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역사속에서 '과학문화' 그 정체를 추적해보자"

‘과학과 문화의 화학반응’ 연재를 시작하며





한동안 과학문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정부 기관이 나서서 과학문화 연구를 지원하기도 하고 과학문화 창달을 위한 심포지움이 열리기도 했다. 그런 일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도대체 과.학.문.화.란 무엇일까?

 

지금은 과학의 역사 공부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학부 때에는 학생들에게 과학을 재미있고 정확하게 가르치는 과학교육에 대해 공부했다. 그 시절, 한 교수님은 과학이 우리 문화와 접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다. 과학이 우리 문화가 되려면, 과학 교과서의 힘과 운동에서 서양문화인 롤러코스터 대신 우리 전통문화인 상모 돌리기를 예로 들어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하시기도 했고, 해시계나 거중기 같은 전통 문화 속에 담겨 있는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것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그 교수님은 과학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한 가지 시도를 하셨던 것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는 상모 돌리기보다 롤러코스터가 더 익숙하다. 그래서, 내게 상모 돌리기에 담긴 역학을 이해하는 일은 두 종류의 낯설음과 씨름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전통문화와 과학을 접목시키는 작업은 전통문화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기는 하겠지만, 반대로 과학을 더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데는 그 효과가 좀 약할 것 같다.



“과학문화 창달”…그러나 일방소통만 있는 건 아닌지


과천과학관2 » 과학문화의 대표적 공간인 과학관의 내부 전시물. 국립과천과학관 제공

과학관 전시나 과학자들의 강연, 과학 전문가들의 글을 통한 과학 대중화도 과학문화 창달을 위한 노력들로 머리에 떠오른다. 나도 이런 종류의 일에 종종 참여하고 있지만, 위에서 아래로, 즉 전문가에서 비전문가로의 일방통행만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이런 일방통행이 과학을 선생님에게 배우는 무엇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래서, 과학을 학생 시절에는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지만 그 시절이 끝나고 나면 손도 대지 않는 고전 소설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지금 이 곳에서 이루어지는 과학문화 발전을 위한 노력들에 이리저리 딴지를 걸고 있지만, 사실 난 아직도 과학문화가 도대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할 지 모르겠고 그걸 알아보려 할 만큼 부지런하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아무 것도 안하면서 이것도 부족하다, 저것도 부족하다 말만 할 게 아니라 뭔가 좀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라고 스스로 질타하게 된다.

 

여기 실을 연재는 역사에서 과학과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서로 녹아들어 과학문화를 만들어갔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오늘날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과학문화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 지,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반응물과 생성물이 달라지는 화학반응의 관계”

 

나는 과학과 문화의 상호작용에 대해 ‘화학반응’이라는 비유를 선호한다. 반응물과 생성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화학반응처럼, 과학과 문화의 상호작용으로 나오는 결과물인 과학문화도 반응 전의 과학과 문화와는 그 성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화합, 분해, 치환 등등의 다양한 화학반응처럼, 과학과 문화의 상호작용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사회적, 지적 조건들이 반응의 형태와 속도를 결정짓는지 탐구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형태로 과학과 문화의 화학반응을 도모해야 할 지, 그것이 이 연재를 통해 찾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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