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오세정 원장 인터뷰: '기초과학연' 어디로 가나?


사이언스온, 이철현-이종필 박사와 함께 IBS 원장 심층 인터뷰


00OSJ4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사진/ IBS



“기초과학 연구의 특성상 자율성이 주어져야 하고 장기적이고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봐요. 새로운 운영 모델, 이게 [기초과학연구원의] 굉장히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보고, 이게 훼손되면 사실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맞습니다, ‘새로운 연구환경의 역할모델 제시’ 맞습니다.”

 

지난 4월25일 낮 이철현 박사(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종필 박사(서울과학기술대 특별연구원)와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기자가 대전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회의실에서 오세정 원장을 만나 두 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오 원장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운영방식” “새로운 역할 모델”이었다. 오는 2017년까지 50개 연구단을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그동안 1차 선정평가 작업을 진행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인터뷰에서도 오 원장의 관심은 선정평가 활동에 쏠려 있었다(기초과학연구원은 인터뷰 이후인 5월7일 최종 후보에 오른 11개 연구단 가운데 10곳을 '1차 연구단'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이름대로 ‘기초과학’을 다루는 국내 최대 연구기관이면서도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거쳐 태어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여러 논란을 빚었으며, 특히 정부가 이 사업을 행정수도 수정 논란과 직접 연계하면서 과학정책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큰 우려를 낳았다. 한나라당의 국회 본회의 '날치기' 법안 처리로 과학벨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과학벨트의 핵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이 지난해 말 오세정 전 연구재단 이사장이 초대 원장에 취임한 가운데 정식 출범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기초과학연구원은 여전히 자기 정체성을 갈고 닦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인터뷰에서 오 원장은 기초과학을 진흥하기 위한 새로운 평가와 운영 방식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국가 과학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과학자들이 능동적으로, 상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되어야 하며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발언권을 갖는 과학단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단들 중에서 대학 캠퍼스에 설립되는 연구단('사이트 랩')의 성격과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50개 연구단을 지역별로 배정한 설립준비위원회의 애초 계획안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며 자격이 되지 않는 연구단을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머지 40개 연구단의 선정 과정, 대학 내 연구단의 성격, 중이온 가속기의 역할, 기존 정부출연연구소와 차별성 등과 관련해 여전히 기초과학연구원이 넘어야 할 산은 많아 보였다.

 

오 원장은 ‘당장에 응용할 수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초과학 연구의 특성’을 존중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이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아래는 이날 인터뷰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며, 일부 어색한 표현은 참석자들의 동의를 얻어 사이언스온이 다듬었다. (※ 본문 중에 영어 표현은 될수록 우리말로 옮겼으며, 이럴 경우에 실제 인터뷰에서 사용된 영어 단어는 괄호 안에 넣었다.)

 

 



■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토론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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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기초과학 발전의 길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은 어디에, 어떻게 서 있나?

- 때: 4월25일 오후 2~4시

- 곳: 대전 유성구 유성대로 기초과학연구원 회의실

- 참석자: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이철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자기공명연구부 책임연구원

이종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학문융합연구소 특별연구원(입자물리학)

오철우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운영자



00OSJinterview인터뷰는 4월25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진 왼쪽부터 이종필 박사, 이철현 박사, 오세정 원장, 오철우 기자. 사진/ IBS

 

 

 

00Q사이언스온
이번 인터뷰 취지는 홍보팀에 미리 말씀드렸는데,
오 원장님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적절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서둘러 추진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의 주요한 뼈대인 기초과학연구원에 대해서는 여러 시선들이 존재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논란과 별개로 기초과학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개발 분야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론매체로서는 한번 그 준비 동향과 발전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또한 이런 이야기를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가 기초과학연구원을 그저 소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래서 연구 현장에서 기초과학 하시는 분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인터뷰가 됐으면 해서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찾아뵙게 됐습니다.


00A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좋습니다. 형식이 괜찮은 것 같아요.

 

 

기초과학연구원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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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운영자)

그러면 준비된 질문 위주로 하면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게 있으면 추가로 질문하겠습니다. 질문할 관심사를 모아 봤는데요. 크게는 기초과학연구원의 현황, 정체성 그리고 연구단 선정과 운영방식, 이런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오세정

글쎄요, 현재 상황이 어떠냐…, 사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전체 기본계획은 이미 있고, 거기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한다 이런 건 있고…. 기초과학연구원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서는 설립준비위원회가 준비한 문건이 있어요. 대강의 골격, 조직은 어떻게 하고 이런 게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걸 따라가지만, 거기에 나와 있는 것은 조직기관을 어떻게 구성하고 뭘 한다 이런 기본만 있지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그런 건 없거든요. 거기에 마련된 틀은 그렇습니다. 2017년까지 연구단 50개 구성을 완료하는 거죠. 그중에 본원에 15개, 카이스트에 10개, DUP연합캠퍼스(대구경북과기원-울산과기대-포스텍)에 10개, 광주과기원연합캠퍼스에 5개, 기타 외부 대학에 10개, 이렇게 합해 50개 연구단입니다. 그런데 저도 과학벨트위원회에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숫자를 정해 배정하면 안 된다 했고 그래서 그 숫자는 가이드라인이고 자격(quality)이 안 되면 바뀔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__ 중요한 것은 50개 연구단을 어떤 분야로 구성할 거냐 그게 중요하잖아요. 우리 내부에는 평가위원회도 있고 과학자문위원회도 있는데, 실제로 일을 많이 하는 게 평가위원들이에요. 지금(4월25일 현재) 이분들이 연구단장 후보 11명을 뽑아 평가를 하고 있어요(* 그동안 연구단 후보로 101명가량이 응모했으며 인터뷰 당시에 11명으로 추려졌다. 인터뷰 이후인 5월7일, 기초과학연구원은 후보 11명 중에서 10명을 1차 연구단장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이언스온). 올해 계획은 25개 연구단을 뽑으라는 건데 너무 많은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되는 대로 뽑겠다 해서, 올해 3번 하는데 지금 첫 번째 라운드가 돌아가고 있는 중이죠.
__그 평가방법으로, 후보마다 따로 7, 8명의 심사위원단을 구성했습니다. 연구단장 후보가 과연 파급력(impact) 있는 일을 끌어갈 수 있는지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서 예스, 노, 홀드(hold), 이렇게 세 가지 평가를 하는 거에요. 이건 여태까지와 다른 방법입니다. 기존에 연구재단에서 창의연구단이나 우수연구센터 같은 연구단을 선정할 때에는 적은 인원수의 평가위원들이 응모자 전체를 다 살피고서 누가 제일 낫다 식으로 평가하잖아요. 그러니 불만이 뭐냐 하면 자기 분야도 아닌 사람이 앉아서 자기를 평가한다는 불만이 컸어요. 우리는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그 사람(후보)을 위해 세계 수준의 국내외 전문가 7, 8명을 모아 후보마다 심사위원단을 각각 구성한 거죠.

 

오철우
최종 후보자를 말씀하시는 거죠.

