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후변화, 이산화탄소, 적조: 바다에서 생긴 일

[퍼온글- '과학창의' 5월호에서]

 

 

 

 

 

기후변화, 이산화탄소, 적조 - 바다에서 생긴 일

정해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0JHJ2 » 적조.

 

 

 

 

 

여러분은 “기후변화”, “이산화탄소”, “적조”, “바다”라는 단어를 들으시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뜨겁고”, “빨갛고”, “짜다”는 생각이 들어서, 점심 때 먹었던 ‘생선매운탕’ 생각이 떠올라요.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적조가 더 많이 발생하여, 온 바다가 매운탕이 되면 어떡하지요?

 

line » ■ 이 글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내는 월간 <과학창의> 5월호에 실린 정해진 서울대 교수의 글입니다. 생태 바이오에너지 융합연구실을 이끌며 주로 적조생물을 연구하는 정 교수는 이 글에서 대중적인 은유, 비유와 재치 있는 농담을 섞어 지구시스템, 지구역사를 비롯해 녹조생물, 적조생물과 이산화탄소의 이야기를 친근하게 전해줍니다. 글의 게제를 허락해주신 저자와 창의재단에 감사드립니다. 여기에 실린 글은 저자의 초고이어서 과학창의에 실린 편집된 글과는 조금 다릅니다. -사이언스온

요즘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입니다. 지구온난화, 생태계변화, 온실가스, 교토협약, 탄소배출권, 저탄소, 녹색기술, 신재생에너지 등등 이 단어들은 모두 기후변화와 환경변화에 관련된 단어들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된 “녹색성장”이 화두입니다. 이러한 기후변화, 환경변화, 녹색성장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가 무엇일까요? 바로 ‘이산화탄소(CO2)’입니다.

 

그럼 도대체 이산화탄소가 왜 중요할까요? 이산화탄소가 온실의 유리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온실의 유리? 태양은 지구에 거의 모든 파장의 빛을 보내는데, 비실비실한 장파장은 지구 밖에서 많이 흡수되어 없어지고, 강한 단파장이 지구에 도달하지요. 이 단파장은 온실의 유리를 뚫고 들어가지만 바닥에 부딪치면 비실비실한 장파장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 파장은 유리를 뚫고 나갈 수가 없어 온실 안에 갇히고 에너지로 변하지요. 크게 보면 지구는 온실이고 이산화탄소나 수증기가 유리이므로, 이산화탄소량이 늘어나게 되면 유리가 두꺼워져 지구는 더욱 더워지게 되지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교(UC San Diego) 내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의 교수로 계셨던 촬스 킬링 교수(Charles Keeling)는 1950년대부터 하와이 섬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였어요. 그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토대로 그 유명한 킬링곡선(Keeling curve)을 만들었지요. 이 곡선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양이 증가함에 따라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량(온실의 유리)이 증가하고 온난화가 가속된다는 가설의 기초가 되었어요.

 

[돌발퀴즈1: 킬링 교수님과 같이 위대한 해양학자가 되려면 어떤 과목을 제일 잘 해야 할까요? 답: 바다쓰기(받아쓰기)]

 

이산화탄소의 순환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대기-바다-대륙-생물-석탄,석유-석회암 간의 관계를 총괄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원시지구시절, 많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고 화산이 폭발했을 때 가벼운 원소인 수소, 헬륨, 탄소, 질소,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이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어요. 이 중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가 두꺼운 대기층을 만들었는데 이로 인하여 지구표면이 무척 뜨거워졌지요. 수증기가 자욱한 사우나에 들어가면 무척 더운 것처럼. 운석의 충돌이 점차 줄어들자 지구가 식어지고, 대기도 식어지게 되자 대기층에 있던 수증기가 비로 변하여 지표로 떨어지게 되었지요. 이 비는 바로 바다를 만들었고, 남아 있던 이산화탄소와 질소는 자기 진로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되었지요. 많은 이산화탄소는 바다에 녹기로 결심을 하고 내려와 물 속에 녹기 시작하였지요. 대부분의 질소는 눈치를 보다가 결국 대기에 남기로 하여 현재 공기의 79%를 차지하고 있지요.

