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전자 가위’ 단백질(‘Cpf1’) 등장하나

펑장 연구진 ‘CRISPR/Cpf1 시스템’ 제시

새로운 염기서열 인식하며 작은 몸집 장점


00Crispr-cpf1_BroadInstitute.jpg »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은 여러 박테리아 종에서 발견되는데, 이것은 바이러스 감염에 맞서 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으로 진화해왔다. 영상은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모습. 유전자 가위라는 유전체 편집 기법은 자연의 크리스퍼 시스템을 응용해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출처/ Broad Institute/Science Photo Images. http://www.broadinstitute.org/


DNA_animation.gif » DNA의 구조 모형. 출처/ Wikimedia Commons. 근에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이라고 불리는, 세균의 적응 면역 체계를 이용한 유전체(게놈) 편집 기법이 생물학 연구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 기법은 Cas9 단백질과 이 단백질이 유전체 표적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아르엔에이(RNA)가 합쳐진 복합체를 이용하여, 수만 개의 유전자 중 원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잘라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엔에이(DNA)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기존의 생물학 연구 기법에 비해 몇 가지 뚜렷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DNA를 절단하는 데에 단백질과 RNA 정도만 있으면 될 만큼 필요한 재료가 적고, 그 크기도 작아 만들기도 비교적 간편해 실험하기에 편리하다는 것 등이 그런 장점으로 꼽힙니다. 또한 20여 개의 DNA 서열을 인식하기 때문에 상당히 정밀하게 유전체의 특정 위치를 잘라낼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전자 편집 기법 혁명…몇가지 부족한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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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법을 이용해 유전체의 특정한 DNA 부분을 자르고 나면, 잘린 양끝은 DNA 수선 메커니즘에 의해서 다시 붙게 됩니다 (그림 1). 보통은 양끝을 조금씩 잘라내거나 한 뒤 대충 이어 붙이지만(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때로는 양끝과 비슷한 서열을 지닌 다른 DNA를 이용해 더 정확하게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homology-directed repair; HDR). 연구자들은 이 두 가지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망가뜨리거나(주로 전자) 새로운 DNA를 유전체에 집어 넣는 일(후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기법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일이 이제는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일로 바뀐 겁니다.

00Crispr_Cas9.jpg » Cas9 단백질을 이용한 DNA 자르기. 잘린 DNA는 양끝이 모두 이중나선인 뭉뚝한 말단(blunt end)를 생성하는데, 이는 NHEJ나 HDR 등 DNA 수선 메커니즘을 이용해 다시 붙게 됩니다.[주 6]

그러나 여전히 이를 이용한 유전체 ‘편집’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충 잇는 방식을 이용한 유전자 망가뜨리기는 매우 높은 확률로 가능하지만 원하는 위치에 외부 DNA를 꼭 들어맞게 집어넣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후자가 일어나는 데 필요한 HDR은 NHEJ보다 낮은 빈도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1]


이뿐 아니라 생각지 못한 돌연변이를 만들 수도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절단 부위를 표시하는 ‘20여 개 DNA 서열’ 단위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단순히 계산했을 때에는 4(DNA 구성 물질인 핵산 종류)의 20 제곱, 즉 무작위로 만들어 낸 DNA 조합 1조 개 중 단 한 개의 DNA 조합에만 달라 붙을 것입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진 않아서, 실제로는 사람의 유전체 약 30억 염기쌍 중에서도 원치 않는 다른 위치에 들러 붙어 생뚱맞은 유전자를 바꾸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2][3]


요컨대, 크리스퍼/카스9 기법은 기존 기법보다는 월등히 뛰어나지만 여전히 몇몇 제한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론 만족하지 못한 연구자들이 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절단 새로운 도구 ‘Cpf1’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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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최근에 그 대안을 모색하는 새로운 연구논문이 나와 눈길을 끕니다. 유전체 편집 분야의 대가인 미국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의 펑 장(Feng Zhang) 박사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셀(Cell)>에 게재한 논문에서, Cas9 단백질을 대신해서 유전체 편집 기법에 쓸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인 ‘시피에프1(Cpf1)’을 찾았다고 보고했습니다.[4]