 

오세정
그렇죠. 공모한 사람 100여 명에 대해 다는 못하고 이번에 뽑힌 후보 11명을 그렇게 평가하는 겁니다. 사실상 11개의 평가단이 생기는 겁니다. 정말 세계적인 전문가가 와서, 평가 받는 사람과 거의 같은 급에 있는 사람이 평가한다는 거고. 그리고 따로 외국 전문가들한테 추천서를 10장씩 요청했어요. 다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5개쯤 온다고 치면, 열댓 명 정도가 한 사람에 대해 의견을 내는 거지요. 그걸 종합해 평가위원들이 평가하는 겁니다. 그래서 평가 방법이 과거와 다르게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절대적인 평가를 한다는 거죠. 선정평가위원회가 16명인데 위원장도 외국 사람이고, 9명이 외국에 있는 한국 사람이나 외국 사람이고 국내 사람은 7명밖에 안 돼요.
__그런 식으로 평가방법을 선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올해 연구단을 25개까지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자격(quality)이 안 되면 안 뽑을 겁니다. 이번에 11명 후보를 뽑을 때에도 행정적으로는 15명까지 뽑을 역량이 되어 있었어요. 실제로 우리가 먼저 분야 별로 사전조사단(pre-screening panel)을 만들어서 17개 연구단을 뽑아 선정평가위원회에 올렸어요. 그런데 평가위원회가 17개 중에서 6개를 빼고 11개만 하겠다고 그런 거예요. 선정평가위원들이 상당히 성의를 갖고 해요. 외국 사람들 데려올 수 없으니까 원격회의(teleconference)를 하는데 우리가 회의를 한국시각으로 밤 10시에 열면 미국은 아침 8시고 유럽은 오후 2시고 그래요. 그래서 밤 10시에 시작해서 새벽까지 회의를 했죠. 그 사람들이 17명이 올라왔는데 자기들이 보니까 11명은 거의 다 최고수준(top quality)인데 나머지는 뭔가 부족하거나 좀 더 봐야 할 사람들이니 다음 라운드로 넘기자 그랬거든요. 올해 3번하니까. 6월부터 똑같은 프로세스로 또 시작합니다.
__그런데 선정평가위원들이 항상 우리한테 물어보는 게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냐, 그걸 알아야 평가할 거 아니냐, 그럽니다. 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면, 우리가 사실 50개 연구단을 다 하더라도 예산이 7000억 원인데 막스플랑크 예산은 2조 원 넘습니다. 우리가 3분의 1밖에 안 돼요. 국내에서는 큰 사업이라지만 세계 수순에서 보면 모든 분야를 다 끌고 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연구단장의 분야와 이런 거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거든요.
__가 생각한 건 이렇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단 대학과는 중복(overlap)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대학에서 하기 힘든 장기적이거나 굉장히 큰 규모의 그룹이 필요한 일, 그게 첫째 성격이고. 두 번째는 그 중에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거, 우리나라가 하면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분야 이걸 택하고. 또 하나 세 번째는 우리가 지금은 강하지 않지만 꼭 해야 하는 기초과학 분야, 저는 환경이나 기후 이런 것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 우리가 해야 하는 분야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를 우리가 해야 할 중점 분야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상향식(bottom-up)으로 [응모 절차를 거쳐] 올라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뛰어난 사람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상향식은 세계적인 사람들을 평가위원으로 모시고서 응모한 연구단이 정말 세계와 경쟁이 되는 거냐 그걸 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이게[이런 방식으로 뽑는 연구단이] 20개쯤 되면 그걸 보고서 다음부터는 이런 걸 하겠습니다 하고 분야를 지정해 여기에 응모(apply)하십시오, 이렇게 할 겁니다.

 

오철우
지금은 분야 구분 없이 뽑는 거군요. .

 

00A오세정
분야 없이 우수한 사람을 뽑습니다. 잘 할 수 있는 사람 뽑는다고 생각하고요. 그걸 20개까지 할 거고 다음에는 꼭 해야 할 분야를 전략적으로 찾아 정해서 과제를 제시하고서 뽑는 것도 있을 테고, 이렇게 뽑는 것도 있을 테고. 그건 본원이나 사이트랩이나 상관없이 전체적으로 할 겁니다. 물론 분포도 보겠지만, 어느 캠퍼스를 특화해야 하겠다, 이런 것도 물론 고려해야 하겠고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하겠지만, 하여튼 두 가지 방법[상향식, 하향식]을 병행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꼭 해야 할 분야가 무엇인지, 캠퍼스 별로 어떻게 특화할지를 두고서 연구 과제를 시작하고 있어요. 지금 그런 단계입니다. 이게 잘 조화되어 나가면 전체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이종필 (서울과학기술대 기초학문융합연구소 연구원)
2017년까지 7000억 원이 확보되는 건가요?

 

오세정
2017년에 50개 연구단 구성이 완료될 때 기준으로 해마다 나오는 운영예산(operating money)이 7000억 원이에요.

 

이종필
2017년까지는 무슨 예산으로 운영하시나요.

 

오세정
계획에 다 있어요. 올해에는 연구비 예산을 1620억 원 받았고, 내년에는 얼마 이렇게 다 계획이 있는데. 꼭 준다는 보장은 없는 거죠(웃음). 그렇지만 장기 계획이 있기 때문에….

 

오철우
이번에 연구단 후보 11개는 처음에 말씀하신 본원에 몇 개, 카이스트에 몇 개, 이런 식의 배정에 구애되지 않고 뽑은 건가요?

 

오세정
구애되지 않고서 뽑았습니다. 20개까지는 구애 없이 뽑으려고 해요. 지금은 잘 하는 사람 뽑는 거니까, [그런 배정이] 큰 의미 없고요. 그런데 20개쯤 되고 나서 한 쪽에 몰려 있다 하면 그 다음에 고민해야 하겠지요. 하향식(top-down)으로 공모할 때에는 위치(location)도 고민해야 하겠고. 이번에 [최종 후보를] 보면 상당히 치우친 게 본원에 응모한 사람이 2명이고, 다음에 서울대학이 3개, 포항공대가 4개, 카이스트가 2개였어요. 그렇게 해서 11개입니다. 지금은 치우쳐 있는 상황이지요. 캠퍼스에 많이 치우쳐 있습니다.

 

오철우
그러니까 전체 그림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다 정해놓고 한다기보다는 하면서 계속 수선해나가면서 2017년 되어야 전체 그림이 나온다고 볼 수 있겠군요.

 

오세정
네. 지금은 미리 계획을 세운다는 것부터가 어떻게 보면 우리 능력이 없고요, 전체를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낫겠다 하는 능력이 없고 그래서 일단 한국에서 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분들이 오면 아이디어도 모으고 정하고... 이렇게 유연(flexible)하게 갈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물리가 몇 개, 이렇게 정할 수가 없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이철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자기공명부 책임연구원)
보통 좋은 선생님들이 본인도 탁월하시만 연구팀이 상당히 좋은 경우도 있는데. 연구팀을 갖추고 계신 외국 분들 같은 경우에 국적 문제도 괘념치 않는 건가요?

 

오세정
국적은 괘념치 않는데. 그런데 이건 사람 하나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그걸 봐야 하잖아요. 지금 뽑는 분들은 다 연구책임자(PI) 급이기 때문에 팀을 거의 끌어온 분이시고. 한 사람은 미국 대학에서 연구센터를 이끄는 분이고 이런 식이거든요. 본인이 상당한 책임자 급으로 있는 사람이어서 그냥 팀에 묻혀서 잘 한다 그렇지는 않은 거고요.

 

이철현
제 말씀은 세계적인 분들이 우리나라 분이면 더 좋겠지만 외국 분이 오신다고 할 때에는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더 훌륭한, 당장 내년에 노벨상 받을 분들도 당신 팀을 데리고 와서 좋은 펀딩 기회가 있으니까 가자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과연 우리나라 정부에서 이걸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오세정
, 팀을 다 데려올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거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게 꼭 한국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기초과학연구원의 제일 큰 임무(mission)가 한국에 기초과학의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3년 단위로 평가하고 10년을 보장(guarantee)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해봐라 이런 식으로 주는 겁니다. 평가도 바로 다음해에 논문 몇 편 나왔나 보지 않겠다, 정말 파급력(impact) 있는 일을 하느냐 이걸 보겠다는 거니까. 그래서 그런 일이 우리한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다른 대학한테도 아 이게 되는구나 하고 보여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외국 사람이 와서 하든지 간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외국에 있는 교포들은 어떤 요구까지 하느냐 하면, 사이트랩을 외국에도 달라, 그래서 저는 그건 못하겠다고 했어요. 우리 돈으로 여기 이곳에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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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역할 모델’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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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Q이철현
그런데 ‘분위기 조성’을 위해 7000억 원을 쓴다는 건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정부가 투자하는 일종의 정부출연기관인데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는 어떤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이냐 물을 때에 분위기만으로 말하기는 조금….

