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물체 공중부양, ‘잡고 돌리고 당기고’

영국·스페인 연구진, 단일평면 음파로, 물체 운동 조절 ‘견인 빔’ 구현


00utrasoundlevitation.jpg » 단일 평면의 플랫폼 위에서 64개 초음파 스피커를 이용해 물체를 허공에 띄운 모습. 출처/ 유투브 동영상 https://youtu.be/6hE6KjLUkiw


‘손 안 대고, 바람이나 자석, 정전기 도움 없이 물체를 공중에 띄우기.’

소리를 이용해 작은 물체를 허공에 띄우는 ‘음파 공중부양’의 기술에서 새로운 연구개발 성과가 나왔다. 소리는 일종의 압력파이기에 가청음파도 고막을 울릴 정도이어서, 그것이 아주 강하다면 물체를 움직일 수도 있다. 음파를 이용해 물체를 움직이는 기술은 이미 20세기 말에 구현됐으며, 허공에 물체를 띄우는 공중부양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연구개발도 이어져 왔다. 2013년에는 스위스 연구진이 음파와 그 반사파를 이용해 물체를 공중에 띄우고서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해 발표한 바 있다(아래 사진).


00levitation1.jpg » 음파로 허공에 띄운 액체 방울. 출처/ Dimos Poulikakos


[음파로 금속나트륨과 물방울을 허공에 띄운 뒤 서로 부딛혀 발열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장면.

비메오 동영상 https://vimeo.com/70345507 출처/ Dimos Poulikakos]


[음파로 물체를 허공에 띄우는 기존 기술의 예. 유투브 동영상 https://youtu.be/669AcEBpdsY 출처/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음파가 물체를 공중부양해 움직이다 (2013. 07. 16)

    http://scienceon.hani.co.kr/112863



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13년 음파 공중부양 기법이 음파 발생판과 그 반사판을 위와 아래에 두고서 물체를 움직였다면, 이번에 영국 브리스톨·서섹스대학과 스페인 나바라공립대학의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등 분야 연구진이 발표한 이번 연구개발 성과에서는 단일 평면에서 음파를 쏘아 물체를 띄우고 그 운동을 제어해 훨씬 간편한 면모를 보여주었으며, 또한 물체를 집고, 붙들고, 돌리고, 끌어당기는 상하좌우 운동의 조절에서 훨씬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서섹스대학 보도자료 | 사이언스 뉴스 보도).


연구진은 40 킬로헤르츠(kHz) 수준의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평면 플랫폼 위에 몇 밀리미터 크기의 작은 물체를 공중부양했다 (40kHz 음파는 가청음파 대역인 16-20000Hz를 넘어서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평면 판에는 작은 스피커를 64개나 배열해, 각 스피커의 음파 발생을 조절하면서 작은 물체를 허공에서 붙들고,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휘돌게 했다. 이전에 발표된 것과 비교해 동작은 훨씬 더 개선됐다. 또한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이 빔을 쏘아 물체를 끌어당기는 이른바 ‘견인 광선’과도 같은 효과를 음파로 구현해 보여주었으며, 연구진은 이를 ’견인 빔(tractor beam)’이라고 불렀다.


[ 유투브 동영상 https://youtu.be/6hE6KjLUkiw ]


00ultrasoundlevitation2.jpg »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64개 초음파 스피커의 음파를 조절함으로써, 허공에 띄운 물체의 운동을 제어할 수 있다. 출처/ https://youtu.be/6hE6KjLUkiw 연구진이 음파로 물체 운동을 조절하기 위해 위·아래나 둘레에 음파 조절장치를 두지 않고서, 단일 면의 음파 발생만으로 물체의 공중부양과 운동을 구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알고리즘은 64개 스피커로 이뤄진 초음파 위상차배열(ultrasonic phased array)을 통해 음파들의 간섭 패턴을 조절함으로써, 마치 음파가 허공에서 물체를 집는 ‘집게’, 휘돌게 하는 ‘소용돌이’, 가두어 두는 ‘병’와 같은 보이지 않는 ‘3차원 음파 장’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허공에 3차원 형상을 만드는 ‘홀로그램’에 빗대어, 이런 소리 조절 효과를 ‘음향 홀로그램’이라고 불렀다.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를 이용하는 음파 공중부양은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접촉으로 인한 오염의 걱정 없이 순수한 상태의 실험재료를 다루는 데 이 기술을 응용할 수 있으며, 특히 음파를 이용해 몸 속의 담석이나 응고물을 제거하고 약물 캡슐을 필요한 부위로 옮기는 것처럼 의료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 논문 초록

소리는 공기, 물, 조직을 뚫고 지나며 서로 다른 크기와 재료의 물체를 공중부양 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세포, 액체, 화합물, 또는 생체을 접촉하거나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조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음파 공중부양(acoustic levitation)이 가능하려면, 표적들을 음향 요소들로 에워싸야 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그 조작에 한계가 나타났다. 우리 연구진은 초음파 위상차배열(ultrasonic phased array)를 일으키는 데 쓰이는 위상들(phases)을 최적화하여 음파 공중부양이 단일면 방출장치를 쓰더라도 입자 물체를 이동하고 회전시키고 조작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우리는 홀로그램과 같은 음향 요소 구성체제(framework)를 도입해 신속한 포획(trapping)을 가능하게 하고 광학적 포획과 음파 포획 기법을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집게, 회오리, 병 모양을 이루는 음향 구조는 견인빔(tractor beam) 또는 그릇 없는 수송에 최적화한 메커니즘으로서 제시된다. 단일 빔 공중부양은 우리 몸 내부의 물체를 조작할 수 있어, 표적 약물 전달 또는 자기공명영상을 방해하지 않는 음향 제어 마이크로머신에 응용할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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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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