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남자는 왜 여자를 의식할 때 '인지손상' 보일까?

이정모 교수의 페이스북 통신

심리학실험...‘지켜보는 이성 의식, 인지수행 능력 저하' 남자한테 두드러져


이 글은 이정모 전 성균관대 교수(인지심리학)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 중에서 골라 이곳에 옮긴 것입니다. 저자의 허락을 받아서 글을 일부 다듬고 편집했습니다. 원문은 페이스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이언스온



00choice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 '선택남녀'의 한 장면. 출처/ SBS



미국의 수준 높은 과학 대중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이 별도의 잡지로 내는 <마음과 뇌(Mind & Brain)>에 지난 13일 실린 글이 다음의 웹 자료로 나왔습니다. “여성과 상호작용하면 남성은 왜 ‘인지적으로 손상’될 수도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글쓴이는 미국 예일대 심리학 박사이자 스탠포드의대 연구원인 데이지 그러월(Daisy Grewal)입니다. 제목이 하 수상하여 읽어보고서 그 내용을 축약하며 저의 생각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스트룹 효과 실험



리학의 시각 지각 실험 중에 유명한 실험이 하나 있다. 서구 대학생들의 대부분인 90% 이상이 수강하는 ‘심리학 개론’ 강의의 실험연습 시간(Lab Session) 세션에 참여하는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스트룹(Stroop) 실험이라는 대표적인 심리학 실험이다. 이 실험의 목적은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지각적 정보 처리가 의식의 통제를 받고 이루어지는 지각적 정보 처리 과정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데 있다. (참조: 위키피디아의 스트룹 효과)


실험의 대표적 상황은 색깔을 지칭하는 글자로 된 자극 재료들을 제시하고, 글자 자체를 읽는 게 아니라 그 글자에 쓰인 색깔을 말하게 하는 것이다(상황을 변형한 실험도 있는데, 예컨대 색깔 대신에 도형을 자극 재료로 쓰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상황 조건이 두 가지이다.


1. 글자 색과 글자 읽기가 일치하는 상황 (예컨대, 빨강 색으로 쓴 ‘빨강’이란 단어를 보며 ‘빨강’이라 말하기)
2. 글자 색과 글자 읽기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 (예컨대, 파랑 색으로 쓴 ‘빨강’ 단어를 보며 ‘파랑’이라 말하기)


이 실험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1의 상황보다는 2의 상황에서 시각 자극 재료의 색깔을 말하는 반응시간(naming reaction time)이 더 길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2의 상황에서는 자동적으로 가동되는 글자를 읽는 정보 처리가 그 글자가 쓰여진 색깔 이름의 정보 처리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스트룹 검사 실험은 단순히 인지 현상을 연구하는 인지심리학 실험을 넘어서서, 임상심리 분야에서 각종 심리적 문제를 진단하는 상황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심리적으로(한국적 상식 수준의 비과학적 용어로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거나 다른 문제를 늘 생각하고 있으면 스트룹 검사에서 일반적으로 반응이 느리다.



남녀 상황에 적용한 실험



즈음 텔레비전방송 채널이 늘어나면서, 여러 채널 등에서 앞 다투어 남녀 대결(또는 남녀 선택 등의 상호작용) 상황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고 거기에 열광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에 매력적인 이성이 함께 있다면 우리 반응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물음을 두고서 심리학 연구자들이 실험을 해보았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기사에 의하면, 여자들은 이성이 있다는 것에 별로 영향을 안 받는데, 남자들은 매력적 이성이 있는 상황이면, 아니, 여성이 다른 방에서 비디오캠을 통해 보고 있을 것이라는 간접 정보만 주어도 행동이 크게 달라진다. 무엇을 수행하는 능력(performance)이 매우 떨어진다. '인지적 손상'이 생기는 것이다. 불쌍한 남성들! 그러나 그건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성인 여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서 자신의 씨를 퍼트리는 데에 기여하려는 심리적 메카니즘에서 온다니!


실제 실험을 보자, 네덜란드 라인강 가에 있는 네이메헨 라드바우드대학(Radboud University Nijmegen)의 사회문화심리학 연구자(Sanne Nauts)와 동료들이 행한 연구에 의하면, 피험자들에게 다른 방에서 웹캠으로 관찰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며 그 사람의 이름만(여자 이름 또는 남자 이름 중 하나)를 주었을 때에 남자 피험자들한테서는 여자가 보고 있다는 정보를 받은 것만으로도 스트룹 검사에서 반응 시간이 길어졌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여성 존재 정보에 의하여 남성의 인지적 수행이 손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여자 피험자들은 이성 존재 정보에 따른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남성은 여성과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지적 기능이 간섭을 받는 것 같다. (남성이 사회심리적 정신 연령이 여성보다 더 어리다는 뜻인가? 남성이 데이트 성사 가능성(mating opportunities)에 더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하여 (불쌍하게도) 남성들은 더 많은 심리적(정신적) 에너지를 투입하고 그러다 보니 스트룹 검사 반응 속도가 늦어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남녀의 문제만이 아니라, 피부색이 다른 인종 간에서도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의 요즈음 정치, 사회, 경제 상황을 빗대어 생각하자면 진보와 보수, 직장의 상사와 부하, 대기업 종사자와 중소기업 종사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되지 않을까?


이 연구의 요점은 우리가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행동한다면 우리의 인지적, 심리적(정신적) 기능은 정보 처리 부담을 안게 되고, 따라서 그 인지적 기능이 손상된다(cognitively impaired)는 것이다. 이는 모두 ‘내가 남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 시도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왜 여성들은 이성 관찰자가 있다는 것에 영향을 안 받았을까?’ ‘이것이 서구나 한국에 공통적인 문화 보편적 현상인가?’라는 남는 물음은 더 연구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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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 심리학·인지과학
인지심리학 전공. 교수 퇴임 전에 인지심리학, 인지과학, 심리학사 등 강의했다. 저서로는 <인지과학: 학문간 융합의 원리와 실제>, <인지과학: 과거, 현재, 미래>, <인지심리학> 등이 있다.
이메일 : metap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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