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환하는 리튬 2300억톤 …자원의 '보고' 바다

[퍼온글- '과학창의' 5월호에서]

 

 

 

 

 

무한한 자원의 '보고' 바다, 과학기술과 함께 자원강국으로

정강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00plant2 » 리튬 추출 플랜트의 개념도.

 

 

line » ■ 이 글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내는 월간 <과학창의> 5월호에 실린 정강섭 박사의 글입니다. 글의 게제를 허락해주신 저자와 창의재단에 감사드립니다. -사이언스온

21세기에 들어 육상 금속자원의 저품위화 및 매장량 고갈에 따라 자원 보유국들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원 보유국들은 산업이 선진화됨에 따라 금속자원을 원광 자체로 판매하지 않고 가공하여 판매함으로써, 대부분의 금속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이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따라서 부존 육상자원이 빈약하나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로서의  우리나라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바다로부터 해양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지구 표면의 4분의 3가량인 3억6천만㎢를 차지하는 바다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무기물과 유기물을 포함하는 거대한 화학반응장으로서 지속적인 자원순환 형태의 평형계를 유지하고 있다. 바다에 녹아 있는 주된 염류는 염화나트륨(소금이라 불리며 짠맛이 난다), 염화마그네슘(두부를 응고시키는 간수에 있으며 쓴맛이 난다), 황산마그네슘, 황산칼슘, 황산칼륨, 탄산칼슘 등이 있다. 이러한 염류는 바닷물 1kg에 약 35g 정도가 평균적으로 녹아 있으며 이 가운데에는 리튬, 우라늄, 백금, 금, 은, 코발트, 니켈, 브롬, 몰리브덴, 붕소와 같은 매우 가치 있는 원소들 또한 낮은 농도수준이긴 하지만 해수에 골고루 용해되어 있다. 예를 들어 리튬은 바닷물 1리터 중에  약 0.17mg, 우라늄은 약 0.003mg의 농도로 존재하고 있다.

 

그 농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존재를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해수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전체 해수에 녹아 있는 리튬의 양은 무려 2300억 톤에 달한다. 엄청난 양도 매력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속적인 자원순환 형태의 평형계 속에서 고갈되지 않기 때문에 끝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또 다른 큰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해수 속에 녹아있는 유용자원을 추출하는 기술은 현재 많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해수로부터 리튬과 같은 녹색 에너지자원을 추출하기 위하여 국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대학, 기업 등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리튬을 바다에서 추출하기 위해서는 해수에 녹아 있는 다양한 원소 중에서 리튬만 선택적으로 골라낼 수 있는 고성능 흡착제 제조 기술이 요구된다. 또한 현재 개발된 흡착제는 매우 미세한 분말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 해수에 적용시킬 수 없으므로 흡착제를 조립(造粒)하여 형체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고성능의 흡착제 제조 및 플랜트 운용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흡착제를 조립하는 기술에서 진보를 이루지 못해 상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일본은 흡착제 조립기술로써 PVC를 바인더로하는 액중경화피복법 방식을 개발하였지만 제조과정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DMF, Dimethylformanide)라는 유해물질이 대량으로 발생하며, PVC 피복 때문에 흡착성능이 30% 이상 저하되는 동시에 수십 회를 사용한 후에는 흡착제를 전량 폐기해야 하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리튬 추출기술의 중요함을 뒤늦게 깨닫고 2000년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정강섭 박사 연구팀)에서 연구에 착수하기 시작하였다. 일본과 20년이라는 연구기간의 간극이 존재했지만 연구팀의 밤낮에 걸친 10여 년의 연구 끝에 2009년 “해양용존 리튬 추출”의 주요 핵심기술들을 개발함으로써 상용화기술 개발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기술은 고성능 리튬 흡착제 제조기술, 분리막 레저버 시스템, 흡착제 재생기술, 관류(once-through) 방식의 일체형 리튬 흡·탈착 시스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사기술 대비 30% 이상의 채산성 향상 효과와 친환경적인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분리막 레저버 시스템이란 녹차의 티백처럼 미세한 공극이 있는 고분자 또는 합성물질로 이루어진 주머니 안에 흡착제를 담아 해수에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 이용하면 흡착제의 성능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흡착제를 쉽게 레저버에 넣고 꺼낼 수 있어 반복적으로 재생하여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레저버 상태로 운반이 가능하여 리튬 생산공정을 일관공정으로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 시 채산성을 매우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신문기사에서 보면 중국과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가의 산업발달로 인해 각종 자원의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석유와 같은 전통적인 전략자원 외에도 리튬과 같은 희유금속의 확보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리튬은 철광석이나 석탄과 다르게 생산지역이 매우 한정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리튬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와 미국, 중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염호(鹽湖, brine)를 증발한 후 정제하여 생산(생산기간 ; 1~2년)하거나, 리튬이 포함된 리티아 휘석(spodumene), 페탈라이트(petalite), 비늘 운모(lepidolite) 등의 광석을 채광한 뒤 선광, 제련과정을 거쳐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리튬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공급량을 단시간 내에 조절하기 어려워 리튬 확보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00plant3 » 리튬 추출 플랜트의 공정 개념도. 출처/ 지질자원연구원

