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의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공부 잘 하는 법’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자 한국 사회의 주요한 정치적 의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잘못된 공부법으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정치 논쟁에선 과학적 근거를 갖춘 경우를 보기 어렵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뇌과학을 통해 우리시대의 공부법을 들여다 봅니다.

[연재] 지능은 높아진다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14)

 

00IQ » 인기 있는 만화영화인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코난'.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추리력을 지녔다. 한겨레 자료사진

 

얼굴, 키, 성격, 지능 등

인간의 모든 측면은 여러 가지

요소로 결정된다. 지능의 경우도 마찬

가지다. 지능을 결정하는 데 유전적 요소의 몫이

크다. 이란성 쌍둥이보다는 일란성 쌍둥이의 지능이

비슷하고, 입양되어 자란 아이의 지능은 양부모

보다 친부모와 비슷하다. 키나 생김새가

유전되는 것만큼이나 지능의

유전도 의심할 바가 없다.

지능의 유전율(heritability)은 약 50%로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지능은 유전 이외에도 다양한 후천적 요소들에 영향을 받는다. 이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가 ‘플린 효과(Flynn effect)’이다. IQ검사는 평균이 100이 되도록 주기적으로 재조정을 한다. 쉽게 말해 평균이 110으로 올랐다면 모든 사람의 IQ에서 10을 빼서 다시 평균이 100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IQ검사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만큼 재조정도 많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과거의 IQ와 지금의 IQ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뉴질랜드의 정치학자 제임스 플린(James Flynn)은 지난 100년 동안  IQ검사 점수의 변화를 관찰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IQ가 빠른 속도로 상승해온 것이다. 이 결과는 다른 학자들에 의해서도 확인되었는데, 심리학자 울릭 나이서(Ulric Neisser)는 1930년대의 IQ 100은 현재의 기준으로 IQ 8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1) 이렇게 IQ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상승하는 현상을 플린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20세기 동안 이뤄진 어떤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플린 효과가 수백 년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면 우리 조상들의 IQ는 터무니없이 낮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간 IQ의 상승세는 차츰 둔화되고 있다. 영국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1980년과 2008년 사이에 10대들의 IQ는 별 차이가 없다.



IQ는 왜 상승하고 있을까?



00IQ_flynn

플린 효과의 원인에 대한 한 가지 가설은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게 돼서 영양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에 사람들의 키도 꾸준히 증가했고, 이것은 영양 상태의 개선 때문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이것도 한 가지 원인은 될 수 있겠지만 완전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풍족하게 음식을 먹게 된 이후에도 IQ는 계속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키와 IQ의 증가 추세도 서로 잘 맞지 않는다.


한편으로 IQ의 증가는 영역별로 고르지 않고 불균등하다. 플린 효과는 글과 말로 이루어지는 언어적 검사보다 그림으로 이뤄지는 비언어적 검사에서, 지식을 묻는 결정지능 검사보다 추론 능력을 묻는 유동지능 검사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임스 플린은 IQ의 상승이 영양 상태 개선 같은 것보다도 근대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에게 세계는 통합적이고 구체적으로 경험되는 것이었다. IQ 검사 문제들은 추상적인 추론 능력을 측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상적인 사고는 근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플린에 따르면 IQ 검사 점수의 상승은 지능 자체보다 근대화 과정에서 사고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알렉산더 루리아(Alexander Luria,1902~1977)는 근대화 과정에서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변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그는 중앙 아시아의 농부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추상적, 논리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한 실험에서 루리아가 “독일에는 낙타가 없고, B라는 도시는 독일에 있습니다. 그럼 B에는 낙타가 있을까요?”라고 묻자 글을 읽지 못하는 27세 농부, 나지르-사이드는 “독일에는 가본 적이 없는데요”라고 대답했다.2) 그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매우 낯설었을 것이다.