연구진은 이 단백질의 특성을 자세히 연구해 밝혔는데, 먼저 눈에 띄는 점은 Cas9 단백질보다 크기도 작고 필요한 유도 RNA (guide RNA) 길이도 Cas9의 그것보다 절반 정도(약 45 nt)로 짧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외에도 Cpf1 단백질이 어떤 서열을 인지하는지, 유도 RNA의 어떤 부분이 자르는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지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으론 16종의 서로 다른 세균에 존재하는 다양한 Cpf1 유전자를 조사하고, 이 중 어떤 종의 것이 사람 세포주에서 유전체 편집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특성은 표적 DNA에 대한 선택 폭을 넓혀준다는 점입니다. Cas9 단백질을 비롯한 기존 크리스퍼 시스템에 쓰이던 여러 단백질들은 대부분 DNA의 특정 위치에 염기 ‘구아닌(G)’이 두어 개 있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Cpf1 단백질은 ‘티민(T)’이 여럿 있는 서열을 이용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조작하고 싶은 유전체 부근에 구아닌이 없어 Cas9 단백질로 표적을 잡기 어렵다면, 대신 Cpf1 단백질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선택지가 생긴 것입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Cpf1 단백질이 외부 DNA를 유전체에 집어넣는 데에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는 연구진의 의견입니다. 이는 Cpf1 단백질이 DNA를 자를 때, 이중나선의 두 가닥 중 바로 마주 보는 위치가 아닌 조금 떨어진 위치를 잘라낸다는 점(그림 2)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00Crispr_Cpf1.png » Cpf1 단백질을 이용한 DNA 자르기. 마주보는 위치가 아닌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DNA 이중나선을 자르기 때문에 다른 DNA 서열과 쉽게 붙을 수 있는 끈끈한 말단(sticky end)을 생성합니다.[주 4]

Cas9 단백질이 잘라낸 DNA에는 다른 DNA가 쉽게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DNA를 유전체에 넣으려면 드물게 일어나는 HDR 메커니즘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림 1). 하지만 Cpf1 단백질을 이용하면 DNA 양끝에 이중나선의 한 가닥이 노출되고, 이 노출된 부분에는 이 DNA의 짝이 되는 다른 DNA가 쉽게 달라붙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드물게 일어나는 HDR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외부 DNA가 원하는 위치에 저절로 붙을 수 있어, 더 쉽게 원하는 DNA를 유전체에 집어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정작 논문에서는 해당 주장과 관련된 실험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 않아 연구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것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제시된 대안, 남은 후속 실험과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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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결과가 시험관과 대장균, 사람 세포주 등 제한된 조건에서 실험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논문 결과의 의미가 제한적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비평하기도 합니다. 또 Cas9 단백질을 이용한 시스템이 지닌 한계처럼, Cpf1 단백질이 엉뚱한 DNA를 표적으로 삼진 않는지, 연구진의 주장처럼 실제로 DNA 삽입이 잘 되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 받고 있습니다.


한편 다른 이들은 이 논문을 들어 Cas9 단백질 외에 유전체 편집에 쉽게 쓸 수 있는 다양한 단백질을 찾을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지금도 생물정보학을 바탕으로 Cas9 단백질과 Cpf1 단백질 외에 단백질 한 개와 RNA만으로 DNA를 자를 수 있는 후보 단백질이 더 추가되고 있으며, 실제로 그 활성이 실험을 통해 검증되고 있습니다.[5]


자연에 이미 존재하던 다양한 제한효소(DNA를 절단하는 단백질)를 발굴해, 원하는 용도에 맞춰 쓰고 있는 현재 생물학 연구처럼, 언젠가는 유전체 편집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크리스퍼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루기 더 쉽고 더 정확하며 더 높은 효율로, 즉 마음대로 유전체를 편집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주]


[1] Chu, V.T. et al. Increasing the efficiency of homology-directed repair for CRISPR-Cas9-induced precise gene editing in mammalian cells. Nat Biotech 33, 543-548 (2015).

[2] Fu, Y. et al. High-frequency off-target mutagenesis induced by CRISPR-Cas nucleases in human cells. Nat Biotech 31, 822-826 (2013).

[3] Pattanayak, V. et al. High-throughput profiling of off-target DNA cleavage reveals RNA-programmed Cas9 nuclease specificity. Nat Biotech 31, 839-843 (2013).

[4] Zetsche, B. et al. Cpf1 Is a Single RNA-Guided Endonuclease of a Class 2 CRISPR-Cas System. Cell 163, 759-771.

[5] Shmakov, S. et al. Discovery and Functional Characterization of Diverse Class 2 CRISPR-Cas Systems. Molecular Cell.

[6] Ran, F.A. et al. Genome engineering using the CRISPR-Cas9 system. Nat. Protocols 8, 2281-2308 (2013).


김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생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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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생(석사과정)
“먹고 살 걱정 하는 세상을 넘어, 놀고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포스텍에서 학부를 졸업하고서 2015년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생명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열정과 기쁨을 다른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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