 

오세정
아니, 분위기만이 아니라 목표를 주는 거죠. 기초과학의 최고수준(top class) 연구를 하는 기관이 있는 거죠. 최고 수준의 성과만이 목적이 아니고 여기에 더해서 이런 게 확산되어서 우리나라 학계나 연구계에서 이런 모델을 따라가기를 바라는 겁니다. 제가 가끔 이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데, 이게 이공계 특성화 대학원을 처음 만들 때, 카이스트를 처음 만들 때에도 당시에는 서울대, 연·고대 교수들 사이에 아니 대학에 돈을 주면 되지 왜 카이스트를 만드느냐 그런 불만이 상당히 있었거든요. 이제는 카이스트 모델에서 선진 모델이 정착하는 걸 보이고 하니까 대학들도 아 이게 되는구나 해서 따라가기도 합니다. 그게 꼭 좋은 모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모델인 것 같기는 해요. 먼저 해놓고 그걸 확산시키는 거, 저는 기초과학연구원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철우
그 모델이라는 게 무엇인지 다시 정리해서 말씀해주시면.

 

00A오세정
장기적이고 도전적이고…, 연구원한테 자율성을 주는 거예요. 지금 출연연(정부출연연구소)의 제1 불평이 뭐냐 하면 너무 자주 평가하고 간섭한다, 연구비를 줄 때도 장기과제로 주는 게 아니라 1년 단위로 이거 하라 저거 하라 하면서 주고 그러짆아요. 그걸 쫓아가느라고 정신없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장기적이고 파급력(impact) 있는 일을 못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출연연이지만, 3년 단위로 평가하고 연구비도 총액(block funding)으로 달라, 기초과학연구의 고유사업 명목으로 달라, 피비에스(PBS: 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 없이…. 그래서 자율성을 얻고 장기적인 거 도전적인 거 할 수 있는 거 하고…. 그 다음 유연성(flexibility)을 강조합니다. 보통 출연연의 문제가 뭐냐 하면 인력의 유입유출이 잘 안 되는 문제가 많아요. 정원이 딱 정해져 있고 사람이 차면 안 나가고 그래서 새로운 분야(field)로 가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정원이 3000명이라고 얘기하는데 그중에 영구직(permanent member)은 30퍼센트도 안 되게, 1000명 안 되게 유지하고, 그것도 많은 부분은 대학과 연합(joint)해 과제가 끝나면 큰 부담 없이 흩어질 수 있게, 돌아갈 수 있게…. 이렇게 세 가지의 다른 점을 우리가 출연연과 다른 모델로 하는 겁니다.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철현
질문서에도 있는 내용이지만, 향후에 정권 교체 같은 여러 외부적인 상황도 있을 수 있고, 과학계의 내부 혹은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이런 계획(plan) 자체가 상당한 정도로 왜곡 또는 축소될 여지가 있잖습니까. 그런 거에 대한 나름의 대책을 말씀해주시면.

 

오철우
저도 아울러 드는 생각이 과학벨트가 워낙 정치적 사안으로 다뤄졌기 때문에 이게 다음 정부에서 논란의 씨앗이 남아 있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기초과학연구원의 정체성과 관련해서, 그렇게 과감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느냐 축소해서 역할을 분명히 해라 이런 요구도 있을 수 있고, 아직 상당히 불투명한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00Q이철현
이게 특정 정당이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날치기로 통과한 법에 근거해서 출발했기 때문에 과학자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유쾌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작이 그렇지만 이런 기회에 우리 과학계가 잘 살려면 어떻게 보면 작든 크든 규모를 따지기에 앞서서 이게 성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외부 변화에 대한 기초과학연구원 나름의 대책과 대응이 있고 다른 과학계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말씀해주시면.

 

00A오세정
저는 이렇습니다. 사실 규모가 그렇게 아주 중요하지는 않고요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파급력(impact)이 있겠고 아주 작으면 안 되겠지만. 규모가 꼭 이 정도가 되고 꼭 커야 하고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요. 중요한 것은 새로 출연연을 하나 만드는 것에 대한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출연연 또 하나 만들어서 뭐하겠다는 거야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과 같은 또 하나의 출연연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봐요. 기초과학을 하지만 기초과학의 특성상 지금 얘기한 것처럼, 사실 출연연에서 필요한 것도 이런 것들인데, 자율성을 주어야 하고 장기적이고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나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새로운 운영방식 모델(operating model) 이게 굉장히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보고, 이게 훼손되면 사실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아까 대학과 다른 차별화 분야도 말씀드렸는데, 운영방식의 차별화 이게 굉장히 중요하고.

 

오철우
운영방식의 차별화요.

 

오세정
네, 운영방식의 차별화. 이게 상당히 중요하고, 이게 성공하면 다른 출연연구소도 그렇게 갈 수 있다고 보고,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규모보다는 이것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건 정치와는 상관없다고 보고요.

 

00Q이철현
우리나라 출연연들이 키스트(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큰 형으로 해서 시작했는데 세포분열 하듯이 [연구 분야와 기관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운영방식, 구체적으로는 사무국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저는 100퍼센트 공감하고, 그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새로운 역할모델(role model)로서 연구 환경 개혁의 시작이다 이렇게 이해하고요.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그런 절차를 집행하는 사무환경, 연구원장의 의지를 제대로 집행하는 행정 능력,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연구자들도 중요하지만 사무국도 중요합니다. 이런 걸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오세정
네, 아직까지 사무국에 대해 그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요. 연구단 운영방식을 새로 구축(setup)하기도 쉽지 않아서.

 

이철현
지금까지 보면, 연구 환경과 연구 분위기가 어디에서 먼저 시작하느냐 하면…, 상당한 정도로 인문사회계열의 고전적인 틀에 익숙해 있는 분들이 연구소 환경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모든 문화가 거기부터 정착합니다. 위아래 위계가 심한 그런 조직에서는 자율성이 없거든요. 연구 분야도 그런 데의 입김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그런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원장님 한 분이 하시는데, 원장님도 오래 하다보면 사실 행정이 편하거든요. 그 순간에 기관의 자율성은 없어집니다. 그래서 우수한 사람을 연구단장으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행정조직을 제대로 구축(setup)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오세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건 충고(advice)로 받아들이고요. 그리고 이제 정체성에 관해서….

 

오철우
결국에 고민은 정체성 문제네요.

 

오세정
렇습니다. 연구단에서 볼 때에는 우리가 기초 쪽을 하는 거니까 기존 출연연과는 다르고. 그리고 기존에 창연(창의연구단)이나 우수연구센터 같은 것도 있는데,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이 이런 기존 연구그룹과] 뭐가 다르냐, 그냥 그걸 크게 만든 것 아니냐 그런 얘기도 있는데, 다른 점은 이런 겁니다. 창의연구단은 혼자 하는 거고요, 이거는 팀으로 하는 거고요. 그러면 팀을 하면 우수연구센터와 뭐가 다르고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단과 뭐가 다르냐 하는데, 사실 우수연구센터나 글로벌 프런티어는 공동연구라기보다는 연합연구라고 볼 수 있어요. 어떤 과제에 대해 연구비 100억이 있고 그걸 나눠서 한 사람은 이곳에 다른 사람은 저곳에 있고 나중에 성과를 모으고서 끝나는 거지, 아이디어를 실제로 공유하고 이런 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꼭 한 군데에 있으라 요구하는 겁니다. 연구단은 한 군데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얘기도 하고 정말 진정한 의미의 협력(collaboration)이 일어나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고 돈을 나눠 연구하는 건…, 우리는 그런 건 안 한다는 겁니다. 이게 굉장히 큰 요구조건(requirement)이에요. 그리고 연구단장 밑에 상당한 급의 그룹리더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로 공동연구를 해라, 그런 면에서 다른 데와 차별화하는 겁니다.