 

[돌발퀴즈2: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려면 가장 잘해야 되는 과목은? 대기와 공기를 연구하는 대기과학 ^^. 이 과목을 잘 못하면 대기상태].

 

바다 속에 들어간 다량의 이산화탄소…, 이를 노리는 녀석이 있었어요. 바로 광합성세균인 남조류(cyanobacteria)이었어요. 호주에서 35억년된 남조류의 화석을 발견되었으니 남조류의 탄생시기를 35-38억 년 전으로 보고 있어요. 이 연세가 많으신 남조류께서는 최초로 빛에너지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포도당을 생산하고, 산소를 발생시킨 정말 대단한 분이지요 ^^. 포도당은 거의 모든 생물이 연료로 쓰고, 때로는 몸을 이루는 구조물질로도 쓰는 가장 중요한 유기물질이거든요. 그 후 세월이 지나면서 바닷물 속에 녹아있던 많은 이산화탄소가 남조류 몸으로 변하였어요. 이 남조류는 지금도 전 세계 바다(특히 원양)와 호수를 장악하고 있어요. 호수의 녹조현상도 다 이들이 일으키거든요. 만일 바다를 장악하고 있는 남조류의 양을 2배로 증가시킨다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량은 급감할 것입니다.

 

남조류는 나중에 동물성 단세포들에게 잡아먹혔는데, 이 단세포들은 남조류 색소를 이용하여 광합성도하고 다른 생물도 잡아먹을 수 있는 혼합영양성(mixotrophic) 생물로 변했지요. 이들은 나중에 남조류 색소인 엽록소-a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약간씩 다른 색소들을 만들기 시작하였어요. 결국 엽록소-a에서 약간 변화된 엽록소-b, c, d와 카로티노이드 색소들을 발전시킨 것이지요. 이들 색소들은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어서 식물들이 다양한 깊이에서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주로 표층에서 살 수 있는 남조류만 존재했던 ‘남조류 독점시대’에서 다양한 깊이에서 살 수 있는 ‘광합성 생물 공존시대’로 변했지요. 그 후 광합성 생물을 포식하는 다양한 동물들이 생겨나면서 ‘식물-동물 공존시대’가 도래했어요.

 

생물의 몸을 이루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은 모두 탄소가 결합된 유기탄소(organic carbon)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두 원시대기 중에 있었던 이산화탄소로부터 유래해 온 것이지요. 그러므로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증가는 해양 및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감소를 가속화 하였어요. 늘어만 가던 생물들의 일부는 어느 날 땅 속 깊은 곳에 묻히게 되고, 화학적인 과정을 거쳐 석탄, 석유가 되었어요. 이들 석탄, 석유도 유기탄소 덩어리예요. 일부 플랑크톤은 이산화탄소와 물에 녹아있던 칼슘을 이용하여 단단한 껍질인 탄산칼슘(CaCO3)을 만들었어요. 이러한 탄산칼슘의 많은 양이 석회석이 되어 대륙의 일부가 되었지요. 주위를 둘러보시면 석회석 물질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시멘트, 콘크리트가 석회석으로 만들거든요. 그러므로 원시대기 시대의 이산화탄소는 생물, 석탄, 석유, 시멘트 등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어요.

 

[돌발퀴즈3: 탄소가 가장 많은 곳은? 답: 숯불 갈비집^^.. 사실 전 조금만 태운 저탄소(rare)를 좋아해요].

 

이산화탄소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법, 이제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것입니다. 바로 생물량을 늘이고, 석탄, 석유 사용량을 줄이고, 시멘트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바다는 지구표면의 70%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서식지 관점으로 보면 육상은 지표면에서만 거주하는 2차원인 반면, 바다는 깊은 곳에서도 살 수 있는 3차원 공간입니다. 그러므로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현재 가장 맑은 바다에서 빛은 200미터까지 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빛을 300-500미터까지 넣어 식물플랑크톤의 양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킨다면 온실가스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 할 수 있습니다.