 

 

수많은 희유금속 중에서 리튬 확보를 위해 많은 국가들이 나서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리튬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리튬 배터리가 있다. 리튬 배터리는 리튬이 사용된 다양한 배터리를 통칭하는 단어이다. 리튬 배터리에는 리튬이온배터리, 리튬폴리머배터리, 리튬에어배터리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요즘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리튬이온배터리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전압이 높고 중량이 가벼워 주로 휴대용 IT 기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의 동력원으로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녹색성장이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하면서 휘발유, 경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발생하는 동력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를 저장하여 전동기(모터)에서 동력을 발생하는 전기자동차로 급속히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새로운 전기자동차 모델들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1997년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에서 시작된 전기자동차는 최근 미쯔비시의 iMEV, GM의 시보레 볼트와 같은 모델이 상용화되기에 이르렀으며, 중국의 BYD, 인도의 타타와 같은 신흥국가 업체들도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는 기존 자동차 분야에서는 기술력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웠으나, 전기자동차는 이제 막 태동하는 시장으로서 기술 격차가 작아 충분히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전기자동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도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으며, 올해 안에 소나타의 휘발유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으며 잰걸음을 걷고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자동차는 리튬 배터리 업계에 있어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핸드폰과 같은 모바일 IT 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 용량에 비해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용량은 수백 배에서 수만 배에 달하는 엄청난 용량이다. 쉽게 말해 세계적으로 50만~70만 대의 전기자동차만 생산되더라도 현재 전체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 용량과 맞먹는 규모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자동차 시장규모가 7천만 대 내외이므로 단지 1%의 점유율만으로도 지금의 리튬 배터리 시장규모보다 거대한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앞으로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리튬 배터리의 양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며 우리나라의 리튬 배터리 산업경쟁력 강화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대부분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리튬 배터리의 가장 중요한 원료인 리튬이다!

 

리튬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 일부국가에서 일정량만 생산이 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리튬의 확보를 게을리 한다면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애써 건설한 공장들을 개점 휴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 생산하는 국가들의 리튬 공급량은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용량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기자동차가 대량으로 판매될 것이라 예상되는 2020년에는 수만 톤의 리튬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리튬자원의 수급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앞서 설명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해양용존 리튬 추출기술을 들 수 있다. 현재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대기업과 공동으로 실증 플랜트를 건설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였으며 향후 5년 내에 해수에서 대량으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전체 공정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리튬 추출기술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우라늄, 마그네슘, 붕소와 같은 고부가 가치의 자원들을 회수하는 기술들도 단계적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확보되면 우리나라 바다에서 원하는 만큼의 리튬을 비롯한 각종 유용자원들을 추출하여 사용하면서,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의 힘으로 자원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량생산을 위한 상용화 기술개발에 적지 않은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10여 년의 꾸준한 연구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것처럼 앞으로 나타나는 어려움도 우리나라의 연구진들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무한한 해양광산을 개척해나가는 국내 과학자들의 프론티어 정신과 노력에 국민들의 성원과 관심이 모아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가 자원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

 

정강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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