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박테리아 수 100조? 40여년 전 부정확한 어림셈” -논문

“1972년논문 인용 거듭, 10대1 비율 ‘상식적 지식’으로 굳어져”

새로운 계산에서 “박테리아 수와 인간세포 수 ‘1.3 대 1’” 추정


00Ecoli.jpg » 흔한 장내 미생물인 대장균(E. coli). 출처/ Wikimedia Commons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100조에 이르러 인간 세포보다 10배 많으며 미생물의 유전자수는 인간 유전자수의 100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체 역시 1만 종이 넘는 미생물이 체내에 서식하고 있으며, 세포수로 따지면 인간 세포보다 10배 많고, 유전자 복잡성도 체세포보다 100배 이상 다양하다.”


체내 미생물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논문이나 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체내 인간세포와 미생물 수의 비교이다. 상식적인 지식으로 인용에 인용을 거듭하며 전해지는 이런 “10배”의 수치에 대해서, 정말 그런지 다시 따져보는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끈다. 논문 저자들은 체내 미생물 박테리아와 인간세포 총수가 10배 차가 아니라 엇비슷한 규모라는 새로운 추정치를 제시했다.



다시 계산된 체내 박테리아와 인간세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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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와 캐나다 토론토 어린이환자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 소속 연구진은 최근 의생물학 분야의 동료심사 전 공개 학술 데이터베이스(bioRxiv.org)에 올린 논문에서, 평균적인 남자 어른을 기준으로 볼 때 인체 박테리아 총수는 39조 개 정도로 추산돼 인간세포 수로 추산되는 30조 개와 엇비슷한 규모로 보인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런 계산 결과는 박테리아와 인간세포 수의 비가 대략 10 대 1에 달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대략 1.3 대 1의 비율을 보여준다는 것이 논문 저자들의 주장이다.


구진은 이번 계산에서 나이 20-30살, 키 170센티미터, 몸무게 70킬로그램의 어른 남자 신체조건을 평균적인 참조기준(reference)으로 삼았다. 또한 그동안 체내 미생물과 인체에 대해 이뤄진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활용해 인체 박테리아의 수를 계산해 추정했다.


먼저, 논문 저자들은 체내 박테리아는 인체 기관마다 다르게 분포하며 박테리아 밀도와 인체 기관별 부피를 고려할 때 특히나 대장에 대부분 박테리아가 몰려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논문에 따르면 박테리아는 대장에 1014 규모로 몰려 있으며, 치아 플라그에 1012의 규모, 침에 1011의 규모, 위장에 107의 규모로 몰려, 대장 기관내 박테리아가 총 갯수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했다.


인간세포는 갯수로 볼 때, 적혈구가 84%를 차지해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수의 세포임을 보여주었다. 근육세포와 지방세포는 무게로 치면 우리 몸에서 75%나 차지하지만 갯수로는 0.1%에 불과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00redbloodcell.jpg » 적혈구 (척도막대 20마이크론). 출처/ Wikimedia Commons

00humancell.jpg » 조혈세포(erythrocytes), 지방세포(adipocytes), 근육세포(muscle cells) 등 유형별 인간세포의 갯수(위)와 그 무게(아래). 출처/ bioRxiv.org, Ron Sender et al.(2016)

연구진은 여러 추산을 종합할 때 평균적인 어른 남자의 몸에 있는 박테리아 수는 총 39조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이 추정치에는 표준오차도 있고 또 사람마다 편차도 있기에 같은 어른 남자라도 개인마다 크게 다를 수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인간세포 수로 추정되는 30조 개와 비교하면 대략 1.3 대 1의 비를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우리의 분석 결과는 (박테리아 대 인간세포 수의 비율로) 널리 인용되는 10 대 1의 비율을 갱신하는 것이며 인체 박테리아의 수가 인간세포 수와 사실상 같은 규모임을 보여준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처럼 박테리아 수가 인간세포 수와 비교해 엇비슷한 것으로 추산되기에, “(많은 박테리아를 배출하는) 배변을 볼 때마다 그 비율이 변동하여 인간세포 수가 박테리아 수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10 대 1 비율’ 인용의 계보를 추적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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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인체 박테리아 수에 관한 추정치가 오랜 동안 인용에 인용을 거듭하며 처음 제시된 추정치 산출의 맥락은 흐려지고 그 추정치가 ‘상식적 지식’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이번 논문 저자들이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구진은 이런 수치를 인용하는 논문들을 추적하며 인용의 계보를 찾는 작업을 벌였다. 연구진이 찾은 인용의 계보를 보면, 처음에 러키(Luckey)라는 연구자가 1972년 어림셈을 통해 장내 박테리아 수를 100조 자릿수 규모(1014)로 추산했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뉴스 보도를 보면, 논문 저자는 대변 1그램에 1000억 개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는 보고, 1리터 부피에 달하는 인간 장내에 있는 박테리아의 총수를 1014 자릿수 규모로 추산했다.