 

바다의 색깔을 변하게 하고 많은 해양생물을 죽게 하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식되어져 온 적조…. 적조를 일으켜 큰 피해를 주는 생물은 주로 와편모류(dinoflagellate)입니다. 이들은 “바다의 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대단한 녀석들입니다. 먼저 이들은 가장 다양한 광합성 색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색소를 다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한 녀석이 150~250개의 염색체(chromosome)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의 염색체가 23쌍 46개인데. 이들은 완전히 ‘움직이는 아이패드’예요. 이 단세포들이 이렇게 많은 정보가 필요할까요? 아니면 많은 염색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요즘 이것을 밝히는데 해양생물학자들 뿐만 아니라 전통 생물학자들이 난리예요^^.

 

와편모류는 놀랍게도 식물성, 동물성, 혼합영양성(식물성+동물성), 기생성 와편모류가 다 존재해요. 그리고 동물성이나 혼합영양성 와편모류의 경우 다양한 섭식방법을 가지고 있어요. 먹이를 바로 삼켜 먹는 녀석, 먹이에 빨대를 꼽은 후 빨아 먹는 녀석, 헝겊으로 싸서 즙을 내서 먹는 녀석 등등…. 염색체에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환경에 맞춰서 쓰는 것처럼…. 적조생물 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서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녀석이 우점을 합니다. 전에는 적조생물이 식물이라고 인식되어 빛, 질소, 인의 영향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했는데, 1990년대부터 많은 적조생물이 혼합영양성임으로 밝혀져 먹이생물과 섭식방법에 대하여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적조는 앞서 기후변화와 이산화탄소에서 언급한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적조생물량이 증가되면 바다 속, 나아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일시적으로 감소시키지요. 그런데 이 적조생물이 다른 해양생물을 죽일 경우, 죽은 생물 내 유기탄소가 세균에 의하여 이산화탄소로 변하게 됩니다.

 

적조가 지속되는데 다른 생물에 피해를 주지 않게 하는 방법? 요즘 세계는 바닷물을 가둔 후 적조를 발생시켜 물 속의 이산화탄소, 질소, 인을 감소시키고 적조생물을 수확하여 바이오에너지로 만드는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3년 만에 모두 해석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크레그 벤터(C. Ventor) 박사가 최근 가장 큰 정유회사인 엑손모빌사(Exxon-Mobil)에서 대규모 연구비를 받아 적조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착수를 하였습니다. 적조가 박멸의 대상에서 지구를 구하는 영웅으로 바뀐 것이지요. 또한 와편모류는 황(S)에 메틸기(CH3)가 붙어있는 DMSP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어요. 이 물질은 세균에 의하여 DMS로 변하고, DMS는 대기 중으로 증발하여 구름의 핵이 되어 구름을 많이 만들게 합니다. 결국 햇빛을 차단하여 온난화를 완화시키지요. 그러므로 적조생물이 갑자기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키고 구름을 만드는 고마운 존재가 되었네요.

 

국제적으로 적조생물 신종(특히 와편모류)을 찾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최근 적조생물이 좋은 바이오에너지 원료가 되기 때문이지요. 지방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적조생물을 찾아내고, 대규모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어요. 적조생물은 하루에 1~2번씩 이분법으로 분열하므로 종주를 가지고 있고 최적 배양조건을 찾아내면 원재료를 무한정 얻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신종적조 생물을 찾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0-20 종정도의 와편모류 신종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저의 실험실에서 3년 전에 시화호에서 적조생물 신종을 찾아 파라짐노디니움 시화엔스(Paragymnodinium shiwhaense)라는 이름으로 국제원생생물학회지(JEM) 최신호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종은 광합성도 하고 독침을 이용하여 먹이를 잡아먹는 적조생물인데 독침의 구성으로 볼 때 해파리, 산호 등의 원조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위기의 지구를 구하는 것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독수리 오형제가 아닙니다. 자세히 알아보니, 가장 큰 독수리는 조선소에 있는 독(dock) 수리를 하고 있고, 둘째는 (장)독 수리를, 셋째는 멍멍 독(dog) 수리를(수의사), 넷째는 (술)독 수리를 하고 있고(내과의사), 막내는 (고)독 수리를 하고 있거든요(커플 매니저)^^. 그러므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사람입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온난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정확하게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야 하고, 국민들은 제시된 방법들을 잘 실천해야 합니다. 바다쓰기(Utilization of the ocean)를 열심히 하면서….

 

 

 
정해진 서울대 교수 지구환경과학부 0J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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