 

이철현
생님이 분위기로 표현한 것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건 굉장히 많아요, 이것저것 여러 프로그램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들을 어떻게든 총체적으로 극복해보자, 종합적으로는 새로운 연구환경의 역할모델(role model)을 제시해보자 이런 거로 보이네요.

 

오세정
습니다. 그게 맞습니다. ‘새로운 연구환경의 역할모델 제시’ 맞습니다.

 

00Q이종필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 같은 경우에 보면 수월성을 원칙으로 해서 외국의 유명한 교수를 모셔와 돈도 많이 쓰는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거의 이거 대부분 ‘먹튀’ 아니냐 돈은 많이 쓰는데 성과가 없다 이런 얘기가 많거든요. 실제로 저의 분야에서도 WCU뿐만 아니고 많은 돈을 쓰는 것에 비해 내실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외국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가면 명성 때문에 돈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연구환경에 대해 굉장히 안 좋은 인식도 있는 것 같아요.

 

오철우
그런 얘기는 저도 자주 듣습니다.

 

오세정
이 듣지요. 우리가 WCU의 잘못 운영된 점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 연구단에서는 ‘풀 타임(full time)’ 원칙이 있습니다. 연구단에 들어올 때에는 거기 직장을 그만두어야 해요.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 이번에 수학 분야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 응모(apply)했어요. 누가 봐도 이 사람이 오면 제일 좋을 것 같아, 그런데 이 사람이 자기는 ‘하프 타임(half time)’밖에 못한다 했어요. 풀타임 조건을 공고했는데도, 이 사람을 유치하려는 대학 쪽은 수학 분야에서는 하프타임도 된다, 실험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왔다 갔다 해도 충분하니까, 독일 막스플랑크에도 하프타임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규정상으로는 안 되지만 일단 선정평가위원회에 올려 논의해보겠다고 했어요. 수학 분야에서는 1순위로 올라갔고, 그런데 거기에서 30분 토의를 했는데, 기초과학연구원 시작 단계에서 이런 게 올라오면 앞으로 정신없어진다,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러면 연구소가 허깨비 된다, 그래서 결국에 그 사람은 후보에서 떨어뜨렸어요. 그 대신에 월급은 외국에서 받는 만큼은 국제 수준으로 똑같이 준다는 걸 원칙으로 하려고 해요.

 

 

 

기초과학 연구역량 어떻게 키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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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LJP » 이종필 박사. 자료사진, 출처/ 이종필

00Q이종필
제가 제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고 분야마다 다르겠습니만,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한국이 자생력이 없는 게 아니냐 하는 점입니다. 연구의 완결성, 자기완결성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이 많고, 그래서 기초과학연구원이 정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최소 30년, 한 세대 정도를 내다보고 어떻게 그 나라에 ‘독자적인 기초과학 연구역량’을 길러낼 것이냐 하는, 이게 사실 포인트라고 보거든요. 일본의 경우도 그게 최소 30년 정도 걸렸던 것 같고. 그리고 조금 짧게 보더라도, 연구단이 10개, 50개 생겼을 때 정말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려면 연구단 자체도 기초과학연구원 지원이라는 환경 자체가, 자기 완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되어야 하잖아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국가 차원에서 했듯이, 기초과학도 국책사업으로 아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서 해야 하는, 저는 그런 것이 한국의 미래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봐요. 기초과학연구원이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런 전망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냐 하는, 당장에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의 뛰어난 분을 모셔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의 자생적인 기초과학 연구역량을 결합해 키워낼 수 있느냐, 한 세대의 독자적인 연구역량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여기에도 계획(plan)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거든요.

 

00A오세정
어려운 얘기이고 간단한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곳에 꼭 와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무리 우수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까 [하프타임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한 해외 교수한테] 그건 지원 못하겠다고 한 게, 사실은 국내에 뿌리를 내리면서 일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외국에 있는 한국 사람한테 돈을 주면 노벨상 받을 거 같다 해도 우리가 지원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한국의 기초과학 연구의 새로운 뿌리, 새로운 역할(role)을 만드는 거예요. 그리고 유연성(flexibility) 하고 개방성이라는 거…, 혼자되면 이게 섬이 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내부에서 영구직(permanent)은 30퍼센트만 하고 나머지는 방문연구자(visitor), 박사후연구원(post-doctor), 학생으로 채우라는 거거든요. 계속 왔다 갔다 하고 밖에 열려 있고 커뮤니케이션 하고 이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기가 구심점이 되고 그게 퍼져나가는 확산 모델이 되어야 지속가능하지. 그렇지 않으면 또 고립된 섬이 되어서 그냥 끝날 수가 있어요.

 

이철현
수월성도 중요하지만 비전과 철학에 대한 공유가 오시는 분들한테 절대로 필요하다는 말씀 같습니다.

 

오세정
그래요. 그런데 그걸 제가 일일이 얘기하기는 쉽지 않고(웃음), 제도로 끌고 가야 하겠지요.

 

오철우
거의 한 세대에 걸쳐서 그런 전통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보면…, 그런데 이게 10년 단위로 끊어지는 사업이잖아요.

 

오세정
그렇지 않습니다. 잘하면 계속 갑니다. 10년을 보장(guarantee)한다는 개념이고, 잘 하면 계속 간다, 그런 개념입니다.

 

오철우
막스플랑크처럼 어떤 물리적인 연구소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소속이 있으니까 전통이라는 걸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모였다 흩어졌다 하니까 전통의 축적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오세정
아니요, 본원 하고 카이스트에, 그러니까 대덕에 25개 연구단이 있는 거고요. 일반 대학에 연구단이 가더라도 거기에 10년을 보장(guarantee)하는 거고 잘 하면 계속 주는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게 흩어지는 집단, 이합집산 하는 집단은 아니고요.

 

이철현
개방성을 강조하다보면 그런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선생님 말씀은 한편으로는 개방성을 철저하게 소통 때문에 유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체성을 또 철저하게 유지하고 그런….

 

오세정
중심(core)은 확실하게 있고, 그런데 중심이 너무 오래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시간에 바꾸긴 해야 하지만.

 

이철현
자기 ‘나는 가수다’가 생각이 납니다. 그래도 굉장히 좋은 선생님들이 시작하실 텐데, 10년 지나서 당신은 그만 하시죠 이렇게 간다는 게 좋은 연구자를 잃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나중의 이야기이지만…, 종료(termination) 프로그램도 정말 세련되게 해야….

 

오세정
그렇지요. 우리가 막스플랑크나 리켄도 가서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조사했는데 그게 참 어려운 포인트에요. 그러니까 영구직(permanent) 멤버가 [특정 과제 연구를] 그만두면 어떻게 역할을 이전(transition)하고 무슨 분야 할 거냐 이런 고민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러나 그건 지금 우리의 고민은 아닌 것 같고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

 

00Q이종필
또 하나 주변에서 우려하는 내지는 궁금해 하는 게, 본격적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이 굴러가서 사업단이 정해지면 한국에서 기초과학 명목으로 나가는 모든 연구비가 다 여기를 통해 나가는 게 아니냐 하는 겁니다. 그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사실 저로서는 판단하기 어렵고요. 아까 말씀하셨듯이 지금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게 참 중요하잖아요,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00A오세정
나는 모든 기초과학 연구비가 이쪽으로 오는 건 맞지 않다고 보고요. 우리는 연구비 주는 기관(funding agency)이 아니고 연구하는 기관이거든요. 우리가 연구단을 다 채워 50개 분야를 한다 해도 그건 몇 개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모두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에서 하는 모든 기초과학 연구는 연구재단이 맡아서 해야죠. 우리는 연구재단에서 창의연구단 같은 걸 한 사람들이 한 단계 더 뛰어서 더 많이 확장(expand)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런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도 그건 50개 분야에 한정돼 있고, 국가는 다른 것도 많이 해야 하니까, 그런 것들은 연구재단이 해야 해요. 걱정은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정부에서 볼 때에는 기초연구 예산이 나가니까 여기에서 조금 빼자 그렇게 나올지도 모르고요(웃음). 약속은 그렇게 안 했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고요, 그건 걱정이고요. 사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아까 얘기한 대로 우리는 정상급(top) 몇 개, 50개 분야에서 최고수준 연구소(top-class institute)를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학문에도 생태계가 있잖아요. 저변이 넓게 깔려 있어야 거기에서 정상(top)도 나오지 그냥 정상만 뽑아서 나머지가 다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생태계를 깨진 않았으면 해요. 이게 너무 지배적인(dominate) 게 되어도 생태계가 깨질 수 있어요. 몇 개만 커지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철현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서 예산을 얼마간 삭감했을 때에 서운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종필
시작하기 전부터 휘둘리는 모습이라.

