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불운 탓보다 환경요인 영향 더 커”

“세포분열 잦은 부위에서 무작위 오류, 암 위험 커” 올해 초 논문 파장

최근 반박 논문 “발암 물질이나 외부 요인 더 큰 영향” 분석 근거 제시


00cancer1.jpg » 전이 중인 암세포들. 출처/ http://www.ascb.org/cancer-cell-collaborators-smooth-the-way-for-cancer-cells-to-metastasize/


해 1월, 암 위험이 환경이나 유전 요인 탓보다 세포의 무작위 돌연변이라는 불운(“bad luck”) 탓이라는 통계분석 논문이 발표돼 큰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논문은 세포분열 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디엔에이(DNA) 복제의 무작위 오류 때문에 세포분열이 잦은 몸 부위에서 암 위험도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암 위험이 무작위적 불운과 관련되기에 암 예방 노력보다는 조기검진이 더 중요하다고 해석이 뒤따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인이 발표한 이 논문의 결론은 발표 직후부터 공중보건과 예방 의학 분야에서 연구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 논문이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국제 역학 통계의 데이터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비판하는 주장과 논문이 여러 학술지에 줄이어 발표됐다(그 논문들의 목록을 <사이언스>의 온라인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참조 글]


암 요인은? “환경·유전탓보다 무작위 불운탓 크다” 2015. 01. 06

http://scienceon.hani.co.kr/227707


WHO ‘암과 불운’ 논문 반박 “환경영향-예방효과 커” 2015. 01. 15

http://scienceon.hani.co.kr/231381


올해 초 과하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 논문의 요지를 정리하면 대체로 이런 것이었다.
 첫째, 평생에 걸쳐 나타나는 세포분열 횟수는 조직 부위별로 다르다. 둘째, 세포분열이 자주 일어나는 조직 부위에선 세포 복제 과정에서 무작위적 오류와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그래서 그중에 암세포가 출현할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셋째, 조직 부위별로 세포분열 횟수와 암 위험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strong correlation)’가 나타났으며, 이는 세포의 무작위 돌연변이가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보다 더 중요하게 암 위험에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즉, 모든 암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분석 대상으로 삼은 암 질환의 위험도 차이에서 3분의 2가량은 세포분열 횟수라는 내적 요인인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 이 연구는 암 질환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주요 암을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 그래서 외부 환경 요인의 영향을 보여주는 수십 년 간의 국제적 역학 통계 데이터와는 다른 결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근, 이 논문을 정식으로 반박하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미국 스토니브루크대학교 소속 암 연구자와 컴퓨터과학 연구자 등 연구진(책임저자 Yusuf Hannun)은 이 논문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존스홉킨스대학 연구진 논문의 결론이 암 위험의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잘못 구분해 생겨난 것이라며 “내재적 요인이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평생 위험의 10~30% 이내)”는 결론을 새로운 수학적 분석과 함께 제시했다. 이전 논문에서, 세포분열 횟수와 암 위험의 상관성이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되었다는 것이다.


과학저널 <네이처> 뉴스와 해외매체 <스태트뉴스>의 보도를 보면, 이번 연구진은 그 주장의 근거로 같은 조직 부위의 암이라고 해도 지역별로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암 발병률의 차이를 제시하며 외부 환경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컨대 유방암의 위험은 동아시아보다 서구 유럽에서 5배나 높게 나타나며 전립선암 위험은 남중아시아에 비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25배나 더 높은데, 이런 분포는 단순히 세포분열에 의한 무작위 오류라는 ‘불운’의 내적 요인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진은 외부 요인이 세포의 무작위적 돌연변이 출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을 서로 무관한 것으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점을 강조했다. 세포분열에 따른 무작위적 오류의 가능성은, 발암물질이나 환경 요인에 노출될 때 더 높아지기에, 그런 무작위적 오류의 가능성은 암 위험을 초래하는 ‘기초’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암 위험을 얘기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포의 무작위적 돌연변이 요인을 강조했던 애초 논문의 연구진은 이런 결론을 반박하는 이번 논문에 대해, 자신들이 보여준 연구결과는 ‘암의 원인’을 다룬 것이 아니며 분석 대상으로 삼은 암 질환들 간에 나타나는 암 위험의 상대적 차이를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실 절충적인 관점에서 보면, 두 논문이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그런 모순 관계에 있지는 않은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즉, 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을 강조할 때에 세포분열이 잦은 부위에서 무작위적으로 암세포가 출현할 상대적인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생물학적 메커니즘과 수학적 분석 모형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실제적인 역학 통계들에는 또다른 설명이 필요해진다. 오래 축적된 역학 통계에서는 개개인의 건강 문제가 발암·독성물질, 자외선, 방사선 같은 외부의 환경 요인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애초 논문의 연구진이 세포분열에 나타나는 무작위적 오류와 암 위험 간에 상관성이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그렇더라도 이 논문이 유방암, 위암과 같은 일반적인 암 질환을 데이터 부족으로 분석 대상에서 다루지 않았으며 외재적 요인과 내재적 요인의 상호작용을 자세히 다루지 않으면서도, 생물학적 ‘불운’의 영향이 부각되는 것을 강조하는 과감한 결론으로 나아간 점에 대해서는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논문 초록 

최근 연구에서 특정 조직의 암 위험과 특정 조직의 평생 줄기세포 분열 횟수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강조된 바 있다. 이런 상관관계가 피할 수 없는 내적 암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그 여부가, 이른바 ‘불운’ 가설의 확산과 더불어 중요한 공중보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은 암 발병에 내적 암 요인이 끼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평생 위험의 10~30% 이내) 증거를 제시한다. 첫째, 우리는 줄기세포 분열과 암 위험의 상관관계라는 것이 내재적 요인의 효과와 외재적 요인의 효과를 구분하지 못한 것임을 보여준다. 그러고서 우리는 줄기세포 분열 총 횟수를 제어하는 하한의 위험을 이용할 때(by the lower bound risk controlling for total stem-cell divisions) 내적 위험을 더 잘 평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내적 과정에 의한 내생적 돌연변이 축적의 속도가 관찰된 암 위험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종합하여, 우리는 암 위험이 외적 요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런 결과는 암 예방, 연구, 공중보건의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중요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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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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