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의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공부 잘 하는 법’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이자 한국 사회의 주요한 정치적 의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잘못된 공부법으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정치 논쟁에선 과학적 근거를 갖춘 경우를 보기 어렵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뇌과학을 통해 우리시대의 공부법을 들여다 봅니다.

[연재] '채찍'은 능사가 아니다

인지과학으로 푸는 공부의 비밀 (7)


 

00penalty » '처벌'의 효과는 '착시'에 의한 오해인 경우가 많으며 되레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박승화 기자

 

 

간단한 실험을 하나 해보자. 주사위를 던져서 1, 2처럼 작은 수가 나오면 주사위를 야단 치고, 5, 6처럼 큰 수가 나오면 칭찬을 해보자. 미친 짓처럼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주사위는 야단을 맞으면 더 큰 수를 내고 칭찬을 받으면 낮은 수를 내기가 십상이다. 마치 주사위에게 야단을 치면 효과가 있고, 칭찬을 하는 건 아무 소용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주사위에게 귀가 달리지 않은 이상 그럴 리는 없다. 비밀은 이렇다. 주사위는 원래 1부터 6까지 수를 고르게 낸다. 이번에 1이 나왔다면 다음에 또 1이 나올 가능성은 1/6이다. 야단을 치지 않아도 원래 주사위는 1보다 큰 수를 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6이 나왔다면 역시 6이 나올 확률도 1/6이다. 칭찬을 해봤자 처음부터 주사위는 6보다 작은 수를 낼 확률이 높다. 이 모든 것은 확률이 일으키는 착시에 지나지 않는다.

 

 

 

처벌이 보상보다 흔한 이유


이제 상황을 조금 바꾸어보자. 똑같은 실력을 가진 사람이 똑같은 수준의 시험을 보더라도 항상 똑같은 점수가 나오지는 않는다. 시험 점수는 운에 따라 조금 높아질 수도 있고 조금 낮아질 수도 있다. 이런 점수의 오르내림은 주사위 던지기나 다름 없다. 시험 점수에 따라 학생을 칭찬하거나 야단을 쳐보면 주사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야단을 치는 편이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칭찬을 하면 아이들이 긴장이 해이해져서 안 되고 야단을 쳐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한다고 믿는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교사나 관리자들도 많다.


물론 주사위와 달리 사람은 보상 받는 행동을 더 하고, 처벌 받는 행동은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아이가 친구들과 다툴 때 야단을 치면 바로 싸움을 그친다. 하지만 아이가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고 있을 때 칭찬을 해도 아이가 그 상황에서 더 할 일은 없다. 이미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벌을 줄 때는 이미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당장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지만, 보상을 줄 때는 이미 상황이 좋기 때문에 더 좋아질 수는 없다. 부모나 교사처럼 어른들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아이들에게 받는다. 피드백은 빠를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처벌하는 행동을 더 쉽게 학습한다.


게다가 벌이 상보다 주기 더 쉽다 사람을 심하게 벌하려면 맨 손으로도 할 수 있지만, 크게 상을 주려면 여러 가지로 수고롭다. 결국 처벌은 주기도 쉽고, 더 효과적으로 보이며, 그 효과도 빨리 나타난다. 반면 보상은 주기도 힘들고, 덜 효과적으로 보이며, 그 효과도 느리게 나타난다. 보상보다 처벌이 흔한 것은 무리가 아니다.

 

 

 

 

처벌의 한계와 부작용


물론 처벌에는 보상에 없는 강력한 효과가 있기도 하다. 인류의 조상이 진화한 환경은 온갖 위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 한 번의 방심이나 실수로도 쉽게 죽음에 이르렀다. 매우 조심스러운 인간들만이 그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현생 인류는 그들의 후손이다. 따라서 우리는 독성을 나타내는 고약한 냄새와 맛,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신체적 고통,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사회적 고립을 극단적으로 피한다. 지난 회에 소개했던 '가르시아 효과(먹고 체한 음식을 피하는 현상)'이 그러한 예다. 강력한 처벌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처벌도 피드백이기 때문에 다른 피드백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좁게 자주 주어져야 효과적이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처벌은 무언가를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처벌이 아무리 효과적이어봐야 사람이 할 수 있는 수 많은 행동 중에 한 가지 행동을 막는 데 그친다. 긍정적 행동을 장려하는 게 아니라 부정적 행동을 금지할 뿐이다.