이런 추정치가 1977년 다른 연구 논문에서 인용되고, 다시 이것이 다른 여러 논문들에 인용되면서 애초에 어림셈으로 제시된 수치의 맥락은 흐려지고 그 수치가 “상식적 지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다음은 논문에서 이와 관련해 설명하는 대목이다.


“장내 미생물 분야에서 거의 모든 최근 논문들은 1977년 논문(Savage, 1977)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의존해 장내 박테리아의 전반적인 갯수를 제시한다. [...] 흥미롭게도 이 논문을 읽다보면 그 논문이 추산하면서 다른 논문(Luckey 1972)을 인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옛 논문은 1그램당 박테리아 수를 1011로 취하고 음식물이 지나가는 관의 용량(alimentary tract capacity)을 1리터로 취함으로써 박테리아 수의 자릿수 규모(order-of-magnitude)를 추산했다. 1972년에 러키(Luckey)가 수행한 이런 추산(estimate)은 어림셈의 예를 보여준다. 그것은 당시로서는 훌륭하게 수행되었지만 나중에 이토록 널리 인용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립보건원(NIH)의 보고서가 체질량의 1-3%가 박테리아로 구성된다고 서술했다. 이런 수치는 위키피디어에 인용되면서, 박테리아 세포 크기를 1 세제곱 마이크로미터로 보는 어림짐작과 결합해 인체내 박테리아 수가 1015로 추산됐는데 이는 결국에 박테리아 대 인간세포 수의 비가 100 대 1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박테리아 수의 수정? 생물학적 의미 변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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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논문에서 연구진이 인체 박테리아 수의 규모로 제시한 새로운 수치도 계산을 통해 나온 추정치이며 곧바로 확인된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출판 전 공개 학술데이터베이스에 오른 이 논문은 정식 출판 전에 동료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그 수를 실제로 헤아려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연구결과가 애초에 제시된 추정치보다는 더 나은 데이터와 계산을 바탕으로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추정치로 받아들여질 만하다는 의미는 지닐 것이다.


체 박테리아 수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의 10분의 1 규모로 수정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수치의 수정이 어떤 생물학적 의미의 차이를 불러오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처><사이언스 뉴스>의 보도에서, 이번 논문과 관련해 이 분야 과학자들은 ‘흥미로운 결과’라고 평하면서도 ’그 수와 비율이 달라진다고 해서 인체 미생물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중이 현재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해도, 인체에 이토록 많은 미생물이 우리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자아낼 만하다.


  ■ 논문 초록

우리는 인체 내에서 박테리아 수가 인간세포 수와 비교해 적어도 10배 규모에 달한다는 “상식적 지식(common knowledge)”을 비판적으로 다시 검토한다. 우리는 “참조기준 남성(reference man)” 체내의 박테리아 총수가 3.9×1013 개(39조 개)에 달함을 알아냈다(불확실도/SEM 25%, 개체군 내 편차/CV 52%). 인간세포의 경우에, 우리는 체세포의 전체 수에서 조혈계통 세포(hematopoietic lineage)가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체중 70kg의 “참조기준 남성” 체내에서 인간세포가 3.0×1013 개(30조 개)에 달하는 것으로 과거 추정치를 수정했다(불확실도 2%, CV 14%). 우리의 분석결과는 널리 인용되는 10 대 1의 비율을 갱신하며, 체내 박테리아 수가 인간세포 수와 사실상 같은 자릿수 규모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 숫자가 비슷하기에, 배변을 볼 때마다 그 비율은 변동하여 인간세포 수가 박테리아 수보다 많아질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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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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