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거품이 비누막을 만났을 때… 벌새 날개엔 소용돌이가…

[짧은 뉴스]


미국물리학회 유체역학 동영상 경연대회, 2015년 수상작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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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순간에 스쳐가는 장면을 포착하는 초고속 카메라의 촬영기술은 물론이고 자연현상을 상세하게 모사하는 시뮬레이션의 기법, 그리고 그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과학 지식이 나날이 진전하면서, 기체와 액체, 그리고 기포와 방울이 연출하는 유체 역동성을 담은 연구물도 자주 등장한다. 동영상 사이트에선 이런 기묘한 유체역학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요즘엔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어찌보면 예술적 상상력마저 일으키는 유체역학 동영상을 선정해 번듯한 상을 주는 학술 경연대화가 열리기도 한다. 올해에도 미국물리학회(APS)의 유체역학분과 연례학회에서는 ‘2015년의 동영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벌새의 재빠른 날개짓에 숨은 공기역학, 비누거품이 비눗물 막 위에서 융합하며 변신하는 모습, 뜨거운 전선 위에서 줄타기 하듯 움직이는 기포들의 모습 등은 색다른 볼거리이다. 아래는 올해의 수상작과 출품작 가운데 일부이다.

 

벌새의 날갯짓, 비대칭적 소용돌이의 공기역학

[ 동영상 https://youtu.be/PCj-82oYgUs ]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개짓을 하며 허공에 머무는 벌새의 비행술은 공기역학을 어떻게 이용하는 걸까? 미국 버지니아대학 연구진은 벌새가 날개짓 할 때 날개 안쪽과 바깥쪽에서 일어나는 공기의 소용돌이 역동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연구진은 실제 벌새의 날개짓을 초고속 카메라로 기록하고 관찰해 날개와 몸의 움직임을 추적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상경계법(immersed boundary method)’이라는 전문기법을 사용해 벌새가 자유비행을 할 때 날개 안팎에서 일어나는 공기의 비대칭적 소용돌이 흐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했다. 연구진은 벌새 날개짓 분석을 통해 항공역학을 연구하고 있다.


줄타기 하는 전선 위의 공깃방울 형제들

[ 동영상 https://youtu.be/KFggBH1jBfQ ]


달궈진 전선 위에서 크고작은 기포들이 머리 위에 열을 길게 뿜으며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이색적인 공기방울들의 줄타기 장면은 신기하다. 벨기에 리에주대학(Université de Liège) 연구진은 절연물질인 실리콘 오일 안에서 저항으로 인해 열이 발생하는 전선 위에 거품들이 생성돼 이리저리 움직이는 거동을 관찰했다. 저항 전선은 구리와 니켈의 합금인 콘스탄탄(constantan) 재질로 만들었다. 먼저, 동영상은 전선 위에 생성된 작은 거품 하나가 전선을 줄타기 하듯이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깜찍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포에선 가늘고 길게 이어져 마치 깃털 같은 열(thermal plume)이 뿜어져 나온다. 더욱 흥미로운 장면은 뒤이어 나온다. 기포 하나가 아니라 이제는 작은 거품, 큰 거품이 여럿 생성되어 전선을 타고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서로 충돌하며, 그러다가 더러 몸집 큰 놈은 전선에서 떨어져 나가 액체 표면을 향해 상승한다. 끓어오르는 거품이다. 전선 위에서 작은 거품은 큰 거품에 먹히기도 한다. 가는 전선의 아랫쪽엔 매달린 채 옮겨다니는, 주목받지 못하는 아주 작은 거품도 보인다. 연구진은 열의 세기와 전선 굵기의 변화에 따라서 거품이 전선에서 충돌하고 융합하며, 또는 전선에서 떨어져나가는 거동이 달라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특정한 열의 세기와 특정한 전선 굵기가 조화를 이루는 어떤 조건(연구진은 이를 레드존[red zone)]이라 불렀다)에선 많은 거품들이 옹기종기 전선 위에 달려 있는 모습도 보인다.