 

 

사는 곳,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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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와 이에 따른 사회 환경의 변화는 분명히 IQ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시대가 아닌 같은 시대에도 농촌보다 도시에서 IQ 검사 점수 평균이 더 높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IQ는 검사 점수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평균이 100이 되도록 환산을 한다. 따라서, 도시와 농촌을 같은 기준으로 환산을 하면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IQ가 좀 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자라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들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도시와 농촌을 같은 기준으로 환산해버리면 농촌 사람들이 지능이 낮은 것처럼 보이게 된다. 산업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루리아의 질문에 대한 중앙아시아 농부들의 답변이 엉뚱해 보이지만, 중앙아시아 농부들에게는 그런 질문을 하는 러시아의 학자 양반이 도리어 엉뚱해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IQ 검사에서는 검사를 받은 사람이 사는 곳에 따라 기준을 달리 하기도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끼리 비교하고,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농촌에 사는 사람들끼리 비교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교하면 도시에 사는 사람과 농촌에 사는 사람이 똑같은 IQ 검사에서 똑같은 수의 문제를 풀었더라도 농촌 사람의 IQ가 도시 사람의 IQ보다 높게 나온다. 바꿔말하면 똑같은 IQ라도 도시에 살면 농촌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은 IQ 검사 문제를 풀 수 있다. 도시라는 환경이 IQ 검사와 같은 문제를 푸는데 유리한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한 가지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세기 동안 여러 가지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텔레비전과 인터넷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미디어의 특징은 시각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며, 한 화면에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미디어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복잡한 정보를 잘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이러한 변화가 항상 좋은 쪽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IQ의 상승은 일부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었다. 사람들의 어휘력이나 읽기 능력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시각적 미디어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오히려 읽기 능력은 저하되기도 했다. 또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은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정보들을 쏟아낸다. 이러한 미디어에 적응한 결과 사람들은 한 가지에 잘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되었다. 3)



유동 지능 높이기



00IQ_thinking

지능만 높다고 꼭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지능이 높으면 좋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머리가 좋아진다는 약이나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능은 후천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인지증강제(cognitive enhancement drug)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와 안전성이 모두 검증된 인지증강제는 없다.


지능은 유전이나 환경적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모든 인간 능력과 마찬가지로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결정지능은 정의상 경험과 학습의 산물이다. 당연히 결정지능은 공부를 하면 증가한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푸는 능력인 유동지능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다. 물론 지능 검사도 시험이기 때문에 자꾸 풀어보면 유형에 익숙해져서 좀 더 잘 풀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지능 자체가 향상된 것은 아니다. 다른 유형의 문제를 풀게 하면 바로 원래 수준의 점수로 돌아간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동지능도 훈련을 통해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수잔 재기(Susanne Jaeggi)는 사람들에게 강도 높은 작업기억 훈련을 시키면 유동지능이 향상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훈련은 지능이 낮은 사람은 물론이고 이미 지능이 높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4)


업기억(working memory)이란 여러가지 정보를 잠시동안 머리 속에서 다룰 수 있는 기억을 말한다. 사람의 작업기억 용량은 무척 작다. 단순히 잠시 동안 떠올리는 정도라면 5~9가지 정보를 생각할 수 있다. 요즘 핸드폰 전화번호가 보통 8자리기 때문에 잠시만 주의를 놓쳐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단순히 떠올리는 정도가 아니라 이런 정보들을 다루자면 용량은 더 작아져서 한 번에 3~4가지 정보만 다룰 수 있다. 작업기억의 용량은 무척 작기 때문에 1~2가지 정보만 더 다룰 수 있다고 해도 큰 차이가 나게 된다. 따라서 작업기억의 용량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다면 유동지능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작업기억을 늘리는 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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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재기가 사용한 훈련 방법은 작업기억을 측정하는 방법인 “엔-백(n-back)”이라는 검사를 거듭해서 시키는 것이었다. “엔-백”은 “n번 이전”이라는 뜻으로 n이 가리키는만큼 이전의 그림이나 소리와 지금의 그림이나 소리를 비교하는 것이다. n이 1, 2, 3으로 증가하면서 검사는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이해하기 어려우니 예를 들어보자.


2-백의 방법: 글자를 순서대로 들으면서 앞의 앞 글자와 지금 들은 글자를 비교한다 » 2-백의 방법: 글자를 순서대로 들으면서 앞의 앞 글자와 지금 들은 글자를 비교한다


여러 개의 글자를 한 글자씩 소리 내어 읽어준다고 해보자. n이 2인 경우, 즉 “2-백”일 때면 지금 읽어주는 글자와 2번 전, 즉 앞의 앞 글자를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가, 다, 마, 라”라고 읽어주었고 “마”라고 읽어주면 2번 전인 “마”와 같다. 그리고 이어서 “사”라고 읽어주면 2번 전은 이제 “라”가 되므로 다르다. 이런 판단을 글자를 불러줄 때마다 계속하는 검사이다.