 

오세정
뭐라고 얘기해야죠?(웃음) 꼭 그렇지는 않은 게, 사실 우리가 올해에 25개 연구단을 시작하는 게 무리이고요 사실은 이게 점진적(gradual)으로 가야 하고요. 그런데 모습을 갖추라는 의미에서 25개를 하는 것인데, 그래도 아주 능력이 있지 않으면 안 뽑겠다는 겁니다. 10년 보장(guarantee)하는 게 엄청난 부담이거든요. 괜찮은 사람을 못 뽑으면 괜찮지만, 잘못 뽑으면 아주 치명적인 겁니다. 사람들한테 인정도 못 받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25개를 다 못할 가능성도 있어요.

 

이철현
퍼스트 라운드에서 11분을 후보로 뽑아 선정평가를 하고 계시는데, 분야가 겹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오세정
글쎄요. 우리가 고민을 좀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쟁력 있는 사람을 뽑는 단계이니까 [한 분야에서 여러 분이 나섰다면] 우리가 그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 거라고도 볼 수도 있지요. 특히 이번에는 나노 쪽에서 많이 뽑혔는데, 이러면 다음번에는 같은 경쟁력이 있더라도 다른 분야로 가야 하고 그런 거죠.

 

오철우
본원 응모자는 퇴직을 하고서 오는 겁니까.

 

오세정
그렇습니다. 그렇게 요구합니다. 신희섭 박사는 키스트(KIST) 그만두고 이곳에 오시는 겁니다.

 

 

기초과학, 기초연구, 원천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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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Q오철우
정체성과 관련해서, 기초과학연구원 하면 가장 먼저 누구나 떠올리는 게 기초과학이잖아요. 그런데 어떤 때에는 기초과학이라고 하고 어떤 때에는 기초연구를 하는 기관이라고 하고 또 다른 공식 문건에는 기초과학, 기초연구라는 말이 없이 원천기술 연구하는 곳이라고 하고. 사실 사이언스와 테크놀로지를 분명히 나누기 어려운 시대이기는 하지만 흔히 사람들은 기초과학 하면 지구과학도 생각하고, 그러니까 돈이 안 되지만 교양지식이나 원초적인 호기심을 중족해주는 지식 자산, 지식 문화로서 기초과학을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기초과학연구원과 관련해서는 기초과학, 기초연구, 원천기술 이런 용어들이 뒤섞여 쓰이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 정의하세요?

 

00A오세정
우리는 기초과학을 하는 겁니다. 호기심에 이끌려가는 사이언스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천문학 같은 것도 당연히 하는 건데, 또 그것만 하느냐 그렇지는 않고. 지금 나노과학, 생명과학 이런 데에서는 응용기술(application)도 바로 나올 수 있잖아요, 그런 것도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원천기술도 반영한다는 것이지만, 일반적인 정의는 그런 혜택(benefit)이 있으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기초과학을 한다 이런 겁니다.

 

이종필
도 과학비즈니스벨트 얘기가 나올 때 정부 자료를 봤는데, 저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연구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특히 이번 정부 들어 많아졌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사용하는 기초과학(basic science), 순수과학(pure science) 이런 말이 연구현장에서 생각하는 기초과학과는 다른 거 아니냐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거든요. 제 분야가 입자물리니까 정말로 순수(pure)하고 근본적(fundamental)이고, 말하자면 호기심으로 추동되는…. 저는 그걸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면, 인간 지성의 경계를 결정하는 그런 의미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부에서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원천기술인 것 같습니다. 그때 말하는 기초과학이 왜 원천기술과 연결되느냐 하면, 제가 받은 느낌으로는, 이걸로 뭔가 상품을 만들어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로열티의 원천이 되는, 원천기술로 관료들이나 정부에서는 중점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 생각합니다. 다행히 원장님이 물리학 출신이니까 그런 우려가 많이 불식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개념에서는 정부가 생각하는 그런 것과 기성 과학자들이 느끼는 것 사이에 괴리감이 상당히 있고, 불안감이 사실 있거든요.

 

오세정
리는 입자물리 할 거에요, 천문학도 할 거고. 수학도 합니다. 복잡계과학(complex science)도 하고 재료과학(material science)도 하고, 일반적으로 사이언스라고 하는 건 다 하려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정부를 설득하느냐 하면, 원천기술을 바로 안 하더라도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분위기를 여기에서 만들면 젊은 사람들이 그걸 배우고 나가서 원천기술을 한다고, 눈에 보이는 응용기술(application)만 하면 사람들이 기초과학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을 거고, 당장의 업적만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에서 그런 정신을 받고 나가는 젊은 사람들이 결국 퍼져나갈 때에 결국에는 진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논란 많던 중이온가속기 제몫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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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
그리고 중이온가속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거 하고 기초과학연구원 하고 어떤 관계이고 중이온가속기는 어떻게….

 

오세정
부설연구시설이 됩니다. 중이온가속기는 우리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프로젝트라 예산도 항목이 다릅니다. 중이온가속기 예산 따로 있고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운영 예산이 따로 있는데. 그렇지만 건설하고 나면 우리 부설연구소로 들어올 겁니다.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고. 사실 그게 세계 연구자(user)들을 바라보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만 우리 옆에 있는 시설이고 당연히 우리도 그걸 이용하는 연구를 많이 해야 하고요. 그래서 그거와 관계된 연구단이 생길 겁니다.

 

이종필
부지는 다 선정된 건가요.

 

오세정
부지는 선정됐습니다. 여기 신동지구 하고 둔곡 하고, 그러니까 세종시와 대덕 사이에. 지도에는 금이 쳐져 있는데 아직 부지 수용도 안 했고요. 부지를 수용하고 다음에 정리하고 건설하는 건 2년 뒤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연구소도 4년 뒤에나 들어가요.

 

오철우
중이온가속기 설계 논란도 있었잖아요.

 

00A오세정
아, 그 문제는 기술적(technical)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설계를 베껴왔다고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 비슷한 가속장치를 쓴다면 굳이 우리가 설계할 필요가 없는 거죠. 잘 되어 있는 거면 사람들이 동의하면 우리가 쓰면 되는 거고. 그러니까 가속기 하는 사람들은 세계 다 돌아다니면서 건설하기 때문에 어디가 뭐 잘하고 하는 건 다 알아요. 저는 차라리 그런 것을 내놓고서 여기에서 가져오겠다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걸 자신의 독창적인 것처럼 얘기하니까 기자가 보기에 이건 아닌 것 같다 해서 심각하게 터진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에 가속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독창적인 부분이 뭐냐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입자를 가속하는 건 다 똑같잖아요. 그건 베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마지막에 가속기를 가지고서 뭘 하려는데, 검출기도 그렇고 다른 가속기와 다른 게 뭐냐,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우리가 이걸 가지고서 무얼 잘 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다른 가속기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냐 하는, 그런 게 문제거든요.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그런 건 거의 끝에 가서 결정되거든요.

