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억년 된 지르콘 광물에 ‘생명 기원’ 단서 담겼나

미국 연구팀, “지르콘 결정 안에서 생물유래 탄소 성분 관찰”

“38억년 전 첫 생물흔적” 기존발견과 다른 논쟁적 가설 제기


00zirconLife1.jpg » 지구 생명체가 기존에 알려진 38억 년 전보다 한참 앞선 41억 년 전에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근거로 41억 년 된 지르콘 결정 안에 갖혀 보존된 생물유래 탄소 성분 물질(사진에서 화살표 부분)이 제시됐다. 출처/E.A. Bell et al(PNAS 2015), Science News


구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38억 년 전 무렵으로 보인다는 기존의 가설과 달리, 41억 년 된 광물 안에서 그때에 생명체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광물 흔적이 발견됐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은 41억 년 전 마그마 속에서 주변 광물을 함유한 채 생성된 것으로 지르콘 결정체 안에 갇힌 탄소 성분 광물을 분석한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아직 이런 결과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일 뿐이며 후속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뉴스가 전했다.


00zirconLife2.jpg » 지르콘 광물의 일반적인 모습. 이번 연구논문과는 무관. 출처/ Wikimedia Commons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소속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인 <미 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낸 논문에서, 지구 생성 직후의 시대인 명왕누대(Hadean, 설명참조 위키백과) 를 비롯해 지구 초기의 광물이 많이 발굴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잭힐스(Jack Hills) 지역에서 채집한 지르콘 결정(다이아몬드 대용품으로 쓰일 정도로 작고 단단한 광물) 시료들을 분석했더니, 생물 유래의 특성을 지닌 탄소 성분 광물이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가벼운 동위원소(12C)가 더 많은 탄소 성분 광물은 생물유래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런 탄소 성분의 흑연(graphite)이 지르콘 결정체 안에 보존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르콘 결정은 쉽게 파괴되지 않은 채 매우 오랜 동안 보존돼 그 결정 안에 가둔 다른 물질을 보존하는 일종의 '타임캡슐'처럼 여겨지며, 암석 기록이 없는 초기 지구의 환경과 생명 기원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광물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보도자료를 보면, 연구진은 잭힐스에서 채집한 지르콘 광물 시료 1만 건가량을 분석했으며, 이 가운데 79점을 자세히 분석하다가 1점의 지르콘 결정 안에서 생물유래로 추정되는 탄소 성분 물질을 발견했다.


생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소 성분 하나의 증거로, 지구 생명의 기원을 41억 년 전으로 앞당길 수 있을까? 물론 연구진도 분석에서 한 가지의 결론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생물 아닌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유래했을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탄소 동위원소들의 비율로 볼 때 생명체 물질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에 주목해 지구 초기의 생명 흔적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동저자인 마크 해리슨(T. Mark Harrison) 교수는 지구 초기의 환경이 생명체에 우호적이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기존 해석과는 달리 “초기 지구가 지옥 같고 격렬한 그런 행성은 확실히 아니었을 것”이라며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는 생명체에 더 우호적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참조 UCLA 보도자료]

00zirconLife_JackHills2.jpg »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잭힐스 지역의 위치(왼쪽), 위성에서 촬영한 잭힐스 지역의 모습(오른족). 출처/ Wikimedia Commons

과학저널 <사이언스>도 이번 분석 결과가 새로운 것이지만 아직은 논쟁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이언스> 뉴스를 보면, 41억 년 전의 물질이 과연 지르콘 안에 담겨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되었을지, 당시에 유기물질이 마그마 환경에서 살아 남아 흑연으로 보존될 수 있었는지, 지르콘 안의 탄소 성분 물질이 생물 유래가 아닌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 생성됐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와 같은 물음들은 이번에 발견된 지르콘 시료 하나만으로 확인하기 어렵기에, 앞으로 여러 후속 연구와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자 엘리자베스 벨(Elizabeth Bell)도 <사이언스> 뉴스에서 이번에 제시한 것은 가설일 뿐이며 검증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앞으로 지르콘 결정 내에서 더 많은 사례들을 찾아 생물 유래 여부에 관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에 있는 ‘잭힐스 지역의 지르콘’은 앞으로 지구 초기의 환경과 생명 기원에 관한 연구에서 중요한 관심 대상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논문 요약(Significance)

“탄소 순환, 즉 생물학적 활성의 증거는 탄소동위원소에서 도출할 수 있다. 12C/13C의 높은 비율은 효소의 탄소 고정과 관련되는 두드러진 동위원소 분할 효과(large isotopic fractionation)에서 기인하는 생물 유래 탄소의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이른 38억 년 전 탄소동위원소 측정 물질은 가벼운 동위원소의 성격을 띠며 그래서 생물에서 유래한 것일 가능성을 지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지구 암석의 기록은 최대 40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뿐이며, 이 때문에 더 이른 시기에 대한 접근은 이후 형성된 퇴적층에 쌓이는 광물 알갱이(mineral grain)의 분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 연구진은 41억 년 전 지르콘에 보존된 흑연의 12C/13C 비율을 분석해 보고한다. 그 흑연이 균열 없고 안정적인 지르콘 안에 완벽하게 감싸져 있다는 것은 그것이 근래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오염을 받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12C 동위원소가 풍부하다는 특징은 41억 년 전 지구에서 생명 기원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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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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