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내SCI 과학저널, 지식교류매체 구실 다하고 있나

   

국내 SCI 학술지를 통해 본 우리 과학기술의 지식 지형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nature » 과학 학술지는 과학자사회에서 이뤄지는 공개된 지식 교류의 장이다. 한겨레 그래픽 자료.

 

 

세계적인 과학논문정보 서비스기업인 ‘톰슨-로이터스’(ISI의 새 이름)가 운영하는 과학인용색인(SCI)의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학술저널은 연구자, 연구기관, 그리고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과 경쟁력을 측정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중요한 자료이다. SCI에 등재된 저널의 영향력 지수, 논문 게재 수, 인용된 빈도, 공저 현황, 편집위원 활동, 그리고 가장 자주 인용되는 연구자 등에 관한 정보는 과학기술 학계의 지적 구조와 특징을 보여주는 계량적 지표이다.

 

한국, 국제수준 저널에 발표한 논문수 급성장

 

우리나라는 1968년에 SCI 저널에 논문을 처음 게재한 이후 지난 40년 동안 논문 발행의 양적 규모에서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이공계 연구자를 위한 SCI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자와 인문학자를 위한 SSCI와 A&HCI 등재 저널의 논문 수도 지난 10년 동안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2009년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대학, 학회, 연구소 등이 발행하는 학술저널들 가운데 총 79종이 현재 톰슨-로이터스에 등재돼 있다 (SCI, SCI-E, SSCI, A&HCI 등재 학술지 포함).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SCI 저널과 논문의 양적 증가가 과학기술 학계의 “놀랄만한” 발전을 반영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1980년대에 네델란드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1990년대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서도 SCI 논문의 급속한 증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 나라들이 보여준 양적 증가는 연구의 국제화 과정에서 나타난 ‘전환기적’ 현상이었다.

 

SCI 논문 급증은 과학기술의 ‘놀랄만한’ 발전인가?

 

따라서 우리나라의 SCI 저널과 논문의 양적 증가에 대한 좀더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나의 여러 연구들 가운데 <사이언토메트릭스(Scientometrics)>에 발표한 논문(제목 “Korean journals in the Science Citation Index: What do they reveal about the intellectual structure of S&T in Korea?)”1)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학계의 수준, 지적 구조, 특징을 살펴보자.

 

2009년에 우리나라가 생산한 SCI 논문의 18.1%는 국내 SCI 저널에 실렸다. 국내 SCI 저널은 외국 학회, 연구소, 대형 출판사가 발행하는 저널과 비교해 국내 연구자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국내 학자들이 편집위원을 맡는 경우가 많아, 영어 문법이 다소 서투르더라도 논문 주제의 친숙성이 논문 게재에 긍정적 영향을 더 끼친다. 이런 국내 SCI 저널의 논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인용되는지 그 인용망을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학계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거의 인용되지 않는 한국 SCI 저널의 논문들

 

나는 2004년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는 SCI 저널 10종의 인용 성과를 분석한 적이 있다. 분석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게도, 10개 저널은 다른 저널들로부터 거의 인용되지 않았다 (아래 <표> 참조). 우리나라 최초 SCI 저널인 한국화학회의 저널(Bulletin of the Korean Chemical Society)은 452개의 다른 저널을 참고문헌에서 인용했다. 그렇지만 이 저널에 실린 논문들을 인용한 저널은 총 198개에 불과했다. <세라믹 공정 연구 저널(Journal of Ceramic Processing Research)>을 비롯한 몇몇 학술저널은 인용도와 피인용도가 거의 10배나 차이가 난다.

 

SCI저널인용빈도표

 

방법을 조금 바꾸어서 이번에는 한국화학회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최소 1회 이상 인용한 SCI 저널 198종을 뽑았다. 이 198종 저널은 한국화학회 저널에 실린 논문을 1회 이상 인용했기에 관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즉 ‘친구 집단’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친구 집단에서 국내 SCI 저널은 얼마나 신뢰성 있는 정보원으로 평가되고 있을까? 한국화학회 저널은 198개 저널에 실린 논문들을 5128번 인용했지만 자신이 출판한 논문들의 피인용 건수는 1185회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한국화학회 저널은 198개 저널 가운데 피인용 지수에서 116번째로 하위 그룹에 속해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 SCI 저널의 보편적 현실이다.

 

연구자나 학회의 영향력 확대 위한 매체로 인식되는듯

 

그렇다면 국내 SCI 저널의 피인용 성과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웃 중국의 SCI 저널과 비교해 보자.2). 중국 SCI 저널에서는 자국내 저널들끼리의 인용이 많이 일어난다. 이것은 연구자들 사이에 연구결과의 상호교류가 자국 SCI 저널을 통해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국가지식체제의 내부 응집성이 강하다.

 

그렇지만 국내 SCI 저널은 개별 연구자의 취직이나 승진, 학회의 사회적 영향력, 연구소의 기관 평가를 위해 기능하는 경향이 강하다. SCI 저널이 비학술적 성과 달성을 위한 출판매체로 인식될 뿐, 신뢰성 높은 정보교류매체로는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SCI 저널은 상호인용 횟수도 낮을 뿐더러 웹사이트 링크도 부족하다.3) 이런 관행은 우리나라의 국가 지식체제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려서 국내 SCI 저널의 인용을 꺼리게 만든다.

 

한국과 아시아의 특색 담은 연구 적극 발굴 필요

 

국내 SCI 저널의 경쟁력을 높이며 국가지식체제의 강화를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국내 SCI 저널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지닌 과학기술에 특화된 특별호, 또는 아시아의 사회문화적 특색과 가치를 담은 논문을 적극 발굴해 실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 SCI 저널은 저널이 발행되는 지리적 공간인 우리나라와 인근 지역에서 문제 해결형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굳이 자국에서 발행하는 SCI 저널이 많지 않더라도 국가 지식체제가 강한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일본의 연구정책을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 SCI 저널을 통해 국제적인 연구 관행을 국내 대학·연구기관의 학문 후속 세대와 신진 연구자들에게 확산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 국가 지식체제의 내부 응집성을 높여야 한다. 학연산 협동연구의 증가는 우리나라의 지식생태계를 높이고 나아가 국내 SCI 저널의 인용도를 높일 수 있다.4)

 

마지막으로 국제학술공동체의 많은 연구자들은 국내 SCI 저널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다. 국제 저명 출판사와 협조하여 배포 채널의 세계화를 도모해야 한다. 오늘날 출판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효율적인 배포 채널은 필수적이다. 나아가 관련 논문들을 연결해서 제공하는 온라인 아카이브의 구축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박한우 교수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박한우4

* 박한우 교수는 이 글을 기고하면서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화학회 저널이 국내의 대표적 SCI 저널인데 이 글이 특정 저널을 비판하는 것처럼 읽히까봐 걱정"이라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독자들께서 이 글이 전하려는 바의 긍정적 측면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사이언스 온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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