 

오철우
그 부분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나요?

 

오세정
확정됐어요. 그걸 가지고 설계하고 있습니다. 범용으로 쓰는 가속하는 장치는 베껴도 되고 외부에서 사와도 되고 상관없다고 보고요. 정말 맞춤형(tailor-made)으로 된 장치가 있는 부분이 중요한데 그건 베낄 수 없는 거죠. 그걸 베낀다는 건 독창성이 없다는 거고 남의 것과 똑같이 한다는 거니까.

 

00Q이종필
설계도 문제도 있었지만, 사실 그것과 관련해 처음에 논란이 있었던 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였어요. 과학벨트가 처음 알려질 때에도 중이온 가속기 들여오고 과학벨트 만들어 뭔가 크게 한다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 정말 학문적 입장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게 가속기를 만들어서 뭐 할 건지입니다. 그 과학적인 목표가 명확해야 해요, 그게 굉장히 구체적이어야 하죠. 그게 에너지는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빔의 성능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그래서 몇 년 간 돌렸을 때 데이터가 어느 정도 나와서 어떤 수준의 결과가 나올 것인지 이런 것까지, 사실 다 되어 있어야 해요. 사전 연구개발이 다 되고난 뒤에 그 목적에 맞게 기계가 세팅이 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과학벨트와 중이온가속기가 함께 이야기 될 때에 그런 부분이 많이 취약했던 것 같아요. 외부에서 볼 때에는 우선 가속기 하나 만들고 보자, 이런 취지가 아니었는지, 그냥 보여주기 식으로, 새로운 원소 코리아나슘 하나 만들고, 노벨상 따려는 건지…. 그런데 그렇더라도 거기에 맞게 굉장히 잘 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그게 국제적인 신뢰를 주는 거거든요. 당연히 이 정도 실험하려면 국내 인력만으로 못할 테고 외국 전문 인력들이 와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그래서 인력 관리(management)도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그 사람들한테 이 가속기 장치로 무얼 하려는지가 굉장히 명확하고 투명해야 하거든요. 다른 사람, 외국 전문가가 봤을 때에 아 이게 그럴 듯하다, 내가 연구할 만한 학문적인 도전 가치가 있다, 그런 부분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미숙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걱정을 했어요.

 

오세정
금 얘기하시는 것은 전문가들끼리 충분히 얘기됐어야 하는데, 일반인한테 먼저 홍보하는 과정에서 가속기만 엄청 홍보하다 보니까 그게 조금 호도된 거지.

 

오철우
어떤 점이 호도된 거죠?

 

오세정
얘기하신 것처럼 과학적인 얘기 부분들은 거의 다 빠지고, 토의(discussion)할 때 가속기만 얘기됐지. 그리고 그게 과학벨트 안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중심시설(landmark)처럼 얘기가 되어서. 그게 일반인한테 홍보하는 과정에서 조금 미숙하게 과장 홍보된 거죠.

 

 

기존 출연연들과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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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LCH » 이철현 박사. 자료사진, 출처/ 이철현

00Q이철현
출연연 연구자로서 말씀을 드리면, 차별성을 말씀하셨는데 여기에서 또다른 측면에서 차별성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출연연에서 하고 있는 분야나 그런 것들은 안 하신다는 뜻인지요.

 

오세정
안 할 겁니다. 지금 출연연에서 잘 하고 있는 걸 여기에서 할 이유도 없고요.

 

이철현
그러면 다른 한편으로, 기존 출연연 중에서 기초과학연구원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번에 11명 중에서 다이어먼드 같은 분은 여기 핵융합연구소에서 WCI('세계 수준의 연구센터' 프로그램)를 하고 있던 사람이거든요. 자기가 WCI 프로그램 가지고는 성과가 너무 작아서 크게 해보겠다는 거고요. 어떻게 보면 발전시킨 것이죠. 그런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요(다이어먼드 박사는 선정평가위원회의 최종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출연연의 일반적 기능(function)을 같이 하겠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데. 그리고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계시니까 장비 문제를 다루실 텐데, 우리가 여기에서 다른 장비를 살지도 몰라요. 외부 사람이 쓰겠다 하면 개방할 겁니다. 정부 돈으로 산 건데 이 사람들이 못 쓰게 하는 건 아닌 거 같고. 그렇지만 항상 장비 구입을 할 때에는 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충분히 서비스 되는 거냐 그런 걸 볼 거고요. 국가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밸런스를 맞춰야 하겠지요. 여기에서는 장비도 아마 굉장히 첨단수준(high-quality) 장비를 사용할 거고, 예를 들어 실험동물 이런 것도 필요하다면 해야 할 거고.

 

이철현
가지 관련해서 여쭈면, 아직 안 되어 있고 또 되기가 쉽지 않다고 예상은 하는데, 현재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해서 수리과학연구소와 천문연구원은 잠재적으로 기초과학연구원에서 함께하는 것을 전제로 한 개편안이 나왔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오세정
사실 수리과학연구소가 지금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산하에 있지만 전혀 상관 없지 않나요? 그러니까 콘트롤 안 하잖아요. 그냥 집 그림을 그리는 거죠. 우리한테 오더라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독자적으로 예산도 받고 다 하고 우리는 우산 역할을 하겠지만 간섭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럴 생각입니다.

 

 

자율·독립적인 과학자단체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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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Q이종필
기초과학연구원은 한국에서 하는 한국형 빅 사이언스라고 생각해요, 이게 저번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사항이었잖아요. 다른 분의 공약 중에는 달 탐사 계획도 있었잖아요. 정동영 후보의 공약 중에 달탐사 계획이 있었어요. 이런 추세가 앞으로 계속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국가 역량 이런 것을 봤을 때에 올해 12월 대선에서도 분명히 그런 수준에 버금가는 빅 사이언스 이런 것들이 국가 과제로 제시될 가능성이 많은데, 어쨌든 지금 실물화한 한국형 빅 사이언스는 기초과학연구원이 처음인 거 같고, 처음 원장을 하시니까 정말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고… 그래서 여쭈면, 과학자의 한 분으로서 보실 때에 한국 기초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게 뭐냐, 우리가 어떤 걸 준비해야 하고, 이런 빅 사이언스 프로젝트가 계속 나올 텐데 그런 것들이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게 좋은지, 거기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오철우
한 마디 저도 말씀드리면, 정치적 공약으로 던지는 것보다는 과학계 내부에 상시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서 과제가 도출되는 그런 게 이상적일 것 같은데. 그런데 정치라는 게 현실적으로 존재하니까 5년에 한 번씩 툭툭 던지는 그런 게 나타나는 거 같고요.

 

이종필
물리학회에 계시는 한 교수님한테 이렇게 여쭌 적이 있어요. 물리학계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책적인 숙원사업이 있느냐, 혹시 그런 게 있으면 학계에서 합의된 좋은 안이 있으면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 간에 그게 좋은 안이면 그 안이 반영되게 하는 게 낫지 않을지…. 방금 말씀하셨듯이 정치권이 던져주는, 말하자면 떡고물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주도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게 맞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철현
예를 들면 어떤 아이디어가 있나요?

 

이종필
저 같으면 시급한 게 이런 것 같아요. 기초과학특별법 같은 거, 그러니까 지난해인가 통과된 법 중에 예술인복지법이란 게 있거든요. 국가에서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과 기본생활에 대해 보장하는 거죠. 지금 추세를 보면 국공립대나 사립대 대학에서 기초과학에 퇴출 1순위로 올라 있는 이런 상황이잖아요. 대학 현장에 가면 정말 참담하거든요, 물론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을 국가 차원에서… 예를 들어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국립공립대에서는 기초과학의 비중을 몇 퍼센트로 해야 한다든지… 한 가지 예를 들면 그런 거죠.

