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의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공부 잘 하는 법’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자 한국 사회의 주요한 정치적 의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잘못된 공부법으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정치 논쟁에선 과학적 근거를 갖춘 경우를 보기 어렵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뇌과학을 통해 우리시대의 공부법을 들여다 봅니다.

[연재]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못한다?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13)

 

 

 

00brain2 » 사람 뇌의 모형물. 한겨레 자료사진

 

 

흔히 학교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머리가 좋다”라는 칭찬을 받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머리가 나쁘다”라는 타박을 듣는다.

“머리가 좋다, 나쁘다”라는 말은 그 사람의 지능이 높고

낮음을 가리킨다. 이는 한 사람의 성취가 그 사람의

지능에 좌우된다는 생각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지능은 무엇이고, 지능과 공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능이란 무엇인가?



00cube지능(知能, intelligence)은 글자 그대로 지적인 능력이다. 배우고, 이해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러한 모든 능력들을 말한다. 당연하게도 인간이라면 모두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동물들도 제각각 지능을 가지고 있다. 식물들도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인간이나 동물이 가진 지능을 자연지능(natural intelligence)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자연지능의 구조와 원리를 파악하여 기계적으로 본뜬 것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인터넷에서 문서를 찾아주는 검색엔진이나 스스로 집을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 사람의 얼굴에 알아서 초점을 맞춰주는 카메라 등 소박하지만 쓸모 있는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들을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기계마다 목적에 따라 구현 방식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청소기와 카메라 중에 어느 쪽이 더 지능이 높은지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각자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동물이 더 지능이 높으니 낮으니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물마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풀어야 할 문제가 다르다. 개구리의 뇌에는 파리를 탐지하는 특수한 장치(fly detector)가 들어 있지만, 인간에게는 그런 장치가 필요 없다. 물론 여름철 성가신 파리를 쫓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개구리에게만큼 절실하지는 않다. 그러니 인간이 파리를 잘 탐지하지 못한다고 개구리보다 지능이 낮다고 할 수 없으며, 반대로 인간에게 특수한 능력이 개구리에게 없다 해서 개구리가 인간보다 지능이 낮다고도 할 수는 없다. 개구리와 인간은 그냥 서로 다른 종일 뿐이다.



지능을 비교하기는 간단치 않다



00cube개구리와 인간의 지능을 비교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종인 인간끼리도 지능을 비교하기는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도 지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다”, “영리하다”, “지혜롭다”, “현명하다” 등등 지능에 대한 표현들을 보아도 각기 가리키는 바가 다르다. 머리가 좋다는 식의 표현은 어느 문화에나 있지만 구체적인 뜻은 그 문화를 둘러싼 환경에 따라 다르다. 태평양의 어느 섬 지역에서는 머리가 좋다는 말이 배를 몰아 섬 사이로 잘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또한, 사람의 뇌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여러 영역들로 이뤄져 있고, 또 사람들은 다양한 맥락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만큼 지능도 단순한 높고 낮음보다 여러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지능이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 가지 능력들로 이뤄져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런 능력들 중에도 좀 더 일반적인 기능이 있고 특수한 기능이 있다. 사람의 몸을 생각해보면 뇌나 심장처럼 다른 모든 기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멈췄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기관도 있는가 하면, 팔다리처럼 살아가는 데 중요하긴 하지만 없어도 치명적이지는 않은 기관도 있다. 지능의 구성도 비슷하다.



지능의 3계층



00cube지능의 구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지만 널리 받아들여지는 카텔-혼-캐롤 이론(Cattel-Horn-Carroll theory)에서는 지능을 3계층으로 나눈다. 첫번째 계층에는 여러 가지 특수한 능력들이 포함된다. 캐롤(Carroll)은 첫 계층에 포함되는 능력을 69가지로 분류했다. 길포드(Guilford) 같은 학자는 150가지로 분류하기도 했다. 이런 능력들 하나 하나를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저 아주 많은 능력들이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해두자.


그다음으로 두번째 계층에는 좀 더 일반적인 지능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과 결정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이다. 간단히 말하면 유동지능은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고, 결정지능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체로 유동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결정지능도 높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계층에는 ‘일반지능(general intelligence)’이 있다. 일반지능은 이름 그대로 가장 일반적인 지능, 지능의 모든 구성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지능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찰스 스피어만(Charles Spearman, 1863-1945)은 여러 종류의 서로 다른 지능검사의 점수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한 검사를 잘 하는 사람은 대체로 다른 검사도 잘하더라는 것이다. 스피어만은 이러한 상관관계로부터 일반지능이라는 개념을 도출했다.


일반지능은 직접적으로 측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검사들 사이의 상관관계로부터 도출된 개념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다. 어떤 학자들은 일반지능이 통계적 인공물(artifact)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일반지능이 존재한다는 점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다만 일반지능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원리에 바탕을 두는지는 확실치 않다. 일반지능이 높은 사람은 신경의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다는 주장이 있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확실치 않다.1)



지능지수, IQ의 의미



00cube지금까지는 지능의 복잡성과 비교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조건을 한정한다면 사람들의 지능을 비교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배를 모는 능력이라면 더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덜 잘 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 사회의 맥락에서는 배를 잘 모는 사람을 두고 똑똑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무슨 기준으로건 그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사람들 사이에 잘하고 못하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학교 공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지능을 비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능의 비교방법은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 즉 IQ다. 최초의 IQ 검사는 프랑스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 1857-1911)가 만들었다. 비네의 검사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었으나, 나중에는 특수교육만이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학업적성검사(Scholastic Aptitude Test, SAT)라는 IQ검사를 만들어 대학입시에 사용했고, 한국도 1993년부터 학력고사 대신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실시하고 있다.