비누거품이 비누막을 만났을 때

[ 동영상 https://youtu.be/ZUllziPdRkw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수학과 중심 연구진은 동영상에서 먼저 기존의 관련 이론을 소개한다. 이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1960년에 액체 방울(droplet)이 같은 액체의 용액 위에 살며시 놓일 때에 둘은 단번에 융합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발견이 알려진 바 있다(Charles and Mason, 1960). 액체방울은 ‘부분 융합’을 거치며 원래 방울(progenitor droplet) 지름의 절반 크기인 자손방울(daughter droplet)을 남기며 사라지는 단계를 몇 차례 되풀이하다가 결국에 용액과 하나가 된다. 이번 연구진은 ‘방울‘이 아니라 ‘거품(bubble)’의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들은 비눗물 위에 같은 용액에서 만든 비누거품을 살포시 올려놓고는 그때 일어나는 변화를 초고속 카메라로 근접 촬영했다. 비누거품은 부분 융합의 현상을 거쳐 크기가 절반가량인 자손거품을 남겼다. 방울과 거품의 거동이 비슷하며 또한 그 과정에 나타나는 모양의 변화도 비슷함을 보여준 것이다. 방울이나 거품이나 같은 용액 위에 놓일 때 부분 융합을 일으키며 원래 크기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것은 다시 부분 융합을 일으키며 다시 그 절반 크기로 줄어들고…. 이런 식으로 몇 차례 되풀이하다가 방울 또는 거품은 용액과 한 몸이 된다.


미세한 진동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파동

[ 동영상 https://youtu.be/Hopd-gKB1Xc ]


잔잔한 용액 위에서 작은 방울의 진동이 일으키는 표면 파동은 언뜻 몽환적인 느낌마저 전해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수학과 연구진의 동영상은 밀리미터 단위의 아주 작은 방울이 잔잔한 용액 표면에서 일으키는 파동을 보여준다. 방울이 하나, 또는 둘이 진동할 때, 벌집 모양의 격자 간격으로 여러 방울들이 어울려 통통 튈 때, 일어나는 표면 파동의 패턴은 방울과 용액 간에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연구진이 동영상에서 시각화하여 보여주고자 했던 ‘유체역학적 양자 유사현상’이나 ‘향도파(pilot wave)’의 동역학 이론은 동영상 자료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론은 난해해도 동영상에 나타나는 작은 방울의 진동, 그리고 표면 물결의 패턴은 흥미로운 볼거리이다.


* * *

아래는 수상작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눈에 띄는 출품작 일부입니다.


줄줄이 흘러내리는 유리액이 만드는 형상

[ 동영상 https://youtu.be/d1SB3F3EFrY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과 수학과 연구자들이 주축이 된 연구진의 동영상 작품이다. 적당히 끈적한 꿀물처럼 흐르는 유리액의 점성과 유리액이 나오는 노즐(구멍)의 위치를 옮기는 속도를 달리하면, 유리액은 바닥의 기판 위에 줄줄이 흘러내리며 다양한 고리 모양의 패턴을 만들어낸다. 주변의 온도도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유리액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언제나 같지는 않다고 한다.


남극 ‘바다나비’의 독특한 수중비행

[ 동영상 https://youtu.be/t_5Qv3wqj7E ]


미국 조지아공대와 뉴욕대학의 생물학, 환경과학, 물리학 연구진은 “바다 나비”로 불리는 남극의 포식성 바다달팽이(limacina helicina)가 수중에서 날개짓하듯이 헤엄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남겼다. 8배 느린 속도의 영상이다. 헤엄치는 바다달팽이 곁에 형광염료를 두어, 바다 나비의 수중비행이 물 흐름을 어떻게 일으키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연구진은 바다달팽이의 유영 동작을 흉내내는 애니메이션을 따로 제작해 그 독톡한 유영을 재현했다. 연구진은 물보다 무거운 바다달팽이가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마치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유영할 수 있는 것은, 내려치고 올려치는 날개짓 덕분에 몸을 물 위로 상승시키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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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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