 

이철현
생각에는 그런 얘기를 하려면 전제되어야 할 게 있습니다. 뭐냐면 우리사회에서 과학이란 무엇인가, 혹은 과학자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인류 지성의 지평을 넓힌다는 식의 이야기에 정부가 그런 분야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국민세금으로 투자하는 분야에서 그런 이야기는 주요 테마가 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00A오세정

00OSJ3 그걸 국가나 정치인한테 요구할 건 아닌 것 같고요. 우리가 과학자들이 그런 걸 마련해야 해요 사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부 정책 나오면 과학자들이 반대만 하고 불평만 할 줄 알았지 자기가 능동적으로 먼저 뭘 해 달라 요구하는 게 없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제가 과실연이니 과총이니,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옆에서 지나가면서 듣고 하고 같이 생각하고 그러는데 그 중에 중요한 게 과학자들이 정치권 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시 채널이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그런 풀이 과학자들한테 있어야 하겠다. 그러니까 정부에서 과학을 우대한다고 하고 가끔 국회의원 데려간다고 하는데 그것도 이 풀에서, 과학계와 같이 공감하는 사람이 가야지. 과학자라고 아무나 데려간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공천위원으로 들어가더라도 과학 커뮤니티 하고 공감이 가는 사람이 들어가야지 의견이 전달이 되는 거죠. 그게 아니면 개인이 들어가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 과학계는 앞으로 그런 역할으 하긴 해야 돼요. 미국 같은 데는 AAAS가 국회에다 인턴도 계속 파견하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들고 그리고 뭐 연례총회 할 때에 국회 예산결산위원 불러서 의견도 듣고 그런단 말이에요. 우리는 그런 채널이 우리한테는 없었다는 거죠. 트리플에이는 굉장히 독립적인기관이거든요. 정부 돈을 한 푼도 안 받거든요. 그러니까 말발이 서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과총이나 다 이런 데가 정부 돈을 받고 있으니까 말발이 안 선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거를 독립적인 기반, 독립적인 과학자 풀이 있어야 하고 여당 야당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풀이, 그 사람들이 상시 활동을 해야 해요. 우리가 필요한 것은 앞으로 뭐다 그런 것들을 해주어야 하고.. 그걸 만드는 걸 이번에 대과연이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해야 할 일이지요. 과학자들이...

 

이종필
원장님이 생각하기에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어떤 게 있나요.

 

00A오세정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정부 거버넌스 문제인데,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정부 거버넌스보다는... 사실 저는 출연인이 우리 같은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그건 정부나 정치권만 설득해서 되는 건 아니고요. 우리 사회 전반의 불신을 없애야 가능한 모델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이게 중요한 일인데, 그게… 모르겠습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한 가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학에 교수와 직원 말고 ‘연구원’이라는 직위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지금 없기 때문에 교수가 하는 일 외에 나머지는 임시직(temporary)이 하거든요. 외국에 가면 연구기관에 가면 테크니션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에요. 국내 대학의 연구소가 잘 안 되는 이유는 거기에 연구원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거든요. 대학에서 인정하는 연구원 제도가 있어야 대학 연구가 정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생들 데리고 하는 거고 학생이 나가면 기계가 엉망이 되는 거죠.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학에서 영구직(permanent)으로 뽑아야 해요. [지금 얘기는 테크니션만 말씀하시는 건가요?] 테크니션을 포함해서 교수가 아닌 연구원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직위가 있어야 연구조직이 되는 겁니다. 이번에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에 지원한 사람들한테는 테크니션을 지원해줘요. 그런데 대학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지원할 수 없어요. 대학 운영방식을 잘 아는데, 정말 이게 커다란 문제일 수가 있어요.

 

이철현
쨌든 기초과학연구원도 출연연의 하나로서 말씀하시는 걸로 제가 이해했고, 그렇다면 우리나라 과학계에 각 연구 주체들 간의 관계도 기존 출연연이 보여준 모습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같습니다. 대학과 출연연의 기존 관계는 인력 이동의 측면에서 거의 일방적이었죠, 출연연에서 대학으로 가능 이동. 그런데 기초과학연구원에서는 시작부터 대학에서 출연연으로 가는 엑소더스(exodus)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로 굉징히 좋은 선생님들이 출연연으로 오고 있는 거거든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오세정
본원으로 오는 분들은 이직을 하는 거고, 캠퍼스에 있는 분들은 다른 거죠. 어쨌든 출연연 시스템으로 들어오기는 하는 거죠. 이거는 여기가 안정적인, 실질적으로 연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오는 거라고 봐요.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내가 아는 일본 사람은 막스플랑크에서도 이직 제의(offer)를 받고 스탠포드대학에서도 이직 제의를 받았어요. 나이가 50쯤인 분인데, 스탠포드 월급이 2배쯤 된대요. 그런데 막스플랑크로 가기로 했대요. 왜 그랬냐 했더니, 미국에 있으면 계속 연구비를 따러 다녀야 하잖아요, 펀딩에이전시의 눈치도 보고 그런 것을 해야 하는데 막스플랑크는 그냥 보장(guarantee)하는 거거든요. 연구활동도 10년, 15년 남았는데 자기가 이제는 필생의 뭐를 하고 싶은데 돈따러 다니고 싶지는 않다는 거에요. 우리가 그런 것을 해주자는 거거든요. 대학 교수들 중에도 본원으로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에는 이곳의 여건이 좋다는 거죠. 연금이 없다는 게 한 가지 문제이지 나머지는 다, 월급도 대학보다 잘 준다고 했고.

 

오철우
듣다보면 고등과학원의 분위기와도 비슷한 거 같아요. 오로지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분위기를 보장해주는.

 

오세정
맞습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오는 걸 겁니다.

 

이철현
대학에 계시는 분들도 물리적으로 이동하시나요?

 

오세정
캠퍼스에 있는 사람들은 거기에 있죠. 사이트랩 거기에 있습니다.

 

 

인스티튜트, 프로그램

00dotline

00Q이철현
그러면 이게 핵심 질문 같은데, 그렇다며 다른 게 없잖습니까. 연구단 지원하신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월급 많이 주고 돈 확보해주고 내 연구를 그냥 할 수 있는 거고, 대학 내 교수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렇다면 창의연구단과 비슷하게 충분한 연구비를 확보해주는 것 이상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이 꼭 해야 할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요.

 

00A오세정
사실, 사이트랩(site-lab)은 그래요. 현재 사이트랩 형태가 그래요. 펀드 같이. 그게 설립위원회 때부터 논란(debate)이 되었고, 성격을을 다르게 할 거냐 아니면 캠퍼스처럼 끌고 가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고민하다가, 아무튼 결론은 이렇게 두자 외부연구단(extramural lab)으로 두자, 이렇게 결론이 났는데…. 그런데 저는 그 말은 맞지만 이게 학교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점이 있느냐 하면 그룹 리더가 되면 그 분야가 굉장히 커지는 겁니다. 그룹 리더는 종신교수 급이거든요. 지금은 교수 혼자이고 나머지는 박사후연구원이나 학생 데리고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 분야에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을 더 채용(hire)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그 과는 특성화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연구단이 작은 사립대에 간다면 그 대학의 그 과는 특성화할 겁니다. 대학을 특성화하는 커다란 도구(tool)가 되는 건 확실합니다.

 

이철현
아까도 나왔던 질문 중 하나이지만, 그러면 그건 인스티튜트인가요 프로그램인가요.

 

오세정
. 외부연구단(extramural lab)은 프로그램입니다. 본원은 인스티튜트이고. 그 성격을 많이 고민했는데, 그런데 예를 들어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두 가지를 다 하잖아요. 외부연구(extramural lab)도 하고 자기 연구도 하고, 기초과학연구원이 그런 모델을 따를 거냐 아니면 막스플랑크 모델을 따를 거냐, 한창 논쟁하다가 외부연구기관도 두자 이렇게 됐죠. 대신에 그렇게 되니까 대학에 계신 분들한테는 우리가 지원해주지 못하는 게 많아요. 테크니션 인력 지원 못해주고 월급도 대학에서 줘야 해요. 대학에는 부담이 되죠, 채용해야 하니까. 그래서 차라리 본원의 모델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하는 얘기도 있고 한데, 그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논의해야 할 겁니다. 운영을 해보고 나서.