IQ는 어떤 절대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값이 아니라 같은 나이 대 사람들과 비교한 상대적 능력을 나타낸다. 원래 비네의 IQ는 정신연령을 신체연령으로 나눈 값을 썼지만 요즘에는 평균이 100이고 표준편차가 15인 정규분포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IQ가 110이면 동일 연령을 기준으로 상위 25%라는 뜻이다.


가끔보면 무슨 근거인지 몰라도 IQ가 몇 백을 넘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정규분포는 그 특성상 수치가 커질수록 확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론적으로 IQ가 160을 넘는 사람도 10만명 중에 3명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IQ검사 점수표에도 그렇게 높은 점수는 나오질 않는다. IQ가 수백이라는 말은 쉽게 말해 500점 만점인 수능에서 1000점을 맞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IQ가 높으면 공부를 더 잘 하나?



00cube그렇다면 IQ가 높은 학생이 학업성취도도 높을까? 여러 조사에 따르면 IQ는 성적 차이의 25% 정도를 설명한다. 다시 말해 IQ가 높으면 대체로 공부도 잘 한다. 물론 IQ가 성적 차이를 100%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념해둘 필요가 있다. 학업성취도에는 IQ말고도 친구나 교사로부터 받는 영향, 학업 태도, 성실성, 학습법 등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플린(James Flynn)의 계산에 따르면 미국에서 백인 학생들이 동양계 학생들만큼 성적을 받으려면 IQ가 10~20은 더 높아야 한다. 다시 말해 IQ 100인 동양계 학생은 IQ 115인 백인 학생의 성적이 비슷하다.2)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대체로 IQ가 높은 학생들이 성적도 높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앞서 일반지능이 높은 사람은 신경의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르다는 주장을 소개한 바 있다. 쉽게 말해 IQ가 높으면 머리가 좀 빨리 돌아간다. IQ 검사 자체가 짧은 시간 동안 문제를 많이 풀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IQ가 높은 사람은 적어도 두 가지가 유리하다. 우선 학교 성적도 IQ 검사와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개의 문제를 푸는 지필 검사로 매겨진다. IQ가 낮은 학생이라도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IQ가 높은 학생만큼 풀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확실히 더 걸린다. 그러니 IQ가 높은 학생들은 같은 시간동안 시험을 보면 성적을 더 잘 받을 수 있다.


그리고 IQ가 높으면 좀 더 빨리 배울 수도 있다. 존 앤더슨은 대학생들에게 ‘리습(LISP)’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는 실험을 해보았다. 어떤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배우는 속도가 더 빨랐다. 우선 다른 언어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본 학생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 학생들보다 더 빨리 배웠다. 그리고 수능(SAT)에서 수리영역 성적이 높은 학생들도 역시 성적이 낮은 학생들보다 더 빨리 배웠다.3) 미국의 수능인 SAT는 한국 수능보다 좀 더 IQ 검사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태 효과(Matthew effect)”도 한 가지 원인이 될 수 있다. ‘마태 효과’란 성경의 마태복음 25장 29절에 “가진 사람에게는 더 주어서 넘치게 하고, 갖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있는 것마저 빼앗을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간단히 말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리킨다. IQ가 높은 학생들은 초반에 공부를 잘 하게 되고 이렇게 얻은 지식과 자신감으로 공부를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IQ 자체보다도 이런 차이가 누적 돼서 더 큰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4)



IQ는 여러 가지 조건들 중 하나일 뿐



00cubeIQ가 높을수록 대체로 성적도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성적은 IQ만으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차이는 다른 요소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앤더슨의 실험에서도 경험이 있고 수능 수리 영역의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더 빨리 배운 것은 사실이지만 충분한 연습을 시키면 경험이 부족하고 수능 성적이 더 낮은 학생들도 결국 똑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결국 학생들의 실력은 IQ가 아닌 학습량에 따라 갈렸다.


심리학자 스티븐 세시(Stephen Ceci) 같은 학자는 IQ가 지능의 복잡성을 모두 다루지는 못한다고 비판한다. 세시는 IQ가 단순한 문제를 빨리 풀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할 뿐이고 인간의 지능은 훨씬 더 복잡하다고 지적한다. 세시는 경마 전문가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점을 보여주었는데, 경마에 대해서라면 IQ에 관계없이 전문가들은 비전문가들보다 고도로 복잡한 추론을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경마전문가들의 경기 결과 예측 능력은 IQ와 별 상관관계가 없었다.5)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체격 조건이 좋으면 운동도 더 잘 한다. 하지만 체격이 좋아도 태도가 나쁘고,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배어있으며,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운동을 잘 할 수 없다.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려면 모든 조건이 완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금메달리스트들 중에도 불리한 조건을 극복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IQ는 여러 가지 조건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00brain »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정태섭 박사 작품, <지혜의 산실 >.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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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 박사과정
마음과 뇌의 작동 방식을 수학, 통계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시늉내는 계산 모델링(computational modeling)을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 euphoris@gmail.com       트위터 : @aichupanda        
블로그 : Null Model(nullmodel.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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