의 미생물을 제조할 경우 정부로서는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더욱이 제조자가 관련 사실을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부는 그 현황을 파악할 수도 없다. 생물무기금지법 제5조 제2항과 제13조 제2항에 따르면 생물작용제나 독소를 제조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는 지식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유전체나 새로운 종류의 미생물을 제조할 경우 이 사실을 신고할 의무는 없는 셈이다. 

 

 

 

5. 맺음말

 

최근 한국 정부는 BT, IT, NT의 융합을 통해 경제적 고부가가치를 낳는 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강점으로 꼽히는 IT와 그동안 수십년 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온 BT의 융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현재는 합성생물학이 학계와 정관계에 낯선 분야이지만, 급속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외국의 추세를 볼 때 조만간 한국 역시 합성생물학이란 용어가 유행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융합의 경제적 성과가 명확히 예상된다 해도 위험성이 크다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각 첨단기술 분야의 위험에 대한 제도적 대응책이 정부산하기관이나 개별 연구단, 그리고 비정부기구 차원에서 일부 마련돼 왔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융합 기술의 등장으로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통합적인 위험관리방안을 준비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본 연구에서 검토한 결과 합성생물학은 ‘기존 LMO’와 질적으로 다른 위해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합성생물학의 위해성을 규제할 수 있는 LMO법과 생물무기금지법은 ‘기존 LMO’가 주요 검토대상이란 점에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음을 확인했다. LMO법은 ‘기존 LMO’의 환경위해성을 제대로 검토하기에도 역부족이란 사실을 상기할 때 ‘합성 LMO’의 위험을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생물무기금지법은 국내에서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바이오테러 재료의 제조 가능성을 차단할 수 없다.

 

비록 ‘기존 LMO’를 규제하는 수준에서라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가 명확치 않은 점도 문제이다. LMO법 제27조에 따르면 국가책임기관의 장은 LMO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생물다양성의 보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상황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비상조치를 취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LMO법은 이런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행정법적 규제의 의미를 가질 뿐 그 위험이 현실화돼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경우에 대한 책임법적 규제를 갖추고 있지 않다(류화신, 2008).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종류로 분산돼 있는 BT 관련 규제법들의 개정방향을 설정하거나 통합적인 규제법안을 고려하는 일, 또는 정부 부처별 모니터링 역할을 종합하는 새로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등이다. 또한 현재 지식경제부가 관할하는 ‘생물무기대비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거나 범정부 차원으로 설치된 관련 바이오안전성위원회의 역할을 증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LMO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시급히 개발해야 하는 점도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국산 유전자변형 농작물을 개발해 외국에 수출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 왔지만 그 위해성 평가기술의 개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쏟지 않았다.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내에서 개발된 ‘기존 LMO’에 대한 위해성에서도 외국의 평가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 합성생물학 분야의 연구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고 어떤 수준인지 파악하는 일도 시급하다. 합성생물학이 기존 BT나 NT와 비슷하게 겹치는 점을 고려해 합성생물학의 범위를 정교하게 설정하고 관련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존 LMO’의 대국민 홍보기능이 좀더 적극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백서』에 따르면 ‘기존 LMO’의 안전성에 대해 전문가의 심사가 완료된 경우 이 사실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만일 국내 합성생물학의 연구성과물이 조만간 심사를 받는다면 현행 절차에 따라 대국민 홍보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기존 LMO’의 경우 인터넷이나 관보를 통해 자료가 공개되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의 의견수렴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성 LMO’의 심사결과가 충분히 국민에게 전달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00khk » 저자 김훈기 박사

합성생물학이 최근 새롭게 등장한 분야이기 때문에 현 단계 외국의 규제동향을 비교·분석해 한국 정부의 대응과제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존 LMO’의 위험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응과정을 비교해보면 장차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새로운 법률의 제정 없이 기존 행정시스템 내부의 조정만으로 ‘기존 LMO’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을  취해 왔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이 이뤄져 왔다(박용하, 2008). 예를 들어 1990년대 사회적으로 ‘기존 LMO’에 대한 반대가 고조되던 분위기에서 유럽연합은 1999년 6월 환경장관각료이사회에서 승인절차와 표시·이력추적에 관한 새로운 규제틀이 도입되지 않는 한 신규 LMO 승인을 동결한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물이 LMO의 환경방출지령의 개정, 식품·사료의 안전성 심사규칙, 표시·이력추적 규칙 등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기본원칙은 사전예방, 사후모니터링, 시민에 대한 정보공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물론 세계 각국이 향후 합성생물학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제책을 마련할 때 담아야 할 핵심 내용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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