 

오철우
국가과학자 모델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정한 성과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분이니까 충분한 연구비를 주고서 마음껏 연구를 해라 해주고.

 

오세정
지금 외부연구단(extramural lab)은 그렇게 되어 있어요. 다만 국가과학자는 혼자 하는 것이지만 이건 팀을 갖춰 하는 거죠. 그래서 대학도 그런 점에서 변화할 거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 정말 중요한 그 무엇들

00dotline

오철우
마지막으로 꼭 여쭤볼 질문 하나씩 하시지요.

 

00Q이종필
아까 질문에 답변을 못 들었는데, 한국형 빅 사이언스가 계속될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앞으로 그런 국가적인 대형 과제들이 어떤 방향으로 되었으면 좋겠다 그 말씀을 해주시면.

 

오세정
글쎄요. 질문이 워낙 거창해서(웃음).

 

오철우
마지막 질문은 원래 거창해요. 기초과학과 관련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00A오세정
글쎄올시다.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건 별로 없는데, 원론적인 얘기를 한다면 아까 얘기한대로 저는…, 사실 기초과학연구원도 과학자들이 다 동의해서 나온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가능하면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고요.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사람들이, 그런 팀이 있어서 얘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요. 그런데 이제 기초과학연구원의 방향은, 정부에서도 응용 연구보다는 기초와 기반을 좀 닦아주어야 한다 그런 거라 기초과학연구원의 방향은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힘들어질 거라 생각은 안 하는 거든요. 일단 전체 트렌드는 맞는 트렌드거든요. 누구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되었건 간에, 우리 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꼭 이게 모델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방향은 맞는 거고. 그래서 이런 게 시작되었으니까 중간에 크게 문제 생기지는 않을 거라 그런 기대는 있어요. 그런데 이걸 빅 사이언스 전체로 본다면. 아니 빅 사이언스보다는 국책 과제로서 과학, 이런 거죠. 그런 것은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과학자들이 서로 토의해서 동의하는, 다는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방향은 맞는, 그런 걸로 가는 게 맞는 거고요. 그러려면 과학자들이 좀 적극적으로 참여(involve)를 해야 해요 사실은 이건 여태까지는 못해왔던 거고, 이제 조금 노력하려고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는 한데, 그런 노력을 해야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국책과제가 굴러가지 가만히 있으면 열심히 뛰는 몇 사람 때문에 굴러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00Q이철현
제 질문은 앞의 거 하고 조금 중복인데요, 기초과학연구원이 성공한다면 여러분 삶이 이렇게 달라집니다라고, 예를 들어서 대전역에서 여러 사람에게 말씀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지.

 

오세정
과학자가 아니라 일반인한테?

 

이철현
네. 제가 보니까 (기초과학연구원의 설립 목표 중에서) “기초과학 세계 10대 연구기관”이라는 말도 있는데….

 

오세정
아, 그 말은 빼려고 합니다. 인위적인 분위기가 나고, 이게 후진국들이 항상 하는, 개발도상국가 구호야…. 그래서 “10대”라는 말은 바꾸려고 합니다. 그냥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이 되겠다” 이런 걸로…, 아무튼 바꾸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요. 글쎄 일반 사람들한테 해줄 말이….

 

이철현
예를 들면 기존 출연연들 같은 경우에는 너네들이 국가 사회에 무슨 기여를 했느냐 이런 질문을 계속 받아왔습니다. 다른 형태로는 너네의 성과(performance)가 뭐냐 이런 질문도 듣습니다. 그런데 과학계에서 동의했건 아니건 어쨌든 기초과학연구원이 출발했고 이 기관이 잘 되어야지 과학계가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질문이 지금은 아니지만 반드시 수년 안에 기초과학연구원에 대해서도 나올 텐데, 그럴 때에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00A오세정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우리가 노벨상을 받는다는지 기초과학의 중요한 업적이 나오면 국민으로서 프라이드가 높아지는 거죠. 그리고 사실 문화 민족이면 이런 걸 해야 하죠. 인류의 지식에 기여하는, 선진국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겠다 그런 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자긍심을 갖게 한다는 데 대해 국민이 가치 있다고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에 국가로서 볼 때에는 그 정도의 국격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 거 같고. 그리고 축구 잘 한다고 당장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같다, 그런 얘기는 할 수 있을 거 같고요. 또 하나는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점 중 하나가 답 있는 문제는 잘 푸는데 답 없는 문제는 못 푸는 거거든요. 문제 자체를 못 내는 게 문제이거든요, 사실. 우리가 여태까지 쫓아오는 데에는, 그러니가 답 있는 것을 쫓아가는 데에는 성공적이었는데,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답 없는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고 그 문제가 뭔지 알아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건 기초과학 연구의 풍토에서만 나오는 거거든요. 창의사회로 가는거에요. 기초과학연구원이 이거에 디딤돌이 될 수는 있겠다, 추상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사회 발전의 방향에서는 그게 우리한테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00Q오철우
원장으로서 기초과학연구원을 제대로 정착시키려고 각고의 노력을 하시고 정체성을 벼려나가실 텐데 지금 이 단계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이 정착하는 과정까지 갈 때에 가장 큰 걸림돌이 뭐라 생각하시나요. 이제 제대로 가느냐 아니냐 그 갈림길을 좌우하는 가장 큰 고민이랄까 그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00A오세정
글쎄요. 몇 가지 생각할 수 있겠는데 일단은 자율성을 우리가 계속 요구하고 지금까지는 주겠다고 얘기를 했지만,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냐 그건 디테일에서 항상 문제가 많이 되잖아요. 근데 그건 정부 관료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문화가 쉽게 바뀔 거냐 그러니까 항상 하다보면 부딪히는 문제가 있을 거고. 또 하나는 소위 우리나라의 특이한 평등의식 때문에 우리가 수월성을 강조하는데 이게 얼마나 받아들여질 것이냐. 조금 지나면 왜 우리 지역은 안 줘, 뭐 왜 이 분야는 안 주는 거야 이런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래서 그게 무너지기 시작하면 완전히 망가지는 거죠. (선정과정이 그래서 중요하죠) 그래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쳐다보기 때문에 엄정하게 하고 될 사람 됐다고 동의를 해야지 제대로 굴러가지 이게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오철우
평등의식도 중요한 거 아닌가요. 수월성도 중요하지만.

 

오세정
요하죠. 둘 다 필요해요. 그러니까 아까 ‘생태계 비유’를 말씀드렸는데, 기반을 깔아주는 것도 중요하고 평등하게 해야 하고 또 튀는 것도 있어야 하는데,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들려고 하면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거죠. 둘이 [이거나 저거냐의 문제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인데 우리는 수월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걸 인정해주어야 하는데, 그걸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그럴까봐, 그러면 어려워질 수 있죠. 또 인내심도 중요해요. 이런 걸 정착시키려면 10년, 20년 걸릴지 모르는데, 5년 뒤에 그동안 뭐했나 보자 뭐가 나왔나, 그러면서 기관 평가 할 때에 논문 갖고 와 봐라 이러면…, 우리는 논문 개수 따지지 않겠다는 거거든요. 학계에 얼마나 영향(influence)을 끼쳤느냐가 중요하고, 그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인데,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논문이 몇 편 나왔어 이렇게 나올 수도 있고. 하여튼 우리한테 자율성도 준다고 했고 수월성을 유지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에는 그런 것들에 반대하는 힘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얼마나 존중해줄 것이냐 하는 게 제일 중요한 문제인 거죠.

 

오철우
질문은 다 드렸고, 원장님께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세정
또…(웃음), 충분히 말했습니다.


일동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00dot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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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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