2-백을 할 때 머리 속에서 이뤄지는 작업: 3번 전의 글자를 버리고 2번 전의 글자와 지금 들은 글자를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 2-백을 할 때 머리 속에서 이뤄지는 작업: 3번 전의 글자를 버리고 2번 전의 글자와 지금 들은 글자를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단순히 글자를 기억하는 것이라면 앞서 말했듯이 5~9개를 기억하는 것도 거뜬하다. 하지만 엔-백 검사에서는 글자를 기억하고, 잊고, 비교하는 작업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다시 앞서의 예로 돌아가면 “마”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작업기억에는 “마, 라, 마”가 들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두 글자를 비교한 다음에 바로 첫 번째 “마”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소리 “사”를 넣어 “라, 마, 사”로 기억의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계속해서 해내야 하는 것이다.

 

 

짧은 훈련으로도 작업기억과 유동지능이 향상된다



00IQ_brain

재기는 실험참여자들을 19일 동안 엔-백으로 훈련을 시켰다. 그러자 사람들의 작업기억은 꾸준히 증가했다. 평균적으로 “3-백” 정도를 하던 실험참여자들은 훈련 10일째가 되자 “4-백”을 하기 시작했고 19일째는 “5-백”에 도달했다. 물론 다른 실험에서도 물론 같은 검사를 거듭해서 훈련하면 점수는 상승했다. 하지만 이 실험에서는 다른 종류의 지능 검사에서도 점수 상승이 나타났다. 훈련 전의 지능검사와 비교할 때 0.65 표준편차, 보통 IQ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하면 10점 정도가 상승한 것이다.


물론 훈련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지능 검사를 다시 보면 점수가 오르기는 한다. 앞서 말했듯이 유형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훈련을 하지 않고 시험만 다시 본 대조군의 점수는 0.25 표준편차, 4점 정도 상승하는데 그쳤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6점 정도가 상승한 셈이다. 6점이라고 하니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IQ 100에서 IQ 106이 되었다면 상위 50%에서 상위 34%가 된 것이고, IQ 110에서 IQ 116이 되었다면 상위 25%에서 상위 14%가 된 것이다. 19일의 훈련으로 얻은 성과치고는 대단히 큰 차이다. 그리고 재기의 다른 연구에서는 한 번 이렇게 훈련을 하면 그 효과가 3개월 후에도 여전히 지속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5)


재기의 연구는 큰 화제가 되어서 인터넷에서 “n-back”으로 검색을 해보면 무료로 해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웹사이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엔-백 훈련으로 지능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또 훈련의 효과가 3개월을 넘어 1년, 2년까지도 계속 지속될 수 있는지는 아직까지 완벽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능을 높이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상쩍은 약을 먹는 것보다는 훈련을 해볼 만하다.



천재는 하늘만이 내리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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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대단한 성취를 거두었을 때, 그를 두고 “천재”라고 부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천재(天才)는 한자로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는 뜻한다. 한국어 “천재”에 해당하는 영어 “genius”도 “수호신”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나와 17세기부터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런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뛰어난 능력이 ‘타고난’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능력에는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천재”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성취는 결코 “타고난 능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작 뉴턴은 1666년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1687년에 만유인력의 개념으로 체계화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이디어는 1907년에 얻었지만 1915년에야 완성을 한다.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두 명의 천재들도 자신들의 가장 큰 업적을 위해 21년과 8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6)


성취는 재능에 더해 노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재능조차 훈련을 하면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천재”란 글자 그대로의 의미처럼 결코 하늘만이 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땅에서도 노력을 양분 삼아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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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 박사과정
마음과 뇌의 작동 방식을 수학, 통계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시늉내는 계산 모델링(computational modeling)을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 euphoris@gmail.com       트위터 : @aichupanda        
블로그 : Null Model(nullmodel.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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