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의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공부 잘 하는 법’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자 한국 사회의 주요한 정치적 의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잘못된 공부법으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정치 논쟁에선 과학적 근거를 갖춘 경우를 보기 어렵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뇌과학을 통해 우리시대의 공부법을 들여다 봅니다.

[연재] 지능, 도전, 칭찬 그리고 소박한 이론들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15)

 

00praise한겨레 자료그림/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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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에서는 아이들에게 약간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한 다음에 한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똑똑하다"고 칭찬하고 다른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노력했다"고 칭찬해주었다. 효과는 예상대로 달랐다. "똑똑하다"라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더 어려운 문제를 주어 일부러 틀리게 하자 금세 풀이 꺾이고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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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은 과학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세계에 대한 자기 나름의 소박한 이론(naïve theory)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론들은 경험을 바탕을 스스로 만들어 내기도 하고, 남에게 들어 배우거나 또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여 알게 되기도 한다. 어떻게 배웠든지 소박한 이론들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보상이나 처벌을 할 때에도 소박한 이론을 따른다. 화풀이로 처벌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보상과 처벌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길 바란다. 따라서 사람들이 각자 가진 이론에 따라 보상이나 처벌을 하는 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옛 사람들이 가진 소박한 이론에 따르면 달콤한 보상은 종종 인간을 망치기 쉽기 때문에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치고, 미운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준다. 옛 속담들은 보상보다 처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선시대에는 자식이 서당에 들어가면 회초리로 쓰라고 싸리나무 한 짐을 훈장 집에 주었다고 한다.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옛 이론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소박한 이론들이 그렇듯이 옛 사람들의 믿음에 옳은 점도 있지만 틀린 점도 있다. 처벌에 즉각적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도 크다. 게다가 처벌이 보상보다 더 효과적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다. 이런 점들이 모여서 옛 사람의 소박한 이론을 형성했을 것이다.

 

 

처벌 중심 교육에 대한 도전


 

00praise2다른 전통 사회의 믿음들과 마찬가지로 처벌을 중시하는 소박한 이론들도 도전을 받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개인은 서로 다른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질들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북돋아줘야 한다고 믿는다. 언젠가부터 영재 교육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것도 이러한 믿음을 반영한다.


한 자기존중감(self-esteem)에 대한 강조도 커졌다. 자기존중감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평가를 말한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가치 있다"와 같은 믿음들이 자기존중감의 내용을 이룬다. 일상적으로는 '기(氣)'를 살린다거나 죽인다고 표현한다.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아이를 훈계했다가 부모로부터 "아이 기를 죽인다"라며 항의를 들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인권이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어린이는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관념도 확산되었다. 아이를 하나 둘만 낳기 때문에 다들 자식을 애지중지하는 경향도 있다. 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체벌한 교사에게 격하게 항의하거나 학생들이 교사에게 저항하는 일도 이미 낯설지 않다. 이제는 아예 제도적으로 금지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보상보다 처벌을 중시하던 시대는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


처벌을 자제하는 것, 개인의 고유한 자질을 북돋아주는 것, 자기존중감을 키워주는 것,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모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좋은 약이라도 잘못 섞어 먹으면 몸을 해치듯이 각각 따로 떼어놓고 보면 좋은 일들도 한데 모아놓으면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질을 칭찬하기


 

00praise2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칭찬하려고 애쓴다. 칭찬은 말 몇 마디로 듣는 사람에게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칭찬이 중요하다는 말들도 많이 하고, 그런 주제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말로 칭찬을 하지 않아도 상을 준다는 것 자체가 이미 칭찬이기도 하다.


이렇게 칭찬을 할 때 사람들은 보통 '똑똑하다', '착하다', '예쁘다' 같은 말을 쓴다. 그 사람이 지닌 자질을 칭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의 85%는 아이가 어떤 일을 잘 했을 때 똑똑하다고 칭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1) 한국에서 조사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부모들은 이런 칭찬을 통해 아이의 자질과 자기존중감을 북돋아주기를 바란다.


를 세워주면, 자신감이 생겨서 마침내 성취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은 아주 흔하다. 가끔 "할 수 있다"라거나 좀 더 재치 있게 "포기는 배추를 세는 단위다"라는 급훈을 붙여 놓는 교실도 있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자기존중감은 그 자체로 학업성취도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 교육학자 존 헤이티(John Hattie)는 세계 각국의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자기존중감과 학업성취도 사이에는 약한 상관관계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자기존중감이 직접적으로 성적을 높인다기보다는 학생으로 하여금 바람직한 태도나 전략을 취하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성적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2) 여기서 그는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할 수 있다"라는 말에는 무엇을, 어떻게, 왜 할 수 있는지가 빠져 있다.

 

 

좌절하는 아이들, 포기를 모르는 아이들


 

00praise2심리학자 캐럴 드웩(Carrol Dweck)은 학습동기에 대한 여러 가지 유명한 연구들을 수행했다. 한 실험에서 그는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에게 몇 가지 문제를 풀게 했다. 처음에는 쉬운 문제를 주었지만 나중에는 갑자기 어려운 문제를 주었다. 실패를 경험했을 때 학생들이 보이는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3) 4)


패에 대한 반응은 학생마다 달랐다. 어떤 학생들은 금세 좌절했다. 이 사소한 실패에 자기가 머리가 나쁘다고 비관을 했고, 성공을 경험하고 있는 동안에 기분 좋게 하고 있었던 문제 풀기에 갑자기 싫증을 냈다. 좌절한 학생들 중에 일부는 실패로부터 눈을 돌리려고 하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자기가 맡은 연극 배역을 자랑했다. 또 어떤 학생은 자신이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갈색 물체를 답으로 고르며 어린 아이처럼 굴기 시작했다. 이런 학생들은 다시 쉬운 문제를 주어도 잘 풀지 못했다.