게다가 처벌을 통해 처벌자가 무서워 피하려 하며, 처벌자만 없으면 처벌된 행동을 다시 하는 부작용도 있다. 무서운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에는 매가 두려워 조용히 있던 학생들도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 들어오는 시간에는 떠든다. 과속탐지기로 과속을 처벌하면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과속탐지기가 있는 구간에서만 속도를 줄이고 그 구간을 벗어나기 무섭게 속도를 높인다.


그 외에도 처벌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다. 사람은 처벌을 받으면 공격적이 되고, 처벌자의 행동을 보고 배워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도 한다. 도저히 처벌을 피할 수 없으면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처벌은 주의 깊게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행동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벌을 할 때 화가 나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


부모나 교사도 사람이니까 화가 날 수는 있다. 하지만 벌은 기분 따라 주면 안 된다. 기분이 좋을 때는 눈감아주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사소한 일로도 호되게 야단친다면 처벌의 강도는 잘못한 정도가 아니라 어른의 기분에 수반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고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법을 배운다.


처벌이 문제 행동을 빈번하게 만들기도 한다. 영어 속담에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는 말이 있다. 때때로 처벌은 다른 보상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가 아무리 야단을 쳐도 계속 말썽을 피운다. 왜냐하면 말썽을 피울 때만 무관심한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처벌은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당연히 감내해야 할 고통에 지나지 않는다. 처벌을 할수록 아이는 그 행동을 더 많이 한다.


처벌은 효과적일 때도 문제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처음에는 약하게 나중에는 강하게 처벌을 한다. 법원도 초범에게는 관대한 벌을 내린다. 그런데 여러 실험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처벌의 강도를 천천히 올리면 처벌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효과적이지 못하다. 나중에는 약하게 하더라도 처음부터 강하게 처벌해야 효과가 있다. 예전에는 군에 입대하면 훈련소 입소식을 마치자마자 얼차려부터 주었다. 이런 것을 ‘군기 잡는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만 말하면야 효과는 확실하다. 그렇지만 초범을 상습범보다, 유치원생을 고등학생보다 더 심하게 벌해야 한다면 지나치게 잔인하다.

 

 

 

처벌의 대안들


그렇기 때문에 처벌은 될수록 하지 않는 게 좋다. 어쩔 수 없이 처벌을 해야 할 때도 다른 방법들을 함께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아예 처벌할 행동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텔레비전을 많이 본다고 잔소리를 하는 대신 아예 집에서 텔레비전을 치워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텔레비전을 안 보는 게 아니라 단지 볼 수 없을 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 행동이 무언가 좋은 결과를 주기 때문이다. 행동을 해도 결과를 얻을 수 없으면 결국에는 그 행동도 그치게 된다. 이것을 소거(extinction)라고 한다. 소거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역시 단점이 있다. 사람들은 이제까지 좋은 결과를 낳던 행동으로 더 이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바로 그만 두는 게 아니라 그 행동을 더 많이 하는 ‘소거 격발(extinction burst)’이 나타난다.


한 가지 예가 울화행동(tantrums)이다. 가끔 아이들은 원하는 걸 얻지 못하면 떼를 쓴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요구를 받아주면 아이는 떼 쓰는 행동에 보상을 받는다. 울화행동을 소거하려면 부모가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보통은 소거 격발이 일어나서 아이는 더 심하게 떼를 쓴다. 많은 부모들이 여기서 참지 못하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만다. 이렇게 하면 아이에게 지금보다 더 심하게 떼를 써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는 어설픈 시도가 아이의 버릇을 더 심하게 망치는 셈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말썽을 부리는 아이에게 평소에도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면 더 이상 말썽을 부릴 이유가 없다. 더 이상 관심이 말썽에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비수반적 강화(non-contingent reinforcement)라고 한다.


못하는 점을 고치려고 하기보다 잘하는 점을 키우는 편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공부나 운동을 잘 못하는 학생들에게 자꾸 야단을 쳐봐야 별로 소용이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잘 할 수 있도록 한 다음에 칭찬을 해주고 점점 어려운 과제를 주는 방향으로 끌어 가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꼭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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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명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 박사과정
마음과 뇌의 작동 방식을 수학, 통계학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시늉내는 계산 모델링(computational modeling)을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 euphoris@gmail.com       트위터 : @aichupanda        
블로그 : Null Model(nullmodel.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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