또 어떤 학생들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 학생들은 어려운 문제와 마주하자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 했다. 이 학생들은 "도전", "기회"와 같은 말로 상황을 묘사했다. 어려운 문제에 자포자기해서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도 풀지 못했던 학생들과 달리 어려운 문제를 도전과 기회로 받아들인 학생들은 최소한 이전과 같은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거나 또는 문제를 해결하는 더 향상된 방법을 찾아냈다.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동기


 

00praise2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을까? 드웩은 그 차이가 학생들의 목적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학생들의 목적은 크게 "성과 목적(performance goal)"과 "학습 목적(learning goal)"으로 나눌 수 있었다. 성과 목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문제풀기는 자신이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였다. 따라서 문제를 잘 맞힐 때는 즐겁지만, 틀리기 시작하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학습 목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문제풀기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문제를 틀리더라도 좌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웩의 이런 추측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였다. 두 집단의 학생들에게 똑같이 문제 풀이를 시키면서 연구자들은 문제 풀이를 시키는 이유를 다르게 말했다. 한 집단의 학생들에게는 학생들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해서 성과목적을 부추겼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해서 학습목적을 육성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대로 성과목적을 가진 학생들이 더 쉽게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고, 학습목적을 가진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5)


여기에서 다시 첫 번째 실험으로 돌아가 보자. 두 번째 실험과 달리 첫 번째 실험에서는 연구자들이 학생들에게 문제 풀기의 목적을 따로 말해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자기 나름대로 문제 풀기에서 자신의 목적을 세웠다. 그렇다면 왜 어떤 학생은 성과목적을, 또 어떤 학생은 학습목적을 추구했던 것일까?

 

 

지능에 대한 두 가지 이론


 

00praise2여기에는 성격이나 가치관 같은 것들도 한 몫을 하겠지만 드웩은 학생들이 가진 지능에 대한 소박한 이론들에 주목을 했다. 성과목적을 가진 학생들은 지능을 변하지 않는 실체로 보는 '실체론(entity theory)'을 믿는 반면, 학습목적을 가진 학생들은 지능을 노력에 따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는 '성장론(incremental theory)'을 믿었다. 물론 이런 '이론'들은 과학적 이론이라기보다는 소박한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러한 믿음은 학생들의 목적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엔 충분한 것이다. 지능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실체론자들은 높은 성취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부질없다고 생각한다. 실체론자들에게 오로지 가능한 것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고, 단점을 감추는 것뿐이다. 따라서 실체론자들이 성과 목적을 가지는 것도, 실패에 좌절하는 것도 당연하다.


반대로 성장론자들은 지능은 노력하면 증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들에게 당장 어떤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장론자들은 성취 목적보다 발달 목적을 가지게 된다.


론 사람들은 실체론이나 성장론 중 어느 한 쪽만을 확고하게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마다 무게를 두는 쪽이 다르고, 그 비중에 따라 목적도, 행동도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느 이론을 더 믿게 만들면 그것만으로도 행동에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심리학자 렌달 베르겐(Randall Bergen)은 실체론과 성장론에 해당하는 내용을 전문적인 과학 잡지 기사처럼 그럴 듯하게 편집에서 학생들에게 읽도록 시켰다. 그러자 드웩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성장론에 해당하는 기사를 읽은 학생들은 훨씬 도전적이 되었고, 실체론에 해당하는 기사를 읽은 학생들은 실패에 쉽게 좌절했다.6)

 

 

"똑똑하다"는 칭찬의 의미


 

00praise2이제 다시 "똑똑하다"라는 칭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이런 칭찬은 분명히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그러나 이 말은 학생이 무언가를 잘해낸 이유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어떤 문제를 풀었을 때 "똑똑하다"라고 칭찬하는 것은 "네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은 네가 똑똑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실체론이다. 베르겐의 실험에서 가짜 과학 기사를 읽게 한 것이 학생들의 행동을 바꾸었듯이, 부모나 교사의 칭찬을 통한 설명도 학생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드웩은 이 사실 역시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이 실험에서는 아이들에게 약간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한 다음에 한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똑똑하다"고 칭찬하고 다른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노력했다"라고 칭찬해주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똑똑하다"라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더 어려운 문제를 주어 일부러 틀리게 하자 금세 풀이 꺾이고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 아이들은 실체론의 영향을 받고, 성취 목적으로 기울어졌다.


"노력 했다"라는 칭찬을 받은 아이들의 행동은 전혀 달랐다. 이 아이들은 훨씬 도전적이 되었고, 문제를 맞히지 못하면 푸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애를 썼다. 문제 풀이를 더 즐거워했고, 결국에는 실제로 실력 자체가 향상되었다. "노력 했다"라는 칭찬은 곧 "네가 노력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 수 있었다"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이 아이들을 성장론으로 이끌고 학습목적을 북돋운 것이다.7)

 

 

믿음, 행동, 결과


 

00praise2믿음은 우리의 행동을 이끈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믿음을 심어준다. 자질이 중요하다는 믿음은 자질을 칭찬하게 하고, 자질을 칭찬 받으면 자질이 중요하다고 믿게 된다. 또한 믿음은 스스로를 실현하기도 한다. 노력해봤자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결국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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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 박사과정
마음과 뇌의 작동 방식을 수학, 통계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시늉내는 계산 모델링(computational modeling)을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 euphoris@gmail.com       트위터 : @aichupanda        
블로그 : Null Model(nullmodel.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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